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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텔링]'가성비 갑' 맘스터치는 어떻게 우리를 홀렸을까?





“이거 먹다가 최소 입 찢어지는 각?”

“맘스터치 싸이버거, 정말 ‘혜자’스럽지 않음?”

1998년 1월, 햄버거 가게 하나가 서울 쌍문동에 문을 연다. ‘맘스터치’. 엄마의 손길로 정성스러운 음식을 제공하겠다는 뜻의 이름을 내건 가게는 20여 년이 지난 지금, 대형 패스트푸드 프랜차이즈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로 성장했다. 어느 업계보다도 경쟁이 치열한 패스트푸드 시장에서 맘스터치는 대체 어떻게 대한민국의 국민들을 홀린 걸까?

국내 패스트푸드 브랜드 시장에서 맥도날드, 롯데리아, KFC, 버거킹 등 이른바 ‘빅4’의 아성은 굳건했다. 매장 수와 매출, 고객 만족도 등 모든 면에서 다른 브랜드가 따라갈 수 없을 만큼 큰 차이를 보이며 앞서 나갔다. 마니아층을 거느리며 호평을 받던 파파이스도 그들의 아성에 도전할 수는 없었으니, 다른 브랜드는 말할 것도 없었다.

하지만 이제 ‘빅4’라는 단어를 쓰는 사람은 거의 없다. ‘가성비 갑’이라는 수식어와 함께 맘스터치가 그 아성을 비집고 들어왔기 때문이다. 업계와 소비자, 언론 모두 ‘빅4’보다는 맘스터치를 추가한 ‘빅5’를 더 자주 쓴다.



맘스터치는 TS푸드앤시스템이라는 회사가 만들었다. 미국에서 치킨브랜드 파파이스를 들여와 운영하던 이 회사는 제2의 파파이스라는 목표를 세우고 브랜드를 론칭했다.

시장에 새로 진입한 브랜드가 발붙일 곳은 없었다. 맥도날드·버거킹·롯데리아 등 패스트푸드 브랜드에 교촌·비비큐 등 치킨 브랜드까지 성장 가도를 달리고 있던 시절, 굳이 맘스터치를 선택할 소비자는 많지 않았다.



매출도 제대로 못 내는 ‘골칫거리’ 취급을 받게 된 이유다. 2004년 구조조정 차원에서 분사를 하고, 지금의 정현식 대표가 회사를 나와 해마로푸드서비스를 인수하면서 새로운 출범을 알렸지만 사정은 나아지지 않았다. ‘무언가’ 특단의 조치가 필요했다.

◇가성비 무기로 국내 4위 자리에 오르다

맘스터치의 성공신화가 시작된 것은 2010년대에 들어서면서부터다. 다른 브랜드와의 차별성을 키우는 것을 최우선 목표로 정하고, 주문과 동시에 음식을 만드는 수제 방식을 도입한다.



이름하여 ‘애프터 오더 쿡’(After Order Cook). 다른 어떤 패스트푸드 브랜드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방식이었다. 주문하자마자 제조에 들어가는 탓에 다소 시간은 걸렸지만 신선한 음식을 받아볼 수 있다는 점이 많은 소비자를 매료시켰다.

여기에 ‘가성비’까지 더하면서 맘스터치는 소비자들을 홀리기 시작한다. 가격 대비 고품질로 소비자 만족도를 극대화했다. 일부 제품을 제외한 대부분의 버거 메뉴 가격은 3,000~4,000원으로 책정됐다. 다른 브랜드에 비해 2,000~3,000원가량 저렴한 편이었다. 그럼에도 제품의 질은 뒤지지 않았다. 대표 메뉴인 싸이버거의 경우 3,400원이라는 저렴한 가격이지만 큰 닭다리 패티와 채소, 질 높은 빵으로 구성돼 큰 만족감을 자랑했다. SNS에서는 ‘입찢버거(입이 찢어질 정도로 두껍다는 의미)’로 불리며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5,000원이 넘는 맥도날드 대표 버거 빅맥과 견줘도 손색이 없다는, 아니 오히려 낫다는 평가가 쏟아졌다.



맘스터치의 ’신선한 맛’과 ‘가성비’는 자연스럽게 지갑이 얇은 고등학생과 대학생 등 젊은 세대를 끌어모았다. 이들은 SNS를 통해 맘스터치를 알렸고, 유명 ‘먹방(음식을 먹는 1인 방송)’ BJ들도 앞다퉈 맘스터치 메뉴들을 시식했다.



확장 속도가 무한대에 가까운 SNS 덕에 2004년부터 10년 가까이 그 흔한 TV 광고도 하지 않았다. 마케팅 비용을 줄이고, 맛과 품질 개발에만 몰두할 수 있었던 비결이다. 입소문을 타고 확장에 확장을 거듭한 맘스터치는 2017년 빅4 멤버였던 KFC(1,613억원)를 매출(2,396억원) 부문에서 누르고 당당히 국내 네 번째 패스트푸드 브랜드로 올라서게 된다.

◇가맹점주가 행복하니 소비자·가맹사업본부도 행복





또 다른 성공 요인은 골목 상권을 향한 도전이다. 대부분의 패스트푸드 업체들이 중심상권에 매장을 열고 브랜드를 알린 것과 다른 차별화된 그들만의 전략이다. 시골 읍면 단위까지 점포를 확장해 점차 큰 시장으로 나간 마케팅 전략은 지금과 같은 단단한 브랜드 기반을 구축해준 원동력이 됐다.

맘스터치는 비교적 임대료가 저렴한 2층 매장, 대학가, 주택가를 목표로 해 가맹점주의 초기 창업비용을 대폭 낮췄다. 또한 매장을 여는데 쓰이는 투자비 중 점포 내장 공사를 가맹점주 재량에 맡겨 투자비용을 최소화했다. 그 결과 지난해 기준 평균 초기 투자비용은 1억2,535만원으로 버거킹(4억8,067만원), 롯데리아(5억4,898만원)보다 훨씬 낮았다.

광고·판촉비도 본사가 전액 부담하면서 가맹점주들의 부담을 줄였다. 경쟁사인 롯데리아와 버거킹 등은 본사와 가맹점이 5대 5로 광고·판촉비를 부담하는 구조다. 자연히 비용이 올라갈수록 가맹점주들이 느끼는 부담도 늘어난다. 기업 경영성과 평가사이트 CEO스코어(대표 박주근)에 따르면 2015년 기준 롯데리아의 경우 광고·판촉비 458억3,700만원 가운데 판촉비(220억4,600만원)에 해당되는 비용을 본사와 가맹점이 각각 116억5,400만원, 153억9,100만원씩 비용을 분담했다. 나머지 광고비는 본사가 부담했다. 당시 롯데리아 가맹사업자 평균 매출액이 7억3,900만원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상당한 부담이 아닐 수 없다.



이런 광고·판촉비의 부담을 없애고 나니 곧 가맹점과 가맹 본주 양측의 이익으로 이어졌다. 가맹점주는 낮은 투자비용으로 높은 수익을 올렸다. 지난 2016년 공정거래위원회 자료에 따르면 맘스터치 매장 3.3㎡당 연 매출은 1,559만원으로 나타나 롯데리아(1,402만원), 버거킹(1,375만원)보다 훨씬 높았다.



투자 금액 외에 가맹점주와 소통을 늘린 전략도 성장에 큰 역할을 했다. 점포 오픈 시식 물량을 지원해 오픈 초기 탄력을 받을 수 있도록 도왔다. 또한 지속적인 경영 지도 및 관리를 통해 3개월 동안 매장 매출 안정화 프로그램도 지원하고 있다. 지속적인 매장 점검을 통한 관리도 강점이다. 상시 마케팅 분석으로 유행에 따른 고객 선호 메뉴를 지속적으로 개발해 점포들의 경쟁력을 확보해주는 것이 단적인 예다.

가맹점과의 소통이 늘어가고 점주들의 수익이 늘어가면서 본사도 영업이익이 2015년 88억원에서 지난해 155억원으로 증가하며 급성장을 시작했다. 이는 같은 기간 영업이익이 134억원에서 193억원으로 증가한 롯데리아보다 더 큰 성장세다. 지난 2월 1,100호점이 문을 열며 매장 수에서도 롯데리아를 바짝 추격하고 있다.

◇ “고속성장한 맘스터치, 내실 다질 때”라는 지적도

그동안 맘스터치는 무서운 성장세로 외형을 확대해 왔다. 그 결과 매장 수 1위 롯데리아의 자리를 넘보는 위치까지 올라왔다.



하지만 사업 규모가 커지다 보니 부작용이 슬슬 보이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지난 3월 19일부터 23일까지 고속도로·국도 휴게소, 철도역, 터미널, 유원지 인근 음식점과 푸드트럭 등을 대상으로 실시한 위생 점검에서 가장 많은 적발을 당한 패스트푸드점이 바로 맘스터치다. 식약처에 따르면 이번 조사에서 8,011곳을 점검해서 97곳을 적발했는데 그중 8곳이 맘스터치 매장이었다. 적발된 가맹점은 대구, 울산, 경남 등 모두 지방 소재 매장이었다. 낮은 가격에 비해 높은 품질과 맛으로 인기를 끌었던 브랜드 이미지가 무너질 가능성이 불거진 셈이다. 매장 확장에만 신경 쓴 나머지 가맹점 관리에 소홀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해외 진출을 통한 외형 확장도 우려되는 부분 중 하나다. 국내 시장에서 성공을 맛본 맘스터치는 글로벌 시장으로 진출을 시작했다. 지난 1월 토종 버거 브랜드 최초로 미국에 진출해 캘리포니아주 콘코드 지역에 첫 매장을 오픈했다. 대만과 베트남 시장에서도 지속적으로 매장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공격적인 해외 진출을 하고 있지만 이를 우려 섞인 시선으로 바라보는 이들도 많다.

맘스터치가 첫 걸음마를 뗐던 해 11월 함께 세상의 빛을 봤던 토종 수제버거 브랜드 크라제버거의 전철을 밟을까 해서다. 2011년 366억원의 매출을 올릴 만큼 성장했던 크라제버거에 결정타를 입힌 것은 다름 아닌 해외사업 실패였다. 홍콩과 싱가포르에서만 100억원이 넘는 손실을 봤고 지난해 10월 ‘크라제버거’ 상표권을 LF그룹 계열사인 LF푸드에 넘기고야 말았다.



이 때문에 이제는 내실을 다져야 할 차례라는 지적도 나온다. 외적 확장만이 답이 아니라는 것은 이미 다른 브랜드의 실패에서 교훈을 찾을 수 있다는 것이다. ‘엄마의 손길’이라는 브랜드명처럼 높은 품질, 친절한 서비스로 소비자들을 좀 더 만족시킬 수 있는 맘스터치의 향후 10년, 20년을 기대해본다.
/이종호·정순구기자 phillie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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