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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서두를 것 없다” 5번 반복 … 기대 낮춘 뒤 성과 포장 의도

비핵화 미흡 땐 쏟아질 비판 선제적 차단 포석

의제 협상 안갯속 北엔 성의·결단 압박 강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9일(현지시간) 백악관 오벌오피스에서 우주군 창설에 관한 ‘우주정책명령 4호’에 서명한 뒤 발언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김혁철(가운데) 북한 국무위원회 대미 특별대표 일행이 20일 하노이에 도착해 북한 의전팀이 머물고 있는 영빈관으로 들어서고 있다. /하노이=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차 북미정상회담을 일주일 앞두고 북한 비핵화와 관련해 “긴급한 시간표는 없다”며 “(핵·미사일) 실험이 없는 한 서두를 것이 없다”고 거듭 속도조절론을 피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19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기자들에게 “궁극적으로는 북한의 비핵화를 볼 것으로 생각한다”면서도 ‘서두를 필요가 없다’는 표현을 다섯 차례나 반복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대북제재 유지를 지렛대로 삼아 비핵화 협상을 주도하겠다는 의지를 보이면서도 베트남 하노이에서 오는 27~28일 열릴 2차 북미정상회담 성과에 대한 눈높이를 미리 낮춰 정치적 부담을 줄이려는 의도가 깔린 발언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5일에도 북한 비핵화 속도에 대해 “서두를 게 없다. 우리는 단지 실험을 원하지 않는다”고 언급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많은 것이 나오고 매우 긍정적인 일들이 일어날 것”이라며 “매우 흥미로운 이틀이 될 것”이라고 2차 회담에 대한 기대감을 나타냈다.

트럼프 대통령이 또다시 비핵화 속도조절론을 꺼낸 것을 두고 미국과 북한의 하노이 핵 담판이 예상보다 낮은 수준에서 끝날 수 있다는 우려 섞인 관측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이 ‘스몰딜’에 따른 미국 내부와 국제사회의 비판을 피하기 위해 미리 기대치를 낮추려는 의도에서 꺼낸 발언일 수 있다는 점에서다. 동시에 의제 협상이 여전히 안갯속인 상황에서 북한을 향해 과감한 결단을 빨리 내리라고 압박하는 메시지도 속도조절론 안에 담은 것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 핵 문제와 관련해 서두르지 않겠다는 입장을 내비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15일에도 기자들에게 “나는 속도 면에서 서두를 게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날은 ‘서두를 게 없다’는 표현을 같은 자리에서 무려 다섯 번이나 했다. 핵 담판을 불과 일주일 앞둔 트럼프 대통령의 복잡한 속내가 드러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특히 미국 측 실무협상 책임자인 스티븐 비건 대북정책특별대표가 이날에서야 하노이로 출발하는 등 북미 간 의제 협상이 속도를 내지 못하는 점을 고려하면 트럼프 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은 협상 성과가 미흡할 경우 쏟아질 비판 세례를 선제적으로 차단하려는 ‘포석’일 수 있다. 로이터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의 이날 발언을 전하면서 “트럼프 행정부가 북한의 즉각적인 핵무기 포기 입장에서 멀어진 것”이라고 분석하기도 했다. 또 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의 방식인 단계적이고 동시적인 접근법을 택했다고 평가했다.

북한의 계속되는 침묵 역시 트럼프 대통령이 협상 성과에 대한 기대감을 미리 낮추려 하고 있다는 관측에 힘을 싣는다. 북한 노동신문을 비롯해 주요 매체들은 2차 북미정상회담 개최에 대해 계속 함구하고 있다. 이는 하노이에서 진전된 결과물이 나올 것이라는 확신이 아직 부족하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한편으로는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에 끌려가지 않고 ‘제재’ 카드를 손에 쥔 채 주도적 협상을 벌이겠다는 의지를 강조한 것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미국 입장에서는 아쉬울 게 없으니 북한이 과감한 결단을 내리라는 압박이다. 로버트 팰러디노 미 국무부 부대변인도 이날 브리핑에서 “제재에 대한 입장은 분명하다. 그것은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비핵화(FFVD)가 달성될 때까지 유지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연장선상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속도조절론이 제재의 필요성을 강조한 것이라면 한국을 향한 경고성 메시지도 될 수 있다. 2차 회담이 열리지도 않았는데 청와대는 물론 각계에서 경협에 군불을 때고 있어서다. 실제 청와대는 19일 밤 한미 정상 간 통화 내용을 브리핑하면서 문재인 대통령이 경협을 언급했다고 전했으나 트럼프 대통령과 미 국무부는 이에 대해 별도의 언급을 하지 않았다.

한편 베트남 하노이에서의 2차 북미정상회담이 임박함에 따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5차 중국 방문 성사 가능성이 고개를 들고 있다. 김 위원장이 지난해 싱가포르 정상회담 전후로 중국을 방문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만난 바 있어 이번에도 전례를 따를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이날 베이징 소식통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1월 베이징 방문 당시 시 주석과 2차 북미정상회담에 대해 심도 있는 의견을 나눴으며 27~28일 하노이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회동한 뒤 다음달 중국을 방문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6월12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김 위원장은 그해 5월7일 다롄을 방문해 시 주석을 만났다. 김 위원장은 북미정상회담이 끝난 후 1주일 만인 6월19일 전용기로 베이징을 다시 방문해 시 주석에게 북미 간 협의 결과를 설명한 바 있다./뉴욕=손철특파원 정영현기자 yhchu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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