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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철의 철학경영] 통제할 수 없다면 걱정하지 말라

연세대 철학과 교수
<90> 올바른 수용의 자세
손님 입맛 못맞춘 식당 망하듯
발전 위해선 혁신 필요하지만
죽음처럼 피할 길 없는 일에는
담담히 받아들일 줄도 알아야

  • 2019-01-11 18:31:57
  • 사외칼럼
[김형철의 철학경영] 통제할 수 없다면 걱정하지 말라

수년 전 홍콩에 부부여행을 간 적이 있었다. 특별한 이유 없이 그냥 가서 맛있는 음식 먹고 쇼핑이나 하고 싶어서 간 거다. 홍콩에 거의 다 와서는 비행기가 착륙하지를 못한다. ‘슈욱’하는 소리를 내면서 앞으로 가지 못하고 옆으로 비틀거리는 것이 아닌가. 엔진 소리만 요란하지 속력은 계속 떨어진다. 그때 “지금 맞은 편에서 태풍이 엄청난 속도로 불고 있다”는 기내방송이 나온다. 거의 1시간 동안 고도를 바꿔가면서 이런저런 착륙 시도를 하다가 결국 반대방향으로 돌아가서 내리기로 기장은 결정한다.

그 기간 내내 나는 아내와 손을 꼭 붙잡고 있었다. 비행기 타면서 죽음이 가장 가깝게 느껴진 순간이었다. 속으로 ‘하나님, 아직은 아닙니다. 한 번만 더 기회를 주신다면…’ 하면서 계속 기도로 내 마음을 다스리고 있었다. 물론 우리 둘은 그 어느 때보다도 더욱 진하게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고 있었다. 가만히 주위를 살펴보니 다들 긴장한 표정이 역력했다. 옆의 옆쪽에 있는 한 아기는 세상모르고 엄마와 함께 새근새근 잠들어 있는 게 아닌가. 그뿐이 아니다. 우리 자리 뒤쪽에서 한 중년 남성의 코 고는 소리도 들려왔다. 그날 나는 무엇을 배워야 했는가.

몇 년 전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ㅅ’라면 회사에 강의를 간 적이 있었다. 강의 후 점심 식사를 하다가 “우리 회사 라면을 많이 먹어 보셨나요?”라는 질문에 나는 힘차게 “네”라고 긍정 답변을 했다. 워낙 라면을 좋아했기 때문에 조금의 망설임도 없었다. 그리고는 바로 이어서 두 번째 질문이 들어온다. “10년 전 ‘ㅅ’라면의 맛과 지금의 맛이 같을까요, 다를까요?” 처음에는 이 질문이 의아하게 느껴졌다. 너무나 당연히 같은 맛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출제자의 의도를 생각한다면 “다르다”고 답해야 할 것 같았다. 돌아온 답변은 “10년 전과 지금의 소비자 입맛이 다르기 때문에 면과 스프에 들어가는 재료를 조금씩 계속 바꾼다”는 거다. 엄밀하게 말하면 10년 전 나의 입맛을 지금을 알 길이 없기 때문에 현재와 비교할 수가 없다. 그러나 재료가 계속 바뀌었으니 아마도 맛도 다르게 느꼈으리라.

[김형철의 철학경영] 통제할 수 없다면 걱정하지 말라

그때 내 머릿속에는 ‘변하지 않기 위해서 우리는 끊임없이 변화해야 한다’는 중국 속담이 떠올랐다. 손님이 짜장면을 먹고 나서 맛이 별로라고 하면 중국집 요리사는 설탕을 조금 더 넣는다. 손님이 와서 빵이 맛이 없다고 하면 제빵사는 소금을 조금 더 친다. 손님의 입맛을 바꾸려고 덤벼들면 그 식당은 망하기 십상이다. 요즘은 저염식이 워낙 유행이라 너무 싱거운 것도 문제지만 소금을 더 달라고 할 수밖에 없다. 따지고 보면 같은 브랜드 이름을 가진 자동차도 해마다 디자인과 성능이 바뀌어서 나온다. 고객으로부터 변함없는 사랑을 받기 원한다면 끊임없이 혁신하라.

라이트 형제가 비행기를 발명할 무렵 하버드대 교수도 같이 경쟁하고 있었다. 미 국방성과 투자자로부터 자금지원도 받고 가방끈도 훨씬 길었기에 미디어는 늘 그 하버드대 교수를 주시했다. 그러나 끊임없는 호기심과 성실한 실험 덕분에 결국 자전거 방을 운영하던 라이트 형제가 승리를 거둔다. 더욱 놀라운 것은 그 하버드대 교수가 그 후 비행기 제작의 꿈을 접어버렸다는 사실이다. 얼마든지 추가적인 연구를 할 수도 있었을 텐데. 비행기가 발명되고 계속 발전을 거듭해감에 따라 자연스럽게 에어라인 인더스트리가 형성된다. 재미있는 현상 중의 하나는 당시 최고의 재력을 자랑하는 회사인 철도회사 중 아무도 항공회사를 창업하거나 인수합병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만약 그랬다면 매우 헐값에 가능했을 거다. 왜 안 했을까. 회사 미션에 ‘우리는 철도회사다’라고 쓰여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변하지 못한 것이다. 환경이 안 바뀌면 내 갈 길을 바꿔라.

도사가 어느 날 아침, 제자를 부른다. “내가 지금부터 묻는 말에 ‘예’라고 답하면 너의 머리를 몽둥이 후려치겠다. ‘아니오’라고 답해도 몽둥이세례가 날아간다. 답을 거부해도 마찬가지다.” 도사가 제자에게 던지는 메시지는 “살다 보면 피할 수 없는 것이 있다. 그러면 그것을 덤덤하게 받아들여라”다. 절대 피할 수 없는 것이 무엇이겠는가. 바로 죽음이다. 죽음을 덤덤하게 받아들이는 자세가 바로 도통(道通)의 경지에 이른 것이다. 비행기 속에서 기도를 하든, 잠을 자든 결국은 덤덤하게 상황을 받아들여라.

그날 배운 교훈은 모두 세 가지다. 첫째, 상대를 이기지 못하겠거든 차라리 내 갈 길을 바꿔라. 둘째, 변하지 않기 위해서 끊임없이 변화해라. 셋째, 내가 통제할 수 없는 것에 대해서는 근심 걱정을 거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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