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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강원 산불과 기후 변화

최기련 아주대 명예교수·에너지학

기후변화가 산불증가의 원인

재해 예방 인프라대책 세워야

성장기반 마련에도 도움줄것





강원 영동 지방의 산불 피해 면적은 서울 여의도 면적의 6배쯤으로 집계되고 있다. 여기에다 1,000명이 넘는 이재민과 2,000개소 이상의 민간시설 피해도 확인됐다. 지역생태계 파괴로 관광 산업도 타격을 받고 있다. 이에 정부는 해당 지역을 긴급재난지역으로 지정하고 복구 지원에 힘쓰고 있다.

그러나 정부 지원 방식은 피해 보전에 미흡한 면이 많다. 예컨대 파괴된 주택의 신축 지원은 1,000만여원으로 턱없이 부족해 피해 주민에게 별다른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 때문에 정부는 화재 유발자에게 ‘징벌적’ 보상을 부과해 지원 확대를 강구하는 것 같다.

사실 이번 화재는 전력설비·민간시설 등의 인위적 결함 요인들이 직접적 원인을 제공했다. 그러나 이렇게 사상 최대의 피해로 확대된 데는 기후변화에 따른 심한 건조 현상과 거센 바람의 탓이 크다. 우선 봄철 강원 북부 양양과 간성 사이에 강한 바람이 부는 속칭 ‘양간지풍’ 현상이 통제 불능 수준으로까지 거세졌다. 지구 북반부를 강타해 급격한 기상변화를 유발하는 ‘북극 소용돌이(polar vortex)’ 현상이 근본 원인이라는 학계 의견이 많다. 미국 등에서 극심한 한파, 우리나라와 중국 등에서 이상기후가 발생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정부가 한국전력이나 화재 유발자에게 산불 피해 전부를 보상하게 하는 것은 통상적인 ‘유발자 부담’ 원칙의 범주에서 벗어난다. 자연재해에 취약한 사회 인프라 보완을 소홀히 한 정부에도 책임이 있다. 정부가 민간행위에 대해 심판 노릇만 하겠다는 것은 과도한 관료주의적 행태다.



산림 생태계의 완전복구에는 100년 이상이 걸린다. 세계에서도 가장 빠른 한반도의 기후변화 진전 상황을 고려하면 영원히 원상복원이 불가능할지도 모른다. 사실 지난 100년간 한반도의 기온과 해수 온도 상승 속도는 지구 평균의 두 배쯤 된다. 이에 학계는 오래전부터 ‘한반도 전역에서의 산불 증가 원인이 지구온난화에 따른 평균기온 증가와 습도 감소’라고 지적하고 적절한 정책 대응을 요구했다. 최근 미국 과학한림원도 ‘기후변화로 잦아진 산불에 따른 산림의 재생능력 저하’가 가져올 문명 위기를 경고했다. 따라서 강원 산불 사태를 계기로 기후변화를 심각한 자연재해로 규정하고 적합한 피해회피와 복구대책을 동시에 마련해야 한다. 특히 자연재해를 방치해온 관료주의적 정책 패러다임을 탈피하는 것이 시급하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기후변화 빈곤’ 개념 도입이 긴요하다. 기후변화는 경제적으로 빈곤한 계층에 더 많은 피해를 준다. 이들은 대부분 소득 하위 계층이거나 자연재해에 취약한 사양 업종 종사자들이다. 기후변화 위험에 대한 대응능력과 투자 여력도 없다. 주민들을 기후변화에 따른 위험에 방치한 것은 정부의 책임이다. 일부 피해 보조 같은 시혜성 대책은 당연히 재고돼야 한다.

여러 부처에 분산된 기후변화 위험관리 정책을 하나로 통합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기후변화에 취약한 도로 등 기존 방식의 인프라 투자는 기후변화와 지속 가능한 성장을 고려한 청정 인프라 투자로 확실하게 바꿔야 한다. 예컨대 물·식량·에너지와 일자리 자급이 가능한 ‘스마트’ 지역사회 구성으로 적극적 회피와 탄력적 복구가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 이러한 노력은 미국 등 선진국들이 추진하는 ‘그린뉴딜’ 한국판을 마련해 경제적 효율성과 사회적 형평성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게 한다. 이는 성장잠재력의 하락을 겪는 우리에게 새로운 성장기반이 될 수 있다.

기후변화 위험은 향후 인프라 예산 책정의 기본논리가 돼야 한다. 국경이 없는 기후변화 대응에는 ‘사회 인프라’ 재구성을 위한 정책체계 변화가 요구된다. 비효율적 국가 인프라 투자 관행과 영혼이 없는 관료체제를 개선할 수 있다면 이번 강원 산불의 아픔이 새로운 지속 가능 성장의 계기를 마련해준 고마움으로 기억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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