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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비리 공무원 무관용' 공염불 돼선 안 된다

문재인 대통령이 주재한 ‘정부혁신 전략회의’에서 비리 공무원에 대한 무관용 원칙이 다시 등장했다. 채용비리와 금품수수·부정청탁 연루 공직자는 한 번만 적발돼도 파면·해임하고 성폭력 범죄자는 당연 퇴직, 성희롱 징계자는 보직을 제한하겠다는 게 골자다. 징계 감경제한 규정 도입과 부정청탁 연루자 형사고발 의무화 방침도 세웠다. 이를 통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소속 국가 가운데 꼴찌인 정부신뢰도를 10위권으로 올리고 국제투명성기구 부패인식지수도 20위권으로 높일 계획이다. 제대로 한다면 사전에서나 찾을 수 있는 ‘청백리’를 현실에서도 볼 수 있을 터다.

문제는 비리 공무원에 대한 무관용이 과거 정부에서도 수없이 강조한 원칙이라는 점이다. 직무나 대가성에 상관없이 일정액을 넘는 금품·향응 수수는 파면·해임할 수 있도록 인사 규정을 바꾼 적도 있고 국무총리가 직접 나서 ‘엄단’을 외치기도 했다. 하지만 모두 공염불이었다. 직무와 관련해 뇌물을 받아도, 공금을 횡령해도 자리를 지키는 경우가 태반이었고 심지어 여성을 몰래카메라로 찍는 성범죄를 저질러도 강등조치가 전부였다. 현실이 이러니 공무원이나 공공 분야 종사자들이 부패와 비리에 무감각할 수밖에 없다. 얼마 전 드러난 강원랜드 채용비리는 단적인 사례다.

공무원 부패 척결을 향한 정부의 의지가 공허한 메아리가 되지 않도록 하려면 단순히 처벌규정을 늘리고 강도를 높이는 것만으로는 안 된다. 채용부터 감독까지 시스템 전반에 문제는 없는지, 외부의 영향력이 스며들 가능성은 없는지 재점검하는 것이 우선이다. 솜방망이 처벌이나 제 식구 감싸기의 근거가 될 만한 여지를 남겨서도 안 된다. 필요하다면 공무원 비리가 적발됐을 때 각 부처나 공공기관의 장에게 책임을 묻는 특단의 조치도 고려해봄 직하다. 이번 기회에 공직사회에 만연한 부패의 뿌리를 뽑고 비정상을 정상으로 여기는 시대가 종언을 고했음을 알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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