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해외칼럼] 암처럼 번지는 이슬람권의 반유대주의

英 유대인 지지에 대한 우려로

아랍 19세기부터 '반유대' 늘고

이스라엘 건국이후 급속 확산

지금은 美대륙보다 중동서 기세

파리드 자카리아 워싱턴포스트 칼럼니스트·CNN ‘GPS’ 호스트





최근 몇 주 동안 일한 오마르와 라시다 틀라입 등 이스라엘과 미국 내 열혈 이스라엘 지지자들을 향해 비판적 성명을 발표한 두 명의 민주당 초선의원들에게 정치권의 관심이 집중됐다.

일부에서는 그들의 트윗과 코멘트를 이스라엘에 대한 단순한 비판이 아니라 뉴 레프트 진영에서 일고 있는 반유대주의의 증거라고 주장한다.

나는 두 의원의 심중을 알지 못한다. 그러나 이슬람권에 반유대주의가 암처럼 번지고 있는 상황에서 무슬림으로서 이런 이슈들을 거론할 때는 특별히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믿는다(물론 오마르와 틀라입은 현재 이슬람권에서 벌어지고 있는 사태에 전혀 책임이 없다. 하지만 그들 역시 이런 독기 어린 분위기를 당연히 의식해야 한다).

지난 2014년 반명예훼손연맹(Anti-Defamation League)이 유대인들에 대한 견해를 알아보기 위해 100여개 국가를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반유대주의는 아메리카 대륙보다 중동 지역에서 기세를 떨치고 있고 기독교권에 비해 무슬림권에서 두 배 이상 자주 나타나는 것으로 밝혀졌다.

프랑스 등의 국가에서 반유대주의는 종종 단순한 정서를 넘어 유대인들, 심지어 그들의 자녀들까지 제물로 삼는 비극적인 테러로 변형된다.

반유대정서가 항상 테러로 이어지지는 않았다는 사실에 놀라는 사람들이 적잖을 것이다. 사실 역사를 통틀어 무슬림권에 속한 중동은 기독교권에 속한 유럽이 무슬림들을 학살하고 추방할 때도 유대인들에게 우호적이었다.

언젠가 나와 만난 자리에서 위대한 역사학자 버나드 루이스는 “1940년대 말과 1950년대에 수십만 명의 유대인이 아랍 국가들에서 탈출했다는 사실에 많은 사람이 주목한다”며 “반면 아랍인들은 당시 왜 그렇게 많은 유대인이 그들의 땅에서 살았는지 이유조차 묻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의 주요 저서인 ‘이슬람의 유대인들(The Jews of Islam)’에서 루이스는 유대인들을 겨냥한 신학적 논쟁이 다반사였던 중세 시대에 이슬람 세계에 거주하는 유대인들은 극히 드물었다고 기술하고 있다.

그의 저서에 따르면 이슬람이 통치하던 수 세기의 초반에 유대인들과 그들의 이웃 사이에는 서방 세계와 헬레니즘 시대 및 현대에서는 도무지 찾아볼 수 없는 일종의 공생관계가 존재했다.

유대인들과 무슬림은 서로 협력하고 어울리며 개인적 우정을 나누는 등 사회적·지적 유대를 포함한 광범위하고 친밀한 접촉을 했다. 당시 이등 시민이었던 유대인들의 지위를 부풀려 말해서는 안 되겠지만 무슬림들은 기독교 사회에 비해 훨씬 적극적으로 그들을 용인했고 또한 격려했다.



루이스에 따르면 무슬림 세계의 사정이 바뀐 것은 유럽의 직접적 영향의 결과로 무슬림들 사이에서 처음으로 반유대주의라는 용어가 합법적으로 쓰이기 시작한 19세기 말부터였다.

무슬림들은 거의 중동 전역의 통치자가 된 영국이 비무슬림 커뮤니티들, 그중에서도 특히 유대인들을 지지하는 것을 우려했다. 이때부터 무슬림들은 피의 비방이라는 개념과 같은 유럽의 반유대주의 비유를 수입하기 시작했고 ‘시온장로 의정서(Protocols of the Elders of Zion)’를 포함한 유독성 반유대주의 작품들이 아랍어로 번역되기 시작했다.

이런 모든 태도에 힘을 불어넣은 것은 1948년의 이스라엘 건국과 이를 분쇄하려는 아랍 지도자들의 결의였다.

유대 국가의 정통성을 흔들려는 일념에서 가말 압델 나세르 이집트 대통령 같은 이들은 모든 형태의 반유대주의 서적과 수사를 권장했다. 아랍국들은 결국 반유대주의의 거대한 선동기계이자 자국 국민들에게 유대인에 관한 지독히 혐오스러운 아이디어를 주입하는 세뇌발전소로 전락했다.

세속적 대통령으로 여겨지는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조차 2001년 “이스라엘이 그리스도를 배반하고 고문했던 멘털리티와 선지자 마호메트를 배반하려 시도했던 것과 동일한 방법으로 성스러운 종교의 모든 가치를 말살하려 들고 있다”고 선언했다. 사우디아라비아 같은 종교국가들은 그보다 더하면 더했지 결코 덜하지 않다.

국가가 주관하는 수십 년에 걸친 선동은 효과를 냈다. 이제 반유대주의는 중동 지역과 그 외 지역 무슬림들의 통상적인 담론으로 자리 잡았다. 일부 아랍국들이 적극적인 인종증오 선동에서 한발 뒤로 물러서기는 했지만 이미 심각한 손상이 가해졌다.

이스라엘을 비난할 수도 있다. 피터 베이나트가 그의 저서에서 지적했듯 이스라엘이 웨스트뱅크에서 했던 것처럼 동일한 지역에서 하나는 이스라엘, 다른 하나는 팔레스타인을 위해 두 개의 법 체제를 동시에 수립하는 것은… 지극히 편협한 처사다… 게다가 이 같은 체제는 무려 반세기 이상 지속됐다.

미국이스라엘공공자문위원회(American Israel Public Affairs Committee·AIPAC)의 막강한 정치적 영향력에 관해 말할 수도 있다. 나는 이란 핵합의를 지지할 경우 AIPAC의 타깃이 될 수 있다며 개인적으로 우려를 표명한 상원의원들을 기억한다(물론 이것은 다른 로비들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며 상원의원들이 이란 핵합의에 반대한 유일한 이유는 아니다).

이들은 이스라엘에서와 마찬가지로 미국에서도 열띤 논쟁과 토론을 벌어야 할 합법적 이슈들이다.

유감스럽게도 두 명의 초선 의원은 이처럼 중요한 이슈에 반유대주의 프레임을 덧씌움으로써 추가 논의를 진행할 기회를 날려버렸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울경제 1q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