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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설경구, “‘우상’은 이야깃거리가 남는 영화”

배우 설경구가 목숨 같은 아들이 죽고 진실을 쫓는 아버지로 돌아왔다. 매 작품 진솔하고 진지하게 임하는 설경구의 연기 에너지는 관객들의 몰입도를 높인다.

20일 개봉한 영화 ‘우상’은 아들의 사고로 정치 인생 최악의 위기를 맞게 된 남자, 구명회(한석규 역)와 목숨 같은 아들이 죽고 진실을 쫓는 아버지, 유중식(설경구 역) 그리고 사건 당일 비밀을 간직한 채 사라진 여자, 련화(천우희 역)까지 그들이 맹목적으로 지키고자 했던 명예와 핏줄, 생존에 대한 이야기를 그린 서스펜스 스릴러다.

배우 설경구/사진=CGV아트하우스




오직 아들만이 세상의 전부인 유중식(설경구)은 지체 장애 아들 부남을 위해서라면 못할 것이 없다. 자신의 모든 것인 아들이 갑자기 교통사고를 당해 싸늘한 시체로 돌아오자 절망에 빠진다. 사고 당일 아들의 행적을 이해할 수 없고, 함께 있다 자취를 감춘 며느리 최련화(천우희)를 찾기 위해 경찰에 도움을 청하지만 그의 말을 들어주는 사람은 없다. 아들의 죽음 너머에 드리운 비밀을 밝히기 위해 중식은 홀로 사고를 파헤치기 시작한다.

설경구는 ‘우상’은 이수진 감독, 한석규 선배가 합류한다고 해서 출연을 결심하게 됐음을 전했다. “ ‘우상’은 시나리오를 읽고 촘촘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처음에 시나리오를 받으면 느낌만 보려고 가볍게 읽는데 ‘우상’은 그렇게 읽어서는 모르겠더라. 다시 정독하며 읽어나간 작품이기도 하다”

연출과 함께하는 주연 배우에 대한 신뢰감이 큰 것과는 별개로, 설경구는 시나리오 속 유중식을 보면서 답답함이 컸다고 했다. 그는 “대체 이 사람은 왜 이런 행동을 할까. 그게 궁금해서 이 작품에 끌렸다”고 말했다.

아들을 지키고 싶어했고 동시에 핏줄에 대한 우상을 가지고 있는 인물 중식은 아들과 자신만의 견고한 성을 쌓은 채 극단으로 달려가게 된다.

“중식이 아들과 단 둘이 쌓은 성엔 아무도 못 들어와요. 아들의 죽음이란 큰 사고인데도, 이웃이 안 나오는 것도 그렇죠. 누나가 있긴 하지만 막말을 해요. 보통의 남자와는 다르죠. 그게 아들이 죽으면서 깨져버렸고 중식은 두려웠을 겁니다. 그러다 며느리가 임신했다는 걸 알고 다시 그 성을 쌓고 싶어하죠. 뭔가 하나 깨졌을 때 채워넣어야 하는 절박함이 있었을 거예요. 그래서 구명회에게, 련화에게 잔인한 조건에 시달리면서도 끌려다니는 거예요. 사실 산모도 아이가 부남이 아이인줄 아는데 중식이만 진짜 핏줄이 아니라는 걸 알아요. 내가 나만 속이면 되는 거니까요.”

죽은 아들이 연루된 사고의 비밀을 파헤치는 집요한 부성애와 억울하게 자식을 잃은 비통한 심정, 자신의 말에 귀 기울여주지 않는 세상을 향한 분노가 뒤섞인 다양한 모습의 유중식은 오직 설경구만이 해낼 수 있는 뜨거우면서도 차가운 역할이었다. 무엇보다 주인공이지만 리액션을 담당하는 역할이다.

“계속 반응을 해야 했어요. 중식은 사건에 대해 리액션을 해야 하고 또 련화를 찾은 다음부터는 요구를 들어줘야 했죠. 전사도 없고, 뜨겁게 시작했다 차갑게 끝나는 인물이었어요.”





배우 설경구/사진=CGV아트하우스


배우 설경구/사진=CGV아트하우스


“세 인물 중 한 인물은 폭주를 하고 있고, 한 인물은 자기가 버티려고 했던 목숨을 놨고, 중식은 자기 상태를 깨우치지 않았나.중식이는 가장 뜨겁게 시작해서 가장 차갑게 끝나는 인물이에요. 그나마 스스로 ‘몹쓸 병’에 걸렸다고 인정하는 인물이 중식입니다. 아픈지 모르고 살았던 중식이, 차가워진 상태에서 얻은 게 있어요. 영화가 끝나고 나니까 세상 사람 모두 병에 걸린 것 같더라고요. 육체적으로든 정신적으로든요. 다들 그걸 모르고 사는 것 같아요.”

설경구는 영화 속에서 노란 머리, 거칠게 그을린 피부, 절뚝거리는 걸음걸이 등 촬영장에 오기 전부터 이미 한껏 감정을 끌어올린 ‘중식’이 되어 ‘컷’을 외치는 순간까지도 깊은 감정을 이어갔다. 절뚝거리는 중식의 걸음걸이를 연기하기 위해 촬영 기간 내내 신발 속에 병뚜껑을, 그것도 절뚝거리는 정도에 따라 다른 종류로 넣어가며 촬영에 임한 그의 열정에 이수진 감독마저 혀를 내두를 정도였다.

집요한 감독과 집요한 배우가 만났다. 설경구는 이수진 감독을 놓고 “상당히 집요한 감독이다”고 평했다. 원하는 그림이 맞지 않을 때는 끝까지 밀어붙여 원하는 그림을 얻어내고야 마는 감독이기도 하다. 그런 집요함이 배우에게 시련을 안기기도 했지만 설경구는 “그 집요함이 또 신뢰가 같다”며 그간 느낌 감정을 털어놨다.

‘실미도’로 첫 천만 배우 반열에 오르고,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으로 지천명 아이돌이란 수식어를 얻으며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배우로 여전히 강한 존재감을 발휘하고 있는 설경구. 스스로 “현장에서 예민한 배우이다”고 밝힌 설경구는 “주변을 편하게 해주는 한석규 형과, 괴물 같은 인물을 웃는 얼굴로 아무렇지 않게 표현해낸 천우희가 있어서 현장에서 많은 걸 느꼈다”고 했다.

설경구가 전하는 ‘우상’ 관람팁은 ‘정답이 없다’는 것이다. 그는 “영화 ‘우상’은 어떻게 생각해도 맞다” 며 이렇게 대입하든, 저렇게 대입하든 다 맞으니 열린 마음으로 관람하셨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저는 구겨진 아이돌이지만 (하하) ‘우상’도 사랑받았으면 좋겠어요. 자기 생각대로 보는 게 맞기 때문에 해석을 강요할 수 없는 영화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 영화가 여지가 있는 영화가 아닌가 생각이 들어요. 각자의 시각에서 ‘그게 뭐였지?’하고 생각할 수 있는, 그런 이야깃거리가 남는 영화로 기억됐음 해요.”

/정다훈기자 sesta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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