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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女 원피스 입고 도열…서울모터쇼 VIP ‘황제관람’ 구설수

일반인 관람 시간 소위 VIP 전시장 한 가운데 인간 띠

女 행사직원 원피스·하이힐 신고 가는 길 만들어 눈총

車 업체 ‘과잉 환대’ 지적도, 관계자 “관행이라는데…”

주최 측 “업체 개별 행사 일반인 불편 죄송, 개선할 것“





29일 경기도 고양 킨텍스에서 열린 ‘2019 서울모터쇼’ 1전시관에서 관료와 국회의원 등 VIP 의 관람을 위해 한 줄로 일반인 관람 시간에도 여자 행사직원들이 일렬로 전시관 한 가운데를 막고 있다./사진=구경우 기자


서울모터쇼가 정부 관료와 국회의원 등 소위 ‘VIP’들의 관람을 위해 행사 직원들을 동원해 일반 관람객의 출입을 막아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특히 여성 직원들이 원피스를 입고 전시관에 인간 띠를 만들어 VIP들이 관람을 도와 ‘황제관람’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다.

29일 경기도 고양 킨텍스에서 공식 개막한 ‘2019 서울모터쇼’ 1 전시관에는 이날 12시 10분께 하얀색 원피스와 하이힐을 신은 여성 직원 10여 명이 한국GM 쉐보레와 포르쉐 전시관 사이에 일렬로 서 길을 막는 장면이 연출됐다.

이 줄을 따라 일부 국회의원과 산업통상자원부 관료 등이 각 자동차업체들의 전시부스를 관람했다. 한국GM과 포르쉐, 기아차, 르노삼성차 등 모터쇼에 참여한 업체들은 VIP의 관람을 위해 이들의 동선을 따라 행사직원을 배치해 일반인들의 출입을 막은 셈이다. 각 업체들은 이들이 다니는 길마다 행사직원을 배치해 복잡한 전시관에서 ‘홍해의 기적’이 일어나듯이 길을 만들었다. 심지어 일부 부스는 일반인이 접근 못하게 전체를 인간 줄로 만들기도 했다. 한 관람객은 “무슨 안전 문제가 터진 줄 알았다”고 말했다.

모터쇼는 개막식 직후 VIP들이 일반인이 입장하기 전에 보통 우선 관람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번 모터쇼에 문제가 된 것은 관람 시간이다. 통상 일반인의 입장시간인 12시 이전에 모든 행사를 마쳐야 하지만 개막 행사가 늦춰지며 VIP 관람이 일반인들과 겹쳤다. 티켓을 구매하고 입장시간을 밖에서 1~2시간 기다린 일반인들은 입장하자마자 일부 전시부스는 영문도 모른 채 인간 띠에 가로막혀 관람을 포기할 수 밖에 없었다. 수입차 업체 한 관계자는 “서울모터쇼의 관행이라고 하지만 파리모터쇼 등 세계적인 모터쇼에서도 이런 도열을 본적이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해 파리모터쇼와 올해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규모의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에서도 이 같은 관람행사는 없었다.

무엇보다 르노삼성에서 도요타 지나가는 길 빼고 모두 원피스를 입은 여성 행사 직원들이 하이힐을 신고 긴 줄을 만들어 관람객들이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한 전시관 당 수 백명의 일반인이 관람하는데 수십 명의 여직원들이 도열해 이들을 환대하는 모습이 가족단위의 관람객들에게 불편을 샀다. 유 실장과 이 의원 등은 여직원들이 만든 줄을 통해 여유롭게 부스를 관람했다.



29일 경기도 고양 킨텍스에서 열린 ‘2019 서울모터쇼’ 1전시관에서 VIP 관람을 위해 행사 직원들이 도열하고 있다. /구경우기자


29일 경기도 고양 킨텍스에서 열린 ‘2019 서울모터쇼’ 1전시관에서 VIP 관람을 위해 행사 직원들이 벽을 만들어 일반인 관람객을 막고 있다./구경우기자


이 같은 행사는 서울모터쇼 측이 아닌 각 참가업체들이 만든 것이다. 막강한 규제 권한을 가진 정부 관료와 국회의원의 눈치를 보느라 ‘과잉의전’한 것이다. 국내 산업 정책을 관장하는 산업통상자원부는 한 해 7조 원이 넘는 예산으로 각종 연구개발사업(R&D)와 친환경차 보조금 지정 등의 규제 권한을 가지고 있다. 신산업과 주력산업 육성 등 부수적인 예산 집행 권한도 막강하다. 실제로 이날 한국GM은 행사장 화면에 ‘내/외 귀빈 여러분의 쉐보레관 방문을 진심으로 환영합니다’라는 문구를 띄웠다. 카허 카젬 한국GM 사장은 이들이 전시관에 오기 전에 기다려 직접 전시관을 안내했다. 이들이 한국GM 전시관을 보는 동안 도미닉 시뇨라 르노삼성차 사장은 전시관 앞에서 이들이 올 때까지 대기하고 있었다. 이를 준비한 한 국내 업체 관계자는 “한국에서만 하는 관행이라는데 (우리가) 무슨 힘이 있나”고 말했다. 이 사이 한국GM-기아자동차-르노삼성으로 이어지는 전시관 홀 사이에는 행사 직원들이 만든 긴 인간띠 생겼고 관람객들은 이 줄을 비켜 지나갔다.

‘황제관람’을 한 VIP들은 이에 대해 “모르는 일”이라고 해명했다. 개별 업체가 이 같은 ‘과잉의전’을 했다는 것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민간기업이 하는 행사인데, 나는 잘 모른다”고 말했다. 국회의원은 이에 대한 해명을 물었지만 답을 하지 않았다.

서울모터쇼를 주최한 한국자동차협회는 이에 대해 “개별 업체가 진행한 일”이라며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정만기 자동차협회장은 “개막식이 늦게 끝나면서 일반인 관람객들과 일정이 겹쳤고 옳지 못했다”며 “여성 직원 도열은 각 전시업체가 한 것이라 내년부터는 이런 일이 없게 하겠다”고 말했다./구경우·김우보·양지윤 기자 bluesquar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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