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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정권 부실대처에 현 정부 '신재생 과속'이 포항지진 불렀다

연구단 "자연 지진 아닌 촉발 지진"

태양광 산사태 등 사고 재발 우려

5조~9조대 손배소 후폭풍 예고

20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대한지질학회 주최로 열린 ‘포항지진과 지열발전의 연관성에 관한 정부조사연구단 결과발표 기자회견’에서 공동조사단장인 세민 게(Shemin Ge) 미국 콜로라도 교수가 발표하고 있다. 옆은 마정화 대한민국 독도사랑·포항지진 시민연대 회장./성형주기자




지난 2017년 11월 경북 포항시를 초토화한 규모 5.4 지진의 원인이 정부 과제로 추진된 지열발전 실험에 있다는 최종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번 결과로 정부 책임론이 불거지면서 정부를 상대로 최소 수천억원대에서 최대 5조~9조원대에 이르는 집단소송이 잇따를 것으로 보인다. 포항 지열발전소가 이명박 정부 때인 2010년 말 결정돼 2011년 4월 5개 후보지 중 최종 선정됐지만, 현 정부 들어 탈원전을 무리하게 추진하는 과정에서 신재생에너지 ‘정책 과속’이 화를 자초했다는 지적도 일부에서 나온다.

태양광 사업으로 여기저기서 산사태가 초래된 데 이어 지열발전이 포항지진으로 연결됐다는 결과가 나오면서 정부의 신재생에너지 정책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는 2017년 기준 7.6%에 불과한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오는 2030년까지 20%로 높이고 2040년까지 25~40% 수준으로 끌어올릴 방침이다. 포항지진 정부조사연구단은 20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열발전을 위해 굴착한 지열정에 주입한 고압의 물에 의해 포항지진이 촉발됐다”고 밝혔다. 2016년 9월 경북 경주지진에 이은 역대 두 번째 규모의 포항지진의 원인을 두고 그동안 인근 지열발전소에 의한 ‘유발지진’이라는 의견과 자연 발생이라는 ‘자연지진’ 의견이 대립했다. 정부의 공식 연구단은 지난 1년간의 연구를 통해 포항지진과 지열발전의 연관성에 무게를 두며 사실상 ‘인재’로 결론을 내렸다.

조사단 발표 직후 주무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는 “정부는 조사연구단의 결과를 겸허하게 받아들인다”며 “지열발전소 완전폐쇄와 이 사업에 대한 감사원 감사와 정부 조사, 피해 지역의 신속한 복구 등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정부 책임론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산업부가 한국에서 지열발전의 타당성을 확인하기 위해 2010년 ‘지열발전 상용화 기술개발’이라는 이름으로 해당 지열발전소 연구개발 사업을 진행했기 때문이다. 2017년 4월15일 규모 3.1의 전진(前震)이 있었는데도 이후 지열발전소에 물을 주입하는 압력을 지속해왔다는 점도 정부 책임을 키우는 요인이다.

포항 지열발전소는 2012년 정부가 신재생에너지 확대 정책의 일환으로 추진한 프로젝트다. 과거 이명박 정권에서 시작했지만 신재생에너지 육성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현 정부로서도 이번 결과가 향후 에너지 정책 추진에 차질을 가져올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에너지 정책 어떻게

풍력 등도 예측못할 문제 올 수도

포항지진이 지열발전에 따른 영향이 큰 것으로 밝혀지면서 정부가 추진하는 탈원전과 신재생에너지 비중확대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정부의 신재생에너지 정책이 ‘조급증’에 빠져 과속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된다.

우리나라가 진행하는 신재생에너지 사업은 태양광과 풍력이 대부분으로 지열발전이 차지하는 부문은 미미하지만 지열발전의 문제점이 드러난 만큼 다른 신재생에너지 분야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분석이 일고 있다. 태양광의 경우 산사태가 초래되면서 우려를 낳은 것이 대표적인 케이스다.



20일 포항지진 정부조사연구단이 “포항지진은 지열발전소의 자극에 의해 촉발됐다”는 결론을 발표하자 정부는 2010년부터 본격적으로 연구개발했던 지열발전 사업을 사실상 접기로 했다. ‘친환경’이라며 정부가 열을 올리며 추진했던 신재생에너지가 전혀 예상치 못한 사고의 핵심 원인으로 지목되면서 몰락한 것이다. 전문가들은 “태양광과 풍력 등 다른 신재생에너지 등도 현재로서는 예측할 수 없는 문제가 촉발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정승일 산업통상자원부 차관은 이날 연구단 발표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포항 지열발전소는 당장 폐쇄하고 향후 지열발전 사업에 대해서는 신중히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포항 지열발전소의 폐쇄로 이미 투입한 사업비 391억원은 물론 용지 복원비용을 포함한 매몰비용 수백억원을 날리게 됐다.

지금은 애물단지가 된 포항 지열발전소의 시작은 화려했다. 정부는 2012년 기공식을 하면서 ‘신재생에너지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며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포항 지열발전소는 지하 4㎞ 이상 깊이에 뚫은 구멍에 물을 넣고 땅의 열로 데운 뒤 이때 발생한 증기로 터빈을 돌리는 원리로 작동된다. 보통 화산지대에만 건설되는데 비화산지대인 한국에 특별한 기술인 인공저류층생성기술(EGS)을 활용해 도입된다는 점에서 정부 에너지 정책의 자랑거리였다. 하지만 역대 두 번째 규모의 강진으로 기록된 포항지진의 원인으로 지목되면서 정부는 막대한 손해배상 책임을 떠안아야 할 상황에 처했다.

포항 지열발전소 사업이 과거 정권에서 추진됐지만 신재생에너지 확대에 열을 올리고 있는 현 정부로서도 에너지 정책을 추진하는 데 부담이 커졌다는 진단이 나온다. 이덕환 서강대 화학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지열발전소는 정부가 친환경 에너지라고 요란을 떨었던 사업”이라며 “이번 정부조사연구단의 결과로 신재생에너지의 환상이 모두 깨진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이어 “태양광과 풍력도 대규모로 확대됐을 때 우리가 예상하지 못하는 문제를 가져올 수 있고 이미 드러나고 있는 문제도 많다”고 덧붙였다./강광우기자 고광본선임기자 press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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