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한반도24시] 비핵화, ‘진실의 순간’이 다가오고 있다

김홍균 전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

北 원하는 상응조치는 제재 해제뿐

한미간 비핵화 목표 같은지 재확인

북미 실패 대비한 플랜B도 협의를

김홍균 전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




하노이 북미정상회담이 뜻밖의 결렬로 막을 내린 후 앞으로의 상황을 예측하기 힘든 불확실성의 날들이 지속되고 있다. 북한은 반쯤 허물었던 동창리 미사일 시험발사장을 복구한 후 미국이 입장을 바꾸지 않으면 핵·미사일 실험 동결을 재고할 수 있다고 위협하고 있고 미국은 완전한 비핵화 이전에 제재 해제는 없다는 입장을 재확인하면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한 약속을 지키라고 맞받아치고 있다. 하노이 회담을 통해 분명하게 드러난 북미의 입장을 토대로 향후 전망과 함께 우리가 당면한 과제를 살펴보고자 한다.

이번 회담에서 미국은 ‘최종적이고 완전히 검증된 비핵화(FFVD)’가 목표임을 명확히 했다. 회담 전 우리는 트럼프 대통령이 국내 정치적 곤경을 벗어나기 위해 북한에 유리한 합의에 동의해주지 않을까 걱정했다. 그런데 북한이 회심의 카드로 들고나온 영변핵시설 검증·폐기를 거부하고 북한의 모든 대량살상무기(WMD)가 비핵화 대상이라고 못 박았다. 과거에 이미 두 번 팔았던 ‘말 한 필’을 다시 들고 나온 북한에 ‘전국에 있는 목장 모두’를 내놓아야 흥정이 가능하다고 한 셈이다.

북한은 비핵화 결단을 내리지 않았음이 확인됐다. 북한은 영변핵시설 폐기의 대가로 사실상 전면적인 제재 해제를 요구했다. 이 경우 최소한 한 곳 이상으로 추측되고 있는 영변 이외 지역의 농축우라늄생산시설, 이미 보유하고 있는 핵물질과 20~60기 정도로 추산되는 핵탄두, ICBM을 포함한 1,000기 이상의 장·중·단거리 미사일은 그대로 북한 손에 남게 되고 미국은 대북 제재 레버리지를 상실하게 된다. 리용호 북한 외무상은 회담 결렬 이후 기자회견에서 추가적인 비핵화 조치를 위해서는 “미국의 군사 분야 조치”가 필요하다고 얘기했다. 한미연합훈련 영구 폐지, 미국의 전략자산 한반도 전개 중단 및 핵우산 제공 철회, 주한미군 철수를 말하는 것이다. 우리와 미국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아도 북한은 핵무장국 지위를 계속 누릴 수 있다는 계산일 것이다.

북한이 원하는 미국의 상응 조치는 오로지 제재 해제밖에 없었다. 종전선언, 북미 연락사무소 설치도 제재 해제가 이뤄지지 않는 한 북한에는 부차적인 문제였다. 이것은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가 북한 정권에 실제적인 고통을 가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지난해 북한의 대중국 수출은 2억1,000만달러로 2017년(16억5,000만달러) 대비 88% 감소했다. 제재가 가동되는 한 북한 정권에 들어가는 외화 수입은 점점 더 줄어들 것이며 결국에는 더 이상 버티기 어려운 상태에 도달할 것이다. 대북 제재가 왜 유일한 대북 레버리지인지 잘 보여주는 대목이다.



하노이 회담을 통해 확인된 북미 간 비핵화 개념의 간극을 메꾸기는 당분간 쉽지 않아 보인다. 북한이 모든 WMD 폐기라는 비핵화 목표를 받아들이기도 어려울 것이고 이번에 제재 효과를 확인한 미국이 제재 완화에 쉽사리 동의해줄 것 같지도 않다. 공은 북한에 넘어가 있고 김 위원장이 결단을 내려야 한다. 그사이 한국과 미국이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있다.

첫째, 북한 비핵화 목표와 이행 로드맵에 대해 양국이 같은 선상에 있는지 재확인해 봐야 한다. 우리가 중재자, 촉진자가 아니라 당사자로서 미국과 긴밀하게 공조해야 한다. 둘째, 비핵화와 남북관계의 속도조절 문제이다. 비핵화는 한 발자국도 못 뗐는데 금강산 관광과 개성공단 재개를 위한 제재 유예를 요청하는 것은 맞지 않다. 셋째, 북미 간 외교적 노력이 실패로 돌아갈 경우에 대비한 플랜 B를 협의해야 한다. 추가적인 대북 제재, 미국의 핵확장억제 강화, 한미 연합방위력 증강 등이 가능한 방안이 될 것이다. 북한의 위협은 그대로인데 키리졸브·독수리연합훈련이 영구히 폐지된 것이 납득하기 어렵다.

북한은 영변핵시설 정도를 내주고 제재를 해제시킨 후 기존 핵능력은 보유한 채 시간을 끌면서 미국과 핵군축 협상을 하겠다는 속셈이다. 비핵화와 핵군축의 기로에 선 우리의 선택은 무엇인가. 북한 비핵화의 ‘진실의 순간(moment of truth)’이 점차 다가오고 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울경제 1q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