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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워치] '미투제품' 줄줄이...도넘은 베끼기? 시장 키우기?

'필라이트와 필굿' 발포주 맥주시장서도

이름·디자인 따라해도 '윈윈 기대' 반겨

컵반 등 소송전까지 가는 사례도 다반사

오비맥주의 발포주 ‘필굿(왼쪽)’과 하이트진로의 ‘필라이트’




지난 3월 대만 브랜드 ‘타이거슈가(老虎堂黑糖)’가 홍대에 국내 1호점을 오픈한 데 이어 강남역에 2호점을 열었다. 타이거슈가가 선보인 흑당밀크티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인기를 끌자 국내 커피프랜차이즈들이 흑당을 활용한 신메뉴를 따라 출시하고 있다. 3월에 커피 전문 브랜드 커피빈은 ‘블랙슈가펄 라떼’ ‘샷 블랙슈가펄 라떼’를 출시했다. 이어 4월에는 드롭탑이 ‘블랙슈가’ 3종을 내놓은 데 이어 같은 달 빽다방·요거프레소·공차 등도 흑당 관련 음료를 출시했다. 카페베네도 이달에 흑당을 활용한 신메뉴 음료를 내놓았다. 그야말로 타이거슈가 이후 우후죽순처럼 미투 제품이 쏟아지며 하나의 새로운 음료 카테고리가 형성됐다.

맥주 시장에서도 미투 제품을 두 팔 벌려 환영했다. 하이트진로가 2017년 처음 내놓은 발포주 ‘필라이트’는 ‘12캔에 1만원’이라는 가격경쟁력을 앞세워 출시 1년10개월 만인 지난달 5억캔 판매를 돌파하며 히트상품 반열에 올랐다. 그러자 오비맥주도 2월 ‘필굿’을 출시하면서 뒤늦게 발포주 시장에 뛰어들었다. 필굿은 이름과 디자인·마케팅까지 필라이트를 따라 하며 전형적인 미투 제품이라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하이트진로는 나쁠 게 없다는 반응이다. 수입맥주의 거센 공세로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서 업계 1위인 오비맥주의 참전이 발포주 시장의 파이를 키우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계산에서다. 허니버터칩 열풍이 일었던 2015년에는 국내 감자칩 시장이 전성기를 맞이했다. 그해 감자칩 시장 규모는 2,500억원으로 전년 대비 50% 성장을 이뤘다.

앞선 예처럼 미투 제품이 훈훈한 결과를 내는 경우는 많지 않다. 식품 업계는 고질적인 미투 제품 갈등에 시달리는 사례가 훨씬 빈번한 곳이기도 하다. CJ제일제당은 오뚜기와 동원F&B 등을 상대로 자사 제품 ‘컵반’을 모방했다며 2017년 제품 판매 중단을 요구하는 가처분 신청을 냈다. 같은 해 ‘수박맛’ 초코파이를 둘러싼 벤처기업과 해태제과 간 공방도 치열했다. 논쟁의 당사자는 벤처기업인 에스에프씨바이오와 국내 제과 업계의 대명사인 해태제과다. 2017년 10월 ‘수박통통’이라는 브랜드로 수박 맛이 가미된 초코파이를 내놓은 에스에프씨바이오가 해태제과가 지난해 5월 중순 ‘오예스 수박’을 출시하자 자사 제품을 모방한 미투 상품이라며 강력 반발하고 나서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에스에프씨바이오는 “해태제과를 상대로 법적 대응까지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반면 해태제과는 “1년 이상 자체적으로 심혈을 기울여 만든 제품을 미투 상품으로 비하하는 것은 허위”라며 반발했다.

풀무원의 버스 정류장 광고 이미지




가을대추·아침햇살·하늘보리·블랙보리 등을 선보이며 식품 업계의 기록 제조기로 불리는 조운호 하이트진로음료 대표는 미투 제품에 대해 이같이 고백했다. “10여가지 히트 음료를 내놓은 경험이 있지만 한 번도 경쟁사에서 따라오지 않은 적이 없습니다. 적게는 20개사, 많게는 50개사가 빠르면 3개월 이내에 미투 상품을 앞다퉈 내놓았습니다.” 얼마나 신속하게 경쟁사 제품을 모방해 출시하느냐가 식품 업체 경쟁력을 좌우한다는 말까지 나온다. 신제품에 대한 연구개발(R&D)은 뒷전이다 보니 식품 업계의 매출 대비 R&D 비중은 주요 산업 가운데 바닥 수준인 1% 미만이다.

식품뿐만이 아니다. 의약품 중에서는 발기부전 치료제가 가장 큰 짝퉁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지난해 국내 발기부전 치료제 시장은 1,500억원 규모로 매년 꾸준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고령화로 발기부전 치료제를 찾는 노년층이 꾸준히 늘고 있고 스트레스와 과로 등으로 발기부전 진단을 받는 젊은 세대도 증가하는 추세다. 하지만 각종 무역상과 보따리상을 통해 불법으로 유통되는 짝퉁 물량까지 포함하면 국내 발기부전 치료제 시장은 5,000억원을 넘어선 것으로 추정된다. 발기부전 치료제가 의사의 처방을 받아야 하는 전문의약품인 탓에 병원에 가기를 꺼리는 남성들이 짝퉁 제품의 주요 고객이다. 짝퉁 발기부전 치료제는 안전성이 검증되지 않아 자칫 심각한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지만 사실상 단속이 불가능해 여전히 기승을 부리고 있다.

가짜 상품이 나오기 어려울 법한 스마트폰도 짝퉁 문제에서 자유롭지 않다. 과거 삼성전자 ‘애니콜’을 흉내 낸 ‘사스망(Sasmang)’의 애니콤(Anycom)처럼 모방형 제품은 대놓고 ‘짝퉁’임을 드러내 차라리 솔직한 편에 속한다. 겉포장은 똑같은데 주요 부품을 모두 싸구려로 장착한 제품이나 중고폰을 새것처럼 꾸미기 위해 액정과 케이스 등만 바꿔치기한 ‘하우징폰’까지 소비자들의 눈을 속이려는 시도는 계속되고 있다. ‘껍데기만 진짜’인 짝퉁폰이 지난해 서울 용산 일부 상가에서 유통된 사실이 알려지며 업계가 발칵 뒤집혔다. 중고매장에서 시세 대비 15~20% 저렴한 가격에 유통된 짝퉁폰들은 겉모습은 삼성전자 갤럭시 시리즈나 애플의 아이폰과 같지만 뜯어보면 죄다 저렴한 부품들로 채워졌다. 안전인증도 거치지 않은 배터리와 제품들이 뒤섞여 화재 같은 사고 우려도 다분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중국과 동남아시아에서 들어온 짝퉁이 일부에서 팔리며 정부와 업계가 대대적인 실태조사를 진행했다”고 전했다. 짝퉁은 저렴한 제품을 찾는 소비자의 입맛에는 맞았지만 고장이 생겼을 때 AS를 받지 못하는 만큼 무조건 싸다고 단정 지을 수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유통 업계의 한 관계자는 “짝퉁은 대부분 음성적인 시장에서 가격만 보는 사람들을 노린다”며 “지나치게 저렴한 제품은 의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보리·이지성·임진혁기자 bori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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