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文·金 백두산 동행] 文 "우리땅 통해 오르고 싶었다" 金 "남측서 많이 와서 봐야"

金 "중국쪽선 천지 못내려가" 文 "국경이 어딥니까"

한라산 물 가져온 김정숙여사, 천지 물과 '합수'

백두산관광 기대감 커졌지만 靑 "깊은 논의 없었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가 20일 오전 김정은 국무위원장 내외와 백두산 천지를 산책하던 중 천지의 물을 물병에 담고 있다.  /평양사진공동취재단




20일 오전9시33분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백두산 장군봉에 나란히 섰다. 머리 위로는 구름 한 점 없이 넓고 푸른 하늘이, 발아래로는 시리도록 맑고 깊은 천지가 한눈에 들어왔다. 워낙 변화무쌍한 날씨 탓에 ‘3대가 덕을 쌓아야 천지를 볼 수 있다’는 말이 있을 정도지만 민족의 영산은 70년 적대 세월을 끝내기로 뜻을 모은 남북 정상에게 천연하고 장대한 광경을 아낌없이 드러냈다. 남북 정상은 백두산 정상에서 천지를 배경으로 맞잡은 손을 번쩍 들어 올렸다. 오랜 분단의 상처 속에 수백 번, 수천 번 떠올렸을 상상이 현실이 되는 순간이었다.

남북 정상의 동반 백두산행은 전일 김 위원장의 제안을 문 대통령이 흔쾌히 받아들이면서 이뤄졌다. 백두산에 오른 김 위원장은 “중국 사람들이 부러워합니다. 중국 쪽에서는 천지를 못 내려갑니다. 우리는 내려갈 수 있습니다”라고 자랑스레 소개했다. 이에 문 대통령은 “국경이 어디입니까”라고 질문했다.

김 위원장은 왼쪽부터 오른쪽까지 손가락으로 쭉 가리키며 “백두산에는 사계절이 다 있습니다”라고 설명했고 리설주 여사는 “7·8월이 제일 좋습니다”라고 거들었다. 문 대통령은 남쪽 끝, 한라산 백록담을 김 위원장에게 소개했다. 문 대통령은 “한라산에도 백록담이 있는데 천지처럼 물이 밑에서 솟지 않고 그냥 내린 비, 이렇게만 돼 있어서 좀 가물 때는 마릅니다”라고 설명했다.

리 여사는 분단 이래 처음으로 남북 정상이 백두산 정상에 선 역사적 사건을 두고 ‘전설’이라고 표현했다. 리 여사는 “백두산에 전설이 많습니다”라며 “용이 살다가 올라갔다는 말도 있고, 하늘의 선녀가, 아흔아홉 명의 선녀가 물이 너무 맑아서 목욕하고 올라갔다는 전설도 있는데, 오늘은 또 두 분께서 오셔서 또 다른 전설이 생겼습니다”라고 말했다. 이에 김 위원장은 “백두산 천지에 새 역사의 모습을 담가서, 백두산 천지의 물이 마르지 않도록 이 천지 물에 다 담가서 앞으로 북남 간의 새로운 역사를 또 써 나가야겠습니다”라고 덧붙였다.



문 대통령은 오랜 염원을 이룬 데 대한 감회를 밝히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4·27회담 때 위원장께 말씀 드렸는데 한창 백두산 붐이 있어서 우리 사람들이 중국 쪽으로 백두산을 많이 갔습니다”라며 “그때 나는 중국으로 가지 않겠다, 반드시 나는 우리 땅으로 해서 오르겠다 그렇게 다짐했었습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문 대통령은 “그런 세월이 금방 올 것 같더니 멀어졌습니다. 그래서 영 못 오르나 했었는데 소원이 이뤄졌습니다”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오늘은 적은 인원이 왔지만 앞으로는 남측 인원들, 해외 동포들이 와서 백두산을 봐야 합니다”라며 “분단 이후에는 남쪽에서는 그저 바라만 보는 그리움의 산이 됐으니까…”라고 답했다. 문 대통령은 “이제 첫걸음이 시작됐으니 이 걸음이 되풀이되면 더 많은 사람들이 오게 되고, 남쪽 일반 국민들도 백두산으로 관광을 올 수 있는 시대가 곧 올 것으로 믿습니다”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문 대통령 내외와 함께 백두산 정상에 오른 남측 수행원들을 찾으며 기념촬영을 먼저 제안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이 천지에 손이라도 담가보고 싶다면서 아래로 향하려 하자 김 위원장은 웃으면서 “내려가면 잘 안 보입니다. 여기가 제일 천지 보기 좋은 곳인데 다 같이 사진 찍으면 어떻습니까”라고 말했다. 이에 양 정상 내외가 먼저 손을 들고 사진을 찍자 주변에 있던 사람들은 남측·북측 할 것 없이 모두 함께 박수를 치며 크게 웃었다.

또 김 위원장은 “대통령님 모시고 온 남측 대표단들도 대통령 모시고 사진 찍으시죠? 제가 찍어드리면 어떻습니까”라고 제안했고 좌중은 다시 한번 웃음바다가 됐다. 기념사진을 찍은 후에는 김영춘 해양수산부 장관이 “이번에 서울 답방 오시면 한라산으로 모셔야 되겠다”고 말했고, 송영무 국방부 장관은 “한라산 정상에 헬기 패드를 만들겠다”고 추임새를 넣었다.

케이블카를 타고 천지로 내려가서는 백록담과 천지 합수가 이뤄졌다. 김정숙 여사는 “한라산 물 갖고 왔어요. 천지에 가서 반은 붓고 반은 백두산 물을 담아갈 겁니다”라고 했고, 리 여사는 “우리나라 옛말에 백두에서 해맞이를 하고, 한라에서 통일을 맞이한다는 말이 있습니다”라고 화답했다.

이날 문 대통령이 백두산에 오르면서 조만간 금강산관광은 물론 백두산관광까지 가능해지는 게 아니냐는 기대감이 곳곳에서 커졌다. 이에 대해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백두산관광과 관련해서는 현재로서는 이번 합의 사항에 포함돼 있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고 말했다. 비핵화 협상과 대북제재 완화가 이뤄지기 전에는 추진이 사실상 힘들기 때문이다. 윤 수석은 이날 두 정상 행보의 ‘상징성’에 더 큰 의미를 부여했다. 윤 수석은 “한민족 입장에서는 백두산이 주는 상징이 워낙 크고 한민족의 시원이라고 볼 수 있는 장소이기 때문에 우리들에게 오는 정서가 커 보인다”고 전했다.
/백두산공동취재단 정영현기자 yhchung@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울경제 1q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