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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난의 시대, 나와 가족의 목숨을 지켜라!

인간은 자연을 정복하고 살아남기 위해 문명을 만들었다. 그러나 때로는 그 문명도 자연의 위력 앞에 마치 카드로 지은 집 마냥 어이없이 무너지기도 한다. 그럴 때는 어떻게 살아남아야 할까? 그러한 의문에 대해 답을 제시하는 우승엽 도시생존 전문가의 강의 현장을 취재했다.


우승엽씨 강연 모습





일본 SF 소설가 호시 신이치(星新一)의 작품 중에는 ‘목장도시’라는 단편이 있다. 외계인의 지배를 받으며 마치 사육되는 가축 마냥 외계인이 주는 음식을 공짜로 받아먹으며 사는 지구인들의 일상을 다룬 그 작품. 음미해 볼수록 현대인의 생활스타일에 대한 고도의 풍자 같아 재미있다.

어떻게 보면 현대인은 스스로 만든 문명이라는 목장 속에서 사육되는 존재다. 그리고 가축들과 마찬가지로, 현대인도 분명 야생력을 잃었다. 인위적 또는 자연적인 재해로 문명이라는 목장이 붕괴된 채로 대자연 속에 던져지면, 과연 어떻게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인가?

도시생존 전문가 우승엽씨(45세)의 사고도 이러한 지점에서 출발했다. 특전사 출신인 그는 성수대교 붕괴 사고,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 등을 접하고, 또 강릉 잠수함 사건 때는 침투해 온 북한 특수부대와의 전투 현장에 파견되기도 했다. 또한 IMF 경제 위기, 글로벌 금융 위기 등을 접하면서 우리의 삶의 기반이 언제라도 붕괴될 수 있고, 그런 상황에 대한 준비가 필요함을 깨달았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민, 관, 군의 생존 대비와 교육은 부족하고 형식적이기 짝이 없었다. 그래서 그는 독자적으로 생존술을 공부하기 시작하고, 관련 카페인 ‘생존 21’을 만들어 네티즌들과 정보를 교류했으며, 또한 ‘재난시대 생존법’, ‘대기근이 온다’ 등의 관련 서적도 저술한 것이다. 여러 정부기관과 학교에서도 생존술을 강의하고 있는 그는 지난해 12월 16일, 서울소방재난본부에서 진행한 특강에서 그동안 축적한 노하우의 골자를 소개했다.


재해 대비에는 결코 값비싼 장비나 도구가 필요 없다. 방석 2개를 테이프로 연결해 즉석에서 안전모를 만드는 법을 선보이는 우승엽씨.


김장 비닐을 적당히 자르면 훌륭한 우비가 될 수 있다.


재해 시에는 버려도 되는 것이 아무 것도 없다. 먹고 남은 과자 봉지를 연결해 만든 생존 담요.



재해 준비는 간단한 것부터

그가 강의 첫 부분에 강조한 것은 재난의 가장 큰 피해자는 여성이라는 점이었다.

여성은 남성보다 체력이나 논리적 사고력이 떨어지고, 재해에 대비하는 훈련이 덜 되어 있다. 때문에 이런저런 대형 재해에서 여성 사상자 수는 남성 사상자 수의 2~4배 이상에 달한다. 때문에 우승엽 씨는 여성들에게 비상 시 “적극적이고 이기적으로 스스로 판단할 것”을 주문한다. 예를 들면 충분한 수의 방독면을 갖고 아이와 함께 있을 때 독가스가 살포될 경우, 여성이 먼저 방독면을 쓰고 나서 아이를 구호하는 것이 순서라는 것이다. 여성들은 본능적으로 아이를 먼저 구호하려는 성향을 보이지만, 우선 여성부터 안전을 확보해야 아이들도 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아이들은 여성보다도 재난에 대한 대처 능력이 약하기 때문이다. 우승엽씨는 또 다른 약자인 반려 동물 역시 사전에 충분한 비상식량(1개월분), 대피소에 피해 있을 경우를 위한 목줄과 입마개, 대변 봉투, 주인과 함께 촬영한 사진 등을 통해 재해에 대비할 것을 당부했다.

그의 직함은 앞서도 말했듯이 ‘도시생존 전문가’이다. 우리나라 인구 중 도시에 사는 사람의 비율은 90%를 가뿐히 넘는다. 게다가 전쟁이나 재해 등 비상시 도로는 일반인의 통행이 제한되며, 공항이나 항만 등도 이용하기 어려워진다. 따라서 대부분의 한국인들은 자신이 사는 도시와 자택에서 재해를 견뎌낼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자신이 사는 집, 좀 더 나아가서는 일터에까지도 재해 준비를 해놓아야 한다. 물론 정부 요인이나 대기업 경영진 등의 사회지도층 인사들이 비상시를 대비해 만든 전용 벙커 등도 있다. 그러나 엄청난 비용 때문에 대부분의 서민들에게는 언감생심이다. 따라서 일반인들은 유사시 자신의 집을 바로 벙커로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즉, 문명이 파괴되어 물, 전기, 전파, 가스가 모두 단절된 상황에서도 72시간 이상 생존할 수 있는 비상물자를 비축해야 하는 것이다. 비상물자란 다름 아닌 재해시에 먹을 식량과 식수, 체온을 지켜줄 피복, 그 외에 생존 및 구조용품(비상등, 호루라기, 라디오, 구급약 등)을 말한다. 72시간으로 정한 것은 문명국가의 경우 재해 이후 72시간이 지나면 어떻게든 국가 시스템이 수복되어 사람들의 생존을 지원해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바꿔 말하면 국가 시스템이 마비된 시간 동안 자력으로 생존해야 하며, 이에 필요한 물자를 평시에 생존배낭 속에 비축해 기동성을 확보할 것도 당부했다.

아울러 생존 물자는 너무 비싸고 고급일 필요가 없다는 점도 강조했다. 동네마다 있는 ‘다이소’ 등의 할인점이나 마트 등에서도 충분히 생존에 필요한 모든 물자를 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가 하찮게 여기는 물건조차도 재해 시에는 엄청난 위력을 발휘할 수 있다. 김장 봉투는 비상용 식수통, 변기, 우비 등이 될 수 있다. 먹고 난 과자 봉지를 모아서 결합하면 체온을 유지해주고 비를 막아주는 생존 담요가 될 수 있다.






강의를 듣는 사람들의 열의는 뜨거웠다. 늘 가지고 다닌다는 휴대형 비상 도구와 비상 식량을 들고 와 선보이는 수강자도 있었다.


외부 조력 없이도 72시간 이상 살 수 있는 피복과 식량, 기타 물품을 담은 생존배낭 꾸리기야 말로 재해 대비의 기본이다.





바로 알면 충분히 대비할 수 있는 북한의 위협

최근 북한의 핵개발로 인해 한반도 전쟁 위협이 고조되고 있다. 하지만 우승엽씨는 여기에 대해서도 현실적이고 냉정한 시각을 갖고 있었다. 그는 설령 전쟁이 벌어져도 북한이 섣불리 핵무기나 생화학 무기를 사용하지는 못할 것이라고 보았다. 핵은 사용할 시 대가가 너무 크며, 생화학 무기는 효과가 의외로 의심스럽기 때문이다. 기계화 부대를 앞세워 휴전선을 정공법으로 돌파하는 것도 북한 측에게는 대가가 너무 크다. 그 대신 특수부대를 투입해 도시 지역을 위주로 게릴라전을 벌이는 것이 더욱 가능성이 높다고 보았다.

그러한 상황에서 시민들에게 가장 안전한 곳은 집 또는 대피소이며, 전투로 인한 화재에 대비해 방화담요, 화재용 방독면 등을 준비하는 편이 더욱 현실적이라는 것이다. 설령 핵 공격을 당하더라도 지하 2층 이하 깊이의 대피소는 핵전쟁에서도 안전하며, 핵병기의 공격을 당한 곳에서도 2주 이상 시간이 지나면 잔류 방사능이 급감해 보호의 없이 움직일 수 있다.

각종 자연재해의 위험성은 물론 북한의 전쟁 위협까지 있는데도 지난 수 십 년간 전쟁은 물론 대규모 자연재해가 거의 없었기 때문에 한국인들은 평화에 절었다. 심지어는 정부기관에서도 재해에 제대로 된 대비를 할 생각을 하지 않고 있다고 그는 개탄한다. 하지만 사람들의 안전의식을 깨우치고 재해시 생존 요령을 전파하기 위한 그의 노력은 계속되고 있다. 그는 올 봄 출간을 목표로 ‘전쟁에서의 생존법’을 다룬 책도 집필하고 있다.

본지를 평소 애독하고 있으며 재난을 과학적으로 다루는 방법을 많이 배우고 있다는 우승엽 씨. 그는 본지의 독자들에게 “재난에 대해 무지하면 필요 이상의 공포를 느끼지만, 재난의 실체를 알고 과학적이고 논리적인 사고로 대처하면 살아남을 수 있다.”고 말한다. 올 한 해도 그의 건투를 빈다.



서울경제 파퓰러사이언스 편집부 / 이동훈 기자 enitel@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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