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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차 통상임금 2심]재정부담 인정하면서 "경영에 문제 없다"...앞뒤 안맞는 판결

2심도 '신의칙' 불인정

중식대·가족수당 인정 안했지만

사측 부담액 최소 5,000억

기업별 다른 판결...사법불신 초래

노사, 통상임금 논의는 속도낼듯

경기도 광명시에 위치한 기아차 소하리 공장에서 작업자들이 소형 세단 ‘프라이드’ 조립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기아차




법원이 기아자동차의 통상임금 소송에서 또 다시 노동조합의 손을 들어줬다. 1조원이 넘는 비용부담에도 기아차가 경영상 어려움에 직면하지 않는다며 ‘신의성실 원칙(신의칙)’을 이번에도 인정하지 않았다. 기아차를 비롯한 재계는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22일 기아차 노동조합 소속 2만7,000여 명이 회사를 상대로 낸 통상임금 확대 소송에서 재판부는 기존 1심 판결과 크게 달라지지 않은 판결을 내렸다. 쟁점이었던 신의칙을 이번 재판부 역시 인정하지 않았다. 이날 재판부는 “근로자들의 미지급 임금 청구로 인해 회사에 중대한 경영상 어려움이 초래되거나 기업의 존립이 위태로워진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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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1심과 달리 중식대와 가족수당은 통상임금으로 인정하지 않았다. 아울러 4시간 근무한 후 10분 쉬는 휴식시간은 근로시간으로 인정됐다. 정기 상여금만 통상임금으로 인정했지만 지연이자를 합쳐 기아차가 부담해야 할 금액은 최소 5,000억원 이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기아차는 “선고결과를 면밀히 검토한 후 상고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재판부의 판단과 달리 기아차의 경영상황은 녹록치 않다. 힘겨운 ‘보릿고개’를 넘고 있다. 기아차는 지난해 매출 54조1,698억원, 영업이익 1조1,575억원을 기록했다. 각각 전년대비 1.2%와 74.8% 증가했다. 하지만 이는 2017년 통상임금 1심 판결에 따른 후폭풍으로 영업이익이 크게 떨어진 것에 대한 기저효과일 뿐이다. 판매는 늘었다. 하지만 영업이익률은 2.1%로 글로벌 완성차 브랜드와 경쟁 자체가 되지 않으며 현대차(2.5%)보다 저조하다. 독일의 BMW나 미국의 GM, 일본의 도요타 등은 6~10% 대의 높은 영업이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영업이익률 저하의 가장 큰 원인이 높은 인건비를 지목하고 있다. 실제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2017년 기준 국내 완성차 5개 기업의 평균 연봉은 9,072만원으로 일본 도요타(8,503만원)와 독일 폭스바겐(8,340만원) 등보다 훨씬 높다.



이런 상황에서 수천억 원에 달하는 추가 인건비 부담은 법원의 판단과 달리 기아차의 잠재 성장 능력을 갉아먹는 원인으로 작용하게 된다는 것이 업계의 판단이다. 자동차 업계 한 관계자는 “법원이 예측하지 못한 재정 부담 가능성을 인정하면서도 경영에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판단한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며 “늘어난 인건비 부담은 결국 연구개발이나 판매를 위한 비용을 줄일 수밖에 없게 된다”고 말했다.

재계에서는 통상임금 관련 소송에서 법원이 중요한 판단 기준으로 내세우는 ‘신의칙’ 자체에 대해서도 명확하지 않다며 반발하고 있다. 이날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임금협상을 둘러싼 제반 사정과 노사 관행을 고려하지 않고 ‘중대한 경영상의 어려움’을 신의칙 적용 기준으로 삼는 것은 주관적·재량적·편파적 판단을 야기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법원이 이날 항소심에서 기아차의 패소를 판결하면서도 1심에서 통상임금에 포함했던 중식비와 가족수당을 이번 판결에서는 포함시키지 않은 것 역시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통상임금 자체가 1980년대 이후 30년 동안 노사 합의를 통해 정해진 사항이라 기업마다 모두 다를 수밖에 없는데 이를 법원이 판단할 경우 사건마다 다른 결론을 내놓아 사법적 불확실성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한국경제연구원은 “조속히 신의칙 적용 관련 구체적인 지침을 마련해서 사법적 불확실성을 해소해야한다”며 “앞으로는 임금협상 과정에서 노사간에 형성된 상대방에 대한 신뢰가 우선적인 판단 기준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업계에서는 이번 항소심 판결로 기아차 노사가 현재 진행하고 있는 통상임금 특별위원회에서의 논의는 속도를 낼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통상임금과 관련한 법원의 판결이 재판부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음을 노조도 다시 한번 확인했기 때문이다. 현재 기아차는 노조에 상여금 일부(600%)를 기본급에 포함시키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한 안과 상여금 전체(750%)를 통상임금으로 적용하고 정기적으로 분할 지급하는 안을 제시했다. 기아차 노조가 일단 이 제안에 대해 거부했다. 하지만 이날 강상호 기아차 노조지부장은 “9년째 이어진 소송이 오히려 회사 발전을 저해하고 있다는 데 공감한다”며 “통상임금 특별위에서 조기에 원만히 타결되길 간절히 원한다”고 말했다.
/박성호·백주연기자 jun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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