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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이 간다]실내선 2바퀴, 실외선 3바퀴 변신 모빌리티
산업 기업 2019.09.22 17:17:19“이게 바로 저희 로보틱스팀이 개발 중인 신개념의 모빌리티(이동수단)인 ‘투라이크(Twolike)’입니다. 실외에서는 (삼륜 오토바이처럼) 세 바퀴로 고속 주행하다가 실내에 들어설 때는 세그웨이처럼 두 바퀴로 서서 주행합니다.” 현대자동차 로보틱스팀이 경기도 의왕시 연구소를 찾은 서울경제신문 취재진에 보여준 로봇틱스 8종 세트(웨어러블 로봇 4종, 서비스로봇 3종, 신개념 모빌리티)의 백미는 신개념 모빌리티 시리즈였다. 접어서 휴대할 수 있는 두 바퀴 경량스쿠터인 ‘현대 E-스쿠터(가칭)’와 변신형 모빌리티 ‘투라이크’, 스스로 주인을 찾아올 수 있는 자율이동형 ‘로보틱 퍼스널 모빌리티’ 등 세 가지 모델이 개발되고 있었다. 이 가운데 투라이크는 실내외에서 두루 쓸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약 2년 뒤 상용화를 목표로 개발하고 있다. 최고 시속 25㎞로 달릴 수 있는데 고속 주행시 세 바퀴로 달려 안정감을 준다. 구동 인휠에 서스펜션이 장착돼 노면의 충격을 흡수한다. 실내에 들어갈 때는 두 바퀴 저속주행 모드로 변신한다. 제자리 회전도 가능해 실내 이동시 장애물을 쉽게 회피하며 방향을 바꿀 수 있다. 로보틱 퍼스널 모빌리티는 세 가지 모델 중 가장 혁신적이다. 중장기 상용화를 목표로 개발되고 있다. 아파트나 대형마트 주차장을 비롯한 인도어(건물 실내)에서 ‘자율이동’할 수도 있다. 예컨대 집 근처에서 장을 보러 갈 때 탑승자가 스마트폰의 호출 애플리케이션으로 부르면 퍼스널 모빌리티가 호출자 앞까지 스스로 찾아오도록 개발되고 있다. 이후 탑승해 수동운전으로 외부 도로를 달린 뒤 마트 건물 내 주차장에 세워놓았다가 장을 마치고 돌아올 땐 다시 호출앱으로 부르면 된다. GPS 없이도 실내 자율이동이 가능한 것은 기본적으로 실내 위치 지도정보를 바탕으로 대략적인 위치를 파악하고 카메라 등으로 주변의 사물을 인식해 지도정보와 비교하는 인공지능(AI) 덕분이다. 여기에 더해 레이저를 쏘아 주변 사물과의 거리를 파악하는 라이다와 후면의 초음파 센서 등이 탑재돼 주변 장애물과의 충돌을 회피할 수 있다. 바퀴 위 축은 휠의 중심을 벗어난 ‘편심구조 허브리스’ 형태로 설계돼 한층 역동적인 주행성능을 구현한다. 또한 고속 주행시 휠베이스가 넓어져 무게 중심을 낮추거나 좌우 기울임을 통해 무게 중심을 관리함으로써 전복 위험성을 감소시킨다. 현대 E-스쿠터는 오는 2021년 출시를 목표로 개발되고 있는 신개념 전동 씽씽이다. 무게가 최대 7㎏대에 불과해 보통 11~14㎏ 수준인 기존 전동스쿠터 제품들의 약 절반 수준이다. 또한 접었다 펼 수 있다. 따라서 실내에 들어가거나 차에 탈 때는 접어서 휴대하거나 수납이 가능하다. 특히 자동차에 수납 시 차량의 전원과 연결해 충전하면서 블루투스 방식으로 자동차와 각종 주행 및 주차 관련 정보를 공유할 수 있다. 본체의 터치 디스플레이에는 지문 등을 통한 사용자 인증 시스템이 적용돼 도난을 막는다. 완충시 약 1시간가량 주행이 가능하도록 개발되고 있다. 최고 시속은 25㎞다. 브레이크를 잡을 때 남게 되는 구동력을 활용해 배터리를 스스로 충전하는 ‘회생제동시스템’도 탑재된다. 현대차는 경쟁사보다 차별화된 기능의 모빌리티를 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출시할 계획이다. /의왕=민병권기자 newsroom@@sedaily.com -
[로봇이 간다]호텔객실 입력하니 알아서 룸서비스…'스타워즈 R2'가 현실로
산업 기업 2019.09.22 17:15:33“조심하십시오. 먼저 지나가세요.” 경기도 의왕시의 현대자동차 로보틱스 연구소를 방문한 서울경제신문 취재진 앞에 영화 스타워즈의 ‘R2D2’처럼 바퀴굴림 방식으로 움직이는 로봇이 멈춰 서며 안내음성을 내보냈다. 머리 부분의 트레이에 실은 음식들을 배달하기 위해 복도를 이동하던 중 기자가 길을 가로막자 충돌을 피하려 멈춰 섰다. 기자가 옆으로 비키자 로봇은 원래 가려던 목표지점으로 다시 서행했다. 현대차 로보틱스팀이 개발한 호텔용 서비스로봇 ‘H2D2’다. 스스로 충전장소에서 완충한 뒤 룸서비스 주문을 받기 위해 대기장소로 이동한다. 대기장소에서 직원이 로봇 본체에 장착된 터치 디스플레이로 객실번호와 인증코드 등을 입력하면 알아서 해당 목적지로 배달한다. 엘리베이터도 똑똑하게 알아보고 원하는 층수로 작동시켜 타고 내린다. 사물인터넷(IoT) 방식으로 호텔 내 각종 설비와 정보를 주고받고 제어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동진(사진) 로보틱스팀장은 “사람의 안전과 이동·운송의 편의성을 최우선으로 하는 자동차제조사의 특징을 살리자는 차원에서 배송 서비스로봇을 개발하고 있다”며 “그런 차원에서 인간과 사물, 주변 환경을 인지해 충돌 위험시 정지·회피하고 목표지점까지 무사히 음식·물건을 실어나르는 기본적인 기능을 H2D2를 통해 구현했다”고 설명했다. H2D2에 이어 또 다른 로봇이 네 바퀴로 서행하며 취재진에 다가왔다. 매장 안내용 서비스로봇 ‘달이’다. 개발이 완료되면 현대자동차 매장에 우선적으로 배치될 예정이다. 기자가 “헬로 달이. 싼타페는 어딨지?”라고 묻자 로봇이 “싼타페로 이동해서 설명해드릴까요. 저를 따라와 주세요”라고 대답한다. 이어 실내 장애물들을 이리저리 피해 움직이더니 싼타페 자동차 앞으로 안내했다. 기자가 “헬로 달이. 외장 디자인 설명해줘”라고 하자 “익스테리어 디자인이 궁금하시다면 현대차의 새로운 SUV인 싼타페는 최신 디자인 트렌드를 가져오면서도 기존의 정체성을 계승했어요”라며 프레젠테이션을 시작했다. 중간에 다른 질문을 하자 “말씀하신 것은 잘 모르겠어요. 직원을 호출해드릴게요”라고 하더니 동행한 현대차 직원을 휴대폰 앱으로 호출했다. 윤일용 로보틱스팀 책임연구원은 “로봇이 모든 것을 완벽히 할 수는 없으므로 매장의 직원을 호출해 협업할 수 있도록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반적으로 쇼핑매장은 로봇이 주변 환경을 파악하기에는 너무 시끄럽고 복잡하다. 로보틱스팀은 이 문제를 풀기 위해 우선 자동차의 주행기술을 적용했다. 로봇이 이동할 때는 바퀴 사이의 간격인 휠베이스가 자동으로 넓어지도록 해 무게중심을 낮춤으로써 부드럽고 안정적으로 인파와 장애물들을 피해 서행하도록 했다. 네 바퀴는 각각 독립적으로 조향됐다. 카메라, 각종 센서로 주변 사물을 인식해 충돌도 피한다. H2D2가 출발지와 목표지의 두 지점을 단순히 이동하는 수준이라면 달이는 보다 복잡한 소프트웨어를 탑재해 목표지점까지의 경로 중 갑자기 장애물이 나타나면 회피하면서 새로운 경로를 계산해 움직일 수 있다. 또한 인공지능(AI) 딥러닝 방식으로 사람들의 다양한 얼굴 형태와 표정을 담은 데이터베이스를 로봇에 학습시켜 직원과 방문객을 구분해 알아보도록 개발되고 있다. 윤 책임연구원은 “달이는 한번 매장 안내를 한 고객의 얼굴을 기억해 해당 고객에게 불필요하게 똑같은 내용을 재안내하는 일이 없도록 개발될 것”이라고 소개했다. 또한 “매장 내 많은 소음과 음성 사이에서 자신이 안내할 사람의 음성만을 선별해 알아듣고 응답할 수 있다”며 “인간의 표정을 딥러닝해 고객이 웃는지, 우는지와 같은 감정을 읽을 수도 있게 된다”고 덧붙였다. 현대차는 오는 10월까지는 달이의 1단계 개발을 완료하고 사용성 평가 등을 통해 추가 개선을 거친 뒤 2021년 즈음부터 현대차 전시장 등에 점진적으로 배치할 예정이다. 로보틱스팀은 이날 전기자동차 충전용 로봇팔(매니퓰레이터)도 보여줬다. 기존의 전기차 충전장치 옆에 설치할 수 있도록 개발됐다. 전기차를 충전기 앞에 세우면 로봇팔이 알아서 전기차에 커넥터를 삽입해 급속충전시켜준다. 현재 이 같은 작동을 구현할 수 있는 영상인식 및 제어 소프트웨어는 개발완료됐다. 이번에 시연한 로봇팔은 현대차가 자체개발한 소프트웨어의 안정성을 검증하기 위해 임시로 사용한 외산 제품인데 현대차는 해당 로봇팔도 연내에 자체개발 제품으로 대체한 뒤 내년부터는 현장에서 시범 운용하기로 했다. 아울러 충전로봇팔이 자율주행차와 통신으로 연동함으로써 정보를 주고받을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자율차가 충전기 앞에 정차하면 로봇팔이 충전시키고 완충되면 자율차가 그 정보를 받아 주차장으로 이동할 수 있게 하겠다는 것이다. 윤병호 로보틱스팀 책임연구원은 “초급속 충전기 커넥터는 무게가 최대 10㎏이나 나가 노약자나 여성이 다루기 쉽지 않고 커넥터를 다루던 중 감전되는 것은 아닌지 걱정하는 고객들도 있다”며 “로봇을 통한 충전 자동화를 통해 이 같은 불안감을 해소하고 자동차 고객들의 편의성을 높여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의왕=민병권기자 newsroom@@sedaily.com -
[로봇이 간다] 보폭·걸음 패턴 자유롭게 조절 가능…정밀제어로 동작도 부드러워
산업 IT 2019.08.25 16:46:29한양대병원에서는 지난 2016년부터 의료용 로봇을 활용한 하지마비 장애인 재활 프로그램이 진행됐다. 몸통과 두 다리에 입으면 일어서고, 걷도록 도와주는 로봇이다. 정식 명칭은 멕스(MEX). 현대자동차가 개발 중인 웨어러블 로봇 4총사 중 하나다. 지난 3년간 임상과 개량을 거쳐 현재 버전2.0까지 만들어졌는데 추가적인 개량을 거쳐 오는 2021년 상용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국내외에서 다양한 종류의 하지장애 보조로봇들이 개발되고 있지만 장거리 이동시 휴대가 어렵고 자동차 등 일반 교통체계와 연계하기가 쉽지 않다는 단점이 있었다. 멕스는 그런 점에서 차별화된 그림을 그리고 있다. 로봇을 입은 채로 차량에 탑승할 수 있도록 승차친화적인 기술을 구현하겠다는 것이다. 자동차제조사만의 강점과 아이디어를 살린 구상이다. 착용자 맞춤형 걸음을 자연스럽게 구현할 수 있다는 점도 해당 로봇의 특징이다. 보행 궤적과 보폭, 걸음 속도를 입는 사람의 특성이나 상황에 따라 조절할 수 있기 때문이다. 걸을 때 발의 높낮이에서부터 어떤 방향으로 움직이는지에 대한 다양한 습관들을 패턴화해 착용자가 자신의 걷는 스타일에 맞는 보행 패턴을 선택할 수 있다. 걸음 제어는 양손에 지팡이처럼 쥐는 스틱의 버튼 등을 통해 할 수 있다. 버튼을 누를 때마다 양발이 즉시 차례대로 한 발씩 나아간다. 일반적으로 센서를 통한 동작감응식이 아닌 프로그램 패턴 방식의 동작제어는 움직임이 뻣뻣해 초보자가 적응하기 힘든 경우가 많다. 하지만 멕스를 입어보니 마치 동작감응식이 아닌가 생각될 정도로 동작이 부드럽고 정밀했다. 기자가 착용해보니 불과 10여초 만에 적응해 자연스럽게 걸을 수 있었다. 많은 시행착오를 거쳐 동작의 속도를 적절히 줄여주면서도 모터의 힘을 충분히 전달해줄 수 있도록 모터와 감속기의 구성을 정밀하게 설계한 덕분이다. 기존의 일반 제품들과 달리 걸을 때 엉덩이 양쪽의 높낮이가 변하는 인간의 보행 궤적을 기계가 그대로 구현할 수 있도록 로봇관절의 자유도를 추가한 점도 자연스러운 걸음을 걷게 해준 비결이라고 로보틱스팀 관계자들은 소개했다. 박상인 현대차 로보틱스팀 파트장은 “상반기 중에는 국내 임상 절차를 끝낼 것”이라며 “내년 중 북미에서 임상을 시작하고, 미국식품의약국(FDA) 사용성 평가를 추진하도록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일정이 순조롭게 진행된다면 2021년 하반기까지는 FDA 등의 승인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로보틱스팀은 내년까지 버전3.0을 만들 계획인데 지금보다 더 사용성과 안전성을 높일 수 있도록 개발 방향이 잡혔다. 박 파트장은 “앞으로 상용화에 성공하면 기존의 경쟁사 제품 대비 절반 가격으로 출시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기존의 유명 외산제품들은 한 대당 적게는 6,000만원 안팎에서 최대 1억원대까지 호가해 일반인은 물론이고 병원조차도 의료장비용으로 다량 구매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었는데 가격을 크게 낮춰 하지장애인 재활을 위한 웨어러블 보급의 길을 뚫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의왕=민병권기자 newsroom@@sedaily.com -
[로봇이 간다]1.5㎏ 의자로봇 입으니…쭈그려 일해도 허리 멀쩡, 생산성은 UP
산업 기업 2019.08.25 16:46:26현대자동차는 오는 4·4분기부터 웨어러블 로봇을 시작으로 로봇제품 상용화에 나선다고 현대차 관계자가 25일 서울경제신문에 밝혔다. 현재 연구개발 중인 로봇공학은 3개 분야인데 각각 입는 로봇(웨어러블 로봇), 서비스 로봇, 개인용 소형이동수단(마이크로 모빌리티)이다. 해당 분야에서 모두 8종류의 로봇들이 시험 중이며 이 중 하반신에 입는 ‘첵스(CEX)’부터 연내 상용화된다. 서울경제신문은 경기도 의왕시에 있는 현대차 로보틱스팀의 연구소를 방문해 8종 세트를 취재했다. 총 2편에 걸쳐 보도하는데 그중 ‘웨어러블 로봇 4총사’를 먼저 소개한다. 지난해부터 각각 미국 앨라배마주·조지아주에 있는 현대차와 기아차 북미공장의 생산직 근로자들은 처음 보는 로봇을 입게 됐다. 간편하게 입으면 마치 네발 달린 의자가 된 것처럼 하체의 근력 부담을 덜어주는 하지보조 착용로봇 첵스다. 허리 아래 부분을 곤충의 외골격처럼 감싸주는 형태인데 엉거주춤한 자세로 일하는 경우가 많은 자동차 생산현장에서 일하더라도 허리·무릎·골반에 부담을 주지 않도록 설계됐다. 실제로 현대차가 수개월간 시범 도입한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하루에도 최장 8시간씩 공장 생산라인에 반쯤 쭈그린 자세로 자동차 부품을 조립해야 했던 근로자들은 근골격계 통증과 피로에 시달렸는데 첵스를 입은 후 육체 피로와 부상 위험을 현저히 덜어낼 수 있었다. 생산성 향상을 기대할 수 있음을 시사하는 결과도 데이터로 확보했다고 한다. 첵스는 최근 현대차 국내 공장에도 시범 도입돼 실용성·경제성 등을 가늠하는 절차인 개념증명(proof of concept) 과정을 진행했다. 현동진 현대차 로보틱스팀장은 “첵스는 연내에 양산을 통해 상용화한다”며 “먼저 올해에는 북미공장에서부터 본격 도입되며 내년부터는 국내 공장에도 적용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양산 제품은 먼저 현대차 내부 수요 물량부터 채운 뒤 다른 자동차 회사를 비롯한 외부 고객들을 대상으로 시판된다. 현대차가 로보틱스팀을 통해 첵스 등의 상용화 준비를 본격화한 것은 2017년 무렵부터였다. 앞서 일본 도요타, 미국 포드사가 상반신 착용 로봇을 자사 공장에 도입하기는 했으나 자체 개발품이 아니라 미국의 웨어러블 전문기업 레비테이트테크놀로지스(LT) 제품 등을 사다 쓴 것이었다. 현대차는 그 정도는 충분히 직접 개발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이미 웨어러블 로봇 개발을 수년간 연구해왔기 때문이다. 더구나 현대차는 일반 로봇전문기업과 달리 테스트베드 역할을 해줄 대규모 자동차 생산공장을 국내외에 두고 있으니 연구개발 중간중간 생산현장에 시범 적용해 근로자의 의견을 개진할 수 있다는 장점도 갖고 있어 유리했다. 자체 연구진과 생산현장 관계자 등이 소통하며 시제품을 개발해 북미공장에 적용해보니 근로자들의 평가가 좋았다. 현 팀장은 “저희 생산근로자들에게 경쟁사 웨어러블 로봇과 저희 제품을 써보게 했는데, 어느 것이 우리 회사 제품인지 모르도록 블라인드테스트 방식으로 진행했다”며 “그 결과 우리 제품에 대한 사용자들의 만족도가 월등했고, 생산성 개선 효과도 더 좋다는 평가를 들어 자신감을 갖게 됐다”고 전했다. 첵스의 장점은 경량이며 활동성이 자유롭다는 것이다. 또한 별도의 전원·연료가 필요 없이 작동하는 ‘에너지 저장·발산형 패시브방식’이어서 충전 등을 하지 않고 장시간 쓸 수 있다. 자체 하중은 1.5㎏대에 불과하다. 실제로 기자가 실물을 접해보니 약간 두꺼운 책 한 권 정도의 무게밖에 나가지 않았다. 엉덩이에서부터 무릎관절·종아리까지 외골격이 꽉 잡아주면서도 관절의 가동이 매우 부드러워 골반과 무릎을 굽혔다 폈다 반복하며 일할 때 편할 것 같았다. 기자의 체중은 미들급 정도인데 로봇이 워낙 경량이다 보니 혹시나 뒤로 주저앉으면 로봇의 받침 다리가 충격을 버티지 못해 부러지지 않을까 걱정했지만 기우였다. 알고 보니 1.5㎏에 불과한 이 웨어러블은 로봇의 발 하나당 150㎏ 정도씩의 하중도 문제없이 받쳐준다고 한다. 기업과 생산직 근로자들이 웨어러블을 착용해야 하는지 고민할 때 가장 크게 고려하는 요소 중 하나가 탈착 시간과 가격이다. 보통 생산 현장에서 약 45~50분간 일하고 10~15분 쉬는 단위로 일하는 경우가 많은데 입고 벗는 것이 복잡해 5분·10분씩 걸린다면 생산성이 저하되고, 휴식 시간도 그만큼 빼앗겨 착용하기를 꺼릴 수밖에 없다. 첵스는 탈착이 간편하게 이뤄져 20초 정도면 충분히 입거나 벗을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체를 지지해주는 기존의 주요 외산 웨어러블 제품이 약 3,000달러 안팎의 가격에 시판 중인 데 비해 첵스는 경쟁사 대비 절반 수준으로 전망돼 높은 가성비를 가질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의 웨어러블 로봇 4총사 중에는 ‘첵스’ 외에도 허리보조 로봇 ‘웩스(WEX)’, 하지마비 환자용 의료로봇 ‘멕스(MEX)’, 상체와 팔을 보조해주는 로봇 벡스(VEX)도 포함돼 있다. 이 중 웩스는 주로 서서 무거운 짐 등을 들어 올려 옮기는 근로자를 위해 이르면 내년부터 상용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팔·허리의 통증·부상 등을 비롯한 근골격계장애(WMDS)를 겪는 미국인 근로자는 연간 약 1억3,000만명(건강보험 적용 기준)에 달한다. WMDS로 인한 미국 사회의 경제적 비용(산재 보상, 임금 손실, 생산성 손실)은 한 해 450억~540억달러에 달한다는 미국 의학연구소의 보고서도 2000년대 초에 나왔다. 2007년 기준 유럽연합(EU) 27개 회원국 근로자 중 근육통증이 보고된 사례는 23%에 달했다는 ‘하중을 줄입시다(Lighten the load)’ 보고서가 유럽산업안전보건청 등을 통해 작성되기도 했다. 국내에서는 아직 WMDS에 대한 공식 통계를 찾기 어려운 상황이지만 제조 및 건설·물류현장 등에서 상당한 근로자들이 관련 질환을 겪고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따라서 현대차가 자사 생산공장에서 품질과 실용성을 검증한 근로자용 웨어러블 로봇들을 단계적으로 상용화한다면 국내외 근로자들의 보건과 사회적 경제비용 절감에 큰 기여를 할 것으로 기대된다. /의왕=민병권기자 newsroom@@sedaily.com -
[로봇이 간다] "원천기술 개발하고도 정부예산 지원 뚝 끊겨…후속연구는커녕 中에 응용기술 뒤처질수도"
산업 IT 2019.08.11 16:52:07“코카콜라 관련 물류유통기업이나 농협·포스코 등에서 관계자분들이 저희 옷감형 인공근육을 실제로 어떻게 적용할 수 있는지 많이 물어보셨죠. 그 분야 근로자분들이 물건을 나르다가 부상을 당하지 않도록 하는 데 좋을 것 같다는 것이에요. 하지만 정작 저희는 원천기술을 개발하고도 후속 연구가 얼마나 지속될지 자신할 수 없는 상태입니다.” 박철훈 한국기계연구원 로봇메카트로닉스연구실 책임연구원은 11일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 같은 안타까움을 보였다. 지난달 11일 세계 최초로 형상기억합금(SMA)을 활용한 초저가·고효율의 인공근육(일명 옷감형 유연구동기)을 발표했지만 후속 연구개발(R&D) 예산을 지속적으로 받을 수 있을지 암담하다는 것이다. 2018년 상반기까지만 해도 정부의 지원 분위기는 좋았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입는 로봇(웨어러블 로봇)에 대해 부품에서부터 완제품에 이르는 기술과 플랫폼을 확실히 국산화하려고 총 2,000억원대 규모로 예산을 확보하는 방안을 모색했다고 한다. 이 과정에서 국내 주요 로봇 연구자들이 아이디어를 모으는 데 협력했고 마침내 지난해 1·4분기에 기획보고서까지 만들어졌다고 한다. 그러나 이후 정책담당자가 일부 바뀌고 예산이 줄었다. 해당 2,000억원 규모의 예산 지원 대상에 기존 예산지원기간이 일몰된 서비스로봇·산업용로봇 등까지 포함되는 방향으로 정책이 전환되면서 상대적으로 웨어러블로봇에 대한 예산배분 몫이 700억원대로 삭감됐던 것. 그나마도 해당 사업 대부분이 정부 예산편성의 중대 문턱인 예비타당성조사 과정에서 떨어지면서 사정은 더욱 악화됐다. 박 책임연구원은 “그나마 시한이 돌아온 기존의 ‘로봇핵심산업기술’ 사업만 기간을 연장시켜주는 선에서 예산 지원이 이뤄지는 수준인 것 같다”며 “로봇 분야 개발자들이 내년도 연구비 지원 문제로 갑갑해한다”고 전했다. 이어 “저도 (정부 예산을 타기 어려워) 저희 연구원 자체 예산으로 R&D를 진행했는데 그나마도 예산을 지난해 다 써버려서 지금은 제가 주도해 (후속 연구를) 하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다 보니 세계 최초로 옷감형 유연구동기를 개발해 원천기술을 확보하고도 후속 신개념 연구를 더 진행해 관련 특허를 다변화할 시도조차 하지 못하는 상태다. 그는 “옷감형 유연구동기 자체는 특허를 이미 냈지만 (후속 응용 R&D를 통해) 중국 등이 해당 기술을 베껴 다양한 방식으로 응용하고 지적재산권을 낼 수도 있어 (원천기술국인 한국이 오히려 뒤처질까봐) 걱정된다”고 말했다. /민병권기자 newsroom@@sedaily.com -
[로봇이 간다] '형상기억합금 인공근육' 붙이니…1,000배 무거운 짐도 거뜬
산업 IT 2019.08.11 16:51:52한국기계연구원 로봇메카트로닉스연구실에 소속된 박철훈 책임연구원은 지난 한 달 사이 산업 분야의 각계각층에서 걸려오는 전화를 응대하느라 바빴다. 기업 경영인, 근로현장안전담당자, 의류회사 관계자 등에 이르기까지 박 책임연구원이 개발한 인공근육으로 제작한 입는 로봇(웨어러블로봇)을 살 수 있느냐는 문의가 줄을 이었다고 한다. 그가 개발한 인공근육은 ‘옷감형 유연구동기’다. 이를 바람막이점퍼에 부착해 평상복 형태로 제작한 입는 로봇(웨어러블로봇)이 지난달 11일 공개 발표되면서 산업현장에서 육체노동 근로자들의 부상을 막을 때 사용하려는 기업들의 구매 문의가 쇄도한 것이다. 이에 대해 박 책임연구원은 11일 대전 대덕구의 기계연 연구실에서 서울경제신문과 만나 “가볍고 부드러운데도 자체 중량 대비 1,000배의 무게를 들어 올릴 수 있는 구동력을 낼 수 있고 순간 동작을 할 수 있도록 제어하기 쉬운데다가 제작단가가 저렴해 문의가 많은 것 같다”고 설명했다. 유연구동기의 인공근육 섬유는 불과 0.5g 무게의 한 가닥이 500g의 물체를 들어 올릴 수 있다고 한다. 단순계산시 10~20㎏ 정도의 물체를 들어 올리는 로봇팔을 만들려면 10~20g 정도의 인공근육이면 된다. 그에 비해 산업로봇인 로봇팔의 경우 거중하중이 자기 몸무게의 10~15% 수준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불과 2~3㎏짜리 물건을 들어 올리는 데도 자체 중량이 20㎏ 정도인 로봇팔을 써야 했다. 일반적인 성인 남성이 자체중량 4~6㎏인 한 팔로도 6~12㎏ 아령을 쉬지 않고 한번에 10~20회 이상 들 수 있는 것에 비하면 기존 로봇팔은 효율이 매우 낮다. 이 같은 문제는 구조적 차이 때문이다. 사람의 팔에서 구동력을 내는 근육은 뼈대의 한쪽 끝에서 다른 쪽 끝까지 고르게 분포돼 있어 자체 무게가 균형감 있게 분산된다. 일종의 구동기인 근육은 가벼우면서도 고장력·고탄성을 내는 근섬유들의 다발로 구성됐다. 반면 기존 로봇팔은 주로 구동기로 쓰는 모터나 유압펌프가 팔의 뼈대 끝자락인 관절 부분에 덕지덕지 붙어 있어 무게가 팔 전체에 분산되지 못하고 뼈대 끝단에 집중된다. 더구나 로봇 구동기는 무거운 금속성 소재여서 사람의 뼈대를 움직이는 근육(골격근)보다 더 하중이 나간다. 이러다 보니 기존 로봇팔은 사람 팔에도 못 미치는 거중 효율을 보일 수밖에 없었다. 따라서 박 책임연구원은 인체처럼 뼈대에 붙은 근육이 이완, 수축하며 몸을 동작시키는 형태로 로봇을 만들어야겠다고 판단했다. 학계에서 인공근육 연구가 활성화된 것은 지난 1990년대 말부터였는데 당시부터 현재까지 가장 보편화된 것은 공압구동기 방식이다. 창안자의 이름을 따 일명 ‘맥키븐 공압근육(McKibben air muscle)’ 방식이라고도 하는데 탄력성이 있는 튜브에 공기를 주입했다 빼는 방식으로 이완·수축 운동을 한다. 하지만 “맥키븐 방식의 인공근육은 최대수축률이 10~25%에 불과해 최대 40%까지 수축할 수 있는 사람의 골격근만큼 자연스러운 동작을 하지 못했다”고 박 책임연구원은 지적했다. 예를 들어 팔을 쫙 폈을 때 최대 길이가 20㎝인 상완이두근이 있다면 팔을 안쪽으로 굽혀 물건을 들어 올릴 때 길이를 최대 40% 줄인 12㎝까지 수축시켜 가슴 높이까지 아령을 들 수 있지만 맥키븐식 공압근육으로는 15~18㎝ 길이 이하로 수축시킬 수 없어 아령을 아랫배 부근까지 겨우 들다 마는 수준이 되는 것이다. 고심하던 그의 눈에 2013년 한 논문이 들어왔다. 낚싯줄 등으로 쓰이는 나일론 섬유를 꼬아 섭씨 200도의 열을 가했더니 20% 정도 길이가 수축하더라는 내용이었다. 레이 바우먼 텍사스대 교수가 국내 연구진과 함께 2013년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에 게재한 논문이었다. 물론 수축률이 20%에 불과한데다 수축된 섬유가 이완하려면 열이 식을 때까지 시간이 제법 걸렸다. 또한 열에도 녹지 않게 하려면 나일론 소재 줄에 은이나 크롬 코팅 등을 해야 해 비용이 상승하고 공정이 복잡해진다. 그래서 박 책임연구원이 대안으로 찾은 것이 형상기억합금(SMA)이었다. 다만 형상기억 온도 구간이 짧고 수축·이완 속도 등이 불규칙해 제어하기가 어렵다는 난제에 부딪혔다. 또한 SMA의 형상기억 반응 온도가 보통 섭씨 70~90도여서 상온에서 적용하기 쉽지 않았다. 돌파구는 아이디어 혁신에서 나왔다. 그는 “스프링처럼 SMA를 꼬아 성형했더니 섭씨 40도의 물에 담그자마자 순식간에 수축하더라. 이후 40%까지 수축률을 달성하는 데도 성공했다”고 회상했다. 이어 “이완도 온도구간의 변화에 따라 (불규칙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이뤄졌다”며 “(시제품을 완성한 결과) 100만번 이상 작동시켜도 내구도에서 문제가 없었다”고 소개했다. 박 책임연구원은 이렇게 개발한 직경 0.5㎜ 이하 두께의 SMA스프링들을 마치 근육섬유다발처럼 여러 가닥 엮고 온도 가열을 위한 전원장치, 제어기 등을 결합해 인공근육을 완성했다. 아울러 재단사들과 협업해 해당 인공근육을 상완 등에 붙인 경량 윈드점퍼 형태의 입는 로봇을 만들었다. 현재는 개발완료한 원천기술을 바탕으로 상용화에 나서줄 파트너를 모색 중이다. 그는 “옷감형 유연구동기 한 개당 제조단가가 1만5,000~2만원 정도 들었고 제어기와 배터리·지지장치 등에 3만원대 정도 원가가 소요됐다”며 “(총 원가가 5만원 이하임을 감안하면) 10만~20만원대 외출용 점퍼로 가공해 팔아도 경제성이 확보될 것으로 기대돼 아웃도어 업체 등과 상품개발을 협의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그는 윈드점퍼 형태뿐 아니라 전신 슈트형, 허리 지지형 등 다양한 방식으로도 응용연구를 진행하겠다고 덧붙였다. /대전=민병권기자 newsroom@@sedaily.com -
밤낮없이 경비·손님 응대…로봇, 주52시간 해결사로
산업 IT 2019.07.21 16:51:55미국 실리콘밸리 인근 새너제이공항에는 약 10년째 변함없이 방문객들을 맞이하는 명물이 있다. 한국 기업인 퓨처로봇이 개발한 인공지능(AI) 서비스로봇 ‘퓨로’ 시리즈다. 다국어로 사람의 말을 알아들을 수 있어 내외국인들이 다가가 음성으로 물어보면 공항 내 각종 시설 위치, 이용방법 등 다양한 정보를 음성으로 안내한다. 안면부에 장착된 화면을 통해 사람처럼 다양한 표정으로 감정을 나타내며 몸통의 두 팔로 들고 있는 대형 화면에서는 유용한 시각정보를 보여준다. 퓨로 시리즈는 지난해 평창동계올림픽에 이어 이달 12일 개막한 2019 광주 세계수영선수권대회에도 납품돼 선수 및 관람객들의 행사 안내자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그동안 국내외 로봇산업의 주력 분야는 주로 자동차 및 반도체공장 등에서 자동 제조장비로 일해온 산업용 로봇이었다. 근래에는 퓨로처럼 일상 생활현장이나 공공 분야에서 인간을 직접 대면해 필요한 업무를 수행하는 AI 서비스 분야로 로봇 중심축이 전환되는 추세다. 사람과 의사소통을 해 어떤 작업을 해야 하는지 알아듣고 필요한 정보를 취득해 보여주거나 주변 사물을 인식해 장애물을 피해 다닐 정도로 AI의 지능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이를 뒷받침할 기반 소프트웨어, 빅데이터 및 통신장치, 감지장치(센서) 및 표시장치(디스플레이) 등도 급격히 발전했다. 특히 국내에서는 현 정부 들어 AI 서비스로봇에 대한 잠재수요가 확대되고 있다. 주 52시간 근로제 도입과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여파 때문이다. 기업·기관 및 자영업자가 서비스 인력을 운용하는 데 드는 비용을 감당하기 어렵게 되자 부족한 인력 중 일부를 로봇으로 대체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매장이나 사옥 접객용 서비스로봇에 대한 수요가 늘고 있다. 유통기업 BGF리테일은 자사의 프렌차이즈 편의점인 씨유(CU) 용산 점포에서 퓨처로봇의 AI 서비스로봇을 납품 받아 시범운용 중이다. 지난해는 이마트가 경기도 의왕점을 개점하면서 퓨로 시리즈를 도입했다. 아모레퍼시픽도 용산 본사 1층에서 안내용 로봇으로 퓨로를 활용하고 있다. 매장용 접객로봇은 단순 상품안내 수준을 넘어 무인결제로봇으로까지 진화했다. 사람 없이 정보통신기기 등을 활용, 운영하는 ‘키오스크’ 방식의 무인점포가 국내외에서 늘어나는 추세를 겨냥해 로봇 기술이 발전한 것이다. 퓨처로봇은 매장의 결제시스템인 포스와 연동한 로봇을 개발해 일본의 프렌차이즈 편의점 세븐일레븐에 납품하고 있다. 해당 로봇이 도입되면 무인점포로 운용될 수 있다. 손님이 물건을 구입하면 해당 로봇은 신용카드나 교통카드로 결제해준다. 퓨처로봇의 기술연구소인 퓨처랩을 총괄하는 임기웅 랩장은 “손님이 카드를 깜박하고 지참하지 않았으면 손의 정맥으로 손님의 신원을 확인해 결제하는 ‘핸드페이’ 기능도 로봇에 구현시켰다”고 소개했다. 퓨처로봇은 주 52시간 근로제 시대에 수요가 늘어날 또 다른 분야로 경비로봇 시장을 주목하고 있다. 이를 위해 건물 및 부동산 관리서비스 등의 사업을 추진해온 LG그룹 계열사인 S&I와 손잡고 경비용 AI 서비스로봇을 개발해 거의 완료 단계에 들어섰다. 조만간 관련 상품을 출시할 계획이다. 이 회사의 이병호 대표는 “건물 내 인원들이 퇴근한 후 보안, 화재 감시 등의 업무를 모두 경비원에게 맡기려면 인건비 부담이 클 수밖에 없지만 로봇으로 (경비원 부족 인력 중 일부를) 대체하면 비용절감 효과를 내면서도 빌딩 안전관리의 효율을 높일 수 있다”고 소개했다. 퓨처로봇이 AI 서비스로봇을 제작하기 위해 확보한 핵심 기술 확보에 로봇이 인간의 말을 이해하고 대화와 표정으로 교감하도록 하는 능력(언어·인지·사회적지능)과 주변의 장애물을 피하고 건물 등 등정 지역 내 지도를 기반으로 위치를 파악해 최적의 동선을 수립하도록 하는 능력(공간지능)이 있다. 그 중에서도 언어·인지 능력 관련 기술 역량을 높이기 위해 소프트웨어기업 한글과 컴퓨터 출신의 음성언어학 전문가 등을 영입하기도 했다. 지금까지 확보한 로봇 관련 원천기술 특허만 해도 27건에 이른다고 한다. 해외에서도 AI 전문가인 후젠카이 박사를 영입해 수석연구원으로 기용했다. 임 랩장은 “저희는 음성인식 기술을 향상시켜 대규모 인파가 몰려 각종 소음이 일어나는 상황에서도 로봇이 명령자의 음성을 골라 인식할 수 있도록 노이즈필터링 기술을 적용했으며 AI가 외국어뿐 아니라 우리 주요 지방의 사투리도 알아듣는다”며 “AI 서비스로봇 분야에서는 일본 로봇 ‘페퍼’가 대표적인 사례로 꼽히지만 이미 저희는 페퍼 정도의 수준은 넘어선 상태”라고 소개했다. 일본은 페퍼로 앞선 기술을 실증해보였고 관련 부품 산업의 수준도 높지만 상대적으로 완성된 로봇의 상용화 속도는 뒤져 있는 만큼 기술 상용화 속도가 빠른 한국 로봇기업들에도 앞서나갈 기회가 있다고 퓨처로봇 관계자들은 내다봤다. /민병권기자 newsroom@@sedaily.com -
[로봇이 간다] "대통령이 '서비스로봇 활성화' 약속해도…현장공무원은 책임 회피할 구멍만 파"
산업 IT 2019.07.21 16:51:49“문재인 대통령은 서비스로봇 산업을 활성화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우리 산업현장에서는 체감이 되지 않습니다. 그저 정부의 립서비스 같아요.” 창업 이후 10년째 인공지능(AI) 기반의 서비스로봇 개발에 주력해온 기업인 퓨처로봇의 이병호 대표는 21일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하며 안타까워했다. 국내 로봇기업들이 오랜 기간 많은 인력과 비용을 투자해 상용화할 수 있는 핵심 기술을 확보해도 아직은 국내외에서 대량의 수요가 없는 서비스로봇업계의 특성을 고려해 자금지원과 시장수요 창출이 필요한데 관련 정책기관들은 기존에 하던 대로 관행에 젖어 제대로 움직이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이 대표는 “지난 10여년간 수많은 국내 로봇기업들이 버티지 못하고 무너졌다”며 “저희도 기술을 개발하기 위해 얼마 전까지 기술보증기금을 문턱이 닳도록 찾아갔지만 내부 규정 운운하며 재무상태나 신용도만 따지더라”고 말했다. 이어 “규모가 작은 기술기업으로서는 연구개발비가 많이 들어가는 반면 시장을 뚫는 데 시간이 걸리니 재무상황이 좋을 수가 없지 않느냐”고 하소연했다. 그는 “금융기관들이 재정이나 신용도가 아니라 기술의 가치를 보고 기술기업들을 지원해줘야 하는데 전혀 움직이지 않는다”며 “높으신 분들께서는 많이 지원해주겠다고 약속하지만 막상 현장 공무원들은 이미 자기들이 책임을 빠져나갈 구멍(핑계)을 다 파놓고서 우리 같은 기업들이 자금을 신청하면 도와줄 수 없는 이유만 되뇐다”고 전했다. 심지어 기업이 개척한 시장이 정부의 과도한 프레임 짜기식 정책으로 위협받기도 한다. 이 대표는 “저희가 일부 편의점기업에 지난해 AI 서비스로봇을 납품한 뒤 반응이 좋아 올해 해당 업체로부터 추가 납품 주문이 들어와 가격협상을 진행하던 중 유야무야됐다”며 “서비스로봇이 도입되면 정부의 ‘일자리 확충 정책’과 시각이 안 맞는 것처럼 오해를 살 수 있어 (고객기업이) 포기한 것 같다”고 전했다. 서비스로봇이 도입되는 매장에서는 단편적으로는 해당 현장 근로자 일자리를 빼앗는 듯 보일 수 있지만 로봇 납품업체의 매출 증가로 고용 여력이 늘어 로봇산업 및 유관 전후방 산업 분야에서 대체일자리가 생기는 점을 정부나 업계가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기 때문에 벌어지는 현상이다. 현 정부의 코드와 맞는 복지 정책 분야에서마저도 소관 부처의 소극적 대응으로 로봇 보급에 제동이 걸린 사례도 있었다. 이 대표는 “노인과 대화하며 외로움을 달래주거나 약 먹을 시간 등을 알려주고 일정시간 거동을 하지 않으면 119 등에 연락해주는 가정용 AI 로봇인 ‘효로’를 개발해 정부 바우처 사업의 형식으로 독거노인 가정 등에 지원해 보급하는 사업을 추진해보려 했지만 복지부가 적극적이지 않아 진행이 잘 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효로 보급사업에 문제가 있었으면 다른 곳에서도 거절했을 것이지만 (중앙정부와 달리) 서울시에서는 담당 공무원들이 적극적으로 호응해줘 진행이 잘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정부 지원이 제대로 전달되지 못하는 사이에 로봇산업의 내수 활성화가 지연되면서 퓨처로봇도 실적위기에 직면했었다. 이에 따라 지난해 상장기업인 디지털옵틱이 50%의 지분을 인수해 1대 주주 역할을 맡았다. 2009년 창업했던 전임 송세경 대표는 대표직에서 물러나 2대 주주가 됐다. 바통을 이어받은 이 대표는 “한국의 로봇 상용화 기술은 일본보다 빠른데 정작 국내 로봇시장은 열린 지 3~4년밖에 안 되고 그나마도 이런저런 규제로 실적을 키우기 쉽지 않았다”며 “그래서 저희를 비롯한 국내 로봇기업들은 미국·일본 등 해외 시장을 개척해왔다”며 현장 정책담당자들의 관심을 요청했다. /민병권기자 newsroom@@sedaily.com -
[로봇이 간다] 공경철 대표 "교수창업 성과 인정, 실패땐 낙인 찍히는 사회인식 변해야"
산업 IT 2019.07.07 17:00:18“한국에서 스타 벤처기업이 좀처럼 나타나지 않는 것을 놓고 정부 탓만 할 게 아닙니다. 창업지원제도는 잘 운영되고 있습니다. 문제는 실패자에 낙인을 찍어 창업을 꺼리게 만드는 사회적 인식입니다. 이게 바뀌어야 해요.” 지난 2014년 첫 창업 이후 LG전자로부터 투자를 이끌어내 2017년 재창업한 공경철 엔젤로보틱스 대표가 로봇산업의 혁신을 위해 던진 제언이다. 7일 서울 마포구 신수동 자사 사무실에서 서울경제신문과 가진 인터뷰를 통해서다. 공 대표는 “요즘 대학에는 교수와 학생들의 창업을 지원하는 과제사업들이 아주 많다”며 “한데 여기에 부응해 교수들이 창업하면 ‘학생을 가르치는 교수가 웬 돈벌이냐’는 시선을 느낄 때가 많다”고 답답해했다. 또한 “교수가 회사의 대표이사를 맡으면 제도적으로 해당 기업을 상장시키기 어렵기 때문에 기술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오히려 투자를 받기가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어 “창업기업의 성과를 교수로서의 성과로 인정받지도 못하기 때문에 회사가 성장하면서 진퇴양난을 경험하게 된다”고 전했다. 그는 “이런 상황에서 창업기업이 실패하면 결국 사업가로서도 교수로서도 실패자로 낙인 찍혀 양쪽 모두에서 재기하기가 어렵다”고 지적했다. 1981년생인 공 대표는 어릴 적부터 로봇과학자를 꿈꾸며 해당 분야 학업에 매진했다. 미국 캘리포니아대 버클리캠퍼스 대학원에서 기계공학 박사학위를 받고 만 29세에 귀국해 이듬해 서강대 부교수로 교단에 섰다. 미국 재학시절에 주력했던 입는 로봇(웨어러블 로봇)을 직접 설계·제작하고 싶었지만 집중하기 어려웠다. 연구개발(R&D)보다는 과제 기획, 제안서 등 행정적인 업무에 시간을 보내야 해 답답하게 느껴졌다. 그러던 중 프랑스의 한 대학교수가 5,000만원의 개발비를 줄 테니 연구용으로 하지보조 로봇을 한 대 만들어달라고 요청했다. 해당 프로젝트를 수행하면서 오랜만에 제약 없이 로봇 연구개발에 푹 빠져들 수 있었다. 이를 계기로 창업을 결심하게 됐다. 그렇게 2014년 ‘SG메카트로닉스’를 세웠다. 2016년 그가 개발한 하지보조용 웨어러블로봇은 세계 3위에 오르는 쾌거를 이뤘다. 국제 사이보그 올림픽인 ‘사이베슬론’의 외골격로봇경주 부문에 출전한 성적이었다. 이듬해 LG전자의 투자를 유치해 재창업했다. 현재 엔젤로보틱스의 기업가치는 320억원에 이르며 LG전자의 공동연구개발비를 제외하고도 지금까지 20억원 이상의 투자를 받았다고 공 대표는 소개했다. 그가 개발한 웨어러블로봇 엔젤시리즈는 그간 협약을 맺은 5개 병원에서 베타테스터로 자원한 하지장애 환자 35명의 재활에 사용되고 있다. 공 대표는 “오는 9월에 연세세브란스와 또 다른 거대한 프로젝트를 개시할 것”이라며 “한국의 로봇기술 수준은 언론이 보는 것 이상으로 발전해 미국·일본에도 절대 뒤지지 않는다”고 자신했다. /민병권기자 newsroom@@sedaily.com -
[로봇이 간다] 척추장애 소녀 일으킨 로봇슈트…"일상복처럼 입고 걷죠"
산업 IT 2019.07.07 16:59:48지난 3월 말 미국 애리조나주 스코츠데일의 한 대형리조트에서는 놀라운 광경이 펼쳐졌다. 세계 유일의 ‘입는 로봇(웨어러블로봇)’ 학술대회인 웨어라콘(WearRAcon)에서 선천적 척추기형으로 보행에 어려움을 겪어온 11세 한국인 소녀 박채이양이 휠체어에서 일어나 스스로 걷기 시작한 것이다. 이 장면을 지켜본 학회 참석자들은 일제히 기립 박수를 쳤다. 박양은 허리와 다리에 얇은 외골격 형태의 로봇을 입고 있었다. 한국로봇 기업 엔젤로보틱스의 엔젤슈트다. 엔젤로보틱스는 LG전자가 로봇 분야에 최초로 투자한 창업초기기업(스타트업)이다. 공경철 KAIST 교수가 서강대에 재직하던 2017년에 설립했다. 주로 걷기 힘든 노인이나 하반신 장애인을 위한 입는 로봇을 개발해왔다. 의료기기용으로 식품의약품안전처 인증심사를 받고 있는 로봇 ‘엔젤렉스’와 국제 사이보그 올림픽선수 출전용인 ‘워크온’이 기존 간판 제품이었다. 여기에 더해 내놓은 새 로봇이 엔젤슈트다. 병원에서만 쓸 수 있는 의료기기와 달리 개인이 구매해 쓸 수 있는 보조기기다. 그런 만큼 일상생활 속에서도 하지장애인이 편하게 입을 수 있도록 제작됐다. 엔젤로보틱스는 7일 서울경제신문이 찾은 서울 마포구 신수동 본사에서 엔젤슈트 개발현장을 공개했다. 워크온은 지난달 기자회견을 통해 공개된 적이 있지만 엔젤슈트가 국내 언론에 직접 모습을 드러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엔젤슈트는 기존 웨어러블로봇들과는 확실한 차별점이 있다. 박양처럼 초등학생 연령대의 어린아이도 일상복처럼 입을 수 있도록 초경량화를 지향한다고 공경철 대표는 소개했다. 신성원 연구소장은 “세계적으로 가장 경량화한 웨어러블로봇들조차도 대개 10~12㎏ 정도이지만 현재 저희는 8㎏ 미만으로 경량화했다”며 “앞으로 보다 가벼운 소재 등을 사용해 단계적으로 5㎏ 미만까지 무게를 낮출 것”이라고 설명했다. 엔젤슈트는 배낭처럼 생긴 제어부, 다리 외골격 형태의 하반신부로 구성됐다. 여기에 더해 등산지팡이처럼 손에 쥘 수 있는 경량스틱이 더해져 자칫 보행 중 넘어지는 것을 방지한다. 기존의 웨어러블로봇들이 대부분 투박한 기계장비의 느낌이었다면 엔젤슈트는 미려하고 최대한 슬림하게 디자인됐다. 또 엔젤슈트 착용시 함께 입을 수 있는 청바지도 제작됐다. 착용자가 주위의 시선에 부담을 느끼지 않고 일상복의 패션상품처럼 입도록 하기 위해서다. 이 회사의 한 관계자는 “웨어러블이 지나치게 기계로봇 같은 모습으로 제작되면 특히 외모에 민감한 청소년의 경우 창피해서 외출하기를 꺼릴 수 있다”며 “저희는 이런 심리적인 부분까지 고려해 착용자가 ‘에지(edge·개성적인 멋) 있는 패션’이라고 자부심을 느끼도록 색상과 형태를 다듬었다”고 말했다. 전 세계 웨어러블로봇 개발자들이 핵심 화두로 삼는 난제 중 하나는 어떻게 하면 착용자가 뻣뻣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움직이도록 돕느냐다. 입는 사람이 신체 어느 부위를 어느 방향으로 어느 정도의 힘을 주어 움직일지에 관한 의도를 즉시 파악해 적절한 속도와 힘을 정밀하게 보조해주는 게 핵심이다. 일본 사이버다인사의 로봇 ‘할(HAL)’의 경우 피부에 붙이는 근전도센서를 사용했다. 착용자의 신체 중 4~12군데에 감지장치를 부착해 근육의 전기적 신호를 읽는 방식이다. 이 방식은 오작동의 가능성이 많다. 센서를 몸의 어디 붙이느냐에 따라 전기신호가 다르고 땀이 닿으면 감지능력이 저하되는 탓이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엔젤로보틱스는 근전도센서 방식을 버리고 혁신적인 방식을 택했다. 우선 힘의 정밀제어는 구동부의 기계구조를 독창적으로 설계해 이뤄냈다. 로봇 착용자가 걷거나 설 때 관련된 신체 부위에서 어느 정도 힘이 부족한지를 기계적으로 감응해 구동기 내부에 부착된 스프링이 정밀하게 힘을 제어하고 모자란 힘을 보조해주는 메커니즘이다. 착용자가 움직이려는 힘의 방향은 발바닥의 압력으로 측정한다. 신발 깔창형태로 제작한 족저압센서 덕분이다. 그 결과 사람이 로봇에 힘과 동작을 맞추는 것이 아니라 ‘로봇이 사람에게 맞춰 돕는 기술이 가능해졌다’는 게 회사측의 설명이다. 예를 들어 착용자가 힘을 제로(0) 수준으로 전혀 주지 않으면 기존의 웨어러블로봇들은 뻣뻣하게 굳은 채로 움직이지 않지만, 엔젤슈트는 여기에도 자연스럽게 반응해 흐느적거릴 정도로 착용감을 높여준다는 것이다. 일명 ‘무저항 정밀구동 기술’이다. 웨어러블로봇의 또 다른 난점은 입는 사람마다 체형과 장애특성이 달라 맞춤 제작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든다는 것이다. 공 대표는 이를 모듈형 양산 제조방식으로 극복했다. 백팩처럼 생긴 제어기와 구동기 등 주요 핵심부품 모듈들은 미리 제작해놓고 생산주문이 들어오면 수요자별 체형이 다른 부분만 후속으로 제조한 뒤 모듈들을 한 벌의 로봇으로 조립하는 방식이다. 이를 통해 대당 며칠에서 몇 주씩 걸리던 제작 작업이 현재 수 시간 정도로 단축됐다고 공 대표는 소개했다. /민병권기자 newsroom@@sedaily.com -
[로봇이 간다]"실적 못쌓으면 10년 공들인 기술 묻혀...정책 지원 절실"
산업 IT 2019.06.16 17:16:23“트랙레코드(실적)를 쌓지 못한다면 10년간 공들여 만든 장비와 기술이 사장(死藏)될 수 있습니다” 지난 13일 경북 포항시 한국해양과학기술원(KIOST) 수중로봇복합실증센터에서 만난 장인성(사진) 수중건설로봇사업단장은 이같이 걱정부터 쏟아냈다. 깊은 바닷속에서 암반 파쇄와 케이블 매설, 각종 구조물작업을 척척 해내는 수중로봇 3형제인 ‘URI-L’, ‘URI-T’, ‘URI-R’의 개발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이제 막 2단계 사업화를 시작한 만큼 기대가 앞설 것이라는 기대와 정반대였다. 그는 지금으로부터 10년 전인 2009년 수중건설로봇의 꿈을 키웠다. 당시 해양수산과학기술진흥원의 연구기획 사업으로 시작해 2010년 보고서를 만들었지만, 그 해 하반기 예비타당성 조사의 관문을 넘지 못했다. 이듬해인 2011년 다시 기획에 나섰고 2013~2019년 1단계로 로봇들을 개발하고 인프라를 만드는 1단계 연구를 따내 지금까지 달려왔다. 물론 앞으로 4년간의 사업화 연구를 다시 진행하는 만큼 상황은 희망적이지만 현실의 벽은 이보다 높다는 게 장 단장의 말이다. 그는 “아무리 좋은 장비라고 해도 확실한 실적이 없는 장비를 해양 개발업체에서 쓰려고 하지 않는다”며 “국내나 국외, 정부나 민간 모두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실제 사업의 경우 공사기간이 곧 돈이고 품질이 생명이다. 이미 검증된 외산장비가 있는 상황에서 20~30% 저렴한 국산 신장비를 쓰는 데 위험부담이 적지 않다 보니 선뜻 가격만 보고 선택할 수 없다는 얘기다. 장 단장은 “실제 많은 연구개발(R&D) 과제들이 사업화의 벽을 넘지 못하고 연구단계에서 멈춘다”며 “우리도 많은 트랙레코드를 쌓아야 자신감이 더해지는 만큼 최대한 기회를 찾고 싶지만, 극단적으로 공짜로 공사를 대신해준대도 선뜻 현장을 내주는 경우가 없다”고 토로했다. 그렇다면 어디서부터 첫 단추를 꿰어야 할까. 장 단장은 “각 부처 연구과제에서 협업할 기회를 찾는 게 먼저”라고 강조했다. 해상 풍력이나 해양플랜트, 해저 터널 같은 바다와 관련된 연관 R&D 과제들을 수행할 때 해저 로봇이 필요하면 수중건설로봇사업단의 ‘URI’ 시리즈를 우선 채용하는 식이다. 그는 “바다 관련 과제들이 해양수산부와 산업통상자원부 등 각 부처와 지방자치단체에 퍼져있어 긴밀한 협력이 잘 안 되는 경우도 많다”며 “건설로봇은 트랙레코드를 쌓고 연구주체는 적은 비용으로 로봇을 빌리는 ‘윈-윈’ 모델이 작동하게 부처 간 칸막이를 없애는 등 정책 노력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수중건설로봇이 실제로 활용될 시장도 더 열려야 한다는 게 장 단장의 판단이다. 항만과 방파제 같은 수중구조물 점검과 유지관리를 지금은 잠수사들이 맡고 있지만, 업무 일부를 로봇이 대체한다면 검사의 객관성을 높이고 운용 효율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그는 내다봤다. 관련 인력 양성도 숙제다. 장 단장은 “우리나라에는 이렇다 할 수중로봇 관련 커리큘럼과 경진대회도 없다”며 “앞으로 해양산업은 점점 커지는 만큼 중고생들부터 이 분야에 관심을 가지고 연구에 뛰어들 동기를 부여해야 한다”고 말했다./포항=임진혁기자 liberal@@sedaily.com -
[로봇이 간다]바닷속 암반·진흙 뚫고 케이블 매설 ‘척척’…'한국형 해저도시' 초석
산업 IT 2019.06.16 17:14:03지난해 10월 육지에서 23㎞ 떨어진 경북 울진 동해상 수심 100m 수중암초 ‘왕돌초’. 굴착기 모양의 수중로봇 ‘URI-R’이 단단한 화강암에 트렌칭(케이블 등을 매설하기 위해 암반 등을 파내는 작업)용 칼날을 들이 대자 굉음과 함께 흙먼지가 뿜어져 나왔다. 바로 위 특수선에 마련된 조종실에서는 두 명의 연구진이 9개의 모니터를 통해 ‘URI-R’의 작업 상태를 면밀하게 살피며 계획에 맞춰 작업을 진행했다. 로봇 주변을 보여주는 화면은 검뿌연 흙뿐이었지만 수중 음파를 탐지하는 360도 소나 장비 등 첨단 센서가 현장보다 더 생생하게 모든 상황을 꿰뚫어볼 수 있게 했다. ‘URI-R’이 케이블을 놓을 길을 잘 닦아놨다면, 그다음은 ‘URI-T’의 차례다. 마찬가지로 수중 작업용 로봇인 ‘URI-T’는 로봇 팔 등을 갖춰 물속에서 자유자재로 움직이며 보다 정교하게 케이블이나 파이프를 원하는 위치에 매설한다. 암반 같은 단단한 장애물이 없는 진흙 지형에서는 고압의 물을 분사하는 ‘워터젯’으로 직접 트렌칭 작업도 할 수 있다. 2009년 기획을 시작, 2013~2019년 6년에 걸쳐 813억원을 투입해 만든 한국해양과학기술원 수중로봇들은 이처럼 실해역 실증실험을 성공적으로 통과하며 10년 만에 성과를 거뒀다. 다만 지금은 어디까지나 연구개발(R&D) 단계일 뿐, 본격적인 결실을 맺으려면 실제 작업 현장에서 이 로봇들이 활용되고 수익도 내야 한다. 지난달 29일부터 시작해 2022년까지 4년간 진행되는 ‘수중건설로봇 실증 및 확산’ 연구과제는 사업화를 위한 경험 축적에 초점을 두고 있다. 서울경제신문은 실제 현장에 투입될 채비를 하는 ‘URI-L’, ‘URI-T’, ‘URI-R’을 만나러 지난 13일 경북 포항시 수중로봇복합실증센터를 찾았다. 초대형 수조와 크레인, 넓은 적재장을 갖춘 센터에 들어서니 초대형 장비 ‘URI-T’와 ‘URI-R’이 먼저 눈에 들어왔다. 육중한 체구에서 느껴지는 ‘늠름함’은 실험실을 떠나 당장에라도 바다에 뛰어들어 해저를 누비고 싶어하는 듯했다. 30톤짜리 ‘URI-R’은 궤도바퀴에 길쭉한 컨베이어벨트 모양의 트렌칭커터를 단 형태가 마치 포크레인이나 불도저를 연상시켰다. 최대수심 500m에서 암반을 부술 뿐만 아니라 포크레인처럼 다목적 팔을 달면 땅을 파고 덮거나 구멍 뚫기, 고르기 작업이 자유자재로 가능하다. 장인성 수중로봇건설사업단장은 “‘URI-R’은 해상에서 한나절이면 다목적팔과 트렌칭커터를 바꿔 달 수 있다”며 “기존 제품들과 비교하면 융통성이 뛰어나다는 게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음파로 지형 탐지가 가능한 ‘360도 어라운드뷰’ 기술은 세계적인 수준”이라고 강조했다. 바로 옆에 놓여있는 중작업용 ‘URI-T’는 최대 2,500m 수심에서 해저 케이블을 매설하거나 무게가 나가는 큰 구조물도 설치할 수 있다. 특히 600마력에 달하는 워터젯으로 물을 분사해 최대 깊이 3m의 도랑을 팔 수 있으며 로봇 팔로 다양한 수중작업이 가능하고 탐지 장비도 갖췄다. ‘URI-R’이 바닥에 붙어 일한다면, ‘URI-T’는 바다거북처럼 자유자재로 물속을 헤엄치며 작업한다. 이들보다는 가벼운 작업을 위해 만들어진 ‘URI-L’은 최대 2,500m 수심에서 건설작업장 주변의 환경 조사를 하거나 수중 구조물을 시공하는 역할이다. 절단이나 청소, 용접 같은 구조물 유지보수에도 투입된다. 앞선 로봇들이 20~30톤의 중장비라면 ‘URI-L’은 1.5톤으로 상대적으로 귀여운 축에 속한다. 이들 수중로봇 3형제는 어떻게 실제 바다에서 활용할까. 장비들을 바다로 내보내려면 대형 트레일러 차량이 우선 필요하다. 크레인으로 차량에 올려 항구로 가져간 뒤에는 특수선에 실은 뒤 다시 바다로 내려 작업을 시작한다. 로봇에는 사람으로 치면 탯줄처럼 전력을 보내주고 신호를 주고받을 수 있는 연결케이블이 달려있다. 특수선 위의 조종실에서 이 선을 활용해 로봇을 움직인다.센터에 옆에는 이처럼 배 위에 실어 로봇을 조종하는 컨테이너 모양의 조종실도 볼 수 있었다. 두 명의 조종자가 앉아 9개의 모니터를 보며 로봇을 운용한다. 현장을 소개하는 한 연구원은 “로봇이 유압체계로 작동하는 만큼 과부하가 걸리지는 않는지, 기름의 온도는 적절한지를 항상 살펴야 한다”며 “반자동 ‘스마트 조종 시스템’을 갖췄기 때문에 버튼만 누르면 로봇팔이 상당 작업을 진행하고 세세한 부분만 작업자가 개입하면 된다”고 말했다. 현재 수중로봇시장은 미국과 영국의 독무대다. 석유나 가스 채취업이 발달하다 보니 자연스레 탐사 로봇이 발전했다. 한국 내 사업자가 해저 케이블이나 파이프를 설치하려면 이들로부터 로봇을 빌려야만 한다. 장 단장은 “빌릴 곳이 한정돼 ‘부르는 게 값’인 시장”이라며 “한국이 지불하는 연간 장비 임차료만 수백억원에 달한다”고 말했다. 과거에는 자원 탐사용이 대부분이었지만 해상풍력이나 해양플랜트, 해상 교량, 통신케이블 등 해저 산업은 점차 다양해지고 국내에서도 수요가 늘고 있다. 전세계 수중건설로봇 시장 규모는 매년 7%가량 성장하고 있으며, 2017년 17억7,000만 달러에서 2022년 24억9,000만 달러까지 늘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해양과학기술원이 수중로봇 개발에 나선 이유다. 장 단장은 “우선은 해외장비 국산화에 무게를 뒀다”며 “2022년까지 연간 100억원 규모의 수입 대체 효과를 노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2030년까지 시장점유율 5%를 차지한다는 목표도 세웠다. 수중로봇들의 목표는 그저 해저 케이블이나 파이프 공사에만 끝나지 않는다. 미래에는 해저도시를 만들고, 새로운 해저자원 개발에 나설 수도 있다. 장 단장은 “각국이 본격적으로 해저 개발에 뛰어들 때 제대로 된 로봇을 만들 수 없으면 경쟁에 밀릴 수밖에 없다”며 “이제 시작이지만 먼 미래 해양 강국의 초석을 쌓는 일”이라고 강조했다./포항=임진혁기자 liberal@@sedaily.com -
[로봇이 간다]"中企만으로는 상용화 어려워…대기업이 로봇분야서 역할할 수 있게 길 터줘야"
산업 IT 2019.06.02 15:59:43지난 2011~2012년 무렵 LIG넥스원 연구진에는 특명이 떨어졌다. 소부대 단위로 운용할 수 있는 군용 드론을 시급히 개발하라는 내용이었다. 주어진 시간은 불과 약 3개월. 유재관(사진) 수석연구원 등 개발진은 밤잠을 줄여가며 유동해석을 해가면서 최적화된 형상과 성능의 기체를 완성했다. 6개의 회전날개(헥사로터)가 달린 무인항공기였다. 신기술 개발 성공의 기쁨은 얼마 가지 못했다. 유 수석연구원은 지난달 31일 경남 구미의 자사 생산기지(구미하우스)에서 서울경제신문과 인터뷰를 갖고 “당시에 우리를 비롯한 국내 대기업들이 드론 산업에 의욕을 가지고 뛰어들려고 했지만 사실상 중소기업들만 할 수 있도록 진입장벽이 높아지면서 줄줄이 손을 놓았다. 저희도 개발을 안 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대기업 진입규제는) 드론 분야에서 우수 중소기업들을 키우겠다는 취지였겠지만 결과적으로 드론으로 성공한 중소기업이 없지 않느냐”며 “정부가 국책과제 사업을 통해 중소기업들의 드론 국산화를 지원하고 있지만 쓸모 있는 제품이 별로 없는 게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대기업 진입장벽으로 기술 상용화를 위한 생태계 조성에 실패한 드론 산업을 반면교사 삼으려면 로봇 분야에서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서로 역할을 적절히 분담할 수 있도록 균형 잡힌 생태계 조성이 필요하다는 게 유 수석연구원의 시각이다. 그는 “중소기업이 핵심요소기술들을 개발할 수 있도록 지원하되 이렇게 개발된 기술들을 (하나의 로봇 완제품으로 만들기 위해) 통합하는 체계종합기술 분야에서는 대기업이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길을 터줘야 한다”고 제언했다. 그동안 국책 연구개발(R&D) 사업이 중소기업들에 나눠주기식 분배 사업으로 진행되다 보니 이렇게 확보한 기술과 노하우를 하나로 엮어 시장에서 먹힐 수 있는 상용제품으로 완성할 수 있는 기업이 없다는 것이다. 기업들의 로봇기술 개발을 독려하려면 이를 뒷받침할 수요진작 정책도 필요하다고 유 수석연구원은 진단했다. 일본 과학기술원(JAIST)에서 수학했던 그는 “일본은 로봇의 다양한 요소기술을 우리보다 앞서서 확보했는데 이를 위해 정부는 로봇과 관련해 ‘리스’와 같은 금융지원 정책을 폈고, 특히 웨어러블 로봇의 경우 해당 제품과 관련한 보험도 개발해 지원하도록 했다”고 소개했다. 유 수석연구원은 우리 정부가 로봇기술 개발에 꾸준히 투자했음에도 선진국보다 더딘 이유에 대해 “기술 개발을 위한 국책과제가 지나치게 비영리기관 중심으로 이뤄지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따라서 “국책과제 기획 시 기업이나 수요처의 입장을 중심으로 로드맵을 짜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구미=민병권기자 newsroom@@sedaily.com -
외투처럼 입으니 50㎏도 거뜬…"軍작전능력 업그레이드"
산업 IT 2019.06.02 15:59:40지난달 31일 경북 구미 공단동 LIG넥스원의 주력 생산기지인 ‘구미하우스’ 신축 시설 내에서는 놀라운 광경이 펼쳐졌다. 개당 최대 수십㎏씩 나가는 해군 함정용 포탑의 부품들을 포탑 정비사들이 각각 혼자 소풍가방 들듯 가볍게 들어 옮기고 조립하고 있었다. 평범한 체격의 정비사들을 천하장사처럼 바꾼 것은 LIG넥스원이 독자적으로 개발 중인 근력증강 착용 로봇(웨어러블 로봇) ‘렉소’였다. 렉소를 외투처럼 입으면 혼자서 50㎏ 이상 무게의 짐을 가뿐히 들어 올릴 수 있다. 그런 만큼 작업자의 육체 피로 및 부상 위험을 최소화하면서 군 작전 및 작업 능률을 높일 수 있다. 구미하우스 정비창에서처럼 무겁고 위험한 장비·화물을 다루는 육·해·공군 정비창에서 쓸 수 있다. 혹은 야전에서는 지뢰탐지기와 같은 무거운 장비를 들고 장시간 작업해야 하는 장병들이나 방패 등을 오랜 시간 들고 작전을 벌여야 하는 기동경찰대에 유용하게 쓰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LIG넥스원이 구미의 로봇 연구·생산기지를 언론에 공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날 서울경제신문의 단독 현장취재에서 신형 모델인 ‘렉소 2.5’ 버전도 이날 본지 카메라 앞에 첫선을 보였다. 2.5 버전에는 열 영상 카메라와 머리에 착용하는 디스플레이(HMD) 등이 적용됐다. 그런 만큼 야간이나 어두운 곳에서도 작업·작전이 가능하다. 통신기능을 통해 작업자 간 정보교환을 통한 협업도 가능해졌다. 렉소는 최종 완성단계인 3.0 버전 개발 과정을 거친 뒤 하반기 중 상용화될 예정이다. LIG넥스원이 렉소 개발을 시작한 시기는 지난 2010년이었다. 완전 무인로봇보다는 사람이 직접 입고 움직이는 웨어러블 로봇이 더 빨리 활성화될 수 있다고 봐 전략적으로 투자를 집중했다. 이후 9년여에 걸친 연구개발(R&D) 과정에서 전신형과 모듈형의 두 가지 타입으로 시제품이 나왔다. 전신형은 ‘발바닥-발목-무릎-허리-팔’을 포괄하는, 말 그대로 온몸에 밀착돼 해당 부위의 근력을 높여준다. 모듈형은 이 중 무릎이나 허리·팔 부위에만 착용할 수 있는 부분보조 형태다. 사용환경에 따라 전신형으로 입든지, 모듈형으로 필요 부위에만 착용할지 고를 수 있도록 했다. 그간 국내외에서 민수용 웨어러블 로봇들이 개발돼 왔지만 속도가 느리거나 무거워 군용으로는 부적합한 경우가 대다수다. 렉소는 이런 한계를 상당히 극복했다. 버전 1.0 당시에는 총 중량이 45㎏에 이르렀지만 현재의 2.5 버전에서는 15㎏까지 경량화됐다. LIG넥스원은 향후 3.0 버전에서는 한층 더 가볍게 하기로 했다. 그중 모듈형 타입의 경우 3.5㎏ 수준까지 경량화하는 것을 목표로 세웠다. 이동속도도 순간 최대시속 10㎞중반대까지 낼 수 있다. 순항 시 시속 6㎞ 이상으로 걸을 수 있다. 순간 도약도 가능하다. 미국 등 선진국의 웨어러블 로봇 보행속도가 보통 시속 4~6㎞ 정도인 점을 감안하면 세계 정상급 성능이라고 볼 수 있다. 이 같은 성능 덕분인지 아랍에미리트(UAE) 측이 최근 LIG넥스원을 방문해 사업협력 논의에 나서는 등 글로벌 러브콜을 받고 있다. 일반적으로 군용로봇은 큰 힘을 내기 위해 유압펌프를 동력원으로 쓰는데 이것은 느리고 무겁다. 반면 렉소는 유압펌프를 주 동력원으로 쓰면서도 보조적인 부위에는 스프링이나 와이어과 같은 수동식 동력원을 사용했다. 덕분에 큰 힘을 내면서도 경량화와 빠른 속도를 확보할 수 있었다. 유압만 사용하면 지속운용시간이 4~6시간이지만 수동 동력원을 혼용하면 가용시간이 훨씬 늘어나게 되는 효과도 덤으로 생기게 된다. LIG넥스원은 또 다른 동력원으로 전기모터를 혼용하는 방법도 모색 중이어서 이용자가 사용처와 작업환경에 따라 맞춤형으로 고를 수 있게 될 전망이다. LIG넥스원은 가격경쟁력을 최대한 확보하고 해외시장에서 우위를 확보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특히 모듈형 제품의 경우 상지 지원형을 기준으로 대당 수백만원 선까지 출고가를 낮추는 것을 목표로 개발을 진행 중이다. 전신형도 상용화에 성공해 양산화되면 대당 가격이 수천만원대까지 내려갈 것으로 전망된다. 외산은 모듈형도 대당 1,000만원대 이상을 호가하므로 이와 비교하면 가격파괴라고 할 수 있는 수준이다. LIG넥스원은 자체개발 제품인 렉소와는 별도로 국책 프로젝트인 군용 웨어러블 시제 개발사업도 진행 중이다. 국방과학연구소(ADD)와 함께 추진 중인데 고기동성 등을 겸비한 시제가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보다 10여년 이상 늦게 개발이 시작됐음에도 세계 정상급 수준의 실용성 있는 상용제품 개발을 목전에 둘 수 있었던 비결은 R&D 기획의 방향을 수요자 중심으로 전환한 데 있다. LIG넥스원의 한 관계자는 “로봇 개발 과정에서 수요처인 해군 등과 수시로 소통하면서 적용할 기술과 품질의 수준을 조율했다”고 소개했다. 또한 “구미하우스의 골키퍼(함정 방어용 포탑) 창정비현장에서 직접 작업자들이 렉소 시제품들을 착용해 테스트해준 덕분에 실사용자의 입장에서 제품을 개발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LIG넥스원은 렉소 이외에도 신형 수중감시 로봇인 해검3를 6월부터 개발할 예정이다. 앞서 무인수상정인 ‘해검1’을 2017년 개발 완료했으며 2016년에는 소형 감시 로봇을 완성하기도 했다. 이처럼 다양한 분야에서 기술을 축적해 국방로봇 뿐 아니라 사회안전과 민수로봇 분야에서도 세계시장을 선도하는 선도회사로 성장하겠다는 계획이다. /구미=민병권기자 newsroom@@sedaily.com -
[로봇이 간다]"배관로봇 활용 무궁무진…인증기관 제각각, 표준화 시급"
산업 IT 2019.05.19 16:40:01“유독성 물질과 방사선 등 위험한 작업 환경에서 앞으로 작업자 대신 배관로봇을 활용할 수 있도록 개발하고 있습니다.” 홍성호 한국로봇융합연구원(KIRO) 제조로봇연구본부장은 지난 13일 포항 KIRO에서 가진 인터뷰를 통해 배관로봇이 가진 무한한 가능성에 대해 자신감을 드러냈다. 현재 개발된 배관 검사·모니터링·청소·갱생 로봇 이외에도 배관을 접합하거나 방사선투과검사(RT)를 하는 로봇을 추가적으로 개발할 것이라는 설명이 이어졌다. 홍 본부장은 “가스 배관이나 수소 배관을 매설할 때 용접이 잘 됐는지 여부를 보기 위해 RT를 하는데 작업자가 방사선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며 “그곳에 배관로봇이 대신 들어가면 피폭 위험이 사라지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홍 본부장이 배관로봇 개발과 연을 맺게 된 시기는 201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포스코 기술연구원과 합동으로 프로젝트팀을 발족한 뒤 제철소 현장에 적용할 수 있는 실용로봇을 연구하면서 배관로봇 개발을 시작했다. 그는 “제철소 연료 배관에 있는 불순물로 인해 관로 폐쇄가 빈번하게 발생하는 문제가 있었는데 그동안은 정기적으로 인력을 투입해 청소했다”며 “그마저도 청소하기 어려운 환경이 대부분이어서 배관로봇으로 대체하는 연구과제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반복되는 시행착오를 거듭한 끝에 3년간 5대의 배관로봇 프로토타입을 개발했다. 현장 시험도 약 20회에 걸쳐 진행했다. 개발된 배관로봇은 국내외 가스배관과 송유관, 조선, 산업플랜트, 에너지 시설 배관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될 수 있다. 한국비파괴검사협회와 KIRO에 따르면 2010년 기준 국내 비파괴검사 시장 규모는 5,000억원이지만 오는 2020년에는 6,000억원으로 확대된다. 전 세계 시장 규모 역시 같은 기간 100조원에서 120조원으로 20%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배관로봇을 개발하면서 가장 아쉬웠던 점은 무엇일까. 홍 본부장은 개발과 관련된 규제는 없지만 막상 배관로봇을 현장에 적용하려 할 때 명확한 인증이 없다는 점을 꼽았다. 그는 “로봇의 특성상 가전제품에도 속하지 않고 산업용 제품으로 분류하기에도 어려움이 있어 인증이 모호하다”고 지적했다. 또한 “인증을 받아야 하는 기관도 제각각이어서 1년이 걸릴지 2년이 걸릴지 아무도 확답을 해주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배관로봇을) 구매하는 업체에서는 (품질 및 안전에 대해) 명확한 기준에 의한 인증을 요구하고 있다”며 “특정 용도에 따라 별도 인증을 받는다고 하더라도 로봇 자체에 대해서는 표준화 인증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포항=권경원기자 naher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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