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SE★VIEW]'자백' 그들이 밝혀낼 진짜 '자백'은 무엇인가





“처참하구만, 이것 때문에 그 많은 사람들이”

쉴 틈 없는 전개로 15회까지 ‘머리 쭈뼛하는’ 긴장감을 선사해 온 tvN ‘자백’(연출 김철규 윤현기/극본 임희철)이 마지막회를 앞둔 가운데 예측하기 힘든 결말에 대한 궁금증이 커지고 있다.

한번 재판이 끝난 사건은 다시 재판에 부칠 수 없는 ‘일사부재리 원칙’을 소재로 거대한 방산비리의 진실 추적까지, 빠른 전개에도 불구하고 ‘자백’은 매회 할 말이 많았다.



▲ 진실을 찾아가는 진득한 여정

진득한 여정이었다. ‘차승후 중령 살인사건’을 자신이 저질렀다고 자백한 최필수(최강일) 준위의 혐의를 벗기려는 큰 줄기에 대한 힘을 잃지 않으면서도 주변 에피소드를 깔끔하게 만들고 정리해왔다.

거대한 사건의 진실을 보이는 곳부터 조금씩 추적해간다는 점에서 작품은 초반 ‘비밀의 숲’과 비교되기도 했다. 최도현(이준호)의 변호로 자신이 저지른 살인에 대한 무죄 판결을 받은 한종구(류경수)가 함정에 빠져 어머니를 살해한 죄로 처벌받으며 작품은 치밀한 법정극, 즉 두뇌싸움을 예고했다.

이어 환자를 고의로 사망케 했다는 간호사 조경선(송유현) 사건의 변호를 맡은 최도현 앞에 등장한 그녀의 오빠 조기탁(윤경호)이 사실 김선희(심민) 살인사건의 범인이었다는 사실이 밝혀지며 앞선 사건들이 본 사건의 퍼즐 조각이라는 구조가 확인됐다.

이 시점부터 ‘자백’은 최도현이 추적해야 할 최종 목적지를 시청자에게 먼저 공개하는 강수를 뒀다. 더 이상 이야기를 복잡하게 섞게 될 경우 혼란스러워할 시청자에 대한 배려이자, 최종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과정’에 집중하겠다는 뜻이기도 했다.



▲ 모두가 진실을 알아야만 했다

사건을 추적하는 인물들은 저마다 반드시 진실을 알아야 하는 이유가 있었다. 최도현은 아버지의 무죄를 입증하기 위해, 형사 기춘호(유재명)는 자신의 실수를 만회하기 위해, 기자 하유리(신현빈)는 억울한 아버지의 죽음과 그의 마지막 취재내용을 세상에 전하기 위해, 진여사(남기애)는 검사 아들의 죽음 뒤에 가려진 사건의 진실을 밝혀내야 했다.

각자 사건을 해결해야 할 이유가 있는 인물들의 결합은 여느 추리극보다 뛰어난 팀워크로 몰입감을 형성했다. 또한 중반에서 후반까지 각자의 에피소드가 순차적으로 등장하면서 한눈팔지 않고 이야기가 오직 마지막회를 향하는데 큰 역할을 담당했다.



등장인물 모두가 바라보는 그날, 요정 ‘화예’에서 있었던 ‘차승후 중령 살인사건’의 비밀은 거대한 방산비리였다. 수십조가 오가는 무기사업을 두고 자신의 이익을 저울질하던 권력자들에게 맡은 바 자신의 일을 하던 보통사람들이 허무하게 희생당한 것이 사건의 본질이었다.

비선실세, 권력자의 친인척, 퇴직한 고위장성, 그리고 그들이 필요하면 댓가를 주고 쓰고 사용이 끝나면 칼로 잘라내버리는 손과 발. 이들은 모두 욕망에 취해있다. 이익을 위해 필요한 만큼 사람을 쓰고, 그만큼 돈을 주다가, 불필요해지면 가차없이 내치는 비정함이 그들에게는 아무렇지 않은 일이었다.



▲ 이익만을 좇는 권력자의 ‘자백’은 무엇인가

그들에게 희생된 가족이 벌이는 처절한 추적은 그래서 더욱 절실하다. 소리내봐야 들어주지 않는 세상에서 위험을 무릅쓰고 직접 거대권력에 맞서야 하는 현실. 시청자들은 그 고통을 우리 사회에서 직·간접적으로 수없이 되풀이해 겪어왔다. 백지부터 차곡차곡 쌓아올린 이들의 추리극은 그동안 쫄깃한 긴장보다 가슴아픈 분노와 조금 더 가까웠을지 모른다.

무엇을 위한 ‘자백’인가. 마지막회에 과연 누군가의 자백은 등장하는걸까. 아마도 아닐 것이다. 이제 남은 비선실세 추명근(문성근)과 국회의원 박시강(김영훈), 그들은 끝까지 탈출구를 찾거나 자신을 대리할 누군가를 찾거나 그도 아니면 도망치려 수를 쓸 것이다. 그들을 잡을 수는 있을지, 그렇다면 어떻게 잡아낼지, 결과는 통쾌할지 모르나 지켜보는 이들도 통쾌할 수 있을까.

단지 권력자들의 마지막 모습을 통해 보여줄 ‘자백’은 단 하나. 무소불위의 세상에서 무엇이든 자신의 사리사욕과 연결지으려는 그들의 민낯이다. 그들 스스로 서로 계략에 빠지게 만들고, 죽고 죽이고, 남은 부를 차지하려는 그 맨얼굴을 자기 손으로 폭로하게 만들어버리는 것. 그래서 이를 보는 이들이 드라마 밖 현실 속에 기생하는 그들의 유치함을 비웃게 만드는 것. 그것이야말로 마지막회가 끝난 후 작품의 가장 큰 매력으로 기억되지 않을지 조심스럽게 추측한다.

/최상진기자 sestar@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울경제 1q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