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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투자유치 경쟁과 한국 대응전략

문휘창 서울대 국제대학원 명예교수

국제경쟁력연구원 이사장

세금 줄이고 노사·고용환경 개선

규제철폐가 효과 큰 투자유치법

국내외 기업 협력여건도 조성을





중국 정부는 최근 미중 무역전쟁에 대응하는 하나의 방안으로 투자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외상투자법을 제정했다. 얼마 전 베이징에 있는 한 대학의 특강에 초청을 받아 중국에 머무는 중 이와 관련된 질문을 받고 다음과 같은 의견을 개진했다. 중국은 투자잠재력이 매우 높지만 여전히 규제 및 경영 시스템이 글로벌스탠더드에 비해 많이 떨어져 있다는 것이 요지였다.

예를 들면 세계 검색시장의 90%를 차지하고 있는 구글 검색과 G메일이 중국에서는 차단돼 있다. 현금이나 신용카드가 잘 통용되지 않고 중국 특유의 모바일 결제 수단인 위챗페이가 널리 사용되는데 중국에 처음 방문하거나 단기체류하는 외국인들은 이를 쓰기가 힘들어 매우 불편하다. 이번 외상투자법은 과거보다 중국 투자환경이 많이 개선됐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지만 중국 정부는 더욱 확실한 변화를 보여줘야 한다. 실제로 일부 해외 언론에서도 중국의 투자법 개정이 실질적 변화를 이끌어내기 어렵다는 회의적인 시선을 보이고 있다.

미중 무역전쟁은 단순한 무역 이슈가 아니라 투자 등 다양한 이슈들이 관련돼 있기 때문에 글로벌 이슈이기도 하다. 따라서 미중 양국의 분쟁은 한국을 비롯한 많은 국가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한국의 경우 특히 외국인직접투자 유치에 최근 현저한 변화를 보이고 있다. 지난 2018년 한국의 외국인직접투자는 신고 기준으로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했지만 올 들어 급격한 감소 추이를 보이고 있다. 미중 무역분쟁으로 다국적기업들이 국내외 정세를 관망하면서 다른 나라들보다 이들 양국에 직접투자를 더 많이 하려고 하기 때문이다. 외국인투자 유치를 위해 한국은 더욱 과감하고 효과적인 조치가 필요하다.



투자 유치를 위해서는 인센티브 제공, 인프라 구축, 규제 철폐의 방법이 있는데 인센티브는 돈이 들고 인프라는 시간이 오래 걸린다. 물론 장기적으로는 인프라 구축을 잘해야겠지만 우선 가장 빠르게 효과를 볼 수 있는 방법은 불필요한 규제를 철폐하는 것이다. 규제만 철폐한다고 외국 기업이 들어오느냐고 반문하는 사람도 있지만 우리나라는 매력적인 사업 분야가 꽤 있기 때문에 한국이 확실하게 달라졌다는 인상을 주면 외국 기업뿐 아니라 한국 기업도 우리나라에 투자를 늘릴 것이다.

규제 철폐는 단순한 법률 또는 행정상의 규제를 철폐하는 것뿐 아니라 경쟁 국가에 비해 세금을 줄여주고 노사 문제와 고용 조건의 불편한 내용을 개선하며 반기업 정서와 행정적인 불확실성을 줄여주는 것도 포함한다. 중국이 투자환경을 개선하고 있다면 우리는 이보다 더 적극적으로 나서 사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최근 주한 유럽상공회의소가 유럽계 기업의 한국법인을 대상으로 시행한 ‘2018 기업환경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65%가 한국의 경영환경이 전년보다 악화했다고 응답했다. 특히 한국만의 유별난 규제와 예측 불가한 정책으로 기업 하기가 힘들다고 호소한다. 만약 우리가 획기적인 투자환경 개선에 실패한다면 외국인투자 유치를 하지 못할뿐더러 국내 기업도 해외로 빠져나가게 될 것이다.

규제 철폐로 사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기 위해서는 세계화에 대한 잘못된 생각부터 고치고 진정한 글로벌 마인드를 가져야 한다. 흔히 국가 또는 기업 간의 무한 경쟁을 강조하면서 국내 기업과 외국 기업을 구별해 차별화하려는 경향이 있지만 외국인투자는 경쟁만이 아닌 협력의 관계로 봐야 한다. 글로벌 가치사슬이 보편화하면서 기업들이 가치사슬 활동을 여러 국가에 배치함에 따라 국가 간 연결성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국내외 기업들을 차별하지 않고 기업들이 가치 창출을 극대화할 수 있는 경영환경을 만드는 것이 결국 우리 국민들에게 도움을 주는 국가의 역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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