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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 살인사건]정신질환자 매뉴얼 있으면 뭐하나

고위험자 입원·체크리스트 등

사건 때마다 대책 내놨지만

현장선 활용안돼 '무용지물'

"비전문가 경찰이 해결 못해

치료까지 전담 시스템 필요"

조현병(정신분열증) 전력이 확인된 경남 진주의 아파트 방화·살인사건 수개월 전 경찰이 정신질환자들의 강력범죄를 사전에 차단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고도 현장에서는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번 사건을 두고 “경찰의 안일한 대처로 피해를 막지 못했다”는 비판이 쏟아지는 것도 이 같은 이유다.

경찰은 지난해 8월 강력범죄 위험성이 큰 정신질환자를 강제입원시킬 수 있는 ‘고위험 정신질환자’에 대한 응급·행정입원 판단 매뉴얼을 도입해 운영 중이다. 매뉴얼은 경찰이 범죄 전력이 있는 정신질환자의 강제입원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기준을 담고 있다. 강력범죄 위험성이 큰 정신질환자가 과거 난동행위 등으로 처벌받은 전력이 있을 경우 경찰이 진단·치료와 처벌 전력 등을 고려해 최대 3일까지 강제입원시킬 수 있다.





이번 진주 아파트 방화·살인사건 피의자 안인득(42)처럼 과거 정신질환으로 입원·치료받은 기록이 있는데다 폭력으로 처벌받은 전력까지 있을 경우 얼마든지 강제입원이 가능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경찰은 안씨에게 단 한 차례도 매뉴얼을 적용하지 않았다. 경찰에 따르면 그는 사건이 발생하기 전까지 최근 6개월간 이웃 주민 위협, 오물 투척 등으로 여덟 차례나 경찰에 신고됐다. 당시 경찰은 현장에 여러 차례 출동하고도 그가 조현병을 앓고 있다는 사실조차 파악하지 못했다. 최초 신고가 접수된 시점은 잇따른 정신질환자로 인한 강력사건으로 경찰이 현장 대응력을 강화하겠다며 매뉴얼을 도입한 직후였다. 경찰의 한 관계자는 “오물 투척 등 정신질환과 직접 연관되지 않은 부분으로만 신고가 접수됐기 때문에 현장에서 정신질환 여부를 감지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매뉴얼은 지난 2018년 7월 경북 영양에서 난동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관이 정신질환자가 휘두른 흉기에 찔려 숨지는 사건을 계기로 처음 도입됐다. 이후 ‘강서구 PC방 살인사건’ ‘강북삼성병원 임세원 교수 피습사건’ 등 정신질환자의 강력범죄가 잇따르자 경찰은 지난해 12월 매뉴얼을 개정해 현장 경찰관의 부담감을 크게 낮췄다. 과거 전력을 중심으로 정신질환과 강제입원 여부를 판단하도록 한 것이다. 하지만 범죄 예방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현장에서는 여전히 과거와 마찬가지로 정신질환자 대처에 소극적이다. 강제입원으로 소송에 휘말릴 수 있는데다 자칫 인권침해에 휘말릴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경찰 관계자는 “비전문가인 경찰이 신고만으로 정신질환을 의심하고 입원까지 결정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정신질환자들의 강력범죄 대책이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경찰은 2016년 10월 ‘오패산터널 총격사건’과 ‘강남역 화장실 살인사건’이 발생하자 경찰관이 정신질환자의 범죄 위험도를 따져 강제입원이 가능하도록 한 ‘정신건강 체크리스트’를 마련하기도 했다. 하지만 당시에도 인권침해 우려와 장애인단체와 정치권의 반발 등으로 무산됐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현행법상 경찰이 잠재적 범죄자인 일부 정신질환자를 강제할 수 있는 근거는 없다”며 “해외처럼 수사부터 재판까지 범죄 전력이 있는 정신질환자 사건을 전담하는 ‘멘탈헬스코드’ 제도를 도입해 정신감정부터 치료 여부까지 처리를 일원화할 수 있는 체계적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성욱기자 secret@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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