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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북경제]6.7조 추경 대해부







정부가 미세먼지 등 국민안전과 경기 대응을 위해 6조7,000억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안을 편성했습니다. 지난 3월 사상 최악의 미세먼지에 문재인 대통령이 “필요하다면 긴급 추경을 편성해서라도 대응하라”고 지시한 것이 출발점이었죠. 막상 확정된 추경 편성안을 뜯어보면 미세먼지 대응에는 1조5,000억원만 배분됐습니다. 이보다 3배 많은 4조5,000억원이 ‘선제적 경기 대응’ 목적으로 편성됐죠. 추경에 필요한 재원은 각종 기금과 잉여금 이외에 3조6,000억원의 적자국채를 발행해 마련할 계획입니다. 국가채무비율은 올해 본예산 기준 예상치인 39.4%에서 0.1%포인트 오른 39.5%로 높아지죠. 추경 예산은 구체적으로 어디에 쓰이고, 또 어느 정도의 효과를 볼 수 있을까요?



앞서 말한 것처럼 추경의 방점은 미세먼지보다 경기 대응에 찍혔습니다. 세계 경제 성장의 둔화세가 예상보다 가팔랐기 때문이죠. 정부는 이번 추경으로 0.1%포인트 경제성장률 제고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지만, 효과는 미지수입니다. 경기 대응 목적으로 편성한 예산의 상당 부분이 취약계층 일자리 지원 등 고용·복지 확대 예산인 탓이죠. 가라앉은 경기를 당장 끌어올리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벌써 나오고 있습니다.

경기 대응 목적으로 편성한 4조5,000억원의 추경 예산 중 2조1,000억원은 고용·사회안전망 확충, 취약계층 일자리 사업에 배분됐습니다. 추경 편성의 계기가 된 미세먼지 대응(1조5,000억원) 예산보다도 많죠. 이중 8,214억원은 실업급여 지급 인원 확대에 편성했습니다. 총 120만8,000명에 지급할 것으로 보고 올해 예산을 짰는데, 추경을 통해 인원을 131만5,000명으로 10만7,000명 늘렸죠. 1년에 최대 200만원의 직업훈련 비용을 지원하는 내일배움카드 사업에도 1,511억원을 더 넣기로 했습니다. 청년 추가고용장려금 확대에 2,883억원, 노인일자리 사업 기간을 2개월 늘리고 인원을 3만명 늘리는 데 1,008억원을 추가 편성했죠.

전문가들은 ‘재정 만능주의’라는 비판을 쏟아내고 있습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추경 편성을 통해 약 7만3,000개 일자리가 창출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는데 이 중 3만개는 쓰레기 줍기 같은 노인 일자리고 1만2,000개는 위기·재난 지역에 투입되는 한시적 공공 일자리에 불과하거든요. 이필상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재정이 성장 동력을 찾고 고용 창출 능력을 회복하는 데 쓰이는 게 아니라 임기응변식으로 쓰이고 있다”면서 “이번 역시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가 될 공산이 크다”고 지적했습니다.



추경 편성 요건에 부합한다고 보기 어려운 사업들도 대거 포함됐습니다. 국가재정법은 추경 요건을 ‘경기침체·대량실업 같은 대내외 여건의 중대한 변화가 발생하거나 발생 우려가 있을 때’로 규정하고 있는데, 이에 부합하지 않아 보이는 사업들이 추경에 포함된 셈이죠. 인문·사회분야 시간강사에 대한 연구비 지원 확대 사업이 대표적입니다. 오는 8월 시간강사 처우 개선 위한 고등교육법 개정안(일명 강사법) 시행 안착을 위해서라는 것이 정부의 설명인데 여기에 280억원이 편성됐죠. 이밖에 관광 활성화(68억원), 제로페이 확충(76억원), 신산업 촉진(3,000억원) 등도 담겼습니다.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경기 활성화 목적의 추경인데, 정작 관련 예산은 상당히 적다”면서 “지금 갑자기 추경으로 복지 지출을 늘린다는 건 설득력이 없을 뿐 아니라 선제적 경기 대응 효과가 없어 보인다”고 말했죠.

미세먼지 감축 효과도 큰 기대를 하기 어려워 보입니다. 이번 추경 예산 중 미세먼지 대응에 편성된 금액은 1조5,000억원입니다. 올해 미세먼지 본예산(1조9,000억원)의 80%에 달하죠. 정부는 올해 목표였던 초미세먼지 1만톤 감축에 더해 추가로 7,000톤을 더 줄이겠다는 계획입니다. 문제는 국민들이 피부로 미세먼지 감축 효과를 느낄 수 있는지 여부죠. 추경에 따른 초미세먼지 감축량이 국내 발생량의 2% 수준에 그치는 데다 고농도 미세먼지가 발생하는 날에는 큰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우려가 벌써 제기되고 있습니다.



미세먼지 추경 예산은 △미세먼지 배출원별 저감 8,000억원 △친환경 산업 지원 4,000억원 △측정·감시 강화 1,000억원 △마스크 및 공기청정기 보급 2,000억원 등에 사용될 예정입니다. 단일 환경현안에 대응하기 위해 1조원이 넘는 추경 예산을 편성한 것은 올해가 처음이죠. 홍 부총리는 “(미세먼지 대응을 위해) 통상적으로 넣을 수 있는 대책의 수준을 넘어선 예산을 반영했다”며 “앞으로 3~4년 동안 이와 같은 수준으로 미세먼지 저감 노력이 있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추가 감축이 예상되는 초미세먼지(7,000톤)는 지난 2015년 기준 국내 발생량(33만6,000톤)과 비교해도 2% 수준에 그칩니다. 국외에서 유입되는 초미세먼지까지 포함하면 실질 감축 효과는 더 낮아질 수밖에 없죠. 지난 3월 정부가 분석한 국외 초미세먼지 유입 비율은 연평균 절반이 넘습니다. 이번 추경으로 우리나라의 연간 초미세먼지 감축 효과가 사실상 1% 내외에 불과하다는 의미죠. 국회에서 추경 예산안 통과가 지연되거나 사업 진행이 계획대로 되지 않는다면 효과는 더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박석순 이화여대 환경공학과 교수는 “특정 시점이 아닌 연평균으로 초미세먼지를 줄이는 것은 국민들이 체감하기 어렵다”며 “노후 경유차를 줄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실제 더 큰 피해를 주는 난방 보일러와 같은 배출원의 저감 대책이 더 획기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분석했죠.

한편, 이번 추경 편성으로 지난해 38.2%였던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39.5%까지 상승합니다. 전체 추경의 절반 이상인 3조6,000억원을 적자 국채를 찍어 조달하기로 했기 때문이죠. 문재인 정부 들어 2017년·2018년 두 차례 추경이 있었지만, 이때는 세수 호황 덕에 굳이 적자 국채를 찍을 이유가 없었습니다. 그러나 올해는 세입 여건이 예년 같지 않죠. 나머지는 결산잉여금(4,000억원)과 고용보험기금·주택도시기금 등 기금과 특별회계 여유 자금(2조7,000억원)을 활용합니다.

국가채무비율 상승 폭 1.3%포인트는 기재부가 지난해 중기재정계획에서 예상한 5년(2018~2022년) 연평균 국가채무비율 상승률 0.7%포인트를 두 배 가까이 웃도는 수준입니다. 안일환 기재부 예산실장은 “국채를 발행해도 재정건전성 관리에는 큰 문제가 없는 수준”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인실 서강대 경제대학원 교수는 “재정 건전성은 어떤 이유를 대도 결코 버릴 수 없는 가치”라면서 “미래세대에 빚 부담을 떠넘겨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죠.
/정순구기자 soon9@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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