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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록체인과 암호화폐는 분리 가능한가

안병익의 ‘스마트 라이프’

이 기사는 포춘코리아 2018년 2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최근 암호화폐 거래에는 규제를 가하고 암호화폐의 기반 기술인 블록체인 기술에는 적극적인 육성책을 쓰겠다는 정부 입장이 발표됐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암호화폐와 블록체인의 분리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말하고 있다.


한국과는 달리, 선진국들은 발 빠르게 암호화폐를 제도권으로 편입해 블록체인 시대에 대비하고 있다.





대다수 전문가들은 블록체인을 ‘제2의 인터넷 혁명’이라고 부르고 있다. 지난 30년간 우리 사회를 송두리째 바꿔놓은 인터넷의 핵심은 바로 ‘연결’이었다. 모든 컴퓨터가 연결되면서 세상은 새로운 변화를 겪게 되었다. 블록체인은 인터넷의 ‘연결’에 더해 ‘신뢰’라는 또 하나의 가치를 더한 개념이다. ‘신뢰’라는 가치는 중앙집중형 구조가 아닌 분산 자율형 구조라서 가능하다. 연결에 참여하는 다수가 자발적으로 함께 정보를 검증하고 관리한다.

초연결사회, 집단지성 등 혁신적인 키워드를 만들었던 미국의 돈 탭스콧 (Don Tapscott) 교수는 “지난 30년간 인터넷이 지배해온 것처럼 앞으론 블록체인이 30년 이상 우리 미래를 지배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세계경제포럼은 “2025년이 되면 전 세계 GDP의 10%가 블록체인에 의해 발생할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탈 중앙화 분산 네트워크 환경에서 정보가 안전하게 관리되고 있기 때문에 블록체인은 ‘분산 원장(Ledger)’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특히 블록체인은 정보가 조작되거나 없어질 수 없는 절대적으로 안전한 신뢰성을 담보한다. 실제로 블록체인은 원래 비트코인의 거래를 위한 보안 기술로 개발됐다. 블록체인은 거래 장부 자체가 공유되어 수시로 검증이 이뤄지기 때문에 원칙적으로 해킹 자체가 불가능하다. 데이터를 블록(Block) 단위로 나눠 네트워크 상에 분산시켜 저장한 후 다시 연결(Chain)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블록체인이란 이름이 붙었다. 일정 시간의 거래나 정보가 쌓여 하나의 블록이 형성되고, 또 다시 거래나 정보가 축적돼 블록이 추가되는 식이다.

블록체인에서 분산 저장과 검증을 할 수 있기 위해선 누군가 컴퓨팅 리소스를 네트워크에 제공해야 한다. 이처럼 불특정 다수가 네트워크에 노드로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행위 때문에 블록체인은 인프라적인 토대를 갖게 된다.

블록체인은 크게 공개형인 퍼블릭(Public) 블록체인과 폐쇄형인 프라이빗(Private) 블록체인으로 나뉜다. 프라이빗 블록체인은 서로 아는 사람들이 블록체인 시스템을 구성한 것이고, 퍼블릭 블록 체인은 서로 모르는 사람들이 모인 형태다.

이중 퍼블릭 블록체인은 노드로 참여하는 참여자들을 경쟁하게 하고 그들에게 인센티브로 암호화폐를 제공한다. 비트코인이나 이 더리움의 경우 노드에 참여하는 것을 채굴이라고 한다. 채굴자들은 노드에 참여해 다음 블록 저장에 사용될 난스(Nonce) 값을 찾는다. 난스를 제일 먼저 찾은 노드에게 보상이 주어진다. 난스는 난이도를 조절해 네크워크 상의 노드들의 협업이 적당한 속도로 이뤄지도록 하는 역할을 한다. 채굴자들은 보상받은 암호화폐를 현금으로 교환할 수 있기 때문에 기꺼이 자신의 컴퓨터를 네트워크에 제공한다. 이처럼 암호화폐는 퍼블릭 블록체인에서 네트워크 참여를 유도하는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이다.

그렇기 때문에 암호화폐와 퍼블릭 블록체인의 분리는 실질적으로 어렵다. 분리된다면 퍼블릭 블록체인의 본질적인 가치가 없어지게 된다. 전문가들이 암호화폐와 블록체인을 분리해서 대응하겠다는 정부 정책 기조가 모순이라고 지적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흔히 퍼블릭 블록체인은 인터넷과 비교되고, 프라이빗 블록체인은 인트라넷과 비교된다. 만약 정부 정책대로 분리 대응을 한다면 인터넷은 못하게 하고 인트라넷만 육성하자는 것과 마찬가지다. 퍼블릭 블록체인을 발전시키려면 암호화폐를 투기나 규제 대상으로 보는 정부의 시각이 변할 필요가 있다.



지금 현재 암호화폐 거래소에서 거래되고 있는 1,000여 개의 암호화폐들은 자기만의 볼록체인 생태계를 가지고 태어났다. 은행 간 국제 송금을 위한 블록체인 리플(Ripple/XRP), IOT 기기 간 거래를 위한 블록체인 아이오타(IOTA), 개인 간 전력거래 생태계인 파워렛저(Power Ledger/POWR), 항공 안전 생태계를 위한 에어론(AERON/ARN), 치과 의료 블록체인 생태계를 위한 덴타(Denta/DCN), VJ(비디오자키) 별 풍선 제공을 위한 트론(Tron/TRX) 등 수많은 암호화폐가 각자의 다양한 블록체인 생태계를 만들기 위해 태어난 것이다.

암호화페의 상당수는 이미 관련 블록체인 생태계 안에서 연료나 인센티브 용도로 사용되고 있다. 나머지 암호화폐도 ICO(Initial Coin Offering·암호화폐 거래소 상장)를 통해 재단으로 들어온 자금으로, 현재 관련 블록체인 생태계를 만들어 가고 있다. ICO는 신규 암호화폐(코인)을 발행해 자금을 조달하는 방식이다. 주식 상장으로 자금을 확보하는 IPO(Initial Public Offering)와 유사하다고 할 수 있다.

암호화폐 공개를 통한 자금조달(ICO)을 금지한 건 과잉 규제로 보인다. 그런 규제는 혁신적인 퍼블릭 블록체인 프로젝트가 ICO를 통해 투자자금을 모집하고, 블록체인 생태계를 만들어갈 수 있는 원천을 차단하는 것이다. 만약 블록체인이 제2의 인터넷처럼 된다면, 앞으로 모든 산업분야와 서비스분야는 전부 블록체인 생태계로 변모해야 할 것이다. 산업 및 서비스 모든 분야에 블록체인 생태계를 만들기 위해선 막대한 자금이 들어갈 것이다.

암호화폐 규제를 강화하는 한국과는 달리, 선진국들은 발 빠르게 암호화폐를 제도권으로 편입해 블록체인 시대에 대비하고 있다. 일본은 2016년 4월 자금결제법을 개정하고 금융서비스국(FSA)주도로 암호화폐 거래소 등록제를 시행 중이다. 암호화폐 사업자 협회가 자율규제안을 만들고 있다. 캐나다는 증권관리자(CSA) 주도로 암호화폐 거래와 활용을 위한 가이드라인인 암호화폐 오퍼링을 제공하고 있다. 미국은 최근 시카고옵션거래소(CBOE)와 시카고선물거래소(CME)에서 선물상품을 출시하고 암호화폐를 투자 자산 중 하나로 공식 인정한 바 있다.

최근 유영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블록체인 연구 개발 비용으로 100억 원의 예산을 확보하고 블록체인 육성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정부가 블록체인 육성정책을 적극적으로 편다고 해도 해외에서 ICO를 통해 모을 수 있는 자금은 따라갈 수 없을 것이다. 최근 해외에서 ICO에 성공한 암호화폐들은 평균 수백억 원에서 많게는 수천억 원까지 자금 모집에 성공한 바 있다. 이들 자금은 관련 블록체인 생태계를 위해 사용될 것이다. 한국만 이를 규제 한다면, 결국 우리는 블록체인 생태계 구축에서 뒤떨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안병익 대표는…
국내 위치기반 기술의 대표주자다. 한국지리정보 소프트웨어 협회 이사, 한국공간정보학회 상임이사, 한국LBS산업협의회 이사를 역임했다. 지난 2000년부터 2009년까지 포인트아이 대표이사를 지냈고, 지난 2010년 위치기반 사회관계망서비스 씨온(현 식신 주식회사)을 창업해 현재 운영 중이다. 건국대학교 정보통신대학원 겸임교수로도 활동하고 있다.



글_안병익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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