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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홍우 선임기자의 무기 이야기]파워팩 국산화·공급물량·생산일정…끝나지 않는 K2전차 혹한기

<78> K2 흑표전차 2차 양산 결정 됐지만…

혼합 파워팩 시험 통과에도 우려 시선

전력 축소 등 헤쳐나가야 할 과제 수두룩





국산 K2 흑표전차의 2차 양산 일정이 잡혔다. 방위사업청은 국산 엔진과 독일제 변속기를 결합한 파워팩에 대한 시험평가를 마쳤다고 최근 밝혔다. 혼합 파워팩을 장착한 K2 전차의 3,200㎞ 주행시험과 영하 32도 환경 아래 저온시동 시험 통과는 중요한 의미가 있다. 만약 혼합 파워팩이 이번 시험을 통과하지 못했다면 사업 자체가 대안을 찾지 못한 채 장기간 미궁에 빠질 수도 있었다. 군은 지난해 말 3차 양산물량을 확정하는 등 K2 전차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차츰 제거되는 분위기다. 그러나 동시에 우려도 제기된다. K2 전차가 헤쳐나가야 할 과제는 크게 세 가지가 꼽힌다. 파워팩 국산화와 공급물량 확대, 생산일정 준수 여부가 주목받고 있다.

☞ 파워팩 국산화

정부 “품질 개선” 업체 “기준 완화” 갈등



◇파워팩 완전 국산화는 물 건너갔나=그런 분위기다. 방위사업청은 국산 가속기가 신뢰성을 확보한다면 3차 양산물량부터는 적용할 수 있을 것이라는 여지를 남겨 놓았다. 하지만 현실은 그리 녹녹하지 않다. 국산 가속기의 품질에 대한 정부와 생산업체의 입장 차이가 크다. 방위사업청은 여전히 품질 개선을 촉구하는 입장인 반면 생산업체는 시험방법이 너무 가혹하다며 기준 완화를 요구하고 있다. 2차 양산의 최대 변수였던 혼합 파워팩에 대한 검증이 통과된 직후에도 양쪽의 입장은 하나도 변하지 않은 가운데 상황은 오히려 꼬여만 간다. K2 전차 개발 및 배치가 12년 지연되며 발생한 피해에 대한 지체상금을 둘러싸고 업체 간 소송전이 지난해 시작됐다.

문제가 다소 있더라도 국산을 우선 채택하자는 주장은 광범위한 지지를 받고 있다. 부품의 원활한 수급과 후속 군수지원, 수출을 위해 국산화가 필수라는 것이다. 양질의 일자리가 갈수록 줄어드는 상황에서 국내 고용 유지를 위해서도 필요하다. K2 전차용 국산 변속기 개발업체인 S&T중공업은 이미 상당수 숙련공들의 고용을 중단한 상태다. 그러나 언제까지 업체에 끌려다녀야 하느냐는 견해 또한 만만치 않다. 10년 넘게 차기 전차 생산의 발목을 잡아온 업체에 또다시 기준 변경 등을 허용할 경우 특혜 시비가 재연될 가능성도 크다. 야권에서도 이 문제에 대해 촉각을 곤두세우는 것으로 알려졌다.

☞ 공급물량

공격헬기 등 집중…생산량 갈수록 줄어



◇총 생산물량 260대로 그칠까=과연 2차와 3차 양산을 합해 추가 생산량이 160대에 그칠지도 관심거리다. 지난해 말 합참이 불투명하던 3차 양산을 되살렸으나 물량은 애초 계획인 118대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54대로 삭감한 상황. 2차 양산분 106대를 합치면 160대에 불과하다. 이미 주력 기계화보병사단에 배치된 독일산 파워팩 장착 1차 양산물량 100대와 합쳐도 전체 물량은 260대 수준으로 당초 지난 2003년 노무현 정부가 세웠던 계획에 비해 한참 부족하다. 노무현 정부는 2009년부터 오는 2020년까지 780대를 4개 기계화보병사단에 배치할 계획이었으나 글로벌 금융위기를 맞은 이명박 정부는 생산량을 2008년 390대, 2011년에는 200여대로 줄였다.

박근혜 정부는 2차 양산 106대는 국산 파워팩을 장착해 2016년 말부터 생산할 계획을 세웠지만 국산 변속기 결함이 불거지면서 이제야 독일제 변속기로 바꿔 2차 양산에 들어가게 됐다. 2016년 박근혜 정부 시절 합참은 3차 양산 계획을 부활시켰지만 실행을 미뤄오다 최근에야 54대 양산으로 확정했다. 군은 신형 전차 구매에 들어갈 예산을 미국산 AH-64 아파치 공격헬기 추가(24~36대) 도입으로 돌릴 생각이다.



저온 상황에서 파워팩 시동 시험 중인 K2 전차. 국산 엔진과 독일제 변속기를 조합한 혼합파워팩이 최근 모든 검사를 마쳤다. 이에 따라 2년 반 이상 지연되어온 2차 양산사업도 본궤도에 오르게 됐다.


◇육군 기갑전력 어디까지 줄어들까=갈수록 양산 계획이 축소되면서 4개 기보사 완편은커녕 2개 기보사단도 흑표로 무장시킬 수 없는 형편이다. 육군의 새로운 주력 기보사인 8사단이나 11사단 둘 중 하나만 완편하기도 어려운 처지다. 더욱이 군 구조개편과 함께 K2 운용 전차부대는 1개 소대에 3대가 아니라 4대를 배치한다는 계획도 이미 틀어졌다. 새로운 전차대대의 보유 수량은 오히려 예전보다 줄어들었다.

신형 K2 전차 생산이 예정을 밑돈다는 점은 기갑전력의 외형 축소에 직결된다. 더욱이 미국제 구형 전차의 퇴역이 진행되는 마당이다. 최근 발간 국방백서에 따르면 우리 군의 보유 전차는 2,300여대. 직전 국방백서(2016년)보다 100대 줄었다. 열람이 가능한 국방백서상에서 전차 보유량의 감소는 사상 처음이다. 90㎜ 주포 장착 M48A3K 전차가 완전 도태되고 러시아제 T-80 전차도 사실상 전력에서 제외될 경우 우리 군의 전차는 간신히 2,000여대를 약간 웃도는 수준에서 유지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K2 전차의 2차·3차 양산분이 전력화하는 시점에서는 105㎜ 주포를 단 M48A5K 전차(약 500여대)의 도태 시기가 대기 중이다. 2020년대 중반 이후에는 육군과 해병대를 합쳐 1,800량 이하로 떨어질 가능성도 보인다. 합참은 대형 공격 헬기와 국산 현궁 대전차 미사일, 천무 로켓발사대 대량 배치를 감안할 때 대전차 전력은 훨씬 강해지고 있다는 입장이다. 그래도 절대 보유량이 감소한다는 점에서 K2 전차 3차 양산물량 증가 또는 4차 양산 결정 등이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도 세를 얻고 있다.

육군 기갑 출신의 한 예비역 장성은 “지상전의 시작과 끝을 담당하는 전차 세력의 감소는 결국 억지력 약화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며 “수출을 위해서도 국내 생산량을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국산 K9 자주포가 국제무대에서 베스트셀러로 자리 잡는 데도 국내 수요가 큰 힘이 됐다는 사실을 생각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K9 자주포의 당초 생산량은 400문 이하였으나 연평도 포격 사건 등을 거치며 3배 가까이 늘어났다. 터키에 기술수출된 적이 있는 K2 전차는 중동과 중부 유럽 일부 국가와 수출상담이 진행되고 있다.

☞ 생산일정

부품 수급 지연, 하반기 양산 불가능



◇‘하반기부터 양산 재개’는 ‘미션 임파서블’=방위사업청은 혼합 파워팩이 시험을 통과함에 따라 오는 하반기부터 2차 양산이 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반기부터 K2 전차가 출고돼 일선 부대에 배치될 것으로 들리지만 불가능하다. 경남 창원의 현대로템 공장에는 파워팩만 끼워넣으면 완성되는 K2 전차가 60여대나 야적된 상태지만 독일 RENK사의 변속기는 일러야 올해 말부터 들어온다. 부품의 하자 검사 등을 거치면 실제 양산은 내년 초에나 가능하다. 2021년까지도 2차 양산이 이어질 수도 있다. 부품 수급만 살펴봐도 하반기 양산 시작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무엇이 조급한지 정부는 이번에도 성과를 스스로 과대 포장한다는 인상을 남겼다.
hongw@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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