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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STORY]차태진 AIA생명 대표 "성과 DNA 뿌리내려...1인당 생산성 국내 보험사중 최고죠"

'영업 퍼스트' 기조 앞세워 조직 개편

직원과 밤낮 가리지않고 만나며 소통

취임 1년만에 순이익 1.8배 뛰어올라

한국지점 꼬리표 떼고 법인으로 승격

AI 콜센터·로보텔러 해피콜 서비스 등

디지털 컴퍼니로 전환 작업도 가속

지난 2016년 초 AIA생명은 위기에 빠져 있었다. 1987년 한국에 진출한 후 처음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모기업인 AIG그룹이 구제금융을 신청하면서 한국 시장 철수 논란이 지속되자 내부 동요가 극심해져서다. AIA생명은 파격 인사를 단행한다. 외국인 사장을 임명하던 관례를 깨고 구원투수로 차태진 AIA생명 영업총괄 부사장을 신임 대표로 임명한 것이다. 차 대표는 국내 최초의 설계사 출신 최고경영자(CEO)라는 타이틀과 함께 무너진 영업망을 세우기 위해 ‘영업 퍼스트(first)’를 전면에 내걸었다. 차 대표는 4일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CEO로 부임한 첫해가 20여년의 사회생활 동안 가장 힘들었던 시기”라고 말했다. 실제 차 대표가 맡을 당시의 AIA생명은 부서 간 협조가 안 되는 것은 물론 직원들의 패배주의와 아마추어적인 일 처리 등 상황이 생각보다 심각했다.

차 대표는 충격요법을 썼다. 직원들에게 회사 경영정보를 그대로 보여준 것이다. 밤낮은 물론 주말에도 직원들을 만나 소통했다. 영어로 표기했던 부서 이름도 모두 한글로 바꿨다.

남들보다 더 열심히 하는 직원에게는 보상을 더 주는 철저한 성과주의도 도입했다. 차 대표는 “당시 상황에서 성과를 더 낼 수 있는 방법은 성과주의 도입이었다. 이를 통해 조직은 물론 직원 개인에게도 이익이 될 수 있게 해야 한다는 절박함이 있었다”고 말했다.

차 대표는 비대한 조직을 슬림화하기 위해 그해 말 희망퇴직을 실시했다. 하지만 차 대표의 희망퇴직은 시작부터 달랐다. 대상자를 회사 측에서 미리 정해놓고 접수받는 게 당시 관행이었다면 차 대표는 ‘희망퇴직 신청 불가 기준’을 정해 공개했다. 예를 들어 최근 3년간 2회 이상 우수 등급을 받았거나 당해 연도에 승진한 사람은 신청 자체를 할 수 없도록 하는 식이다. ‘자발적인 의사를 토대로 한다’는 핵심원칙도 고수했다. 대신 근속연수에 비례한 특별퇴직금, 자녀의 수와 나이에 따라 학비를 추가 책정하는 등 직원들의 예상을 뛰어넘는 희망퇴직금을 약속했다. 1년간의 혹독한 시련을 거치면서 AIA생명은 생산성이 업계 최고 수준으로 올라서는 등 반전의 계기를 만들게 됐다. 실제 2017년 AIA생명은 2,876억원의 당기순이익을 올려 주위를 깜짝 놀라게 했다. 총자산은 중위권이었지만 당기순이익만 놓고 보면 톱5에 근접한 것이다. 차 대표가 부임하기 직전인 2015년(1,614억원)과 비교해도 1.8배가 넘는 성장을 기록했다. 내실도 탄탄해졌다. 대표적인 재무건전성 지표인 지급여력(RBC)비율은 2018년 말 현재 284%로 삼성생명과 맞먹을 정도다. 차 대표는 “AIA생명은 국내 보험사 중 1인당 생산성이 가장 좋은 회사로 평가받고 있다”며 “지난해 일회성 이슈로 당기순이익이 줄었지만 연환산초회보험료 기준으로 성장세는 잘 이어가고 있다”고 자신했다.

14일 차태진 AIA생명 대표./이호재기자.




취임 2년 동안 위기 극복에 주력했던 차 대표는 지난해부터 디지털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해 3월 인공지능 콜센터 ‘AIA ON’를 도입했고 로보텔러의 ‘해피콜’ 서비스도 고객들로부터 호응을 얻고 있다. 해피콜 서비스는 판매된 보험계약에 대해 보험사가 고객에게 다시 한 번 전화를 걸어 불완전판매 여부를 확인해주는 게 특징이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실시간 보험료 납입 이체가 가능한 시스템도 국내 처음으로 도입했다.

차 대표는 “올해 내로 지급이 확정된 보험금은 자동으로 송금하고 정해진 날짜에 보험료를 청구하는 업무를 로봇이 수행하는 서비스를 선보일 예정”이라며 “신계약 언더라이팅(심사), 보험금 심사, 보험사기 방지 예측 등 보다 정교한 업무도 로봇을 활용한 업무자동화(RPA) 시스템으로 구현할 방침”이라고 강조했다.

차 대표가 예상외의 성과를 보이면서 본사에서 차지하는 그의 위상도 달라졌다. 지난해 초 AIA생명은 ‘AIA생명 한국지점’이라는 꼬리표를 떼고 한국법인으로 공식 전환했다. 1987년 지점 형태로 진출한 지 31년 만이다. 차 대표가 독립적 경영을 강화하기 위해 본사에 법인 전환의 필요성을 설득한 끝에 이뤄낸 것이다.



차 대표는 “법인 전환은 AIA그룹이 한국 시장에 갖고 있는 책임감과 의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준 전환점”이라며 “법인 입장에서도 본사로부터 재무와 경영 독립성이 확보돼 유연하게 영업전략을 펼칠 수 있게 됐다”고 평가했다.

2년간의 성과에 이어 법인 전환된 AIA생명은 국내에서는 생소했던 틈새 보험상품을 잇따라 선보이며 시장의 메기 역할을 하고 있다. 고령자나 유병자 등 리스크만 클 뿐 ‘돈이 되지 않는다’며 외면했던 고객층을 위한 상품을 출시하고 질문 3가지로 구성된 심사만 통과하면 보험에 가입할 수 있도록 문턱을 크게 낮추는 실험도 하고 있다. 보장 범위는 좁아도 혜택을 누리고 싶어 하는 소비자의 심리를 파고든 것이다.

지난해 8월에는 업계 최초로 건강습관 개선 프로그램 ‘바이탈리티’를 내놓았다. ‘AIA 바이탈리티’는 인슈어테크 분야 선두기업이라는 평가를 받는 남아프리카공화국의 보험사 디스커버리가 1997년 출시한 헬스&웰니스 프로그램이다. 16개국, 약 800만명의 회원이 이용하고 있으며 중국과 일본을 제외하고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시장에서 AIA그룹이 독점적으로 제공하고 있다. 6개월 만에 가입자가 60만명에 이를 정도로 큰 호응을 얻고 있다. 건강관리를 잘하는 사람은 보험금 청구금액이 낮다는 사실에 착안한 것인데 AIA그룹이 전 세계적인 망을 통해 제공하고 있다. 차 대표는 “가입자들이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건강관리에 신경을 쓰다 보면 자연스레 의료비 지출이 줄어 보험사도 좋고 정부 보험재정을 절약할 수 있는 일석이조의 효과가 있다”며 “보험 산업도 전통적인 역할에서 탈피해 고객의 건강한 삶을 관리해주는 방식으로 전환되는 게 불가피한 만큼 당장 수익성을 추구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임 등 자신의 개인 목표를 위해 눈앞의 단기 성과에 집착하기보다 변화된 시대에 맞춰 보험 본연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AIA생명을 끌고 가겠다는 의지다. 이를 위해 차 대표는 “건강한 생활 목표 설정부터 실천, 보험 가입 등 미래를 대비하는 일까지 모든 과정을 보험사가 함께할 수 있도록 진화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미국과 유럽은 물론 일본 보험회사도 미국 실리콘밸리에 연구소를 세우는 등 디지털 및 데이터 관리 분야에 투자를 아끼지 않는데 국내 보험사들은 지나치게 소극적이다. 하지만 차 대표는 빅데이터와 인공지능(AI) 관련 인력 투자에 굉장히 적극적이다. 그는 “당장 수익이 나지 않더라도 빅데이터나 AI 등 디지털 전문인력을 꾸준히 채용하고 있다”며 “직접 만나거나 전화상담 위주로 이뤄졌던 보험 서비스를 가입 상담부터 최종 지급까지 모든 단계를 디지털에 기반한 서비스로 대체하는 데 AIA생명이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AIA생명을 반석에 올려놓은 차 대표는 이제 AIA생명을 거대한 ‘데이터 사이언스’ 기업으로 키우려는 꿈을 키우고 있다. /박진용기자 yong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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