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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유바이크]<74>마지막처럼 달린 가을 모터사이클 투어

겨울 내내 그리워할 죽령·불국로·호미로·7번국도·수라리재

“영하 X도까지는 괜찮더라”는 분들도 많으시지만, 저는 영하의 추위가 오기 전에 바이크를 봉인합니다. 시내용으로 가끔 타는 울프 빼고는 대략 11월부터 내년 3월까지 동면입니다. 그래서 날씨가 좋은 9, 10월은 나름대로 엄청나게 열심히 바이크를 탔습니다. 부제목의 코스를 따라서 말이죠. 아래는 그렇게 바이크 타면서 놀고 먹은 이야기, 바이크 열심히 타자고 뽐뿌 넣는 이야기(…)니까 바쁘신 분들은 코스만 메모하시고 창을 닫으셔도 됩니다.

10월 초에는 휴가를 내고 2박 3일 반국투어를 다녀왔습니다. 전국 곳곳에 가보고 싶은 동네는 참 많지만 이번에는 경주, 포항, 울진, 영월에 들르기로 했습니다. 경주 1박, 울진 1박입니다. 아침에 서울에서 출발해서 350㎞ 떨어진 경주까지는 일단 내비만 따라 달리기로 했는데, 중간중간 좋아보이는 길이 있으면 탈주해서 굳이 가보기도 했습니다. 바쁜 현대인의 빠듯한 투어 코스지만 그래도 휴가니까요.

내려가는 길에 아무렇게나 쭈그리고 앉아서 찐옥수수&군밤도 먹고,

이때까지만 해도 더워서 꾸역꾸역 그늘 찾아감




노랗게 익은 논을 배경으로 바이크 사진도 찍어봅니다. 이런 사진 한번쯤 찍어보고 싶었는데 소원성취 했습니다.

우윳빛깔 W800!!!!


중간에 휴게소에서 마주친 다른 라이더들과 짧은 대화도 나누고 각자 갈 길을 갑니다.



그리고 경주 도착. 보문호가 내려다보이는 숙소입니다. 그나저나 보문단지 일대는 용인 에버랜드 일대를 떠올리게 하더군요. 길 널찍하고 가로수 잘 돼있고 차는 별로 없고, 무엇보다 놀러온 사람들이 풍기는 들뜬 여유!

이 곳이 한국임을 알려주는 눈부신 마트 간판.


경주에서 꼭 가고 싶은 곳이 야간의 안압지(요즘은 동궁과월지라고 한다는)였는데, 저녁 먹고 야간개장 표 사러 갔더니 매표소 줄이 백오십 명은 돼 보여서 포기했습니다. 다들 저녁 먹고 안압지 가야지~란 생각이었던 것입니다. 혹시 안압지 가실 분은 아주 일찍 가시거나 아주 늦게 가시길 조언해 봅니다.

초딩 시절 수학여행때나 봤던 첨성대를 구경하고, 편의점만큼이나 당연하게 시내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고분 사이를 지나 밤의 경주를 산책해 봅니다.

주머니 속엔 경주명물 황남빵★


반국투어 두번째 날부터는 여유를 부려봅니다. 줄을 서서 석굴암을 구경해보기도 하고, 미리 눈여겨본 라이딩 코스를 달려보기도 합니다. 그 코스가 바로! 경주의 자랑 불국로(확실치 않음)입니다. 불국사, 석굴암 등을 잇는 길인데 특히 석굴암 올라가는 길이 엄청나게 구불구불한 와인딩 코스입니다. 하지만 오전 10, 11시쯤이면 이미 관광객 차량이 많아 아주 슬렁슬렁 올라갔습니다. 그래도 풍경은 매우 좋습니다.

그리고 불국로의 하이라이트는 석굴암에서 경주풍력발전 전망대로 향하는 구간이 아닐까 싶습니다. 산자락의 거대한 풍력발전기 사이를 모터사이클로 달리면서 잠시나마 천국을 가로지르는 듯한 감동을 받게 됩니다.

경주풍력발전 전망대에서 한 컷


인생샷 여럿 찍고 옴


바람개비


사실 제대로 놀려면 경주에서 2박을 해도 좋았겠지만 욕심 많은 저는 포항으로 달렸습니다. 이번에 처음 봤는데도 사진으로 너무 많이 봐서 별 감흥이 없는 호미곶에 들렀고,



파주 트랙에서 뵈었던 분들을 이 곳에서 마주쳤습니다. 역시 라이더들이 가는 곳이란 뻔한가봅니다.

평일인데도 주차된 바이크가 자꾸 바뀔 정도로 라이더들이 즐겨찾는 호미곶


그리고 호미곶을 찍고 동해 7번국도를 향해 달리는데, 호미곶을 한 바퀴 도는 호미로가 기대치 않게 훌륭했습니다. 바다를 오른쪽에 끼고 달릴 수 있는 데다 길이 오밀조밀해 달리는 재미가 컸더랬죠.

호미로. 지도를 확대해 보면 와인딩 코스가 잔잔하게 흩어져 있습니다. /네이버지도 캡처


호미로를 거쳐 동해 7번 국도를 달리다 들르게 되는 망양휴게소는 언뜻 평범한 국도 휴게소지만 건물 뒤로 동해안 바다가 펼쳐지는 어마어마한 입지를 자랑합니다. 휴게소 푸드코트에서 우동 한 그릇을 먹으며 동해안의 일몰을 감상할 수 있었습니다.

망양휴게소의 씨뷰 테이블




날이 어두워지기 전에 예약해둔 울진 숙소에 짐을 풉니다. 좀 허름해도 바다 전망이 엄청난 곳입니다. 밤엔 별도 꽤 많이 보여서 한참이나 고개를 쳐들고 감상했습니다.



어느덧 마지막날. 집에 가야 하는 날이지만 그냥 가면 재미 없으니까 강원도를 좀 들러서 가기로 했습니다. 정선을 지나칠 때쯤 들썩들썩 지역 축제가 한창이길래 바이크를 세웠습니다.



요즘 지역 축제는 VR 체험도 있고 좋더군요.



몇 년 동안 못 먹어본 것 같은 국화빵도 한 봉지 사봅니다. 여행 중 제일 해방감 느껴지는 순간이 이럴 때 아닌가 싶습니다. 뭐 하나 주워먹으면서 구경도 하고 그런 거요. ‘으른’이 되고 났더니 휴가 때나 그런 순간이 찾아옵니다.

#따끈 #통통


한 켠에서는 각설이공연 후 일본에서 직수입한 엄청난 고성능의 고급 치약 판매가 한창입니다. 설명이 끝나자마자 지갑 여는 분들이 꽤 많더군요. “자식분들은 이미 좋은 거 잘 쓰고 있으니까 본인들 것 사시라”는데, 정말 좋은 치약이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정말 마지막 코스, 영월의 수라리재입니다. 동호회원이 추천해 준 이 곳을 벼르다가 드디어 찾아왔습니다. 오르막길에 5개의 헤어핀이 이어져 있는데, 중간에 살짝 임도로 빠져나가는 코스까지 있다고 합니다. 우리집 고양이가 막 찍어도 컴퓨터 바탕화면 같은 사진을 얻을 수 있는 곳이죠.

(말 나온 김에 저희 둘째 고양이 사진 좀 보시구요)




이 날은 공휴일이었는데도 차, 바이크 한 대 안 지나갔습니다. 30분 동안 드론까지 날려가며 놀았는데 말입니다.

드론샷


그렇게 올해의 반국투어를 끝냈습니다. 내년에는 진심 여유있게 투어를 해야겠다고 마음 먹으면서요.

마지막으로 단풍이 한창이던 때 찾아간 소백산 죽령의 사진을 덧붙여봅니다. 날씨가 살짝 꾸물거렸지만 제대로 물든 은행나무, 단풍나무를 감상하고 올 수 있었습니다. “역시 바이크를 타길 잘 했다”고 또 생각했습니다.





이 풍경들을 겨울 내내 엄청 그리워할 것 같습니다. 혹시나 한겨울에도 타시는 분들은 길 조심, 추위 조심하시길 바랍니다.



/유주희기자 ginge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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