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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이순재, “황혼의 ‘로망’ 결국엔 부부 밖에 없더라”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것을 몸소 실천하고 있는 배우 이순재는 영화 ‘로망’을 한 마디로 “결국엔 부부 밖에 없다”며 “이게 찬란한 로망이 아닌, 황혼의 변치 않는 로망이다”고 말했다.

3일 개봉한 ‘로망’은 모든 로망이 끝난 것 같은 노망의 위기에 찾아온 사랑을 통해 생의 아름다움을 기억하는 노부부의 라스트 허니문을 담은 로맨스 영화다. 부부 동반 치매를 다른 첫 작품으로 화제를 모았다. 배우 이순재와 정영숙이 한평생 가족을 위해 아등바등 살아온 45년차 노부부로 분했다.

75 세 조남봉(이순재 분)과 71 세 이매자(정영숙 분)은 함께 백지장 기억을 선고받고, 둘만 남은 집에서 문을 꼬옥 걸어 잠그고 서로를 보살핀다. 모두 잊고, 둘만 남겨진 세상에서 남봉과 매자는 번갈아 기억을 잃는다. 기억이 다시 돌아올 때마다, ‘미안하다’, ‘고맙다’는 등의 애틋한 고백을 적은 메모를 벽에 붙여 두고 서로를 기다린다.

배우 이순재/ 사진=(주)메리크리스마스




치매라는 선고에 직면한 남봉과 매자는 처음에는 믿을 수 없어 절망하지만, 생의 마지막까지 자식에게 폐를 끼치기 않기 위해 애쓴다. 오직 배우자로서 서로에게 집중하며, 치매부부로서의 인생의 새로운 챕터를 맞는다.

국내 70만 치매 인구의 현실을 담담히 어루만진 작품이다. 이순재는 “부부의 가치관이 중요함”을 역설했다.

“부부의 가치관이란 게 평생 간다. 남편한텐 아내, 아내에겐 남편밖에 없다. 젊은 시절 그저 좋고 희희덕거리다 끝나는 게 부부가 아니다. 처음엔 열렬한 사랑으로 만나지만, 슬슬 애 낳고 오랜 시간을 보내게 되면, 사랑보다는 서로에 대한 믿음이 커진다. 그러다 애들이 다 자라서 시집 장가를 보내고 나면 서로 의지하는 사이가 바로 부부다. ”

“ ‘사랑의 희생’ 이란 말을 하지 않아도, 결국 힘들 때 같이 갈 사람은 부부 밖에 없다는 것, 그게 진짜 부부 아닌가. ‘로망’은 마누라가 아프면 남편이 붙들어주는 이야기이다. 이게 부부의 가치관이고 영원한 로망의 정신이라고 생각한다. 찬란한 로망이 아닌 황혼의 변치 않는 로망 말이다. ”

이창근 감독의 ‘로망’은 인생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무엇이 중요하고, 무엇을 위해 살아야 하는지를 한 번쯤 다시 생각하게 만드는 영화다. 이순재는 “곰살궂게 소망을 표현하는 게 로망이겠지만, 저희 작품은 묵직하게 변하지 않는 로망을 말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로망에 담긴 휴머니즘과 사랑에 끌린 것도 있지만 주연이란 점도 무시할 수 없었다. 이창근 감독과 작업하면서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감독이 신파로 흐르지 않고 뚝심 있게 끌고가는 힘이 좋았다. 치매 연기를 잘못하면 정신 박약 증세처럼 보일 수 있다는 점도 우려했다. 배우라는 게 표현 하나, 대사 한마디가 확신이 가야 한다. 배우 스스로 애매 모호하면 그저 감독이 시키는대로 하다 끝나게 되니 말이다.”







배우 이순재/ 사진=(주)메리크리스마스


이순재는 1956 년 드라마 ‘나도 인간이 되련가’를 통해 데뷔해 대한민국 텔레비전 드라마 역사의 시작부터 함께 했다고 할 수 있는 최고령 현역 배우이다. 60 년이 넘는 시간 동안 87편의 공연, 92편의 방송, 123편의 영화의 국보급 필모그래피를 써 내려갔다. 배우 스스로 암기력은 자신있다고 말 할 정도. 인터뷰 현장에서도 좋아했던 배우 이름을 줄줄 읊었으면, 미국 역대 대통령 이름을 통째로 외우는 모습을 보였다.

“배우가 치매에 걸리면 큰일 난다. 그래서 스스로 암기력 테스트를 해보는 편이다.”

이순재는 대사 이상의 깊이를 표현하는 ‘창의력 있는 배우’가 되고자 배우 인생 60년 동안 노력했다. 그는 배우를 3가지로 구분했다. 작품만큼 하는 배우, 작품보다 못한 배우. 작품보다 잘한 배우가 그것이다. 그는 대사를 그저 대사로만 표현하는 배우는 “능력도 거기서 끝나고 욕구도 거기서 끝나고, 인기도 거기서 끝난다”며 “‘작품만큼 한다’는 아집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일침했다.

“바둑이 초급부터 9단까지 있듯이 배우도 그 경지가 있다. 어느 경지까지 가느냐가 중요하다. 나 역시 아직 멀었다. 건강하게 연기 할 수 있는 그 날까지 계속 성실하고 창의력 있게 하고자 하는 마음이 크다.”

/정다훈기자 sesta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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