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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에 사표던지는 아버지들] 삶의 포기는 '선택' 아닌 '강제된 죽음'

☞극단 선택, 개인의 문제인가

자살에 대해 아직도 많은 사람들은 ‘개인의 문제가 아니냐’는 인식을 갖고 있다. 누가 자살했다는 소식을 들으면 ‘더 어려운 상황에서도 살아가는데 그 사람 너무 여린 것 아니냐’ 혹은 ‘정신적이거나 육체적으로 뭔가 문제가 있었던 것 아니냐’는 식이다. 이러한 인식 때문에 특히 자살 유가족들이 힘들어한다. 죽은 사람이 생전에 얼마나 성실히 열심히 살아왔던 이 모든 생전의 삶은 ‘무책임하고, 여리고, 문제 있는 삶’으로 매도당한다. 한 유가족은 “남편이 정말 성실하고 책임감 강한 사람이었는데 자살하고 나니 이 모든 것은 다 묻히고 ‘문제 있었던 사람’으로 낙인찍히더라”며 “이를 보는 심정이 무너졌다”고 말했다.

일본의 자살예방 전문가인 쓰쿠바대 의학과의 다카하시 요시토모 교수는 그의 책 ‘자살예방’에서 “자살은 결코 자유의사로 선택한 죽음이 아니라 오히려 대부분의 경우 여러 가지 문제를 안고 있는 결과로 ‘강제된 죽음’이라는 것이 정신과 의사로서 내가 느끼는 점”이라고 밝혔다. 다카하시 교수의 설명을 조금 더 들어보자. “정신과 의사로 25년을 일했지만 내 앞에 나타났던 자살위험성이 높았던 사람들 중에서 죽겠다는 의지가 100% 굳은 상태였던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습니다. 이런 사람들은 마지막 순간까지 ‘죽고 싶다’와 ‘살고 싶다’는 마음 사이에서 격하게 요동칩니다. 자살위험이 높은 사람들은 객관적으로 봐도 매우 곤란한 상황에 놓여 있다는 것이 확실합니다. 문제는 동시에 이들이 ‘사느냐 죽느냐’ ‘흑이냐 백이냐’의 양자택일 사고방식에 사로잡혀 버린다는 점입니다. 그리고 그 배후에는 대부분의 경우 우울증을 비롯한 마음의 병이 숨겨져 있습니다. 그 결과 자신에게 남겨진 선택지는 ‘자살밖에 없다’고 확신하는 ‘시야협착’ 상태에 내몰리게 됩니다. 이런 의미에서 자살은 자유의사에 따라 선택된 죽음이 결코 아니며 ‘강제된 죽음’이라는 것이 정신과 의사로서 내가 실제로 느끼는 점입니다.”

“100% 죽겠다”는 한명도 없어

위기 상황·마음병 숨겨져 선택



사회 면역력 떨어지면서 늘어나

조성돈 자살예방단체 라이프호프 대표(실천신학대학원대 교수)는 “면역력이 떨어지면 우리 몸 중 가장 취약한 곳에서부터 문제가 발생하듯이 자살은 우리 사회의 면역력이 떨어지면서 가장 취약한 곳이 곪고 터져나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우리나라 자살률 추이를 들어 ‘자살의 사회성’을 강조한다. 조 교수는 “우리나라 자살률이 14년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10만명당 12.1명)의 두 배를 훨씬 넘는 1위를 기록했지만 원래 우리 자살률이 이렇게 높았던 것은 아니었다”고 했다. 실제 1992년까지 우리 자살률은 10만명당 7~8명선으로 OECD 평균보다도 낮았었다. 그러다 1997년 IMF 사태 후 급등, 1998년 18.6명으로 치솟았다. 이후 조금씩 하락해 2000년 13.7명까지 떨어졌으나 2002년 카드 사태로 다시 급등, 2002년 18.0명, 2003년 22.7명으로 올랐다. 이후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2009년 31.0명까지 오른 뒤 2011년 31.7명으로 정점을 찍었다. 조 교수는 “IMF 사태를 계기로 우리 사회가 무한경쟁, 돈이 최고인 사회, 극단적 개인주의 사회가 되면서 경쟁에서 탈락한 사람들을 낙오자, 재기불능으로 낙인찍는 사회가 됐다”고 자살률 급등의 배경을 설명했다. 김인아 한양대 의대 교수는 “IMF 사태로 사회적 안정성에 대한 믿음이 깨지면서 자살급증으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안의식기자 miracl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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