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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사 위기 몰린 해외건설] 500억 이상 'PPP(민관합동사업)' 예타 면제...날개 달아줘야

<하> 시급한 체질개선

'레드오션' 설계조달시공·안전한 AP 편중 탈피

정부, 전향적 정책으로 '큰 운동장' 만들어주고

건설사도 투자개발형 사업확대, 야성 회복 절실

“대표적인 투자개발형인 민관합동사업(PPP)에 공기업들이 499억 원만 투자합니다. 500억 원을 넘으면 기획재정부 예비타당성 조사를 받아야 하는데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고, 통과가 쉽지 않기 때문이죠.” (국내 한 해외건설 전문가)

“투자개발형 사업은 수요예측을 잘해야 하는데 만만치 않습니다. 정교하게 수요를 예측하려면 수십억 원의 돈이 드는데 사업성이 없다고 결론이 나오면 전부 손실이 됩니다. 수요예측에 5억 원 쓰는 것도 눈치 보일 정도입니다.” (국내 한 건설업체 해외사업 담당자)

전문가들은 위기에 처한 해외건설이 다시 날개를 펴기 위해서는 정책이나 현장이나 하루 빨리 체질개선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우선 중국 업체들의 등장으로 인해 이미 레드오션이 된 설계조달시공(EPC) 위주에서 벗어나는 것이 시급하다. 정부 역시 예비타당성 문턱을 낮춰 국내 기업들의 해외건설 확장을 도울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정부, 도전적 사업 지원 확대해야 = 정부는 국내 기업들의 해외사업 활성화를 위해 3조 원 규모의 글로벌 플랜트·건설 모태펀드를 조성했고, 글로벌인프라펀드(GIF)도 확대했다. 또 신남방·북방 정책을 펴며 핵심사업에 정부와 공기업, 건설사들이 함께 참여하는 ‘팀코리아’ 방식의 진출 전략도 마련했다.

하지만 이 같은 민관합동사업의 경우 기획재정부의 점검이 까다로워 사업 확장이 어렵다는 지적이다. 현재 공기업이 해외사업에서 500억 원 이상을 투자하는 경우, 기획재정부의 예비타당성 조사를 받아야 한다. 이 같은 예타 과정으로 인해 사업 검토기간이 길어지고, 상당수 사업은 중도 포기하게 된다. 또 사업규모가 조 단위인데 예타를 피하려고 공기업이 499억 원만 투자하는 등 전체 재원 마련이 어려운 경우가 발생하기도 한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PPP 사업을 늘리려면 정부에서 전향적인 판단을 내려줘야 한다”고 설명했다.

정부가 안정적인 사업만 선택하는 것도 문제다. 공기업들은 현재 철도·도로 등을 건립해 운영한 뒤 손실이 발생하면 해당 국가가 일정 수입을 보존하는 방식인 ‘AP(Availability Payment)’ 위주로만 진행하고 있다. 위험을 줄이는 대신 사업 기회도 그만큼 적은 상황이다. 건설사의 한 관계자는 “한국수출입은행이나 GIF 등은 모두 AP 방식 위주의 사업만 바라보고 있다”며 “아시아에서는 AP 방식의 사업 기회가 많지 않아 사업 발굴이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수출입은행 측은 이와 관련 “공공인프라는 대규모 자금의 장기투자가 필요한 분야”라며 “장기 수요와 수익성 예측이 어려워 해당국 정부에서 안정적 수입을 보장하지 않으면 민간기업의 투자와 금융기관의 대출이 성사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 건설사, 장기 안목 키우고 투자 늘려야= 글로벌 건설시장 규모는 지난해 기준 연간 11조 달러(1경 2,520조 원) 수준이다. 투자개발형 방식의 사업은 이 가운데 25%가량을 차지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투자개발형은 설계·조달·시공(EPC)뿐 아니라 사업발굴과 투자참여, 운영까지 하는 적극적 형태의 사업방식이다. 건설사들은 EPC 사업권뿐 아니라 투자자로 참여해 10% 이상의 투자수익을 추가로 거둘 수 있다. 대신 투자자로 참여하면서 투자금이 전액 손실로 바뀔 수 있는 위험도 생긴다. 현재 이 같은 투자개발형 사업 규모는 점차 커지고 있다. 과거 미국·유럽 등 선진시장에서 주로 이뤄졌지만 최근에는 아시아에서도 투자개발형 사업 기회가 확산하고 있다.

문제는 국내 건설업계의 투자개발형 사업 비중이 전체 해외건설에서 6% 수준에 그치고 있다. 건설업계가 아직 새로운 도전보다는 기존에 하던 EPC 방식을 포기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회사 내부의 보수적 분위기가 이를 더욱 부추긴다. 투자개발형 사업을 하려면 해외 사업장에서 신규 사업을 발굴해야 하며 수요예측을 진행해야 한다. 수요예측을 제대로 하려면 수십억 원의 자금이 들어간다. 수요예측 단계에서 사업을 포기하면 이는 모두 매몰 비용으로 사라진다.

국내 건설사들은 수요 예측 단계부터 몸을 사리는 상황이다. 해외건설업계의 한 관계자는 “30억 호주달러(2조4,300억 원) 규모의 ‘크로스리버레일(CRR) 프로젝트’는 수요예측에만 100억 원 가까이 투입했다”며 “개발 사업을 발굴하려면 수요예측 투자도 늘려야 한다”고 설명했다. /강동효기자 kdhy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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