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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상논단] 과학기술 패권 판가름할 글로벌 네트워크

원광연 국가과학기술연구회 이사장

과학 진일보 우리 힘만으론 한계

4차혁명 패권 놓치지 않으려면

국제협력·교류 강화 전력 다해야

원광연 국가과학기술연구회 이사장




경제학에서 이야기하는 네트워크 효과에 따르면 연결의 수가 많아질수록 네트워크의 가치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게 된다고 한다. 구글·아마존이 네트워크 효과를 잘 활용하는 대표적인 기업이다. 필자에게 최근 네트워크의 중요성을 체감할 수 있었던 경험이 있어 소개하고자 한다. 필자가 몸담은 국가과학기술연구회(NST)는 과학기술 분야 연구기관의 국제 공동연구, 인력교류를 지원하기 위해 다양한 국적의 연구기관들과 협력을 이어왔다. 그중 대표적인 곳이 지난 2013년부터 인연을 이어온 캐나다국립연구회(NRC)이다. 지난해 9월 이언 스튜어트 NRC 회장이 한 편의 서한을 보내왔다. 올해 개최되는 유럽연구기관협의회(EARTO) 총회에 NST의 참석을 제안하는 내용이었다. EARTO 총회는 프라운호퍼·막스플랑크 등 유럽의 연구기관장들이 모여 과학기술 정책과 발전 방안을 논의하는 자리로 새로운 협력 파트너를 만날 기회라고 판단돼 흔쾌히 참석하기로 결정했다.

그리고 3월 핀란드에서 개최된 EARTO 총회에 참석해 네덜란드·스웨덴 등 유럽의 연구기관장들과 우리 연구기관과의 협력을 논의할 수 있었다. 이번 총회가 특별했던 것은 유럽 국가로 한정돼 교류를 이어오던 EARTO가 글로벌 조직으로 발돋움하기 위해 국제연구기관협의회(IRTO)를 발족하는 자리였다는 점이다. 이 자리에서 NST는 IRTO 창립 멤버로 참여하기로 결정했고 유럽을 포함해 대만·아르헨티나 등 다양한 국가와의 교류에 물꼬를 트게 됐다. NRC와의 인연이 EARTO와의 인연을 만들었고 그 인연이 세계 연구기관들과의 네트워크로 연결된 것이다. 네트워크가 또 다른 네트워크를 만든 셈이다.

그렇다면 네트워크는 어떤 가치를 가지고 있을까. 폴 잉그럼 컬럼비아대 경영대학원 교수는 1910년부터 1925년까지 추상예술을 개척한 예술가 75인이 명성을 얻는 데 어떤 요인이 영향을 줬는지 분석했다. 결과는 다소 놀라웠다. 예술가의 독창성은 명성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지 못한 반면 다양한 인적 네트워크와 코스모폴리탄적 정체성, 즉 범세계주의자적인 특성이 예술가의 명성에 긍정적 영향을 줬다는 결과가 나온 것이다. 유명한 예술가들이 작품과 상관없이 오로지 네트워크로 유명해졌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이미 연구에 포함된 예술가들은 추상예술에서 한 획을 그은 이들이며 우리가 주목해야 할 부분은 작품성과 실력이 바탕이 된 상태에서 명성을 얻는 데 네트워크의 역할이 크다는 것이다. 잉그럼 교수는 네트워크 간의 상호작용으로 예술가는 새로운 것에 대한 접근성을 높일 수 있으며 더욱 실험적이고 창의적인 행보를 이어갈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한다. 실력을 갖추고 있다면 이를 발현하고 확장하는 데 네트워크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우리 과학기술의 시작은 선진국에 비해 늦었지만 짧은 시간 동안 빠른 속도로 선진국 수준을 따라잡아 왔다. ‘세계 최초의 핵융합 플라즈마 이온온도 1억도 달성’ ‘세계 최초 5세대(5G) 상용화’의 주인공이 대한민국이다. 하지만 우리만의 힘으로 돌파구를 찾는 데는 한계가 있다. 미 항공우주국(NASA·나사)의 1년 예산이 21조원인데 이는 올해 우리나라 전체 연구개발(R&D) 예산보다 큰 규모다. 한국의 인공지능(AI) 인력은 3,000명에 못 미치는데 미국은 우리보다 10.7배, 중국은 6.8배 많은 인력을 보유하고 있다. 국제협력은 ‘하면 좋고 안 하면 그만’인 문제가 아니라 우리의 사활이 달린 문제다.

4차 산업혁명 시대의 패권을 놓치지 않기 위해서는 국제 공동연구, 연구소 간 인력교류, 해외 조직을 거점으로 한 해외 진출에 이르기까지 가능한 모든 방법을 동원해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성화하고 시스템을 구축해나가야 한다.

10일 오후10시 전 세계가 놀랄 발표가 있었다. 과학사 최초로 블랙홀을 실제로 관측하는 데 성공한 것이다. 이 발표가 더욱 뜻깊은 점은 전 세계 200명이 넘는 과학자들이 참여한 국제협력 프로젝트의 성과이며 여기에 한국천문연구원도 함께 했다는 것이다. 과학적 진일보, 나아가 국가 과학기술의 발전을 이루는 데 글로벌 네트워크가 첩경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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