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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동주 '밤거리 3부작'으로 일제 치하 암울한 역사 표현"

■'윤동주 탄생 100주년' 국제학술대회

'거리에서' '간판없는 거리' '흐르는 거리'

남송우 부경대 교수 하나로 묶어 해석

日 나카지마 교수는 "새 시대 여는 사상"





일제 강점기의 민족시인 윤동주(1917~1945년)가 1930~40년대 발표한 ‘거리에서’와 ‘간판 없는 거리’, ‘흐르는 거리’를 ‘밤거리 3부작’으로 규정하고 어두운 밤 속에 시인의 역사적 인식을 담아냈다는 해석이 나왔다. 아울러 윤동주가 자신의 작품들에 창작 일자를 본격적으로 명기하기 시작한 것은 고종사촌이자 중학교 동기생이었던 송몽규의 신춘문예 당선에 자극을 받은 후라는 사실도 소개됐다.

남송우 부경대 국문학과 교수는 최근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에서 열린 ‘윤동주 탄생 100주년 기념 국제학술대회’에서 ‘윤동주 시에 나타나는 만주·한국·일본에서의 공간 인식의 양상’이라는 제목의 논문을 발표했다.

남 교수는 이 논문에서 ‘거리에서(1935년)’와 ‘간판 없는 거리(1941년)’, ‘흐르는 거리(1942년)’을 중점적으로 다루면서 이들 세 작품을 ‘밤 거리 3부작’으로 규정했다. 윤동주가 각각 북만주·한국·일본에 머물 당시 지어진 이들 작품을 하나의 카테고리로 묶어 해석을 시도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남 교수는 “자본주의 도시가 등장하면서 새롭게 형성된 공간인 ‘거리’는 ‘길’과 전혀 다른 개념”이라며 “윤동주는 밤거리를 시공간으로 하는 작품을 통해 고독과 방황을 강조하는 한편 일제 치하의 어두운 역사적 상황을 우회적으로 드러냈다”고 설명했다.

남송우 부경대 교수가 최근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학교에서 열린 ‘윤동주 탄생 100주년 기념 국제학술대회’에서 논문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제공=연세대




구체적으로는 ‘거리에서’라는 작품에는 “달밤의 거리/ 광풍이 휘날리는/(중략)/괴롬(괴로움)의 거리”라는 시구가 나온다. 이와 함께 윤동주는 1941년에 쓴 ‘간판 없는 거리’를 통해 “다들 손님들뿐/ 손님 같은 사람들뿐/집집마다 간판이 없어”라고 노래했다. 이에 대해 남 교수는 “(일제의 황국신민화 전략으로) 창씨개명과 함께 집집마다 모든 간판을 일본어로 바꿔야 하는 상황을 상징적으로 표현한 것”이라며 “어딜 둘러봐도 ‘손님들뿐’이라는 시구에는 주인 의식을 상실한 한국인의 상황이 녹아 있다”고 해석했다. 아울러 “으스름히 안개가 흐른다. 거리가 흘러간다/저 전차, 자동차, 모든 바퀴가 어디로 흘리워 가는 것일까? 정박할 아무 항구도 없이…”라는 시구를 담은 ‘흐르는 거리’ 역시 비슷한 맥락에서 풀이할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남 교수는 이날 학술대회에서 윤동주와 송몽규에 얽힌 일화를 소개하기도 했다. 남 교수에 따르면 윤동주가 자신의 작품에 창작 일자를 표시한 것은 ‘거리에서’부터다. 이 작품은 1935년 1월18일에 완성됐는데 이 시기는 고종사촌이자 중학교 동기인 송몽규가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된 직후다. 남 교수는 “함께 글쓰기를 해온 윤동주에게 이 소식은 크나큰 충격이었을 것”이라며 “윤동주는 ‘거리에서’라는 시를 통해 역사적 인식과 별개로 개인의 문학적 혼을 불태우려는 의지도 드러낸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일본 도쿄대 비교철학연구소의 나카지마 다카히로 교수는 이날 학술대회에서 윤동주의 시를 새로운 시대를 여는 ‘사상’으로 봐야 한다는 해석을 내놓기도 했다. 나카지마 교수는 “1943년 윤동주가 사상범으로 체포된 것은 말할 것도 없이 부당한 체포”라며 “사상이 시대에 절단선을 긋고 시대를 도려내어 새로운 시대를 여는 것이라고 한다면 윤동주의 업적 또한 문학의 한 장르를 넘어서서 ‘사상으로서의 시’였다고 할 수 있다”고 밝혔다. /나윤석기자 nagij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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