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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경이 만난 사람] 정문호 소방청장 "국민 생명달렸는데…'소방관 국가직화' 이달 국회가 마지노선"

지자체 재정·환경따라 소방서비스 편차 커…대형사고 적절한 대응 미흡

화재·구조·구급 등 영역 확대되는데 법령상 소방업무 1970년대 머물러

'국가직 전환' 하위법령까지 개정 필요…소방병원·연구소 등도 만들어야

대담=성행경 사회부 차장 saint@sedaily.com





“소방관 국가직화 법안 처리는 이번 3월 임시국회가 마지노선입니다. 이달까지 처리가 안 되면 내년으로 시기를 더 늦춰야 하는 위기가 올 수 있습니다.”

지난 8일 정문호 소방청장은 세종시 소방청장실에서 취임 이후 첫 인터뷰를 서울경제신문과 하며 ‘소방관 국가직화 법안 3월 국회 처리’를 무엇보다 강조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 시절 소방관 국가직화를 공약으로 정했고 취임 후에도 여러 차례 언급했지만 관련 법은 지난해 11월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법안소위 문턱을 넘지 못했다. 계획대로 7월1일부터 소방관 국가직화를 시작하려면 대통령 시행령, 지방자치단체 조례 및 규칙 등의 하위법령 개정까지 필요하므로 상위법인 법률이 반드시 3월 임시국회에서 통과돼야 한다고 정 청장은 주장했다.

지난해 국회에서 소방관 국가직화의 발목을 잡았던 정책은 다름 아닌 자치경찰제였다. 지방분권이 강조돼 중앙정부의 권한이 지자체로 이양되는 상황에서 소방직은 국가 사무로 가는 게 맞느냐는 지적이었다.

정 청장은 경찰의 경우 모든 권한이 중앙정부에 묶여 있어 교통단속 등 일부 업무를 지방에 분할하는 것이 자치경찰제의 취지라면 소방관 국가직화도 99% 지자체에 묶여 있는 권한을 중앙정부에 분할하자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정 청장은 “소방청의 연구 결과 소방사무 중 40%는 국가적 성격을 띤다”며 “현대 재난은 그 피해가 일정 지역에 국한되지 않고 광범위하게 영향을 주는데 (저유소 화재 등) 큰 화재가 발생하면 전국 소방관서에서 차가 와 진압하는 경우도 많고, 강원도에서 산불이 나도 마찬가지”라고 설명했다. 정 청장은 “지역의 인구수나 면적만 가지고 소방 시스템을 구축하려 하면 대형사고나 특수사고에서의 적절한 대응이 어렵다는 특성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정 청장은 “소방관 국가직화로 국민 생명 보호에 부족한 부분을 최소화할 수 있다”고도 설명했다. 현재는 소방예산의 99%를 지자체에서 부담해 각 시도별로 화재·구조·구급 서비스에 차이가 발생하며 이는 곧 ‘골든타임’에 악영향을 미치게 된다. 정 청장은 “시도의 재정 상태와 환경적 여건에 따라 국민에게 제공되는 소방 서비스가 지역 간에 편차가 있기에 이를 해소하고자 하는 것”이라며 “구급차를 요청했을 때 골든타임 내 도착 가능 여부, 응급처치의 전문성 수준 등에 관한 시도 간 격차를 줄이는 것이 목표 중 하나”라고 주장했다.

시대에 뒤떨어진 법령상 소방의 지위를 격상하는 의미도 소방관 국가직화에 담겨 있다. 정 청장은 “지방자치법에 규정된 소방업무는 1970년대 수준으로, 그 당시의 소방은 불만 끄면 그만이었으니 자치사무로 분류해도 별문제가 없었지만 지금은 화재 외에도 구조·구급업무로 확대됐고 생활안전업무에 산불 지원까지 여러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며 “소방도 자치경찰제처럼 국가사무·지방사무·공동사무의 영역을 만들어 그만큼의 재원을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부담하는 체제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소방청이 설계한 국가직화 방안은 인사 등의 권한을 지방자치단체장에게 남겨두고 재원도 신규 소방공무원에 한해 중앙정부가 부담하는 절충안을 취하고 있다. 국회에 계류된 법안이 통과되면 소방안전교부세율이 현행 담배 개별소비세의 20%에서 올해 35%, 내년 45%로 단계적으로 확대되며 오는 2020년까지 총 8,000억원(올해 3,000억원, 이듬해 5,000억원)이 확보돼 소방공무원 충원이 차질 없이 추진될 것으로 소방청은 보고 있다. 일각에서는 “지자체에 상당 부분의 권한을 남기는 것이 소방관 국가직화냐”라는 비판도 일지만 정 청장은 “소방과 관련된 토지 등의 재산이 다 지자체에 묶여 있는 등 현실적인 문제를 감안한 절충안”이라며 “신분은 국가직이지만 소속은 지자체에 두는 교육공무원 모델을 참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소방관 국가직화’라는 총론이 해결되면 ‘소방 전문성 강화’라는 각론에 집중할 수 있다고 정 청장은 기대했다. 특히 국립소방연구원 설립은 소방청의 역점사업 중 하나다. 정 청장은 “중국은 소방연구소 네 곳에 840명이 일하고 일본은 총무성 산하의 소방연구센터에 55명, 도쿄소방청 산하 소방안전기술안전소에 55명 등 연구소가 두 곳이나 있는데 우리나라는 소방학교 산하의 과 단위로 22명이 일하는 ‘소방연구실’만 운영하고 있다”며 “화재조사 원인을 밝히고 소방장비 연구를 해야 하는데 소방연구원이 없다”고 말했다.



현재 우리나라 소방연구실은 기초적인 실험과 외국 문헌 연구 및 검토 정도의 역할만 수행하고 있다. 소방연구원에 소방관을 배치하는 문제에 대해 관계부처 간 갑론을박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 청장은 “소방관들의 실질적인 경험과 순수과학적 연구를 합쳐야 한다”며 “연구직은 소방 경험이 부족하고 소방직은 연구를 보완해야 하니 같이 가는 게 맞지 않느냐”고 주장했다.

전기·건축 기술이 나날이 발전해 재난 예방 및 대응에도 전문성이 강화돼야 한다는 지적에 대해 정 청장은 “소방특별조사 전문성 확보를 위해 전기·건축·가스 분야 소방공무원 채용도 확대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제천·밀양 화재 후 지난해 7월부터 시행된 화재안전특별조사 결과 조사대상 17만3,296개 동 중 10만6,000곳에서 화재안전 부실 요인이 발견됐는데, 분야별로는 전기와 건축 분야의 중대위반 사항이 각각 51%, 43.9%로 소방 분야(3.4%)에 비해 월등히 높았다. 건물의 절반 정도에서 전기 및 건축 분야의 개선 필요 사항이 지적된 셈이다. 정 청장은 “예방점검 실무교육과정에서 전기·건축·가스 분야 교육내용도 더욱 보완해 운영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 등 소방관에게 취약한 질환 등이 발견되고 있지만 경찰과 달리 ‘소방병원’이 없어 이를 건립하는 사안도 정 청장의 목표 정책 중 하나다. 지난해 전국 소방관을 대상으로 실시한 정신건강 설문 전수조사 결과에 따르면 PTSD 외에도 우울증, 상시교대근무에 따른 수면장애를 호소하는 직원들이 다수 있었지만 현재는 지자체별로 지정병원을 운영하고 있는 한계가 있다. 소방청은 총 1,407억원을 들여 19개 진료 과목과 300병상을 갖춘 ‘복합치유센터’를 충청북도 음성에 건설할 계획이다. 정 청장은 “올해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과하면 2023년부터 본격 운영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며 “퇴직 후 건강을 관리할 수 있는 건강연구소도 만들면 신체·정신 건강에 종합적인 메카로 자리 잡을 것”이라고 말했다.

소방관 국가직화와 전문성 강화라는 크고 작은 문제를 해결하면 ‘측은한 소방관’이 ‘강인한 소방관’으로 재탄생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정 청장은 기대했다. 정 청장은 “소방관들이 길바닥에서 검댕을 묻히고 컵라면을 먹는 모습을 자식들이 보면 ‘아빠, 이렇게 일해?’라는 질문도 받는다”며 “이제는 소방관들이 강인한 전문가의 이미지로 보이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정 청장은 “자부심과 긍지를 갖고 일할 수 있는 소방공무원이 되도록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소방청은 개청 1년7개월밖에 되지 않은 ‘걸음마’ 수준의 외청이다. 하지만 이전의 국민안전처·소방방재청과 달리 소방공무원 출신의 청장이 소방조직을 이끌게 돼 전문성은 오히려 강화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정 청장도 1990년 소방에 몸담아 29년간 외길만 걸어온 사람이다. 정 청장은 “소방청이 개청한 후 제천·밀양 화재 등 큰 사고가 많이 터졌다”며 “소방공무원으로서 소방청 개청은 꿈이었고, 개청 이후에는 소방공무원으로서 ‘뭔가 보여주고 싶다’는 생각을 했는데 거꾸로 큰 사고가 나다 보니 죄송스러운 마음”이라고 말했다. 정 청장은 “큰 사고가 이어져 소방청의 기반을 다져야 하는 시기를 많이 놓친 면이 있다는 생각이 든다”며 “올해 겨울은 KT 통신구 화재나 종로 고시원 화재 이후에는 큰 사고가 없어 다행”이라고 취임 후 3개월의 소회를 밝혔다. 정 청장은 “탄탄한 반석 위에 제도와 조직을 만들어 국민들이 체감할 수 있도록 해야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정리=변재현기자 humbleness@sedaily.com 사진=오승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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