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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꽂이 - 광장과 타워]마틴 루터도 '네트워크'로 종교개혁 이뤘다

■니얼 퍼거슨 지음, 21세기북스 펴냄

현재의 SNS 새로운 개념 아냐

유럽종교 '독점' 깬 獨인쇄공서

美 혁명 이끈 '프리메이슨'까지

중세시대부터 네트워커들 존재

'기존질서 깨는 네트워크는 옳다'

일부 논평가들 시각엔 거리 둬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사회 변화의 주역으로 자리 잡기 시작한 지 어느덧 10년이 훌쩍 지났다. 대통령 후보로는 오바마가 2008년 선거 운동 당시 트위터로 간결한 메시지를 전하면서 국내에서는 생소하던 스마트폰과 트위터라는 SNS가 세상에 널리 알려졌다. 이후 SNS는 튀니지와 이집트의 이른바 ‘아래로부터의 혁명’을 이끌어 내는 기폭제가 되기도 했다. 또한 트위터는 당선 가능성이 낮았던 트럼프를 대통령의 자리에 오르게 한 일등공신이나 다름없었고, 강렬하고 단순한 메시지를 지지자들에게 보내면서 이것이 일종의 ‘전염’ 역할을 한 덕분이라는 분석이 뒤따랐다.

이처럼 사회의 변화를 만들어내는 ‘네트워크’는 디지털 시대에 갑자기 튀어나온 것은 아니다. 로마 가톨릭의 부정부패에 반기를 들고 독일 종교개혁을 이끈 마틴 루터 역시 ‘네트워크’를 이용했다고 볼 수 있다. 그가 쓴 ‘95개의 논제’가 독일 전역으로 빠르게 퍼져나갈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인쇄술의 발달 덕이었다. 이렇게 네트워크의 방법은 인쇄에서 디지털로 변화했을 뿐, 그리고 각 매체가 전파하는 속도의 차이만 있을 뿐, 사회를 변화시키는 원동력으로서 계속해서 우리 역사에 존재했던 셈이다.

세계적인 경제사학자 니얼 퍼거슨이 쓴 ‘광장과 타워’는 바로 SNS가 전혀 새로운 개념이 아니라 종교개혁을 이끈 인쇄공들과 설교자들로부터 미국 혁명을 이끈 프리메이슨(18세기 초 영국에서 시작된 세계시민주의적·인도주의적 우애를 목적으로 하는 단체)에 이르기까지 면면히 이어져 오고 있음을 밝힌다. ‘차이메리카’라는 용어로 중국과 미국의 관계를 설명하는 등 세계사적 전환의 시기에 경제 위기를 예측해 주목기도 했던 저자는 이 책을 통해 “교황들과 왕들의 오래된 질서에 파문을 일으키는 ‘네트워커’(networkers)들은 언제나 있어왔다”고 주장한다.





‘네트워크 이론서’라는 점에서 기조 경제역사서와 확연한 차별성을 지닌 이 책에 따르면 19세기 들어 유럽국가들은 로스트차일드가와 사전 협의나 지원이 없으면 어떠한 전쟁도 할 수 없을 만큼 로스차일드는 절대적인 전쟁의 배후 세력으로 부상했다. 또한 1990년대 들어 영국에서는 은행보다 헤지펀드의 힘이 더 강력해지게 된 것, 그리고 넬슨 만델라가 공산주의자에서 자본주의자로 변하게 된 것도 얼핏 보면 네트워크와는 전혀 관련이 없는 듯하지만, 모두가 네트워크와 연관된 역사적 사건들이다. 그러니까 페이스북, 구글 등이 세계를 지배할 수 있게 된 것은 물론, 1500년대 제국을 지배했던 서유럽의 탐험가들과 유럽 종교에 대한 ‘독점’을 깬 독일의 출판인들이 그랬던 것처럼 앞서 언급한 역사를 만든 것은 바로 ‘네트워커’들이었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859쪽에 달하는 방대한 분량의 이 책에는 역사 속의 수많은 ‘피리 부는 사나이’들이 등장한다. 자본과 권력보다는 이름없는 대중의 마음이 모일 때 사회 변화가 만들어진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하는 부분이다. 또 퍼거슨은 “역사상 주요한 변화들은 기성의 위계조직들이 각종 네트워크에 의해 파괴적인 도전에 처하는 과정”이라고 역설한다. 다만 저자는 오늘날 네트워크가 위계적 질서를 파괴하는 것을 좋은 일이라고 보는 일각의 논평가들의 잘못된 관점에는 일침을 가하며 네트워크의 힘을 과장하는 음모론과는 거리를 둔다.

그러나 퍼거슨은 마지막 장에서 사회가 트럼프의 등장을 예견하지 못한 점에 대해서는 아쉬움을 표현하면서 공정하고 정의로운 세상을 추구하는 방식을 되찾아야 한다고 역설한다. 그는 “(트럼프는) 현시대의 규범을 깨고 외견상 독창적으로 집권했지만 르네상스 시대 관점으로 보면 표절자나 다름없다”며 “황금을 입힌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내려와 미국 대통령에 출마하겠다고 선언한 이후 트럼프는 인쇄술만큼이나 오래된 대중주의자의 각본에서 대사와 지문을 도용했다”고 일갈했다. 더욱 충격적인 사실은 미국 유권자들은 공중보건 체계와 경제와 주요 인프라의 자연 안에 위험이 축적되고 있음을 목격했음에도 사회 전반적으로 트럼프의 등장을 예상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퍼거슨은 “이러한 격변의 소용돌이 속에 살면서 우리는 왜 ‘사회’ 시스템이 취약하지 않다고 생각했을까?”라고 묻는다. 백 번 들어도 씁쓸하기만 한 질문이다. 입과 인쇄물을 통해 소식이 전달되던 과거와 달리 실시간으로 SNS를 통해 사회적 시스템이 무너져 사회가 그야말로 ‘취약해지고 있다’는 시그널이 지금 우리 눈앞에 넘쳐나고 있으니 말이다. 4만5,000원
/연승기자 yeonvic@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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