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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워치-전당대회] 美 '정치스타 등용문' 오바마·트럼프 최대 수혜

■ 미·영·독 등 선진국 전당대회는

美 대선후보 확정 후 열려 유력인사 총집합

정치 새내기도 존재감 드러내 백악관 입성

英·獨 당론 정하는 최후 논의기구로 활용





4년마다 대선후보 선출을 위해 열리는 미국 전당대회는 세계 최고권력자인 미국 대통령의 당선 여부를 가르는 중대한 정치행사이자 사실상 사전에 확정된 당의 후보를 공식 발표하며 예비선거 기간에 사분오열됐던 당의 구심력을 모으는 자리다. 공화·민주당은 1년 가까이 50개주별로 치른 예비선거 결과를 ‘전당대회(Political Convention)’라는 용광로를 통해 하나로 모으기 위해 ‘화합의 축제’를 연출하는 데 공을 쏟고 있다. 특히 미국 정당들은 전당대회에서 차세대 정치 스타 배출에도 신경을 써 투명하게 미래 권력까지 준비하고 있다.

미국에서 4년에 한 번씩 나흘에 걸쳐 열리는 공화·민주당 전당대회는 미국은 물론 전 세계 미디어의 이목을 집중시킨다. 전당대회의 주인공인 대선후보가 예비선거를 통해 사실상 2~3주 전에는 확정되는데도 나흘 동안이나 전당대회를 여는 것이 대선자금 모금을 위한 형식적 이벤트에 불과하다는 비판도 제기되지만 현재와 미래 권력의 심장부를 이루는 인사들이 총출동하는 유일무이한 행사라는 점에서 지지자들은 물론 주요 기업들도 앞다퉈 후원에 열을 올린다.

일각에서 제기되는 비판론에도 전당대회가 말 그대로 ‘컨벤션 효과’를 촉발하며 대선 승리를 향한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는 분수령이라는 데 이견이 없는 만큼 각 당은 치밀하게 축제를 기획한다. 실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016년 7월에 열린 공화당 전당대회에서 정치 문외한이자 ‘아웃사이더’라는 한계를 상당 부분 떨쳐내며 카리스마 있는 리더로서 존재감을 확보하고 험난한 대선 레이스를 완주하며 백악관 입성에 성공했다.



인기 TV쇼를 장기간 진행하며 대중의 심리를 읽는 데 능한 그는 공화당 지도부와 논의한 끝에 전당대회 개최지를 오하이오주 클리블랜드로 결정해 11월 대선에서 ‘러스트벨트(미국의 쇠락한 옛 공업지역)’의 표를 싹쓸이하기 위한 초석을 놓기도 했다. 미시간주 디트로이트와 펜실베이니아주 피츠버그 사이, 러스트벨트의 한복판에 위치한 오하이오 클리블랜드는 트럼프 대통령이 앞세우는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를 전파하는 데 최적지였던 셈이다.

상대적으로 당내 거물급 인사들의 지원이 부족했던 트럼프 대통령은 이례적으로 전당대회 첫날부터 행사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특히 이방카를 비롯한 가족이 총력 지원에 나서는 모습이 전국에 생중계돼 전당대회 효과를 톡톡히 누렸다는 평가를 받았다. 전당대회의 성공적 개최에 고무된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승리 후 전당대회를 총괄한 라인스 프리버스 공화당 전국위원장을 초대 백악관 비서실장에 발탁하기도 했다.



트럼프에게 패하긴 했지만 민주당은 단결의 무대라는 전당대회의 정석을 보여줬다. 힐러리 클린턴 후보는 전당대회에서 예비선거의 맞수였던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의 지지를 끌어내며 지지층의 외연을 넓히는 성과를 얻었다. 이를 통해 클린턴은 비록 선거인단 투표에서는 패했지만 전체 유권자 득표수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앞서며 체면치레를 했다. 당시 ‘아름다운 패자’로 남은 샌더스 의원은 19일 오는 2020년 대권 재도전을 발표해 4년 만에 다시 한번 전당대회 주인공 자리를 노리고 있다. 특히 2016년 민주당 전당대회는 버락 오바마 당시 대통령과 퍼스트레이디인 미셸 오바마가 클린턴 후보를 전폭 지원하고 나서 과거·현재·미래의 권력 관계가 ‘청산’이 아닌 ‘협력’으로 이어지는 미국 정치의 전통을 확인시켜주며 초당적인 박수갈채를 받기도 했다.

미국에서 전당대회의 가치는 정계의 샛별이 뜨는 기회로도 각광을 받는다. 2004년 7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전국의 이목을 사로잡은 찬조연설로 중앙무대에 혜성처럼 등장한 오바마 전 대통령은 4년 후 민주당 대선후보에 오른 것은 물론 흑인으로서는 처음으로 미국 대통령에 당선돼 새 역사를 썼다. 2020년 대선에서 힐러리가 이루지 못한 첫 여성 대통령의 꿈에 도전하는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도 2년 반 전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독재자’로 정면 비판하며 몸값을 올렸다. 현직인 트럼프 대통령에게 가려져 있는 공화당 차기 주자들 역시 2020년 전당대회에서 두각을 나타낼 것으로 보여 내년 전대의 또 다른 관전 포인트로 꼽히고 있다.

미국 전당대회처럼 화려하지는 않지만 의회 정치가 발달한 영국과 독일에서는 각 당이 전당대회를 통해 비전을 제시하고 정책 차별성을 강조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독일 집권 기독민주당은 앙겔라 메르켈 총리의 당 대표 사퇴에 따라 지난해 12월 전당대회를 열고 결선투표까지 가는 접전 끝에 보수 성향이 강한 프리드리히 메르츠 전 원내대표 대신 ‘미니 메르켈’로 불리는 중도 성향의 안네그레트 크람프카렌바우어 사무총장을 새 대표로 선출했다. 2021년 총선의 주역이 될 크람프카렌바우어 대표는 중도 노선을 지향하지만 메르켈 총리보다는 이민 문제 등에서 보수색을 띠어 기민당이 전당대회를 거치며 향후 정책 방향을 분명히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영국의 양대 정당인 보수당과 노동당은 3년 넘게 최대 이슈로 자리한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Brexit) 관련 정책과 당론을 정하는 최고 논의기구이자 최후의 보루로 전당대회를 활용하고 있다. 노동당은 전당대회마다 브렉시트 전략을 재점검하며 조기 총선 등을 압박하고 있고 여당인 보수당은 영국에 보다 유리한 브렉시트 계획을 EU 집행부가 수용하도록 압박하는 지렛대로 연례 전당대회 카드를 쓰고 있다. /뉴욕=손철특파원 박홍용기자 runiron@sedaili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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