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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식논란'에 덴 회계법인 돌변...기업 "비적정 의견땐 사망선고"

[보신주의 회계감사에 떠는 기업들-예고된 회계대란]

'신외감법' 적용으로 책임 강화되자 엄격한 잣대

현금흐름·사업 그대론데 '한정' 등 잇따라 대혼란

상장유지 돼도 자금조달에 차질...기업활동 위축





“감사보고서 제출을 위해 회계법인과 협의하고 있지만 업의 특성을 무시한 보수적 기준을 들이대고 있어 답답하기만 합니다. 사업 내용이 달라진 것은 없는데 갑자기 회계상 회사가 안 좋아질 수 있어서 불안합니다. 보고서 제출이 늦어지면서 주주들의 문의도 빗발치고 있습니다.”(코스피 상장사 관계자)

“감사보고서 지연은 이제 놀랍지도 않고 유가증권시장에서 찾아보기 힘들었던 감사 한정 의견도 종종 나옵니다. 요즘 분위기에서 회계문제가 발생하는 기업은 사실상 사망선고를 받는 것이에요.”(상장사협의회 관계자)

22일 한국거래소 등에 따르면 이날까지 감사보고서 제출 시한을 넘긴 기업의 경우 올해 코스피 상장사는 13곳, 코스닥은 무려 40곳이 넘는다. 여기엔 한화와 웅진·차바이오텍 등 이름만 들어도 알 만한 큰 기업들까지 대거 포함됐다. 이미 감사 비적정 의견을 받은 곳도 코스피와 코스닥을 합해 의견 거절이 18곳, 감사범위제한 한정(한정)을 받은 곳은 아시아나항공을 포함해 4곳이다.

증권가에서는 금융당국이 지난해 사업보고서부터 새로 개정된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신외감법)을 적용하겠다고 공언해온 만큼 ‘감사 대란’이라고 부를 만한 이번 사태가 충분히 예견됐던 일이라는 반응이다.

투자자를 보호하고 회계원칙을 세운다는 취지로 도입된 신외감법에는 회계와 관련한 문제가 발생할 경우 이를 감사한 회계법인들의 책임을 강화하는 내용이 담겼다. 금융당국이 책임을 추궁하기 시작하자 회계법인들이 문제의 소지를 없애기 위해 보수적으로 회계를 진행하기 시작했고 기존 방식의 회계에 익숙한 피감기업과 의견 갈등을 빚으며 감사보고서 제출 기한을 넘기거나 비적정 의견을 줘버리는 경우가 잇따르는 것이다.

지나칠 정도로 깐깐한 감사에는 대우조선해양과 삼성바이오로직스 사태 등 잇따른 분식회계 사태로 강력한 제제를 얻어맞은 회계법인들의 학습효과도 영향을 줬다. 한 회계법인 회계사는 “최근 잇따른 대형 분식회계 사태와 관련된 대형 회계법인들이 특히 몸을 사리는 분위기”라며 “아시아나항공에 한정 의견을 준 삼일회계법인은 찾는 고객사도 많고 업계 1위라는 자부심도 강한 곳인 만큼 기업들이 자신이 원하는 정보를 제공하지 않거나 의견이 다를 경우 즉시 비적정 의견을 주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와 대우조선해양 사태로 징계를 받은 삼정KPMG와 안진 등 다른 대형 회계법인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상황이 이 지경에 이르자 신외감법이 도입 취지에도 불구하고 기업활동을 지나치게 위축시킬 것이라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실제로 아시아나항공의 경우 그간 적정 감사의견을 받다가 올해 처음 비적정(범위 한정) 의견을 받았지만 현금흐름과 사업형태가 지난해와 비교해 크게 바뀐 것이 없다.

아시아나항공이 삼일회계법인의 감사 비정적 의견에 대한 입장을 내고 “회사의 영업 능력이나 현금 흐름과 무관한 회계적 처리상의 차이”라고 강조한 것 역시 갑작스레 바뀐 회계기준과 보수적으로 급변한 회계법인의 태도에 대한 억울함을 나타낸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금융당국은 신외감법 도입에 따라 감사 비적정 의견이 쏟아질 것으로 예상하고 선제적으로 상장폐지 규정을 완화해 올해부터는 감사 비적정 의견이 나와도 1년 내 재감사를 받거나 다음 해 감사보고서를 통해 적정 의견을 받으면 상장이 유지되도록 규정을 바꿨다.

하지만 감사 비적정 의견을 받을 경우 상장이 유지되더라도 기업 신뢰도에 치명적인 타격이 불가피하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아시아나항공이 감사 비적정 의견을 받은 사실은 두고두고 입에 오르내릴 것”이라며 “자산유동화증권(ABS) 등 채권 발행 시 조달금리가 높아질 뿐 아니라 그간 발행한 채권에 대한 조기 상환 요구도 들어올 수 있어 기업 활동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코스닥에 상장한 중소기업의 감사 비정적 의견이 나오는 동안에도 크게 동요하지 않았던 시장도 아시아나항공까지 감사 비적정 의견의 대상이 되자 이전과는 사뭇 다른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한 코스닥 상장사의 IR 담당 본부장은 “지난해까지는 감사 비적정 의견을 주기 전에 어떤 문제로 비적정 의견을 낼 수 있다는 식으로 협의하는 게 일반적이었는데 올해는 작은 기업은 전화 한 통 없이 비적정 의견을 때려버린 회계법인들이 대부분”이라며 “코스피 시가총액이 9,000억원에 달하는 아시아나항공마저 감사 한정 의견을 받는 상황에서 코스닥 상장사 대부분이 다음에는 누가 ‘감사 갑질’의 희생양이 될지 몰라 벌벌 떨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양사록기자 saro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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