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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보틀 한국 1호점 가보니]"블루보틀 오려고 연차까지 썼어요"

"오전 6시에 왔는데 대기번호 15번"...오후 12시께 400여명 입장

하얀 바탕에 하늘색 병 로고의 미니멀한 감성에 열광

"신선한 원두라면 15분 기다리는 건 어렵지 않아"





마치 아이폰 신제품 공개를 앞둔 ‘애플 스토어’의 대기행렬과 흡사했다.

블루보틀 한국 1호점이 첫 문을 열기 10분 전인 오전 7시 50분. 200여 명이 넘는 긴 행렬이 붉은 벽돌의 건물을 둘러싸고 있었다. 오전 8시, 환호성과 함께 문이 열리고 7시간 넘게 대기한 손님부터 입장을 시작했다.

오늘을 위해 연차를 썼다는 바리스타 윤재현(28) 씨는 “커피를 좋아해서 일본으로 커피 여행을 떠난 적이 있었는데 그때 도쿄 1호점을 방문하고 블루보틀 만이 가진 ‘느림의 미학’에 꽂혔다”면서 “내가 마시는 커피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그 자리에서 직접 볼 수 있다는 게 블루보틀의 가장 큰 매력인 것 같다”고 말했다.

제임스 프리먼 블루보틀 창업자/허세민 기자


창업자인 제임스 프리먼은 이날 “한국 소비자들이 예상을 뛰어넘을 정도로 많이 방문해줘서 너무나 기쁘다”면서 “블루보틀을 방문하는 손님들이 편안한 느낌을 받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데 대기하는 고객들이 다급한 마음을 가지 않도록 신경 쓸 것이고 향후 1년이 블루보틀이 정착하는 가장 중요한 시기일 것”이라고 말했다.

블루보틀은 클라리넷 연주자이자 커피광이었던 제임스 프리먼이 2002년 론칭한 스페셜티 커피 브랜드다. 그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5평짜리 차고를 빌리고 로스팅한 커피 원두를 농산물 직거래 장터에서 판매하며 지금의 ‘핫한’ 브랜드로 키웠다. 블루보틀은 창업 스토리가 ‘애플’과 닮아 있어 ‘커피계의 애플’로 불린다. 세계 최대의 식음료 회사 ‘네슬레’는 블루보틀의 성장 가능성에 주목하고 지난 2017년 블루보틀의 지분을 5억 달러(약 5,700억원)에 인수했다. 블루보틀은 현재 미국(57개)과 일본(11개)에서 직영점을 운영하고 있으며 국내에서는 성수점에 이어 삼청점이 문을 열 예정이다. 연말까지는 두 개 지점이 추가로 오픈한다.

3일 오후 12시 반께 블루보틀 성수점이 수백명의 대기 인원으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다./허세민 기자


꼭두새벽부터 블루보틀을 찾은 시민들은 블루보틀의 ‘감성’에 열광했다. 태어난 지 이제 막 100일이 넘은 아이를 유모차에 태우고 이곳을 찾은 김인실(34) 씨는 “아이폰을 좋아하는 사람이 갤럭시의 사양이 아무리 좋아도 사지 않는 것처럼 블루보틀은 다른 브랜드가 가지고 있지 않은 미니멀한 감성을 갖고 있다”면서 “특히 스페셜티 카페가 몰려 있는 성수동에 문을 열어서 브랜드의 상징성이 더욱 뚜렷하게 나타난 것 같다”고 말했다. 블루보틀의 탄생지인 샌프란시스코에서 10년 넘게 거주한 김빈스(33) 씨는 “평소 아무리 맛집이라고 해도 줄 서서 기다리는 편이 아닌데 오늘은 오픈 첫날이라고 해서 오전 6시 15분에 도착해 15번째로 들어갈 수 있었다”면서 “사실 커피 맛은 잘 모르겠는데 브랜드의 엣지 있는 감성이 마음에 들어 선물용과 보관용으로 10만 원어치 굿즈를 구입했다”고 말했다.

블루보틀은 성수점 오픈을 기념해 ‘서울 토트백’, ‘블루보틀 글라스 머그’ 등 다양한 상품을 내놨다. 국내 파티시에 ‘메종엠모(Maison MO)’와 협업해 한국에서만 선보이는 페이스트리 메뉴도 제공한다.

블루보틀 서울 토트백/사진제공=블루보틀코리아




커피 맛에 이끌려 이곳을 찾은 시민도 여럿이었다. 바리스타 윤재현씨는 “블루보틀 커피는 진하고 무거운 다른 스페셜티 커피보다 뒷맛이 깔끔하다”면서 “일본이나 미국이 아니라 국내에서도 블루보틀 커피를 마실 수 있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도쿄의 블루보틀을 방문한 적 있다는 일본인 시오리(29) 씨도 “특히 라떼가 부드럽고 맛있어서 오늘 오픈 소식을 기억해두고 찾아왔다”고 말했다.

블루보틀은 신선한 원두를 사용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로스팅한 지 48시간 이내의 원두 60g을 갈아 94도의 온도로 내린다. 브라이언 미한 블루보틀 대표는 블루보틀의 인기 요인에 대해 “한국 소비자들은 패션이면 패션, 음식이면 음식 항상 가장 좋은 것을 발견하려는 속성이 있는 특별한 소비자”라면서 “고품질의 커피를 진정성 있게 생산하는 블루보틀을 한국 소비자들이 알아보는 것 같다”고 말했다. 블루보틀 성수점은 원두를 볶는 로스터리와 바리스타 교육·시음회가 진행되는 ‘트레이닝 랩’을 갖추고 있다. 에스프레소와 아메리카노의 가격은 각각 각각 5,000원으로 책정됐다. 라떼는 6,100원이다. 에스프레소 기준 미국 3.5달러(약 4,075원), 일본 450엔(약 4,698원)보다 조금 비싸다.

오전 9시 무렵 블루보틀 성수점의 전경/허세민 기자


최소 두 시간을 서서 기다린 이들에게는 또 다른 ‘15분의 기다림’이 필요했다. 핸드 드립으로 천천히 커피를 내리는 게 블루보틀의 철칙이기 때문. ‘빠른 커피’ 문화에 익숙한 국내에서 블루보틀이 정착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이는 이유다. 하지만 이날 블루보틀을 찾은 대부분의 시민은 커피가 내려지는 15분을 ‘행복한 기다림’이라고 표현했다. 정아름(33)씨는 “원두가 신선하기 때문에 잠깐의 시간을 기다릴 수 있고 또 커피가 나오는 동안 이곳의 분위기를 즐길 것”이라고 말했으며 김만중(24)씨 역시 “블루보틀은 머신에 의존하기보다 바리스타의 스킬이 중요하기 때문에 충분히 기다릴 수 있다”고 말했다.

넘치는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블루보틀은 최근 색다른 시도를 선보였다. 지난달 말 도쿄의 블루보틀 다이마루점에 드립 머신을 최초로 설치한 것. 제임스 프리먼은 “다른 매장과 달리 바쁘고 번잡한 상권이기 때문에 실험적인 시도를 해봤다”면서 “성수점에서도 드립 머신을 도입할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블루보틀 성수 내부 전경/사진제공=블루보틀코리아


한편 시장조사기관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카페 시장의 규모는 48억 달러(5조 2,440억원)로 세계 3위 규모다. 1인당 커피 소비액은 세계 2위 수준이다. 이희은 유로모니터 선임연구원은 “한국의 카페 시장은 스타벅스의 폭발적인 성장과 더불어 이디야커피, 빽다방 등을 중심으로 가성비를 내세운 카페가 인기를 끌었지만, 이제는 개개인의 소비자가 자신의 취향에 따른 커피를 고를 수 있는 프리미엄 스페셜티 커피 시장이 주목을 받고 있다”면서 “블루보틀은 미국이나 일본 여행 시 한국인들이 꼭 방문하는 관광명소로 꼽힐 만큼 이미 브랜드 인지도는 잘 성립됐지만, 초반의 폭발적인 관심을 장기적으로 지속시킬 수 있는 방법에 대한 고민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허세민기자 sem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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