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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경제소사] 마라톤과 애국심

1897년 보스턴 마라톤 시작

지난 1947년 보스턴 마라톤에서 서윤복이 골인하는 모습./연합뉴스




1897년 4월19일 오후12시15분, 미국 보스턴. 출발 신호와 함께 18명의 마라토너가 달려나갔다. 가장 오래된 마라톤인 보스턴 대회가 시작된 순간이다. 보스턴 마라톤의 출범에는 아쉬움과 애국심이라는 두 가지 동력이 깔려 있다. 구상은 1년 전 선상(船上)에서 그려졌다. 그리스 아테네에서 열린 1회 올림픽을 마치고 돌아오던 미국 육상팀은 육상 장거리에서 금메달을 놓친 것이 못내 아쉬웠다. 기대를 모았던 1,500m 경주에서 하버드대 출신의 아서 블레이크는 불과 0.4초 차이로 호주에 금메달을 내줬다.

블레이크는 마라톤에도 출전했지만 사흘 전 1,500m에서 사력을 다해 달린 후유증으로 23㎞ 지점에서 기권하고 말았다. 레이스를 포기한 미국 팀에 마라톤 우승 장면은 깊은 인상을 남겼다. 그리스 집배원 스피로스 루이스의 막판 스퍼트와 대역전극, 관중이 보여준 환호와 열광을 미국에서 재연하고 싶었다. 블레이크와 동료들이 정한 코스 길이는 렉싱턴과 콩코드를 왕복하는 39.751㎞. 1775년 4월 아메리카 식민지 민병대의 무기고를 접수하러 영국군이 출동했다는 사실을 알리려고 렉싱턴과 콩코드를 달린 사람들을 기념하기 위해서다.



첫 대회 우승은 주최 측의 기대에 걸맞게 24세의 아일랜드 미국 청년 존 맥더모트가 차지했으나 기록은 나빴다. 2시간55분10초. 초기에는 주로 미국이 우승컵을 거머쥐었다. 누적 우승기록 44회. 2위 케냐는 지난 1988년 이래 올해 대회까지 31년 동안 22번이나 월계관을 썼다. 3위 캐나다(16회)에 이어 일본(9회), 핀란드(7회), 에티오피아(6회), 한국·영국(3회) 등의 순이다. 개인 주자로는 클래런스 디마가 7회 우승이라는 불멸의 기록을 남겼다. 23세인 1911년 처음 우승한 디마는 ‘심장 이상’이라는 의사의 경고에도 매년 도전한 끝에 32세부터 41세까지 6번이나 1등으로 들어왔다.

1967년 대회에서 완주하고도 성별을 숨겼다는 이유로 자격을 박탈당한 미국 여성 캐서린 스위처, 2018년 깜짝 우승을 차지한 일본의 31세 아마추어 마라토너 ‘가와우치 유키’ 등도 보스턴 마라톤에서 감동을 안겼다. 한국인에게 영원히 남을 영웅은 따로 있다. 고(故) 서윤복 선생. 1947년 대회에서 아시안 최초로 우승하며 국민들에게 희망을 안겨줬다. 3년 뒤에는 함기용 등 3명이 1·2·3위로 들어와 세계를 놀라게 만들었다. 2001년에는 이봉주가 케냐의 11연패를 끊으며 월계관을 썼다. 다시 보고 싶다. 달리는 한국인을. 배가 부를수록 더 뛰자.
/권홍우선임기자 hongw@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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