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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정책 이대로 좋은가]제주도민 100명중 2명이 불체자인데..."이들 없으면 농장도 멈출 판"

<6> 불법체류자 의존도 커지는 제주도

무사증 이후 불체자 급증...인구 대비 전국 0.7%의 3배 달해

브로커 구속 등 부정적 인식 확산에도 어쩔수없이 단기고용

동문시장은 외국인 일색..."제주가 아예 둘로 나뉜 듯한 느낌"









3년 전 네팔에서 제주도로 온 산디프(26)씨는 농장주인 최선철(50)씨를 “아버지”라고 부른다. 이 둘은 제주시 표선면 가시리에 위치한 알로에농장 ‘자연드림’에서 2년째 함께 일하고 있다. 산디프씨의 친아버지가 최씨와 동갑이라 그렇게 부르기 시작했다지만 그보다는 둘 사이에 신뢰와 친분이 쌓였음을 보여준다. 최씨는 산디프씨를 비롯해 수러저(31)씨까지 2명의 네팔인을 합법고용해 일을 시키고 있다. 이 둘은 매달 꼬박꼬박 최저임금 수준의 월급과 숙식을 제공받는다. 수러저씨는 “최근 고향에 있는 아내가 출산을 앞둬 유급으로 휴가도 다녀왔다”고 말했다. 최씨는 “문화 차이로 아직도 어려운 점이 많지만 둘을 통해 많은 것을 배웠고 가족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지난 14일 방문한 제주드림 농장은 제주도에서 외국인 노동자를 합법고용하고 잘 어울리기까지 하는 드문 경우였다. 산디프씨도 한국에서의 첫 직장은 상황이 좋지 못했다. 이전에 제주의 한 파프리카농장에서 일한 그는 6개월치 월급을 받지 못해 고용노동부에 미지급 급여 제소를 통해 어렵게 돈을 받아내야 했다. 산디프씨는 “태국인·인도인·중국인 등이 주로 있었다”며 “이들도 임금체불을 겪었지만 (불법체류자 신분이라) 고용부에 신고하지 못하고 결국 농장을 도망쳐 나갔다”고 말했다.

제주도 내 불법체류자는 꾸준히 늘고 있다. 법무부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제주도 거주 불법체류자는 1만3,766명이다. 전체 도민이 66만명이니 100명 중 2명꼴이다. 이는 2,000여명이었던 2014년과 비교하면 5년 만에 6배나 급증한 것이다. 국내 불법체류자는 약 35만명으로 전체 인구 대비 0.7%인데 제주도는 이보다 3배나 높은 셈이다. 이런 가운데 불법체류자를 알선하는 브로커들이 수시로 경찰에 붙잡히면서 불법체류자에 대한 제주도민들의 인식이 악화하고 있다. 하지만 불법체류자가 늘어난 만큼 중소기업들은 이들 없인 운영이 사실상 어려운 지경이 돼버렸다. 불법체류자 이슈를 두고 제주도는 난관에 부딪힌 것이다.



이처럼 몇 년 새 불법체류자들이 크게 늘어난 원인으로는 제주도의 ‘무사증 제도’가 지목된다. 무사증 제도란 외국인이 한 달 동안 비자 없이 국내에 체류할 수 있도록 하는 것으로 관광객 활성화를 위해 도입됐다. 하지만 지난해 4월 예멘에서 난민 500여명이 제주도에 무사증 제도를 통해 들어와 난민신청을 하면서 기존 취지와 달리 난민뿐 아니라 불법체류자들도 이 제도를 악용한다는 지적이 나오기 시작했다. 이 때문에 지난해부터 제주출입국외국인청이 강제퇴거명령을 내린 외국인도 크게 늘었다. 지난해 강제로 퇴거한 외국인은 2,079명으로 2017년(1,410명)과 비교해 50% 가까이 늘었다. 지난해 불법체류자로 단속된 2,112명 중 대부분이 떠난 것이다.

하지만 제주도는 어느덧 불법체류자가 없이는 중국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보복’ 이후 침체된 경기마저 살려내기 힘들 정도라는 얘기가 나온다. 제주시 소재 중소기업인 C종합건설의 직원 홍모씨는 “건설현장에 보통 60여명의 인부가 있는데 그중 30명이 불법체류자로 보이는 중국인”이라며 “다른 30명은 50~60대 한국인 남성인데 중국인 없이는 건물 세우는 일 자체가 불가능한 것”이라고 털어놓았다. 실제로 제주시 노형동의 한 대형 빌딩 건설현장 바로 옆에는 불법체류자들이 일부 모인 것으로 알려진 인부들의 기숙사가 자리 잡았다. 30명은 족히 들어갈 수 있는 크기의 기숙사 앞에서 만난 한 외국인은 “이곳에 사느냐”는 기자의 질문을 회피하고 곧바로 자리를 떴다.

불법체류자를 고용하는 고용주도 “어쩔 수 없이 일을 시킨다”는 입장이다. 제주시 화북공단에 위치한 D공업의 대표이사는 “주로 합법 체류하는 외국인을 고용하려 하지만 (일이 급할 땐) 불법체류자들도 고용할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이같이 중소기업들이 불법체류자 고용을 늘리게 된 것은 2010년대 중반 중국인 투자가 들어와 건설경기 붐이 일어났다 가라앉은 후부터라는 해석이 나온다. 사드 보복 이후 관광객이 끊긴 것은 물론 부동산 투자도 줄어 기업들이 기존의 매출과 수익을 유지하기 위해 인건비를 줄였다는 것이다. C사 직원인 홍모씨는 “한국인은 일당 15만~20만원을 줘야 한다면 불법체류자 등 외국인 노동자는 10만원 아래로 주고 일을 시킨다”며 “절반만 주고 같은 일을 시키는데 당연히 고용주 입장에서는 불법체류자를 쓸 이유가 충분하다”고 덧붙였다. 실제 법무부에 따르면 지난해 제주도출입국외국인청이 적발한 불법취업자 외국인 1,202명 중 524명이 건설현장에서 일을 했다. 건설경기 붐이 가라앉기 시작한 2016년에는 437명이 적발돼 전년(143명) 대비 3배 정도 올랐다.

일부 제주도민들 사이에서는 늘어나는 불법체류자들에 대한 인식이 나빠지고 있다. 특히 중국인 불법체류자에게 일자리를 알선하는 브로커들이 수시로 경찰에 붙잡히면서 불법체류자들에게도 낙인효과가 일어난다는 것이다. 실제로 14일 하루 일을 끝내고 중국인들이 모여 술자리를 주로 갖는 제주시 동문시장에는 아예 한국인을 찾을 수 없을 정도였다. 홍모씨는 “일반 제주도민은 중국인 등 외국인과 아예 소통이 없고 무서워서 피하게 된다”며 “제주도는 한국인과 외국인이 둘로 나뉜 세상”이라고 씁쓸해했다. /제주=손구민기자 kmsoh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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