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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드 파장…지방공항 면세점 퇴출·체납 속출

7개 공항 입점 10곳 중 김포롯데 등 6곳만 버텨





중국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보복으로 중국인 단체관광객(유커)이 실종되면서 특허권 자진 반납은 물론 퇴출, 임대료 장기체납에 들어간 지방 국제공항면세점이 속출하고 있다. 특히 인천국제공항과 달리 지방 국제공항에 입점한 면세점들은 대다수가 중소 영세업체라는 점에서 면세점 없는 지방공항이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이들을 관할하는 한국공항공사가 계약해지를 통보한 면세업체에 영업연장을 사정하는 등 각종 촌극까지 벌어지고 있다.

20일 한국공항공사에 따르면 현재 김포·김해·제주·대구·청주·무안·양양 등 7개 국제공항에서 영업하는 면세점은 김포 롯데·시티플러스, 김해 롯데·듀프리, 대구 그랜드관광호텔, 청주 모듈트레이테크널러지·시티면세점, 무안 국민사업, 제주 한화갤러리아 등 총 9곳이다. 올 초만 해도 10곳이었으나 적자로 임대료를 못 내면서 버티던 양양의 주신(JS)면세점이 최근 공사 측과의 명도소송에서 패소해 퇴출당해 9곳으로 줄었다.

남은 9곳도 속내를 들여다보면 사정이 녹록지 않다. 청주 시티면세점은 2월부터 6개월째 임대료를 체납 중이고 같은 공항의 모듈트레이테크널러지는 임대료 체납이 너무 누적돼 계약해지를 당한 채 ‘배째라’ 영업을 하고 있다. 한국공항공사 관계자는 “청주 시티면세점의 임대료 체납 규모를 공개할 수는 없지만 체납분을 보증금에서 차감하고 있다”며 “모듈트레이테크널러지와는 명도소송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제주 한화갤러리아도 이달 말로 특허권을 중도 반납할 예정이다. 이러다 보니 국제공항 수(7개)보다 적은 6개 면세점만 임대료를 제대로 내면서 운영되는 상황이다.



한달에 3만명 오간 양양, 지금은 1,700명…“버틸 재간 없다”

싼커마저 서울서 벗어나지 않아…지방 국제공항 여행객 14%나 뚝



지방 국제공항 면세점들이 어려움을 겪는 것은 최근 지방을 찾는 중국인이 사라지면서 공사와 계약한 임대료를 도저히 낼 수 없는 상황에 몰렸기 때문이다. 여행사와 함께 지방투어 프로그램을 꾸릴 수 있는 유커가 없어진 것은 물론 그나마 한국을 찾는 중국인 개별관광객(싼커)은 서울을 좀체 벗어나지 않기 때문에 발만 동동 구르는 분위기다. 더욱이 롯데·듀프리 정도를 제외하면 대부분 영세사업자라 상황이 호전될 때까지 버틸 수도 없다.

실제로 공사에 따르면 7개 지방 국제공항을 이용한 여행객은 지난해 7월 154만4,568명에서 지난달 132만8,313명으로 14.0%나 줄어들었다. 그나마 가장 큰 김포공항이 10.5% 줄었고 제주·무안·양양은 무려 66.4%, 61.5%, 93.9%씩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운항 편수도 같은 기간 총 9,462대에서 8,686대로 8.2% 줄었다. 특히 제주·청주·무안·양양국제공항의 경우 60.8%, 72.2%, 57.2%, 90.3%나 항공운항이 사라졌다. 무안과 양양의 경우 지난해 7월에는 각각 2만946명, 2만8,169명이 오갔지만 지난달에는 고작 8,070명, 1,720명밖에 없었다. 이름만 국제공항일 뿐 사람도 비행기도 다니지 않다 보니 면세점도 장사는 못하고 임대료만 상납하는 구조가 된 셈이다.



면세업계의 한 관계자는 “무안국제공항 면세점도 사람이 없어 영업이 거의 안 되는 상황으로 안다”며 “양양공항의 경우 한달에 2만명 넘게 오다 이제 1,000명도 오지 않는데 누가 입점하려 하겠느냐”고 반문했다.

면세업자 “임대료 내려라” 원성

공항들 수익성 악화도 불보듯



상황이 악화되고 있음에도 공사와 면세점들은 진퇴양난에 빠진 형국이다. 면세점들은 임대료를 당장 내려달라고 아우성이지만 공사는 관세청과 다른 공기업들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어 마땅히 손을 쓰지 못하고 있다. 당장 내년 2월 평창동계올림픽이 코앞에 다가왔음에도 강원도 유일의 국제공항인 양양은 새 면세점 사업자 입찰공고을 내지 못한 채 아예 면세점 없이 운영되고 있을 정도다.

이달 말로 계약을 종료하기로 한 제주 한화갤러리아는 공사 측의 요청으로 현재 연말까지 영업을 연장하는 방안을 협의하고 있다. 계약해지 전까지 고정 임대료 방식 변경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던 공사가 막상 계약해지 시점이 되자 입장을 바꿔 변동 임대료 카드를 먼저 내밀었다. 한중 관계가 회복되지 않은 상황에서 신규 사업자 찾기가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한화갤러리아는 당초 매달 20억 원도 안 되는 매출을 올리면서 18억원가량의 고정 임대료를 내야 하는 상황을 견디지 못해 특허권을 반납한 바 있다.

한편 올해 임대료조차 내지 못하는 면세점이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면서 지방공항의 수익성도 악화될 것으로 보인다. 면세업계에 따르면 공항공사의 경우 비여객수익에서 면세점 임대료가 차지하는 비중이 많게는 70%에 이른다. 유커 감소로 여객수익도 감소하고 면세점 수입마저 줄면 공항의 경영도 악화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공사 관계자는 “한 곳의 임대료를 내리면 다른 지방 공항 면세점 임대료는 물론 다른 공기업들 임대료 조건에까지 연쇄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어 무턱대고 임대료를 변동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이어 “올해 공사의 면세점 임대료 수입이 사드의 영향으로 지난해보다 확실히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며 재정악화를 걱정했다. /윤경환기자 ykh22@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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