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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밑빠진 독 된 현금복지]고용악화 → 소득감소 → 현금살포 악순환에도...정부 2탄·3탄 '들먹'

"더 쏟아부으면 나아질 것" 기초연금·실업급여 인상에 방점

책 많이 빌리면 상품권...지방정부까지 앞다퉈 '돈 뿌리기'

세수풍년 지속 어려워...고정지출 늘리면 재정타격 불가피







정부는 올해부터 저소득(중위소득 120% 이하) 청년에게 구직활동 지원 명목으로 월 50만원을 준다. 최대 6개월까지 청년 8만명에게 지급한다. 조기 취업에 성공하면 축하금 50만원도 준다. 여기에 드는 예산은 올해만 1,582억원이다. 만 6세 미만 아동에게 지급되는 아동수당 보편 지급과 대상 확대(만 7세 미만)로 관련 예산은 지난해 7,096억원에서 올해 2조1,627억원으로 세 배 뛰었다.

중앙정부뿐 아니라 지방자치단체들도 경쟁적으로 현금 복지를 남발하고 있다. 충청북도는 학교에 다니지 않는 9~24세 청소년에게 다섯 차례까지 충전이 가능한 10만원짜리 ‘동행카드’를 지급한다. 전남 여수시도 중학교 1학년 학생에게 포인트 10만원어치가 적립된 진로체험카드를 준다. 이뿐 아니다. 경기도 성남시는 공립도서관에서 책 여섯 권 이상을 빌리면 지역 상품권 2만원어치를 지급한다. 서울시는 비정규직·특수고용직 근로자에게 25만원씩 국내 여행경비를 지원하기로 했다.

중앙정부와 지자체가 너도나도 현금 복지 정책을 펴는 것은 기본적으로 저소득·취약계층을 지원해 소득 분배 격차를 줄여보겠다는 취지에서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전국으로 퍼지는 ‘현금 살포’가 기본적으로 경제지표 악화 부작용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조급증의 결과물이라고 본다. 저소득·취약계층에 대한 지원은 국가의 역할이지만 지원 대상과 규모가 마치 전염병처럼 급속도로 확산하는 것을 가장 큰 문제로 지적하고 있다.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지난 2013년 11조6,000억원 규모인 비(非)기여급여액(수혜자가 납입 없이 받기만 하는 현금)은 지난해 처음 20조원을 넘겨 올해 30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 번 늘리면 줄이기 어려운 경직성 예산인 의무지출도 올해 처음으로 100조원을 넘길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가 눈덩이처럼 불어날 중장기 재정 부담은 눈 감은 채 적극적인 퍼주기 식 현금 지원에 나서게 된 원인은 기본적으로 정부 스스로 제공한 측면이 크다.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 등으로 고용시장이 타격을 받자 부랴부랴 보완책을 내놨다. 고용·소비·투자 등 주요 경제지표가 주르륵 내려앉자 가장 손쉬운 재정 지원에 나서는 것이다.



문제는 정부의 이러한 재정 지원이 저소득층을 실질적으로 돕는 제대로 된 효과를 발휘하고 있느냐다.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정부가 애초 최저임금 인상과 같은 시장 결정 요소에 개입하지 않고 분배 강화 차원에서 공적 이전소득 확대에 집중했다면 저소득층의 소득 개선에 효과가 있었을 것”이라면서 “하지만 최저임금 급등으로 근로소득이 감소하면서 정반대의 효과를 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소득 10분위 중 하위 10%인 1분위 가구의 경우 지난해 4·4분기 월평균 소득이 80만3,000원으로 1년 전보다 24.7% 줄었는데 이는 근로소득이 15만8,000원으로 47.1% 급감한 영향이 가장 크다. 차상위인 2분위 가구도 근로소득이 33.9% 급감하면서 이전소득이 23.1% 늘었음에도 전체 소득은 13.8% 줄었다. 반면 월 평균 소득이 1,000만원을 넘는 10분위 가구는 이전소득이 13.1% 줄기는 했지만 근로소득이 무려 20.1% 증가하면서 전체 소득도 12.9% 늘었다. 9분위는 근로소득이 6% 늘어난 데 더해 이전소득까지 14.6% 늘면서 전체 소득이 6.6% 증가했다. 정부가 빈부 격차를 해소하겠다며 내놓은 최저임금 인상 정책, 그리고 이에 따른 부작용 해소 차원에서 내놓은 재정지원 정책까지 모두 고소득층에 혜택이 돌아간 셈이다. 그 결과 지난해 4·4분기 소득분배 수준(균등화 처분가능소득 5분위 배율)은 지난 2003년 관련 통계 작성 이후 최악을 기록했다.

이런 결과는 악순환 고리를 심화시킨다. 당장 정부에서는 전일 최악의 분배지표를 받아들자 “정책 집행에 매진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정부가 추진하겠다는 정책에는 민간 일자리 창출 노력도 있지만 방점은 기초연금 인상, 실업급여 인상, 근로장려세제(EITC) 확대 등 현금 지원을 강화하겠다는 데 찍혀 있다. 정부의 복지정책이 효과를 내고 있고 더 쏟아 부으면 나아질 것으로 보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 내에서 실세로 꼽히는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도 이날 한 라디오 방송에 나와 “근로·사업소득이 대폭 감소했음에도 소득주도 성장 등 정부의 노력이 일부분 완충 작용을 했다”면서 “올해에는 (분배 악화 상황이) 조금씩 나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부터 책임 있는 청와대·정부 당국자들이 되풀이한 희망고문 발언을 또 한 것이다.

악순환이 계속될수록 부담이 돌아가는 곳은 결국 나라 곳간이다. 안 그래도 노인 인구 증가 등으로 필수적으로 나가야 할 비용이 급증하는데 재정 사업까지 확대하면 재정 건전성에도 악영향이 불가피하다. 지난해 25조원을 기록한 초과 세수가 올해 이후에도 지속 된다고 보기도 어렵다. 김 교수는 “애초 정부가 세금을 과도하게 거둬들일 게 아니라 그 돈이 민간에 흘러들어가게 했다면 정책 효과가 더 나타났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세종=한재영기자 jyha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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