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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권력기관 개혁을 위한 제언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헌법학

'제왕적 대통령제' 탈피가 우선

기관장 임명땐 국회 동의얻고

업무수행 외부적 통제 강화를





검찰과 경찰·국가정보원으로 대표되는 권력기관에 대한 정부의 개편안이 문재인 대통령이 주재한 개혁전략회의에서 재차 확인됐다. 큰 줄기는 그동안 정부에서 발표한 내용과 다르지 않았지만 총선을 1년 앞둔 상태에서 이를 서두르는 의도를 의심하는 야당이나, 권력기관의 정상화를 위한 실질적 조건에 대해 침묵하고 있다는 비판으로 인해 향후 개편 과정은 순탄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권력기관의 개편 필요성에 대해서는 이견을 찾기 어렵다. 문재인 정부의 출범과 동시에 검찰 개혁이 가장 먼저 이야기됐고 국민들도 박수를 보냈다. 그런데 지난 2년 동안 개혁의 성과는 별로 없었고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도입 논의는 아직 제자리걸음이다. 검경 수사권 조정 역시 눈에 보이는 성과는 미미하고 국정원 개혁에 대해서는 찬반이 여전히 날카롭다. 개혁을 위한 노력이 부족했던 것인지 아니면 방향과 방법이 잘못된 것이었는지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한 시점에서 기존의 방식대로 밀어붙이는 것이 과연 현명한 선택인지도 문제다.

그러나 검찰·경찰·국정원 등 권력기관들의 권한 오남용의 가장 본질적 문제는 대통령의 인사권 및 이를 통한 영향력이라는 점이 정부의 개혁안에서 도외시되고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경우에서 보듯이 대통령의 권력은 검찰과 경찰·국정원뿐 아니라 사법부에까지도 미치며 그로 인해 ‘제왕적 대통령’으로 지칭되는 것이다. 결국 권력기관 개혁의 핵심은 대통령의 영향력을 최소화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의 마련이라 할 것이다.

여기서 제도의 문제가 아니라 사람의 문제라고 말하는 것은 옳지 않다. 권한 오남용을 막기 위한 제도를 마련하는 것은 사람의 문제를 최소화하기 위한 것이다. 그리고 이는 검찰이나 경찰·국정원과 마찬가지로 대통령에게도 해당하는 것이다. 검찰이나 경찰 등의 권력 오남용에 대해서는 통제를 강화하면서 이들에 대한 명령권을 갖는 대통령의 권한은 전혀 건드리지 않는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 수 있는가.

이는 마치 내 손발의 잘못을 내가 책임지지 않는 것과 다를 바 없으며 유사한 일은 계속 반복될 수 있다. 지난 30년의 경험으로 충분하지 않은가.



검찰권 오남용이 여러 차례 문제가 됐고 유사한 사태의 재발을 막기 위해 개혁이 필요하다는 점에는 동의할 수 있다. 이를 위해 수사권 조정이나 공수처 도입도 고려될 수 있다. 그러나 검찰 개혁이라는 목적이 이를 위한 모든 수단을 정당화시키는 것은 아니다.

문 대통령은 취임 초기 수사권 조정과 관련해 경찰 개혁이 선행되고 국민의 경찰에 대한 신뢰가 전제돼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그러면 지금은 그러한 전제가 갖춰졌는가. 공수처 도입도 그렇다. 수사권 조정 이전의 상태에서 검찰권 통제를 목표로 해야 하는가 아니면 수사권 조정 이후의 경찰권 통제를 겨냥해야 하는가.

검찰 개혁과 국정원 개혁으로 가장 권력이 커지는 기관이 경찰이다. 검찰의 수사지휘권이 축소·폐지되고 국정원의 대공수사권까지 떠맡게 될 경우 경찰 권력의 비대화가 문제가 되자 자치경찰제를 도입해 국가경찰의 규모를 축소한다는 대안이 나왔다. 그러나 생활안전 등의 제한된 업무만을 수행하는 자치경찰이 국가경찰에서 분리된다고 해서 과연 경찰권이 얼마나 작아지는 것일까. 오히려 대부분의 권한은 국가경찰에 집중돼 있고 그러한 국가경찰에 대한 인사권 및 명령권은 결국 대통령에게 있는 것 아닌가.

정부의 개혁안을 보면 대통령의 오른손에 있던 권력을 왼손으로 옮기는 것처럼 보인다. 이를 통해 오른손의 문제를 해결했다는 것은 왼손의 문제는 도외시하는 것이고 조삼모사와 다를 바 없다.

진정한 개혁이 되기 위해서는 대통령이 권한을 내려놓아야 한다. 권력기관장 임명에 국회의 인사청문회를 거칠 뿐 아니라 동의를 받도록 해야 한다. 권력기관의 활동에 대한 외부적 통제를 강화해야 한다. 이를 통해서만 국민들의 마음에 와 닿는 개혁이 가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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