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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워치] 짝퉁인줄 알면서도...적극 구매 소비자들 늘어

대부분 中 제조·온라인 최대 유통처

신발이 22% 최다...의류·가죽 뒤이어

설안수 등 가짜 화장품, K뷰티 위협

단속 쉽지않아...'명품 홍보' 시각도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짝퉁(가품)’을 판매하는 공급자가 이득을 취하기 위해 가품을 정품인 것처럼 속여 유통시키는 경우가 많았다면 요즘은 소비자들이 가품인 것을 알면서도 적극적으로 구매하는 경향이 높아졌습니다.” 상표법 담당 변리사 A씨는 최근 국내 짝퉁 시장에 대해 이같이 요약했다. 소비자가 ‘합리적 구매’라는 명목하에 짝퉁 구입에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짝퉁은 우리 일상을 파고들고 있다.

◇짝퉁 최대 유통처로 떠오른 ‘온라인몰’=온라인 쇼핑의 발달로 짝퉁 판매업자가 만든 자체 온라인몰 또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클릭만으로 간단히 짝퉁을 구매할 수 있게 된 것도 짝퉁 시장 확대에 영향을 미쳤다.

실제로 네이버에 유명 브랜드를 검색하면 큰 어려움 없이 짝퉁 판매 글들(전체 공개)을 발견할 수 있다. 블로그가 다르더라도 제품 설명과 첨부되는 사진은 같은 경우가 많은데 중국 현지 짝퉁 유통업체가 적발을 피하기 위해 다른 업체인 것처럼 여러 블로그를 운영하기 때문이다. 방문자 수가 많은 블로그를 운영하는 국내 판매자가 마진을 붙여 판매하는 경우도 있다.

이처럼 짝퉁 판매업자가 대놓고 판매 글을 올릴 수 있는 것은 실제로 명품 브랜드들이 단속에 소극적이기 때문이다. 법인 수임료만 수천만원에 달하는데 이를 통해 검거할 수 있는 최종 판매상의 판매 규모가 매우 작거나 실제로 발생한 손해액을 계산하기가 까다로운 게 사실다.

짝퉁을 홍보수단으로 보는 시각도 반영됐다. 명품 업계 관계자는 “롤렉스 가품을 찬 사람은 언젠가는 롤렉스 진품을 구매한다는 속설이 있다”며 “명품을 구매할 여력이 있는 소비층이 한정된 가운데 짝퉁 시장 확대가 명품 구매 확대로 이어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고 귀띔했다.



◇전 세계 무역거래의 3.3% 차지하는 짝퉁=국내뿐 아니라 전 세계 짝퉁 시장은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최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발간한 ‘위조품 및 불법복제품 거래 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짝퉁 시장 규모는 지난 2016년 무려 5,090억달러(약 575조원)에 달했다. 전체 무역액 가운데 3.3%를 차지하는 것으로 3년 전의 2.5%보다 상승한 수치다.

이 수치는 실제 적발된 사례만 반영된 것으로 자국 생산됐거나 온라인몰에서 유통된 가품은 반영되지 않았다. 같은 기간 온라인 시장의 급격한 성장세를 보면 실제 짝퉁 시장 규모는 이보다 더 클 것으로 보인다.

카테고리별 매출을 살펴본 결과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한 것은 다름 아닌 신발(22%)이었다. 타인의 시선에서 가장 멀리 떨어져 있다는 심리적인 요인뿐 아니라 최근 명품 브랜드가 신발을 주력상품을 내세운 것 등 다양한 요인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신발 다음으로는 의류(16%), 가죽제품(13%), 전자제품(12%), 시계(7%), 의료기구(5%), 향수·화장품(5%), 장난감(3%), 주얼리(2%), 약품(2%) 순이었다.



이들 짝퉁 상품 대부분은 중국(50%)과 홍콩(25%)에서 만들어졌거나 수입됐다. 터키·싱가포르·태국·인도산 짝퉁 상품도 많았다.

보고서는 “위조·불법복제로 피해를 겪는 기업들은 주로 미국·프랑스·스위스·이탈리아·독일·일본·한국·영국과 같은 OECD 회원국들”이라며 “그러나 홍콩·중국 등의 기업들도 점점 타깃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아모레퍼시픽의 ‘설화수(왼쪽)’를 그대로 베낀 중국 화장품 업체의 ‘설연수’ 제품./서울경제DB


◇‘K뷰티’ 위협하는 중국산 짝퉁 화장품=K뷰티가 인기를 끌기 시작하자 이 열풍에 편승하는 다양한 중국산 짝퉁 브랜드들이 생기기 시작했다. 아모레퍼시픽의 설화수를 베낀 ‘설안수’ ‘설연수’뿐 아니라 LG생활건강의 ‘수려한’을 베낀 ‘수여한’ 등이 대표적이다. 중국 업체들은 단순히 제품을 베끼는 것에 그치지 않고 아예 화장품을 판매하는 유통망까지 만들었다.

베트남 등 동남아시아 국가와 호주·중동 등에도 매장을 연 생활용품 브랜드 ‘무무소’는 ‘무궁생활’이라는 한글 상표와 한국 내 제조를 뜻하는 ‘made in korea(메이드 인 코리아)’를 내세워 성업 중이다.

화장품 업계가 우려하는 점은 저품질의 짝퉁 화장품을 산 소비자들이 진짜 한국산 화장품으로 오해하며 발생하는 ‘이미지 실추’다.

이에 업계는 적극적으로 소송전을 벌이고 있다. 지난해 8월 아모레퍼시픽은 상하이의 A 업체를 대상으로 제기한 ‘짝퉁 설화수’ 상표권 침해 소송에서 최종 승소했다. A 업체는 ‘설연수’라는 이름의 화장품을 제조·판매했다. 2017년 아모레퍼시픽은 자사 브랜드 ‘라네즈’의 상표권을 침해하는 중국 화장품 업체를 대상으로 제기한 소에서도 승소한 바 있다.

하지만 중국에 진출한 모든 국내 화장품 업체가 아모레퍼시픽처럼 대응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소송전을 버틸 체력이 없기 때문이다. 아모레퍼시픽도 최종 승소까지 3년이 넘는 시간이 걸렸다.

중소·중견업체들은 한국 정부가 2016년부터 실시한 화장품 라벨표시정책에 기대고 있다. 자체적으로 특수포장을 통해 소비자들에게 정품임을 알리기도 한다. 한 화장품 업계 관계자는 “중국 내에서도 짝퉁 화장품 소비를 피하려는 소비자들이 늘면서 이 같은 방법들이 어느 정도 효과를 거두고 있다”고 말했다.
/변수연기자 dive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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