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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 오픈 최종] 모두가 우즈를 봤지만, 伊 남자가 웃었다

몰리나리, 디오픈서 샴페인

이탈리아인 첫 메이저 챔프

유럽투어 5승·세계랭킹 15위

골프변방국 伊 출신 '숨은 강자'

일방적 우즈 응원속 동반라운드

차분한 플레이로 '악마코스' 정복

이탈리아의 프란체스코 몰리나리가 23일 브리티시 오픈(디 오픈)에서 우승한 뒤 트로피 클라레 저그를 들어 보이고 있다. 이탈리아인의 디 오픈 제패는 몰리나리가 처음이다. /커누스티=EPA연합뉴스




‘은퇴는 2년 반쯤 뒤에. 은퇴 후 계획은 TV로 스포츠 중계 보기, 동네 커피숍에서 하루 3잔씩 커피 마시는 동안 책 좀 보다가 무료 와이파이로 트위터에 빠져 사는 것.’

프란체스코 몰리나리(36·이탈리아)는 얼마 전 은퇴 이후의 삶을 그려봤다. 진지한 고민은 아니었지만 프로골퍼로서의 삶이 조금 무료해질 적지 않은 나이였다. 그는 유럽 투어 5승에 세계랭킹 15위의 강자인데도 주목받는 스타일은 아니었다. 어릴 때는 2005년 US 아마추어 우승에 빛나는 형 에도아르도 몰리나리에게 가렸다. 프로가 돼서 좋은 성적을 내도 자국 내에서는 생각보다 반응이 미지근했다. 축구와 사이클 등에 빠져 사는 이탈리아에서 골프는 인기 스포츠가 아니다. 몰리나리도 이탈리아축구 인터밀란의 열성 팬이다.

23일(한국시간) 스코틀랜드의 커누스티 골프링크스(파71)에서 끝난 세계 최고(最古) 골프 대회 제147회 브리티시 오픈(디 오픈). 4라운드 합계 8언더파 276타로 2위 그룹을 2타 차로 따돌리고 정상에 선 몰리나리는 “내가 속한 조에서 나는 전혀 주목받지 못했다. 사실 골프 선수가 된 후로 늘 그랬다”며 “클라레 저그(디 오픈 우승컵)에 적힌 이름들을 보라. 역사상 최고의 골퍼들이 적힌 곳에 내 이름도 올라갔다. 이탈리아는 골프 강국과 거리가 있는데 이탈리아인으로서 거둔 성과라 더 뜻깊다”고 했다. 그는 이탈리아인 최초의 메이저 골프 대회 우승자가 됐다.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동료인 웨슬리 브라이언(미국)은 시즌 초에 몰리나리를 만났을 때 그가 꺼냈던 은퇴 계획을 자신의 트위터에 올리며 우승을 축하했다. 미국 매체 골프닷컴은 “커피 3잔을 이제 클라레 저그에 부어 마시면 되겠다”는 반응을 올렸다. PGA 투어 주관 메이저대회이기도 한 디 오픈을 제패하면서 몰리나리는 우승상금 189만달러(약 21억원) 외에 PGA 투어 5년 출전권도 얻었다. 또 60세까지 디 오픈에 참가할 수 있게 됐다.

몰리나리는 미국·유럽 등에서 참가한 최근 5개 대회에서 이번이 세 번째 우승일 정도로 상승세가 가팔랐다. 지난 2014년부터 뛰어든 PGA 투어에서는 이달 초 퀴큰론스 내셔널 제패로 첫 우승을 신고했는데 이때 트로피를 건넨 이가 바로 대회 호스트인 타이거 우즈(미국)였다. 우즈는 이날 몰리나리와 같은 조에서 구름 갤러리들을 몰고 다녔다.





우즈에게 쏠리는 일방적인 응원에 흔들릴 법도 했지만 몰리나리는 퀴큰론스 우승과 지난주 존디어 클래식 공동 2위의 기세를 조금도 잃지 않았다. 몰리나리는 더스틴 존슨(미국)처럼 장타를 치는 선수도, 조던 스피스(미국)처럼 정교한 퍼트가 무기인 선수도 아니다. 실수를 최소한으로 줄이는 것이 몰리나리의 골프다. 그는 디 오픈 개최지 중 가장 까다롭다는 ‘악마의 코스’ 커누스티를 철저하게 자신만의 스타일로 공략했다. PGA 투어 측은 “한때 6명이 공동 선두를 이루는 대혼전 속에서 그중 가장 차분한 남자에게 우승컵이 돌아갔다”고 정리했다.

몰리나리는 3라운드에 버디만 6개를 작성해 선두에 3타 뒤진 5위로 출발한 뒤 이날 버디만 2개(69타)를 보탰다. 3·4라운드 연속 노 보기. 특히 마지막 날 최대 초속 9m의 고약한 바람이 코스를 뒤덮었는데도 몰리나리는 13개 홀 연속 파를 지켜낸 뒤 14번홀(파5) 버디로 단독 선두에 오르고는 18번홀(파4) 버디로 생애 첫 메이저 타이틀을 완성했다. 112야드 거리에서 60도 웨지로 핀 1.5m에 붙였다.

몰리나리는 형 에도아르도가 손 수술로 필드를 떠나 있는 동안 “골프는 정말이지 이기기 힘든 괴물 같다”고 토로한 적 있다. 그런데 이날 바람과 어려운 핀 위치 등 괴물 같은 환경 탓에 대부분의 경쟁자가 러프와 벙커에서 타수를 잃어갈 때 꿋꿋이 버텨낸 것은 바로 몰리나리였다.

경기 후 지난해 우승자 스피스는 “몰리나리는 누구보다 늘 정말로 열심히 한다. 연습장을 떠날 줄 모르며 웨이트트레이닝장에 가보면 항상 그가 있다”며 “그간의 노력을 보상받은 것 같아 내가 다 기쁘다”고 했다. 우즈는 “칩샷을 아름답게 해냈다”면서 결정적인 기회가 왔을 때 놓치지 않고 파고드는 승부사 기질을 칭찬했다.

10번홀에서 단독 선두에 나서며 10년 만의 메이저 우승 희망을 키웠던 우즈는 11번홀(파4) 더블보기와 12번홀(파4) 보기로 우승권에서 밀려났다. 우즈는 버디 3개와 더블보기·보기 1개씩으로 이븐파를 쳐 합계 5언더파 공동 6위로 마쳤다. 공동 선두로 출발한 잰더 쇼플리(미국), 케빈 키스너(미국)는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 저스틴 로즈(잉글랜드)와 함께 6언더파 공동 2위로 마쳤다. 역시 선두로 4라운드를 시작한 스피스는 5타를 잃고 4언더파 공동 9위로 마감했다. 한국 선수 중에서는 안병훈이 4오버파 공동 51위로 가장 좋은 성적을 냈다.
/양준호기자 migue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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