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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성장, 지식재산이 답이다] 글로벌 경제패권 IP에 달렸는데…韓은 걸음마

AI 특허 등록건수 1·2위는 美 IBM·MS…삼성 4위

中대학·연구기관 'AI 특허' 상위 20곳중 17곳 휩쓸어

韓은 지식재산 보유건수 적고 보호·관리마저 미흡

"특허청 정책수립 등 권한 없어 IP관리 한계" 지적도







# “중국이 진지하게 양보할 의사가 있는가. 아니면 립서비스에 불과한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주 마이크 펜스 부통령,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무역대표부(USTR) 대표 등이 참석한 회의에서 했다고 알려진 말이다. 미중은 당초 이달 말 무역협상을 마무리하는 정상회담을 여는 것을 추진했다. 그러나 양측이 이견을 좁히지 못해 정상회담 시기가 지연될 가능성이 커졌다고 뉴욕타임스(NYT)가 지난 17일 보도했다. 양국은 겉으로는 관세 철회나 이행 절차에 대해 얘기하지만 미중 무역분쟁의 본질은 지식재산(IP) 전쟁이다. 미국은 중국이 미래 기술 패권을 차지하기 위해 지식재산권을 도둑질한다고 보고 있다. ‘중국제조 2025’ 전략은 첨단 산업 육성뿐만 아니라 기술 자급자족을 목표로 한다. 미국이 말하는 ‘진지한 양보’란 지적재산 침해를 그만두겠다는 중국의 약속을 의미한다.

# 인공지능(AI) 분야 특허는 미국의 신흥 기업들이 가장 앞서 가고 있는 것 같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이달 초 세계지적재산권기구(WIPO)가 펴낸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IBM이 8,920건을 등록해 1위다. 세계 정보기술(IT) 기업 중 가장 오래된 회사 중 하나인 IBM이 미래를 위해 AI 분야에서 촘촘히 특허를 박아놓고 미래를 대비하고 있다는 의미다. 2위는 마이크로소프트(5,930건), 3위 도시바(5,223건), 삼성(5,102건) 모두 전통의 IT 강자들. 앞으로 AI 활용이 본격화했을 때는 이미 늦다. 이들 전통의 강자가 확보해둔 특허를 피해 AI 사업을 일으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들 글로벌 대기업을 위협하는 상대는 중국의 대학과 연구기관들이다. AI 특허 건수 상위 20개 대학·연구기관 중 17곳이 중국에 있다. 나머지 3곳만이 한국 연구기관이다. 프랜시스 거리 WIPO 사무총장은 “미국과 중국이 뚜렷하게 AI 특허를 주도하고 있다”며 “특허 신청, 논문 건수 등에서 치고 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4차 산업혁명 시대가 성큼 다가오면서 각국이 IP 분야에서 전쟁 수준의 경쟁을 벌이고 있다. 미래 기술 관련 분야에서 미리 특허를 확보하고 관리한 국가가 미래의 경제 패권을 차지할 게 분명하기 때문이다. 미래 경제가 현실이 됐을 때는 이미 늦다. 다른 나라가 촘촘히 심어둔 특허를 피해 신산업 분야에서 치고 나가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은 특허에 대한 인식 수준 자체가 낮아 국가 단위의 개선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보이지 않는 전쟁=4차 산업혁명 시기 기술 트렌드가 급격히 변화하는 가운데 벌어지는 각국의 특허 경쟁을 ‘보이지 않는 전쟁’이라고 부른다. 기술 선진국들은 미래 기술 하나하나에 법적인 보호장치를 만들고자 하고 후발국은 어떻게든 기득권자의 배타적 권리를 회피해 유사 기술을 확보하려고 하는데 이 양상이 마치 전쟁과도 같다는 얘기다.



특허 전문가들은 미중 무역분쟁의 본질 또한 지식재산에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미국은 중국 정부가 첨단 과학기술 분야에서 기술패권을 획득하기 위해 기술이전을 강요하고 차별적 라이선스 규제를 적용하는 한편 지식재산권 보호를 일부러 소홀히 한다고 보고 대규모 대중 관세조치를 취했다는 것이다. 특히 ‘중국제조 2025 전략(Made in China 2025 Strategy)’은 미국의 직접적인 견제 대상이다. 첨단산업 핵심기술 및 부품·소재를 오는 2020년까지 40%, 2025년까지 70% 자급하겠다는 내용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기술 자급자족과 함께 관련 지식재산권 확보를 목표로 하고 있어 지식재산 선진국인 미국으로서는 그냥 두고 볼 수 없다. 단순 조립산업 등은 후발국에 넘겨주더라도 지식재산 분야에서만은 독보적인 부가가치를 창출해 가겠다는 미국의 입장에서는 ‘도전’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전략이다.

◇韓, 핵심특허 적고 관리도 미비=미국과 중국뿐만이 아니다. 현재 세계 주요국은 4차 산업혁명 시대 기술 주도권을 쥐기 위해 지식재산 정책을 국가핵심 전략의 하나로 삼고 있다. 성장의 한계를 극복하고 지속성장을 실현하는 열쇠가 지식재산에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일본은 2017년 ‘미래투자전략’을 수립하고 혁신기술개발을 위한 지식재산 관리·표준화 전략 등을 추진 중이고 독일은 그 유명한 ‘인더스트리 4.0’의 하부 전략의 하나로 IP 세계 표준화에 역량을 쏟고 있다.

그러나 한국은 4차 산업혁명 관련 특허 보유 건수가 적을뿐더러 특허 보호와 관리, 국제 표준화 시도 등의 측면에서 미흡한 게 현실이다.세계지적재산권기구(WIPO)에 따르면 2018년 국제특허출원(PCT) 건수 상위 50개 기업 중 한국은 삼성전자·LG전자·LG화학 3개뿐이다. 중국은 1위 화웨이를 비롯한 8개사, 일본은 2위 미쓰비시 일렉트릭 등 16개사, 미국은 3위 인텔과 4위 퀄컴 등 12개사, 독일은 보쉬 등 5개사로 한국보다 많다. IP 관리 면에서는 더욱 뒤진다. 미국과 유럽의 특허청이 과 단위로 수석 이코노미스트를 두고 특허 관련 빅데이터를 활용해 신산업 분야 전망을 분석하는 것과는 달리 한국은 특허청이 제공한 빅데이터 정보를 각 부처가 전혀 활용하지 않거나 단순 현황 자료로 활용하는 데 그친다는 지적이다.

◇혁신성장 위해 IP 인식 개선해야=특허청 관계자는 “AI·IoT·클라우드·빅데이터·모바일 등 4차 산업혁명 핵심기술이 융·복합화하면서 미래 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면서 “혁신성장 동력 발굴을 위해서는 미래기술 관련 지식재산을 보다 중요하게 인식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현재 산업통상자원부의 외청인 특허청은 종합적 정책수립, 입법발의, 부처 간 행정조정 권한이 없어 국가 지식재산 전략 수립과 관리에 한계가 있다고 지적한다. 김흥회 동국대 교수는 최근 국회 토론회에서 “총리실 산하 지식재산처를 설치하고 청와대에 지식재산비서관을 신설하는 등 특허 거버넌스를 개편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맹준호기자 next@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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