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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Who-美 '정치샛별' 오카시오코르테스]그린뉴딜·부유세...'워싱턴 인싸' AOC 행보 계속될까

■전직 바텐더 女최연소 하원입성

개인후원금 30만弗로 정계 입문

당선직후 "아파트 못구했다" 인터뷰

밀레니얼 세대에 공감 일으키기도

트위터 팔로어수 320만명 넘어

헤어스타일·의상까지 화제 올라

■급진주의로 美정가 이슈메이커

100% 재생에너지 '그린뉴딜' 정책

자산가에 최고세율 70% 부과 주장

2020년 美 대선 앞두고 화두로

인기 높아지자 공화당 등 흠집내기

민주당내서도 "비현실적" 목소리





“에이브러햄 링컨이 노예해방 선언에 서명하는 급진적 결정을 했듯이 이 나라를 바꾼 사람들은 모두 급진주의자였다.”

지난해 11월 중간선거에서 29세에 미 연방 하원의원으로 당선된 신예 정치인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스 연방 하원의원이 미국 사회에 일으키는 파란이 심상치 않다. ‘민주적 사회주의자’를 표방하는 오카시오코르테스 의원은 최고소득층에 대한 부유세 부과 등 파격적인 사회주의적 주장을 쏟아내며 일약 미국 정치권의 ‘이슈메이커’로 부상했다. 특히 극심한 부의 편중과 기존 기득권 세력에 염증을 느끼는 밀레니얼 세대(1982~2000년 출생)의 아픈 곳을 대변해주는 오카시오코르테스 의원의 행보는 미국 사회에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서고 있다.

‘미국 역대 최연소 여성 하원의원’ ‘이민자 2세’ ‘바텐더 출신의 진보주의 운동가’라는 독특한 배경으로 일찌감치 주목받은 그의 인기는 연방 하원 입성 이후 하늘을 찌르고 있다. 보스턴대 졸업 후 선거활동 직전까지도 웨이트리스와 바텐더로 일하던 그는 마땅한 선거캠프가 없어 남자친구와 동거하던 집을 이용하는가 하면, 기업 후원을 거부하고 개인 후원금만으로 모은 30만달러로 선거판에 뛰어드는 등 선거 전부터 숱한 화제를 뿌렸다. 그는 당선 뒤 뉴욕타임스(NYT)와의 인터뷰에서 “워싱턴에서 공식일정을 시작하기까지 3개월 동안 예정된 수입이 없어 아파트를 구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해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밀레니얼 세대의 공감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이름 앞글자를 딴 ‘AOC’라는 애칭으로 불리는 오카시오코르테스의 일거수일투족은 연일 언론에 집중 보도되며 할리우드 스타 못지않은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다. 각종 언행은 물론 헤어스타일이나 의상까지 화제에 오르고 그의 이야기를 다룬 다큐멘터리도 제작될 예정이다. 트위터 팔로어 수 320만명을 자랑하는 영향력에 걸맞게 그가 사용한 립스틱이 절판되고 애용하는 한국식 스킨케어 방식 덕에 외신에 K뷰티가 비중 있게 다뤄지는 등 이른바 ‘AOC 효과’가 미 전역을 휩쓸고 있다. 각종 여론조사나 소셜미디어(SNS) 등에서는 정치계의 ‘하룻강아지’인 그의 인지도가 민주당의 굵직한 대선후보들을 앞질렀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인기가 ‘젊은 이민자 여성’이라는 비주류 정치인에게 잠시 스쳐 가는 바람이라는 예상도 많았지만 오카시오코르테스는 정치적으로도 파격적인 행보로 영향력을 키우며 ‘잔바람’이 아님을 스스로 입증해나가고 있다.

실제로 그가 내놓는 정책과 이슈들은 오는 2020년 미 대선을 앞두고 정치권의 핵심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의욕만 앞선 채 공직경험은 전무한 애송이라고 낮춰 봤던 주류 정치권의 시각을 보란 듯이 뒤집으며 미국의 주요 오피니언리더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것이다.



2030년까지 미국의 온실가스 배출을 없애고 100% 재생에너지를 사용하자는 ‘그린뉴딜’ 정책은 기후변화를 2020년 미 대선의 주요 이슈로 만들었다. 여기에 클린 에너지를 위한 인프라 투자에 들어가는 6조6,000억달러의 천문학적 비용 마련을 위해 내놓은 부유세 부과라는 공격적 정책 역시 워싱턴에서 뜨거운 논쟁거리가 됐다. 1,000만달러 이상의 자산 보유자에게 최고세율 70%를 부과하자는 급진적 주장이 그대로 정책으로 실현될 가능성은 낮아 보이지만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 등 민주당에서 2020년 대선 출마를 선언한 후보들이 잇달아 부유세 부과를 공약으로 내거는 등 앞으로 민주당 정책은 오카시오코르테스 의원의 화두와 방향성을 같이 할 것으로 보인다. 오카시오코르테스의 정책안이 단순한 포퓰리즘에 그치지 않는다면 기존 규제 완화의 혜택을 누리던 소수 기업과 기득권에는 악몽이 될 가능성도 크다. 블룸버그 비즈니스위크의 표현대로라면 오카시오코르테스 의원의 존재는 “좌파에는 연인(Darling), 우파에는 악몽”이다.

뉴욕주 롱아일랜드시티에서는 부동산 가격 폭등으로 원주민이 쫓겨나는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을 막기 위해 글로벌 기업인 아마존의 제2본사 설립계획을 백지화하기도 했다. 지역 경제활력의 발목을 잡았다는 논란이 거세지만 초짜 의원이 거대기업의 항복을 받아냈다는 평가를 동시에 받았다.

이처럼 그의 인기와 영향력이 높아지자 보수세력과 일부 언론, 공화당은 본격적으로 오카시오코르테스 흠집 내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노련한 ‘정치 9단’인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보다 신예 정치인이 손쉬운 먹잇감이 될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최근 새로 이사한 아파트가 그의 주장과 달리 고가라는 보도가 나오고 가짜 누드사진이 나도는 등 음해성 공격이 이어지고 있다. 최근에는 그가 대학 시절 춤추는 영상과 함께 “똑똑한 척하지만 멍청한 사회주의자가 여기 있다”는 글이 익명의 트위터 계정에 올라오기도 했다. 이에 오카시오코르테스는 집무실 앞에서 영상과 같은 춤을 추며 “공화당은 여자가 춤추는 것을 부끄러운 일로 여긴다. 춤을 출 수 있는 여자 의원이 있다는 것을 알 때까지 기다려보자”고 응수하기도 했다.

다만 그의 급진적 이미지는 보수진영뿐 아니라 민주당 내에서도 갈등을 낳고 있다. 민주당 지도부에서는 설익은 급진적 진보주의가 중도층 포용이라는 민주당의 집권전략과 방향을 달리한다는 지적과 함께 그의 정책제안이 비현실적이라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그가 내세운 그린뉴딜 정책과 관련해서는 위원회 설치와 운영규칙 문제 등으로 민주당 내에서 갈등을 겪다 결국 그가 한발 물러서기도 했다.

아직 20대인 그가 정치인으로서 어떤 행보를 이어갈지는 미지수다. 오카시오코르테스의 반란이 단순한 포퓰리즘 도구로 전락할지, 아니면 기득권과의 투쟁에서 살아남아 새로운 미 정치계의 희망이 될지에 관심이 집중된다.
/노현섭기자 hit8129@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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