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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경이 만난 사람]김린 고대의대KU-Magic연구원장 "의사도 진료·개업 치중말고 기술 개발·창업 나서야"

프린스턴대 의료기술이전료 年1,400억...韓은 425개大 761억

생명과학기술전수 비중 고작 20~30% ...60% 달하는 美와 대조

IT·생명공학 등 다른 과와 과감히 융합, 미래 의료산업 육성을

김린 고려대학교 의과대학 KU-Magic 연구원장이 최근 서울경제와의 인터뷰에서 대학이 논문과 특허를 위한 연구에서 벗어나 기술이전과 창업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의대마다 기업으로의 의미 있는 기술이전이 매년 2~3건도 안 되는 게 현실입니다. 이제는 의료계가 연구와 산업화에 박차를 가해 국가 경제에 이바지하는 선순환 구조를 구축해야 합니다.”

오는 8월 정년퇴임을 앞두고 헬스케어 회사 창업의 출사표를 던진 김린(65·사진) 고려대 의대 KU-Magic연구원장은 최근 서울 성북구 정릉의 사무실과 안암병원 사무실에서 두 차례 실시된 서울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창업해 성공하는 모습을 보여줘 후배들에게 롤모델을 제시하고 싶다”며 이같이 밝혔다. 의사가 환자를 보는 것도 중요하지만 연구개발(R&D)을 통해 신약이나 헬스케어 사업도 활발히 해야 한다는 것이다. 고대 의대 신경정신과 교수인 그는 고대 의무부총장 겸 고대의대부속병원 의료원장을 지내던 지난 2014년 고대 안암병원과 구로병원을 보건복지부의 연구중심병원으로 지정받았다. 이를 계기로 2015년 말 염재호 전 총장이 학과 간 융합연구를 통해 바이오헬스케어 창업과 기술이전을 촉진하기 위한 멘토링 조직을 총장 직속기구로 만들도록 한 것이 바로 KU-Magic이다.

그는 “미국의 세계적 병원인 메이요클리닉에는 140여개의 창업기업이 있고 2016년 프린스턴대는 기술이전료(당시 환율 기준)로 1,410억원, 스탠퍼드대는 1,015억원을 거둬들였다”며 “당시 국내 425개 대학의 기술이전 총수입이 761억원인 것과 대조적”이라고 지적했다. 건당 기술 이전료도 국내는 5,700만원에 그치는 데 비해 미국은 16억2,600만에 달한다는 것이다. 그는 “2025년 (65세 이상이 전체의 20%를 넘는) 초고령사회 진입을 앞두고 있으나 우리나라는 기술이전 건수에서 생명과학 비중이 20~30%에 불과한 반면 미국은 65%에 달하고 금액으로 치면 80%나 된다”고 설명했다. 의료시장이 어마어마한 미국과 우리나라를 단순 비교할 수는 없겠지만, 국내 의사들이 진료와 개업에만 치중하는 바람에 정보기술(IT)과 생명공학 등 다른 과와의 융합으로 바이오헬스케어 기술을 개발해 기술이전과 창업에 나서는 경우가 부족하다는 얘기다.

/대담=고광본 선임기자 kbgo@sedaily.com



김린 고려대학교 의과대학 KU-Magic 연구원장이 최근 서울경제와의 인터뷰에서 대학이 논문과 특허를 위한 연구에서 벗어나 기술이전과 창업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KU-Magic은 고대 의대를 비롯해 보건과학대·이공대·약대·생명과학대 교수 등이 융합연구를 하도록 지원한다. 바이러스·감염병, 미래형 의료기기, 정밀의료, 스마트에이징, 인공지능(AI)·빅데이터 등 5개 분야에서 11개팀을 운영해 지난해 2년 과정으로 6개팀이 졸업한 뒤 3팀을 뽑았고 3팀을 추가 선발하는 데 경쟁률이 3~4 대 1에 달한다. 스마트에이징을 위한 신약기술, 바이오칩 안의 세포에 물질을 전달해 자가면역치료 등이 가능한 기술 등의 이전이나 창업을 추진하는 팀이 나오고 있다. 한 공대 박사과정 학생은 외국계 회사 취업을 포기하고 수술용 로봇팔 회사 창업을 추진하고 있다. 현재까지 의미 있는 2건의 기술이전과 창업 사례 2곳이 나왔다.

김 연구원장은 “‘기술사업화에 나서라’는 이야기를 교수들에게 많이 한다. 연 2회 연구원이나 레지던트를 대상으로 사업화 교육도 한다. 연구원이나 포닥 중에서 2~3명을 뽑아 매년 스탠퍼드대로 2주간 교육을 보내기도 한다”고 소개했다.

그럼에도 여전히 국내 대학에서 창업을 터부시하는 문화가 지속되고 (논문 인용을 검색할 수 있는) SCI급 논문 등재에만 매몰돼 연구를 위한 연구 문화가 대학에 만연해 있다는 게 그의 지적이다. 따라서 정부 R&D 과제 평가나 교수 승진을 위한 업적평가에서 창업과 기술이전 실적이 일정 부분 반영돼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교육부의 링크플러스(사회맞춤형 산학협력 선도대학 육성사업)에 선정된 대학은 평가에 창업과 기술이전을 일부 넣지만 서울대를 비롯해 국내 대학 대부분은 논문이나 특허 위주로 R&D 과제나 업적을 평가한다”고 꼬집었다.

다만 최근 고대는 교수사회 일부에서 ‘우리도 좀 바꾸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어 다행이라고 털어놓았다. 고대의료원은 올 초 암 정밀진단·치료, 클라우드형 공유병원 정보 시스템, 체액생검, AI 기반 신약 설계, 유전자가위, 환자부착 칩, 3D 장기 프린팅, 세포잉크, 착용용 소프트로봇, 메모리에디팅 분야의 연구를 선도하겠다고 선언했다. 연구중심병원이 당초 기대와 달리 갈 길이 멀긴 했지만 병원이 진료 위주에서 연구를 기반으로 사업화로 전환해야 한다는 당위성을 제시했다고 했다.

그는 교원의 기술이전과 창업을 지원하는 산학협력단의 역할을 평가하면서도 짙은 아쉬움을 표명했다. 교원이 창업하면 산단이 지분 20%를 받는데 회사를 키워주는 엑셀러레이터 역할이 제대로 안 되는 게 현실이라는 것이다. 그는 “고대는 의대에도 별도로 산단이 있다. 각 대학에 산단이 있지만 조직이 허약하다”며 “교원들을 대상으로 창업이나 기술이전을 위해 초기부터 지원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고 고백했다. 보건복지부의 의료 저수가 정책으로 병원이 수익성의 한계를 극복하지 못하는 상황이라 더욱이 의대와 병원의 기술 사업화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는 “병원 소속이든 개업의든 의사가 환자를 진료하며 얻은 경험을 바탕으로 현장에 필요한 기술이 무엇인지 잘 파악할 수 있고 임상 적용도 상대적으로 용이하다”며 “의사들도 연구를 병행하며 기술사업화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린 고려대학교 의과대학 KU-Magic 연구원장이 최근 서울경제와의 인터뷰에서 대학이 논문과 특허를 위한 연구에서 벗어나 기술이전과 창업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그도 퇴직을 앞두고 헬스케어 창업을 위해 올 초 산단에 사업계획서를 제출했다. 고대 정신과의 시간생물학연구소장을 한 경험을 살려 연구와 사업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겠다는 게 그의 포부다. 인터뷰에 배석한 김찬 KU-Magic 연구교수는 “외부에서 ‘의료원장으로 모시겠다’고 해도 창업을 결심했다”고 귀띔했다. 스마트와치 등 다양한 디바이스로 불면증이나 비만 등 대사장애를 관리하는 앱을 개발했는데 이는 그만큼 자신이 있기 때문이다. 실리콘밸리 진출도 계획 중인 그는 “사람은 호르몬 리듬이 계속 변하는데 우선 스마트와치로 수면 패턴을 체크하는 실험을 하고 있다”며 “많은 데이터가 축적되면 헬스케어 기술이 더욱 진화되고 회사 가치도 올라갈 것”이라고 기대했다.

하지만 개인정보보호법 등에 따라 의료 데이터 활용이 제한적으로 이뤄질 수밖에 없어 연구 활성화에 지장이 많다는 게 그의 호소다. 그는 “이제는 교수들이 연구를 위한 연구로 끝내지 말고 사업화에 나서야 한다고 얘기했더니 주변에서 ‘당신도 만들라’고 하더라”며 “저야 실패하면 개업의로 돌아갈 수 있겠지만 다른 젊은 헬스케어 창업자들은 빅데이터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해 애로가 크다”고 힘줘 말했다.

그는 “미국은 정부에서 대학에 지원하는 연구비가 많이 줄었는데 우리도 길게 보면 그렇게 될 것”이라며 “대학에서 기업에 기술을 이전하고 창업해 돈을 벌어 학교에 연구비를 줘야 한다. 그런 선순환 모델을 만들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정리=고광본 선임기자 /사진=성형주기자



김린 고려대학교 의과대학 KU-Magic 연구원장이 최근 서울경제와의 인터뷰에서 대학이 논문과 특허를 위한 연구에서 벗어나 기술이전과 창업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He is...

△1954년 대전 △1979년 고려대 의대 졸업 △1990년 고려대 의학박사 △1994~1995년 미국 코넬대 의대 뉴욕병원 수면·각성장애센터 연구원 △1999~2005년 고대안암병원 신경정신과장 △2003~2005년 고대의료원 기조실장 △2005~2007년 고대안암병원장 △2005~2007년 대한수면의학회장 △2008~2009년 미국 UNC채플힐병원 수면센터 방문교수 △2011~2013년 한국정신병리·진단분류학회 이사장 △2011~2013년 고대의료원 의무부총장 겸 의료원장 △2012~2014년 대한의사협회 고문 △KU-Magic연구원장, 유한재단 이사





★하단 기사

[서경이 만난 사람]김린 고대의대KU-Magic연구원장“의대들 ‘논문 위한 논문’ 되풀이하는 연구문화 바꿔야

단과대학·학과간 칸막이 여전

병원경쟁력도 병상 수로만 따져

대학이 투자비 직접 벌어들이는

융복합 연구시스템 활성화 시급



김린 고려대학교 의과대학 KU-Magic 연구원장이 최근 서울경제와의 인터뷰에서 대학이 논문과 특허를 위한 연구에서 벗어나 기술이전과 창업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대학이 논문을 위한 논문, 특허를 위한 특허에서 벗어나 기업에 기술을 이전하거나 직접 창업에 나서는 미국 스탠퍼드대의 ‘SPARK 프로그램’을 벤치마킹했습니다.”

김린 고대 의대 KU-Magic연구원장은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단과대 간, 학과 간 협업에서 칸막이가 높고 병원도 병상 수로 경쟁력을 따지는 현실에서 융복합 연구 시스템을 구축해 대학 투자비를 마련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고 싶다”며 이같이 밝혔다.

지난 2015년 말 설립한 KU-MAGIC은 고려대의료원 산하 안암병원·구로병원·안산병원과 의대·보건과학대·생명과학대·이공대·약대·간호대 등의 연구개발(R&D) 융복합화를 통한 기술사업화를 지원한다. 김진성 고려사이버대 총장이 초대 KU-MAGIC연구원장으로 씨를 뿌렸고 김 연구원장이 사령탑을 이어받아 사업화 지원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의대 등의 교수가 창업이나 기술이전 가능성을 보이면 고객층 분석, 특허전략, 데이터 획득방법, 기술분석·융복합연구 등을 조언하고 주선한다. 각 분야 전문가의 멘토링이 이어지고 시제품 제작 지원과 투자자 연결 서비스도 제공한다. 연간 3,000만원씩 연구비도 지원하는데 인건비로는 쓸 수 없다. KU-MAGIC은 유행성출혈열이나 메르스, 신종 인플루엔자 등의 극복을 위한 바이러스·감염병 연구, 첨단 진단·치료 의료기기 개발, 암 치료를 위한 유전체·단백질체 연구와 맞춤형 진단·치료, 퇴행성 뇌질환, 신체와 인지기능 저하를 예방하기 위한 스마트에이징, 건강관리 정보 제공과 질병 위험성 예측, 맞춤형 치료를 위한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 분야를 포괄한다. 그는 “연구 초기부터 기술·시장분석·특허·경영·사업화 등 다양한 멘토링을 통해 창업과 기술이전에 대한 인식을 바꾸고 저변확대를 꾀하며 일부 엑셀러레이터 역할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린 고려대학교 의과대학 KU-Magic 연구원장이 최근 서울경제와의 인터뷰에서 대학이 논문과 특허를 위한 연구에서 벗어나 기술이전과 창업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김 연구원장은 후배 교수들의 창업이나 기술이전 지원에서 나아가 직접 창업에도 나섰다. 정보통신기술(ICT)을 활용해 수면 패턴 등 생물학적 리듬을 관리하며 질병 예방이나 불면증·비만 치료 등 건강증진을 도모하는 헬스케어 회사다. 이를 건강관리 플랫폼으로 키우기 위한 앱도 개발했다. 고대 의대 내 시간생물학연구소를 운영하며 쌓은 노하우를 바탕으로 직접 교수 창업의 롤모델을 제시하고 싶다는 게 그의 포부다. 그는 “우울증 등 정신장애의 경우 수면 패턴이 변화하면 ‘조심하라’고 경고하게 된다”며 “비만 치료도 칼로리를 시간대별로 어떻게 조절하느냐에 따라 효과가 달라진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면, 칼로리를 줄일 경우 처음에는 살이 빠지지만 기초대사율이 같이 떨어져 조금만 더 먹으면 살이 더 찌는 요요현상이 발생하는데 이를 저녁을 조금만 먹는 식으로 관리하는 것이다.

그는 “보험회사와 협조체제를 구축하고 있는데 앞으로 데이터가 많이 축적되면 정확성이 더 높아지는 선순환 구조가 정착될 것”이라며 “개인정보보호법 등 의료 데이터 활용을 제한하는 법이 개정되면 더 활성화될 것으로 보인다. 지금은 막혀 있지만 나중에는 화상을 통한 원격진료로 발전시킬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고광본 선임기자 kbgo@sedaily.com /사진=성형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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