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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람]"부부가 함께한 공학의 길, 이젠 딸·아들과 함께 걸어요"

■ 공학한림원 첫 부부 정회원 김동주 전 국토연구원장-김설주 서울시립대 교수

연대 석사과정 동기로 만나 결혼 골인

이름 비슷해 "남매 아니냐 " 종종 오해

사석선 부부지만 엄연한 공학 전문가

행사 갈때면 일부러 다른 테이블 앉아

아내는 교통공학 남편은 도시공학 전공

연구과제 함께 상의할 수 있으니 좋아

화학 전공한 딸, 엑슨모빌 선임연구원

아들도 미국서 토목,환경공학 박사과정

인문학 등 폭넓은 사고 갖추라 늘 강조

한국공학한림원 정회원 1호 부부인 김동주(왼쪽) 전 국토연구원장과 김설주 서울시립대 연구교수가 최근 서울경제신문에서 공학인생을 반추하며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호재기자




김동주(63) 전 국토연구원장(연세대 연구교수)와 김설주(62) 서울시립대 연구교수 부부는 국내 공학계와 산업계의 집단지성을 대표하는 한국공학한림원 정회원 1호 부부다. 공학한림원 정회원이 285명(전체 회원은 1,126명)인데 정회원 부부는 두 쌍에 불과하다.

이들은 이름이 비슷해 종종 ‘남매 아니냐’는 오해를 받기도 하지만 본관이 아내는 경주, 남편은 영천으로 다르다. 연세대 건축공학과에서 석사과정을 할 때 동기로 만나 국토연구원을 1년 반가량 같이 다니며 결혼에 골인했다.

자녀도 부모를 닮아서인지 모두 공학한림원 차세대공학리더 모임인 YEHS(Young Engineers Honor Society) 회원으로 활동했다.

산학연을 모두 경험한 김설주 교수의 경우 지난 2005년 한 엔지니어링 회사 부사장 시절 KOICA에서 수행하는 해외 공적개발원조(ODA) 사업에 뛰어들어 지금도 수시로 남미와 동남아 ODA 현장을 누빈다. 당찬 커리어우먼의 포스가 느껴진다. 2003년 한국여성건설인협회를 만들어 제2대 회장도 지냈다. 2010년에는 산업부로부터 ‘올해의 여성공학인’ 대상을 받기도 했다.

국토연구원장 재임 시 국토종합계획과 한반도발전구상 등을 연구한 김 전 원장은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지난해 하반기부터 연세대 연구교수로 스마트시티에 주력하고 있다. 앞서 원장시절 “유엔 평화유지군(PKO) 캠프를 스마트화자”고 제안해 현재 국토연구원·한국과학기술원(KAIST)·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이 협의 중인 사업도 응원하고 있다.

최근 서울 종로 율곡로 소재 서울경제신문에서 만난 이들에게 ‘공대 가족이라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경쟁력이 있겠다’고 운을 뗐더니 “부모가 공학인이라 자녀들도 자연스레 공학도가 됐다”는 진솔한 답이 돌아왔다. 고려대 화학공학과를 졸업한 딸 김성아씨는 미국 코넬대 박사와 미네소타대 박사후연구원 출신으로 엑손모빌 선임연구원이며 연세대 도시공학과를 나온 아들 김성후씨는 미국 조지아텍 토목·환경공학 박사과정을 밟고 있다.

‘혹시 자녀에게는 어떤 말을 해주느냐’는 질문에 김동주 전 원장은 “공학인도 공학기술 간 연계는 물론 기초과학, 넓게는 인문학 등과의 폭넓은 교류와 협력이 필요하다. 물론 전문역량은 필수적”이라고 답했다. 공학인도 경제·사회·문화에 관한 이해력과 통찰력, 융합능력, 유연한 사고를 갖춰야 한다는 것이다. 김설주 교수는 “딸이 포닥까지 하다가 33세나 됐는데 빨리 좋은 배필을 만났으면 좋겠다”며 모정을 나타냈다.

‘부부가 같은 분야의 길을 걸어 시너지가 나느냐’는 질문에는 “교통·국토계획·도시재생을 함께 논의해 베니핏이 많다(남편)”고 했다. 이들은 공학한림원 건설환경공학분과에서 같이 활동하는데 아내는 교통공학, 남편은 도시공학을 전공해 업무가 상호보완적이다.

하지만 업무와 달리 과거 육아는 주로 자신의 몫이라 학업이나 일을 병행하는 게 무척 힘들었다고 아내는 토로했다. “미국 펜실베이니아대에서 유학할 때 둘째를 낳아 1년은 시어머니와 친정엄마가 봐주셨지만 이후 4년은 제가 돌보느라 박사논문을 쓸 수 없었어요. 결국 수료만 한 채 남편 따라 귀국했습니다. 토목설계회사를 다닐 때도 여성에게는 유리천장이 많고 야근이나 출장도 잦아 참 쉽지 않았습니다.” 맞벌이 부부가 출근할 때 아이를 어린이집에 맡기고 야근을 한 뒤에도 찾아올 수 있게 바뀌어야 한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말이 나온 김에 ‘옛날 얘기를 좀 더 해달라’고 청했다. “성대 건축공학과에 들어갔는데 여자화장실이 없어 교수 화장실을 사용해야 했어요. 대학원에서도 여학생은 저뿐이라 여름에도 불편했습니다. 물론 여성이 드물어 어려운 점도 많았지만 혜택도 꽤 받았지요.” 그는 이어 “1981년 교통전문가로 국토연구원에 들어갔을 때 신문 인터뷰도 하고 TV에도 나갔다. 선데이서울에서도 인터뷰를 하자고 해 그 뒤부터는 안 했다(웃음)”며 “결혼하고 많이 싸우고 미국 가서 얘 보느라 공부를 못하다가 중간에 시작했는데 힘들었다. 주변 유학생 집에 아이를 맡기고 돌아서 울며 학교에 갔다”고 술회했다.

분위기를 돌려 결혼 전 연애 이야기를 묻자 의외로 ‘조건이 괜찮아서’라는 솔직한 아내의 답변이 나왔다. “국토연구원 다닐 때 수없이 선을 봤는데 잘 안 됐습니다다. 대학원 나온 여자는 결혼하는 데 마이너스로 작용하던 때였는데 나이도 먹고 초조해졌지요. 그때 남편과 한 사무실에서 일했는데 순간적으로 ‘조건은 괜찮네’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양가에서도 모두 좋다고 해 서둘러 스물여덟에 결혼했습니다. 그때는 늦은 혼기였어요.” 아내의 고백에 남편은 혼잣말로 “처음 듣는 얘기”라고 연거푸 중얼거렸다.

“행사에 갈 때도 부부가 종종 일부러 다른 테이블에 앉곤 합니다. ‘왜 따로 앉느냐’고 하면 “원래 안 친하다”고 농담을 하지요. 우리는 전문가 자격으로 간 것 아닙니까.” 이런 부모의 영향을 받아서인지 유학시절 태어난 아들은 한국과 미국 복수국적을 갖고 있지만 병역의무도 마쳤고 ‘외국인 특혜를 받지 않겠다’고 서약했다. 출장차 잠깐 한국에 온 딸도 엄마가 방을 열고 들어가자 곧바로 노트북컴퓨터를 닫으면서 “회사 규정상 업무를 절대 외부에 보여줄 수 없다”고 하더란다.

귀국 후 스토리를 묻자 김 교수는 “국토연구원에 복귀했으나 박사가 아니라 스트레스를 받아 나왔다. 교통기술사가 돼서 토목설계회사에 들어갔다. 인천공항철도를 설계한 회사로 600명이나 됐는데 2011년에 문을 닫았다. 2015년에 서울시립대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연구교수가 됐다. 도시교통과 철도교통 프로젝트를 많이 하는데 해외 ODA 일이 많다”고 설명했다. 인터뷰 직전 3주간 남미 파라과이에 체류했고 며칠 내 다시 라오스로 나간다고 했다. 물론 국내에서도 버스중앙차로와 버스노선 개편 당시 서울 강남대로와 도봉로의 중앙차로 계획·설계 등을 했다. 버스중앙차로는 이명박 전 대통령이 서울시장 시절 브라질 쿠리치바를 벤치마킹해 추진한 것이다.



김 전 원장은 국토연구원에 복귀한 뒤 안착했고 참여정부 당시 균형발전위원회에 파견돼 정책연구실장으로서 균형발전의 틀을 짜는 데 기여했다. 이 공로로 국민훈장 목련장도 받았다. “수도권 집중이 워낙 심해 공공기관 이전, 혁신도시, 기업도시 등 강한 정책이 불가피했습니다. 수도권 등의 반발이 컸고 정권이 바뀌며 정체 상태에 있다가 문재인 정부 들어 본격 재개했는데 기본적으로 틀과 방향이 맞다고 봅니다.”

원장 시절인 2017년부터 지난해 퇴직할 때까지는 유엔 평화유지군(PKO) 스마트캠프 사업에 관심이 많았다고 했다. 캠프 스마트화는 우리 군의 현대화에도 적합한 기술이다. “PKO 캠프를 정보통신기술(ICT)과 지능화 기술로 건설·관리 효율화와 안전성 강화, 비용 절감을 꾀하자고 유엔에 제안했습니다. 현재 후배들이 KAIST·ETRI 등의 전문가와 같이 준비하고 있습니다. 가끔 자문도 하는데 채택 여부가 언제 결정될지는 모르지만 꼭 됐으면 좋겠습니다.”

그는 “30여년간 국토도시개발 정책을 하며 개발이 중심이었으나 4차 산업혁명기를 맞아 전면적 변화가 필요하다”며 스마트시티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베이비붐 세대로 은퇴할 나이인데도 여전히 왕성하게 활동하는 부부의 이야기를 듣다 보니 이들이 ‘인생 이모작’의 모범사례가 아닌가 싶었다. /고광본 선임기자 kbgo@sedaily.com



김동주 전 국토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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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6년 마산 △1979년 연세대 건축공학과 학사·1981 석사 △1991년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박사 △2004년 대통령 직속 국가균형발전위원회 정책연구실장 △2007년 국민훈장 목련장 △2013년 한국지역학회장 △2016년 국토연구원장 △2017년 아시아태평양지역개발기구(EAROAPH) 한국지부 대표 △2017년 한국공학한림원 정회원 △2018년 한국지역경제학회장 △2018년~ 연세대 연구교수



김설주 서울시립대 연구교수


she is..

△1957년 서울 △1979년 성균관대 건축공학과 학사, 1981년 연세대 석사 △1991년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박사 수료 △1994~2011년 청석엔지니어링 부사장 △2005년 한국여성건설인협회장 △2010년 한국여성공학인대상 수상 △2015년 서울시립대 박사 △2015년 한국공학한림원 정회원 △2016년 한국여성공학인협회 부회장 △2017년 국가교통위원회 위원 △2015년~ 서울시립대 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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