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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북경제] '일자리 파이'는 그대로인데...조삼모사 일자리 대책

정부가 청년 일자리 보릿고개를 넘겠다며 또 한 번 추가경정예산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7월 11조원을 투입한 데 이어 2년 연속 ‘일자리 추경’입니다. 하지만 제 아무리 정부가 나서 어느 한쪽을 위한 일자리를 늘리기 위한 세금을 쏟아붓는대도, 경제가 성장해 일자리 수 자체가 늘지 않는다면 획기적인 성과는 기대하기 어려워 보입니다.

특히 고령화 속도가 가파른 우리나라는 더욱 그렇습니다. 일자리 수가 그대로라면 고용시장에서 청년층은 50대 이상 장·노년층에 대체될 수 있는 관계에 놓이기 때문입니다. 청년층과 고령층이 함께 고용이 늘어나는 ‘윈-윈’을 하기 어렵다는 뜻입니다.

급속한 고령화의 여파로 늘어나는 취업자의 100% 이상이 50~60대인 우리 사회에서 이는 이미 현실입니다. 실제 우리나라 전체 취업자 중 고령층의 비중이 1%포인트 늘어날 때마다 청년층 비중은 0.8%포인트 감소한다는 연구 결과도 나왔습니다. ‘역대급’ 청년 실업은 물론 세계 최고 수준의 고령화, 노인 빈곤율을 모두 해결하려면 구조 개혁·경제 성장을 통해 일자리 수 자체를 늘리는 ‘정공법’만이 답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고언입니다.





국책연구원인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남상호·임용빈 연구위원은 30일 한국재정학회에서 발표한 ‘정년연장의 파급 효과 분석’ 보고서에서 55세 이상 고령층 고용의 변화가 청년층(15~29세)의 고용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분석한 결과를 공개했습니다.

/자료=남상호·임용빈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 분석


먼저 취업자 수를 기준으로 보면 외환위기 이전까지는 대체로 고령층과 청년층의 고용이 함께 증가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하지만 2000년대 초에 들어서는 고령층의 고용이 늘어남과 동시에 청년층의 고용은 낮아지는 추세가 나타났습니다. 2013년 이후 2016년까지는 다시 청년층과 고령층의 취업자 수가 함께 상승했지만, 외환위기 이전에 비하면 그 폭은 완만해졌습니다.

/자료=남상호·임용빈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 분석


전체 취업자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따지면 ‘제로섬’ 관계가 더 잘 드러납니다. 연구진이 전체 취업자 중 청년층과 고령층이 차지하는 비중을 각각 비교한 결과, 고령층의 비중이 1%포인트 늘어날수록 청년층 비중은 0.8%포인트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연구진은 이에 대해 “취업 비중을 기준으로 볼 때 고령층과 청년층이 노동시장에서 대체관계에 있다는 뜻”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전체 노동시장 대비 55세 이상 고령층 근로자가 많아진다면 15~29세 청년층의 고용은 감소하게 된다는 얘기입니다.

이런 현상은 2000년대 이후 최근으로 올수록 심해지고 있습니다. 첫 번째 이유는 우리 경제가 더 이상 과거의 고도성장을 유지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연구진은 “과거에는 경제성장에 의한 일자리 창출로 인해 청년층과 고령층의 일자리가 함께 증가했다”며 “하지만 경제성장이 이뤄지지 않아 일자리 수가 제한된다면 고령층과 청년층은 대체관계를 이루게 된다”고 설명했습니다.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른 수준인 고령화 속도도 원인입니다. 우리나라는 2000년 ‘고령화사회’가 된 뒤 17년 만인 지난해 ‘고령사회’에 진입했습니다. 전체 인구 중 65세 이상 인구가 차지하는 비중이 7% 이상이면 고령화사회, 14% 이상이면 고령사회입니다. 통계청에 따르면 오는 2026년께에는 초고령사회가 될 것으로 추산됩니다. 고령사회에서 초고령사회로 바뀌는 데 소요되는 시간이 9년밖에 되지 않습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요국 평균(25년)의 3분의 1 수준입니다.

2015~2017년 연령별 취업자 수 증감 추이. /자료=통계청.


고령화로 기대수명과 노후 부담이 길어지면서 고령층의 은퇴 시기도 늦춰지고 있습니다. 이미 은퇴를 했지만 생활비를 벌기 위해 다시 취업하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취업자는 총 31만6,000명 늘었는데 그 중 60대 이상이 24만2,000명, 50대 이상이 15만2,000명이었습니다. 5~60대 취업자가 39만4,000명으로 전체 취업자 증가폭을 뛰어넘습니다. 20대(-3,000명)와 30대(-2만9,000명), 40대(-5만명)에서 일제히 취업자 수가 줄었기 때문입니다. 50~60대 취업자가 전체 취업자 수 증가폭을 뛰어넘은 것은 이미 2015년부터 3년째입니다. 취업자 수 비중으로 봐도 지난해 고령층 취업자는 15.6%에 이르러 15.0%에 그친 청년 취업자를 처음으로 앞질렀습니다. 가파른 고령화와 극심한 청년 실업난을 보면 이 추세는 올해도 이어질 것 같습니다.

경제 성장과 일자리 수가 제자리걸음이라면 고용시장에 고령층 노동 공급이 많아질 때 청년 신규고용은 줄어들 수밖에 없습니다. 정부가 검토 중인 정년 연장까지 추진되면 설사 청년 인구가 줄더라도 이런 현상은 한동안 계속될 수 있습니다. 연구진은 “고령화가 급속하게 진행되는 와중에 청년들의 고용 상태도 악화되는 상황에서 청년과 고령층의 일자리가 서로 보완적인 관계를 지닌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분석했습니다.

지난달서울시 마포구청에서 열린 ‘2018 노인일자리 및 사회활동지원사업 통합모집’ 행사에서 어르신들이 일자리 관련 게시판을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는 최근 청년 일자리를 늘리기 위해 중소기업 취업과 창업을 장려하고 공무원·공공기관 직원을 더 뽑겠다는 대책을 내놨습니다. 중소·중견기업이 청년 1명을 신규채용하면 연봉의 3분의 1을 3년 간 정부가 지원해주고 중소기업에 취업한 34세 이하 청년에 대해선 5년간 소득세를 전액 면제해주는 등의 내용이 담겼습니다. 한시 대책이라는 점도 문제지만, 이렇게 해서 청년 고용이 늘더라도 전체 일자리 수가 늘지 않는다면 그만큼 고령층이 고용시장에서 밀려날 수 있다는 점도 간과해선 안 될 문제입니다.

결국 민간을 포함해 우리 경제의 전체 일자리 수가 늘어날 수 있도록 구조 개혁, 규제 완화 등 느리고 고통스럽더라도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있는 정공법을 택해야 한다는 얘기입니다. 익명을 요청한 한 서울 사립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부가 직접 나랏돈으로 중소기업 고용을 지원하는 경우 기업들은 생산성을 높이고 질 좋은 일자리를 늘리려고 노력할 유인이 떨어진다”며 “잠재성장률이 떨어져 가는 경제의 성장동력을 키우고 일자리 구조 자체를 개혁하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라고 조언했습니다.

너무 당연해 보이는 이 얘기는 사실 정부도 이미 알고 있습니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4일 SK그룹을 방문한 자리에서 고용난 해결을 위해 “산업 구조의 변화, 전통 제조기업의 고용 창출력 둔화, 노동 공급과 교육의 미스매치, 노동시장의 구조적인 문제 등 구조적인 문제를 풀어야 한다”며 “시장에서 일자리를 만들 수 있도록 규제 완화도 중요하다”고 지적했습니다. 정부가 스스로 알고 있는 문제의 원인과 해결책을 사회적 갈등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법으로 시행하는 것만이 남아있는 과제입니다.
/빈난새기자 binther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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