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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 경영|디자인을 활용한 비즈니스

이 기사는 포춘코리아 2018년 4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기술과 세계화가 그 어느 때보다 더 빠르게 대규모 파괴적 혁신을 이끌고 있다. 현명한 기업들이 한발 앞서 나가기 위해 디자인을 활용, 고객들과 연결성을 강화하고 경쟁력 확보를 모색하고 있다. 포춘이 다양한 산업에서 디자인 경영을 실천하고 있는 25개 기업을 소개한다(물론 거기엔 애플도 포함되어 있다).


에어비앤비 Airbnb 창립자들은 초창기 이야기를 할 때, 2009년의 한 순간을 회상하곤 한다. 스타트업 육성기업 Y 콤비네이터 Y Combinator의 수장 폴 그레이엄 Paul Graham이 그들에게 네 가지 핵심 조언을 해줬던 순간이다.

당시만해도 에어비앤비 서비스에 등록한 집주인 수는 채 1,000명도 안 됐다. 창립자 브라이언 체스키 Brian Chesky, 조 게비아 Joe Gebbia, 네이트 블레차르지크 Nate Blecharczyk가 실리콘밸리에 모여 데이터를 자세히 들여다 보고, 회사 웹사이트를 전면 수정하면서 신속하게 사업 내용을 조율 중이었다. 전도유망한 출발에도 불구하고, 매출은 매주 200 달러 선에서 정체를 보였다. 무엇이 문제인지 찾아내기 위해 그레이엄은 창립자 3인방에게 에어비앤비 사용자 정보에 관한 질문을 던졌다. 유저들은 정확히 어디에 있나? 포춘 부편집장 리엄 갤러거 Leigh Gallagher는 저서 <에어비앤비 스토리 AirbnbStory>에서 이용자 상당수가 뉴욕 시에 거주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을 때 그레이엄이 보인 반응에 대해 서술하고 있다. “그레이엄은 잠깐 멈춘 후 창립자 3명의 대답에 이어 바로 질문을 던졌다. ‘그러니까 여러분은 실리콘밸리 마운틴 뷰 Mountain View에 있고 사용자들은 뉴욕에 있다는 겁니까?’ 창립자들은 서로를 바라보더니 그레이엄에게 ’네‘라고 대답했다. 그레이엄은 ‘도대체 여기서 뭘하고 있는 겁니까? 사용자들에게 가세요’라고 말했다.”

서부에서 동부로 날아가 고객들과 어울리라는 그레이엄의 권고는 실리콘밸리의 근본 원칙-모든 문제를 데이터와 기술로 해결한다-에 반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그레이엄의 충고는 에어비앤비에게 핵심적인 돌파구가 됐다. 예컨대 집주인들이 본인 집 사진을 더 보기 좋게 올릴 수 있도록 도와줌으로써 사업을 성장시킬 수 있었다(에어비앤비와 디자인에 대해 더 알고 싶다면, 갤러거가 게비아를 인터뷰한 기사를 참고하라).

‘사용자 경험’은 지난 10년 간 기술 산업에서 과도할 정도로 많이 사용돼온 유행어다. 하지만 공감의 힘이라는 근본적인 아이디어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

이런 배경에는 적어도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우선, 현대의 강력한 힘인 세계화와 디지털화가 전통적인 진입장벽을 제거하고 있다. 대기업들은 더 이상 뛰어난 제조 능력, 우수한 공급망, 안정적인 배급망에만 의존해선 도전자들로부터 시장 입지를 방어하기 어렵게 됐다. 중국과 다른 신흥 경제국들의 부상과 함께 빅데이터, 사물인터넷, 플랫폼 경제 *역주: 디지털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상품 및 서비스의 공급자와 수요자가 거래하는 경제, AI, 자동화 같은 최신 기술 발전이 결합하면서 전통 세력의 최후 방어선을 무력화시키고 있다. 두 번째 이유는 복잡성이다. 디자인은 초연결 사회의 혼란에 질서와 일관성을 부여할 수 있다.

이러한 새 지형 하에선, 현명한 기업 리더들이 (고객과 이용자들을 만족시키고 진정한 연결성을 느끼도록 통찰력을 제시하는) 디자인이야 말로 핵심적인 차별화 요소라는 생각을 수용하고 있다.

그 결과 디자인의 시대가 열렸다. 포춘 500대 기업들은 최고 디자인 책임자를 고용하고, 디자인 센터와 혁신 센터에 대규모 투자를 하고 있다. 전문 서비스 기업들 역시 이런 경쟁에 합류했다. 2013년 액센추어 ccenture는 유수의 디자인업체 피오르드 Fjord를 인수했다. 같은 해 PwC도 창의적인 디지털 컨설팅업체 BGT를 인수했다. 2015년 매킨지 McKinsey & Co.는 실리콘밸리 디자인 기업 루나 Lunar를 사들였다. 인도의 소프트웨어 거물 와이프로 Wipro는 2015년 디자인잇 Designit에 이어, 작년 10월 디자인 에이전시 쿠퍼 Cooper를 인수했다. 한편 다수의 일류 기업들과 디자인 스쿨들은 학제간 프로그램을 도입, MBA 졸업생이 좀 더 디자이너처럼, 디자이너가 좀 더 MBA 졸업생처럼 사고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포춘은 ‘디자인을 활용한 비즈니스’라는 주제로, 디자인에 전념한 결과 경쟁력을 확보한 20여 개 기업을 소개하려고 한다. 해당기업들을 선정하기 위해 포춘은 디자인 커뮤니티들을 조사하고, 임원들에게 집요하게 질문을 던져 디자인에 진정으로 전념했다는 증거를 찾아내고자 했다. 조사 결과가 100% 과학적이진 않다(물론 디자인은 대부분 수량화하기 어려운 분야이기도 하다). 또한 본 리스트가 100% 종합적인 결과라고도 할 수 없다(요즘 너무나 많은 기업들이 포춘에 실리기 위해 디자인에 전념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 리스트에 포함된 기업들은 보다 더 스마트하고 사려 깊은 상품과 경험을 만들어 내기 위해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

훌륭한 디자인의 전략적 힘을 보여주고 ‘다르게 생각하는’ 법을 배우는 데 있어 애플을 능가할 기업은 없다. 최근 몇 년간 애플이 고유의 디자인 매력을 상실한 게 아니냐는 논쟁이 있긴 하지만 (앞서 다룬 기사에서 지적했듯), 전 세계 시가총액 1위 기업 애플은 계속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한편 알파벳, 아마존, 나이키 같은 수많은 선두 기업들도 디자인 역량을 확대함으로써 성공적인 결과물을 얻고 있다. 아이디오 IDEO의 공동 창립자 데이비드 켈리 David Kelley가 2003년 만든 ‘디자인 사고(design thinking)’라는 용어는 ‘상품과 서비스를 창조하는 사용자 중심의 접근법’과 동의어가 됐다.

그러나 디자인과 디자인 사고에 대한 갑작스러운 열광을 놓고 반대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펜타그램 Pentagram의 파트너 나타샤 젠 Natasha Jen이 작년 초 뉴욕 디자인 콘퍼런스에서 ‘디자인 사고는 헛소리’라는 주제로 발표하면서 열띤 토론을 촉발시켰다. 그녀의 주된 불만은 다음과 같다. 실무자들이 나쁜 디자인을 골라내는 데 너무나 소홀하다는 것이다. 핏비트 Fitbit 추적기와 라이트로 Lytro 카메라의 기술 디자이너 가디 애미트 Gadi Amit는 “디자인 사고와 공감에 대한 집착이 시간 낭비를 초래하며, 최근 급속도로 가속화하는 상품 주기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는 충분히 논쟁할 만한 가치가 있는 주제다. 포춘은 타임 Time 및 월페이퍼 Wallpaper 관계자들과의 협업을 통해, 올해 3월 싱가포르에서 새 콘퍼런스인 제 1회 브레인스톰 디자인 Brainstorm Design을 개최한다. 이 행사에서도 같은 주제를 계속 다룰 예정이다.

그럼에도 한 가지는 확실하다: 비즈니스는 거의 항상 디자인을 통해 개선된다는 사실이다.





서울경제 포춘코리아 편집부 / 클레이 챈들러 Clay Chandl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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