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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거래법 약점 파고들어 獨주…역차별에 우는 제네시스

벤츠·BMW, 법망 피해 '무한 유동성 공급'





국내 한 대기업에 다니는 정우현(35)씨는 올해 초 현대자동차 ‘그랜저’ 2.4 가솔린 모델을 사려고 했다. 3,400만원짜리 프리미엄 스페셜 트림에 어라운드뷰 모니트와 전동식 트렁크, 헤드업디스플레이(HUD), 반자율주행 등의 기능을 추가하니 가격이 4,100만원까지 뛰었다. 이 돈이면 제네시스 ‘G80’을 사는 게 낫다고 생각했지만 그 역시 옵션을 추가하면 6,000만원이 넘어 포기했다. 그때 들은 것은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의 할인 소식. 정씨는 기본할인 700만원을 받고 메르세데스벤츠파이낸셜 서비스를 일부 쓰는 조건과 협력 대기업 추가할인 등으로 총 1,000만원가량 할인을 받아 5,200만여원에 중형 세단 ‘E클래스’를 계약했다. 제네시스 G80보다 1,000만원가량 싸게 벤츠의 ‘삼각별’을 소유한 것이다.

일감 몰아주기 해외기업엔 예외…독일 본사 수조원 지원

벤츠 E클래스 3월 판매 제네시스 G80보다 870대 많아

중대형 E200 한 급 아래 G70보다 가격 낮아져 시장왜곡

벤츠코리아와 BMW코리아가 무한 할인 경쟁을 벌이면서 현대차의 고급 브랜드인 제네시스가 최대 피해자가 되고 있다. 두 회사는 수조원의 차입금을 계열금융사에 지원해 소비자에게 고금리 할부를 유도하고 대신 고객에게 큰 폭의 할인을 제공하는 방식의 영업을 한다. 하지만 제네시스가 이 같은 영업을 하면 소위 ‘계열사 몰아주기’에 걸린다. 제네시스로서는 눈 뜨고 시장을 뺏기는 상황이다.



13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벤츠 E클래스는 이 같은 영업 방식으로 판매 돌풍을 이어가고 있다. 본격 할인에 돌입한 지난 3월 판매대수가 4,494대로 제네시스 G80(3,618대)보다 876대 더 많았다. 가솔린 기본형 E200의 판매대수만 2,736대(60.8%)로 수입차 모델별 판매 1위에 올랐다. BMW도 가솔린 기본 모델인 ‘520i’를 국내 시장에 E200과 유사한 가격으로 내놓을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다. 520i도 할인을 통해 5,000만원 초반대에 가격이 형성될 것으로 전망된다. E클래스와 5시리즈가 한 차급 아래 모델인 제네시스 ‘G70’ 고급사양보다 가격이 낮아진 상황이다.

이 같은 수입차의 전략은 공정거래법의 약점을 파고들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들 업체는 자사 자동차금융사의 할부를 쓰는 대신 차값을 10~15%가량 할인하는 영업 방식을 쓰고 있다. 문제는 벤츠파이낸셜코리아와 BMW파이낸셜코리아가 고객에게 차값을 대출해주기 위해 돈이 필요한데 이 자금을 독일 본사가 차입금 형태로 지원한다는 점이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벤츠파이낸셜은 지난해 말 기준 원화와 외화차입금 등 차입부채가 2조5,357억원인데 이 가운데 회사채(8,294억원)를 제외한 1조7,064억원(67.3%)이 본사가 지원하거나 본사가 지급을 보증한 돈이다. 한국에서 자체 신용으로 발행한 회사채를 빼면 100%가 본사 지원금이라는 얘기다. BMW파이낸셜 역시 차입채무(3조2,164억원) 가운데 1조5,990억원(47%)이 본사 지원 또는 보증액이다. 폭스바겐과 아우디의 자동차금융을 담당하는 폭스바겐파이낸셜코리아도 차입금(6,575억원) 가운데 3,625억원(55%)이 본사 지원 또는 보증을 통한 차입금이다.

그러나 현대·기아자동차는 이 같은 영업이 아예 불가능하다. 제네시스 G80의 경우 내년 완전변경 모델을 앞두고도 단 1원도 할인을 할 수가 없다. 공정거래법은 자산 5조원 이상 대기업집단이 계열사에 각종 지원을 할 경우 부당지원 행위로 간주해 ‘일감 몰아주기’ 규제를 한다. 수입차처럼 자동차금융회사에 유동성을 지원해주고 할인을 유도할 경우 불법영업이 되는 것이다. 반면 공정거래법은 국내 기업만을 대상으로 해 벤츠 등 외국계 회사는 규제를 받지 않는다. 실제로 현대캐피탈은 그룹사 보증 없이 자체적으로 자금을 조달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고급차 시장만 분리해서 보면 벤츠와 BMW는 점유율이 50~60%에 달할 정도로 시장의 지배적 위치에 있다”며 “우월한 지위에도 계열사 금융지원을 통해 할인을 앞세우면 공정한 경쟁이 될 수 없다”고 설명했다.

무엇보다 7~9%의 고금리 할부를 써야 차값을 더 많이 할인해주는 독일 차들의 영업 행태가 개인들의 신용위험을 불러올 수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나이스신용평가에 따르면 2016년 연체율이 0.5%였던 아우디·폭스바겐은 지난해(9월 기준) 0.7%로, BMW도 같은 기간 1.0%에서 1.1%로 올랐다. 할부금융이 늘면서 독일 3사들은 3개월 이상 연체된 고정이하자산도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신용평가사 관계자는 “주요 업체들은 실제로 장기간 연체가 발생하는 계약이 나타나고 있다”며 “잠재적인 부실에 대한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구경우기자 bluesquar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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