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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기획 아프리카를 다시본다<하>] 阿진출 숨은공신 '대외경제협력기금'
부동산 정책·제도 2018.08.15 17:46:24포스코건설은 지난해 말 모잠비크 도로 공사의 첫 삽을 뜨면서 아프리카 시장에 처음 진출했다. 모잠비크 남풀라와 물류항 예정지 앙고시를 잇는 도로를 포장하는 이 사업의 규모는 500억원. 금액상으로는 작은 공사지만 포스코건설에는 큰 의미가 있다. 잠재력 높은 아프리카 시장 진출의 교두보를 마련했다는 점에서다. 포스코건설이 경험도, 현지 네트워크도 없는 아프리카에서 첫 사업을 할 수 있었던 데는 숨은 공신이 있다. 바로 대외경제협력기금(EDCF)이다. 저개발국의 인프라 건설을 지원하는 이 자금은 국내 기업들의 해외 진출에 마중물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상당수 국내 건설사들은 EDCF를 발판으로 저개발국 현지에서 경험을 쌓으면서 진출 저변을 넓히고 있다. GS건설이 최근 탄자니아에서 수주한 교량 공사 역시 EDCF가 뒷받침됐다. GS건설의 한 관계자는 “EDCF를 통한 현지 진출은 중국 기업들과 불필요한 가격 경쟁을 배제할 수 있을 뿐 아니라 한국 기업들의 우수한 시공력을 알리는 기회가 된다”고 설명했다. 이 기금은 형식상 유상원조지만 30~40년에 달하는 상환기간과 0.1%대의 금리를 감안하면 결과적으로 전체 금액의 20%밖에 돌려받지 못한다. 80%는 사실상 무상원조다. 이에 EDCF를 지원할 경우 발주처가 국내 기업에만 발주할 수 있도록 ‘타이드업’ 조건이 붙는다. 기금 관리를 담당하는 한국수출입은행에 따르면 EDCF는 1987년에 설립된 이래 2016년 말까지 총 53개국, 375개 사업에 15조1,957억원을 지원했다. 2009년 처음으로 1조원을 넘었으며 지난해 1조5,900억원을 기록했다. 올해는 2조2,000억원을 목표로 하고 있다. 정부는 2020년까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권고 기준인 국내총생산(GDP)의 0.2%까지 늘릴 계획이다. 특히 EDCF는 아시아와 아프리카의 저개발국 지원 비중이 높아 국내 기업들이 진출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수은의 한 관계자는 “EDCF는 개도국 지원과 수출 지원 등 일석이조의 효과가 있다”며 “특히 대기업이 공사를 수주하면 각종 관련 전문건설업체들이 동반 진출할 수 있어 자력으로 개도국 진출이 어려운 기업들에 마중물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혜진기자 hasim@@sedaily.com ◇EDCF 지역별 지원 비율 아시아 67.4% 아프리카 21.4% 중남미 6.3% 기타 4.9% *수출입은행 -
[창간기획 아프리카를 다시본다<하>] "자금 부족한 阿, 투자개발형 사업으로 승부해야"
부동산 건설업계 2018.08.15 17:44:43“지난 몇 년간 발주가 지지부진했는데 올해부터는 발주가 재개되고 있습니다. 다만 저가 공세를 펴는 중국과 경쟁하려면 투자개발형 사업에 눈을 돌려야 합니다.” 현지에서 현대엔지니어링 아프리카 영업을 총괄하고 있는 지상욱(사진) 알제리 지사장은 부쩍 인근 국가로의 출장이 잦아졌다. 이곳저곳의 발주 정보도 수집해야 하고 현지 파트너들과의 미팅도 늘었기 때문이다. 지 지사장은 “산유국들의 경우 저유가로 지연됐던 프로젝트들이 다시 나오기 시작했다”며 “비산유국들도 조금씩 발주 재개 움직임이 있다”고 말했다. 아프리카가 워낙 큰 대륙이기 때문에 국가별로 사정이 크게 다르다는 게 그의 전언이다. 산유국이면서도 재정상태가 안정돼 있는 알제리는 올해 본격적으로 설계·구매·시공(EPC) 발주가 예정돼 있지만 나이지리아는 외채 부담 때문에 아직 돌파구가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 서아프리카 국가 중에서는 지열맥이 흐르는 케냐·에티오피아·탄자니아 등에서 지열발전소 발주가 꾸준히 나오고 있다. 특히 현대엔지니어링이 케냐에서 지은 지열발전소가 현지에서 좋은 평가를 받고 있어 이 분야에서 추가 수주를 추진하고 있다. 지 지사장은 “에티오피아는 지열발전 분야에 뒤늦게 뛰어들기는 했지만 시장은 더 크다”며 “정부가 지열맥을 조사하고 있는데 향후 민관합작사업(PPP)이나 건설·운영·양도(BOT) 방식 등으로 발주가 나올 수 있어서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 지사장은 아프리카에서 향후 한국 업체들의 수주방식도 변화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아프리카 국가들은 자금이 부족한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특히 자원이 부족한 모로코·튀니지 등의 비산유국에서 수주하기 위해서는 자금조달 등 디벨로퍼 역할이 필수다. 지 지사장은 “어느 발주처든 돈을 들고가면 환영받는다”면서 “국내 건설사들도 이제는 개발형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단순 도급 공사는 중국의 저가 수주 때문에 따기도 쉽지 않을뿐더러 수주해도 남는 게 별로 없기 때문이다. 그는 또 “정부의 해외 수주 지원 정책도 앞으로 이 부분에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며 “건설사들도 개발역량이 아직 축적되지 않아 쉽지 않은 측면이 있지만 향후 정부 지원, 민간 노력이 합쳐져 개발형 수주 쪽으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현장에서 느끼는 중국세(勢)는 거세다고 그는 전했다. “저가 수주를 앞세워 토목과 건축 공사는 중국 업체들이 싹 쓸어가는 수준”이라는 게 지 지사장의 설명이다. 다만 중국 업체들의 시공품질에 대한 신뢰도 때문에 아프리카 발주처들이 플랜트나 발전소 발주는 꺼리고 있다. 지 지사장은 “가격이 비싼 유럽 업체들과 품질이 떨어지는 중국의 틈새에서 한국 건설사들에 기회는 있다”고 덧붙였다. /이혜진기자 hasim@@sedaily.com -
[창간기획 아프리카를 다시본다<하>] 원자재값 회복에 인프라 늘리는 검은대륙...韓건설, 수주대박 꿈꾼다
부동산 건설업계 2018.08.15 17:42:51탄자니아의 ‘경제수도’ 다르에스살람은 현지에서 가장 발전된 도시임에도 비만 오면 도심 도로 곳곳에 1m짜리 구멍이 파이곤 한다. 다르에스살람을 벗어나면 도로 사정은 더 열악하다. 300㎞ 떨어진 행정수도 도도마까지 차로 10시간이 걸릴 정도다. 고속도로가 아닌 좁은 왕복 1차선 도로가 깔려 있다. 차 한 대가 고장으로 서 있기라도 하면 수㎞씩 차가 밀리는 것은 예사다. 이는 아프리카의 열악한 인프라를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 그러나 최근 분위기가 달라지고 있다. 탄자니아 정부가 낙후된 인프라를 개선하기 위해 팔을 걷어붙이고 나서면서 도로·철도·발전소 공사 발주가 잇따르고 있다. 다른 아프리카 국가들도 상황이 비슷하다. 도로·발전소·병원 등 인프라 확충을 위해 각국에서 발주가 늘고 있다. 최근의 원만한 원자재 가격 상승이 그 원동력이다. 한동안 아프리카에서 수주활동이 뜸했던 국내 건설사들도 시장 진출에 공을 들이고 있다. ◇다시 깨어나는 아프리카 시장=지난 2010년 초만 해도 아프리카는 연평균 5~6% 성장하는 신흥시장으로 각광을 받았으나 원자재 가격 하락과 줄어든 차관 등으로 인해 인프라 투자가 주춤하면서 건설 경기 역시 침체기에 접어들었다. 그러나 2016년 이후 원자재 가격이 서서히 오르면서 건설 시장도 기지개를 켜고 있다. 지난 몇 년간 끊기다시피 했던 국내 건설사들의 수주 소식도 다시 들리고 있다. 상반기에 대우건설이 나이지리아에서 3억달러 규모의 요소비료 플랜트 공사를 수주한 데 이어 최근에는 GS건설이 탄자니아에서 1억700만달러 규모의 교량 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하반기에는 굵직한 입찰건도 예정돼 있다. 알제리 국영기업 소나트랙이 발주하는 25억달러 규모의 정유공장 프로젝트에는 GS건설 컨소시엄, 현대건설·현대엔지니어링 컨소시엄, 삼성엔지니어링 컨소시엄이 입찰에 참가한 상태다. 현대건설은 7억달러 규모인 알제리 오마쉐 복합화력발전 프로젝트의 입찰 결과도 기다리고 있다. 다르에스살람 지사 근무 3년차인 최현정 수출입은행 대리는 “최근 아프리카 건설 시장의 분위기가 사뭇 달라졌다”며 “도로·발전소 등 인프라에 대한 정부의 발주도 활발해지고 수주를 위해 이곳을 찾는 국내 기업 관계자들도 늘고 있다”고 전했다.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2016년 12억2,500만달러였던 수주액이 지난해에는 6억9,800만달러까지 급감했다. 올해부터 반전될 분위기다. 7월 말 현재 6억6,500만달러를 기록하며 전년 수준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물론 발주액의 절대 규모 면에서는 여전히 예전 수주 활황기에 크게 못 미치지만 올해 말까지 지난해 수준을 훌쩍 뛰어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아프리카 건설 시장이 관심을 끄는 이유는 무엇보다 무궁한 성장 잠재력이다. 북부의 산유국들은 정유 플랜트 발주가 건설 시장의 중심이라면 사하라 이남 국가들은 도로·철도·발전소 등의 인프라 확대에 힘쓰고 있다. 세계경제포럼(WEF)이 전력 공급 품질을 지수화한 전력공급지수를 보면 2017년 기준 에티오피아(3.2), 탄자니아(3.1), 가나(3.7), 보츠와나(3.1) 등은 미국(6.2)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열악한 인프라는 역설적으로 그만큼 일거리가 많다는 뜻이기도 하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해외 시장 다변화가 시급한 상황에서 잠재력이 큰 아프리카 진출 확대는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말했다. ◇중국 공세 거세…기술력과 투자형 사업으로 승부해야=아프리카는 잠재력이 크기는 하지만 국내 건설사들에 녹록지 않은 수주 시장이다. 무엇보다 중국 건설사와의 경쟁이 힘에 부친다. 가격경쟁력과 자금조달 능력 면에서 중국 건설사들이 앞서기 때문이다. 일부 자원부국을 제외하면 재정상황이 열악해 아프리카의 발주처들은 시공사들이 아예 자금조달까지 해오기를 원하고 있다.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중국은 자원확보를 위해 아프리카에 국가 차원의 대대적인 투자를 하면서 관련 인프라 공사를 중국 건설사들이 발주하도록 하고 있다”며 “또 중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이드라인 등의 규제를 지킬 필요가 없는데다 국영은행 차원의 전폭적인 금융 지원이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결국 단순 도급보다는 자금조달까지 함께하는 민간투자사업(PPP)으로 눈을 돌려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종국 해외건설협회 실장은 “아프리카 발주처들은 중국 건설사보다 한국 기업들의 시공 품질을 더 신뢰한다”며 “이를 바탕으로 공사 경험과 현지 사업에 대한 이해도를 높인 후 투자개발형 사업으로 눈을 돌려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혜진기자 다르에스살람=정영현기자 hasim@@sedaily.com -
[창간기획-아프리카를 다시 본다<중>] 마지막 남은 자동차 미개척지...성장성 무궁무진
산업 기업 2018.08.14 17:33:04북부 아프리카의 알제리. 경제개발이 진행되면서 트럭과 버스 등 상용차 수요가 꾸준히 증가했지만 유가 하락이 문제였다. 지난 2015년 이후 저유가에 외환보유액 감소까지 겹쳐 2013년 3만대 수준이던 상용차 수요가 2016년에는 7,000대까지 떨어졌다. 그러나 이후 유가가 조금씩 상승하면서 상용차 수요가 다시 늘었고 현대자동차가 이 시기에 기민하게 움직여 2017년 2,900대의 트럭·버스를 파는 데 성공했다. 그리고 올해는 상반기에 이미 지난해 실적을 뛰어넘었다. 유가 상승에 따라 경제가 살아나고 자동차 수요가 증가하는 현상을 보이는 곳은 상대적으로 더 개발된 북부 아프리카뿐만이 아니다. ‘진짜 아프리카’라고 할 수 있는 사하라 이남 지역도 마찬가지다. 실제로 아프리카의 자동차 시장은 향후 무궁무진한 성장이 가능한 곳으로 꼽힌다. 마지막 남은 미개척지다. 경우에 따라 중국·인도와 같은 거대 자동차 시장이 될 수도 있어 세계 자동차 업계가 공을 들이고 있다. 특히 최근 유가가 오르는 등 원자재 가격 상승 흐름이 나타나고 있어 아프리카 시장의 유망성은 더욱 커졌다. 아프리카는 아직까지는 ‘자원을 팔아 공산품을 사는’ 경제구조다. 인구가 10억3,000만명(2016년 기준)으로 전 세계의 14%에 달하며 출산율이 높아 젊은 층이 많다는 점도 자동차 업계로서는 놓칠 수 없는 포인트다. 그러나 아프리카 자동차 시장이 호락호락한 것은 절대 아니다. 이미 몇몇 국가는 자국의 자동차 산업을 일으키기 위해 고관세와 쿼터의 장벽을 쌓고 있다. 앞서 언급한 알제리 역시 2016년 완성차 수입 쿼터제를 도입해 그해 수입을 8만3,000대로 제한하고 이듬해는 3만대로 더 줄였다. 이때 현대차 상용 부문은 알제리 정부 정책에 발 빠르게 대응해 일본의 경쟁사인 이스즈·히노 등을 제압하고 시장 점유율 1위를 달성했다. 비결은 현지 조립. 한국에서 만든 완성차를 다시 분해해 반제품을 알제리에 수출한 뒤 현지에서 재조립하는 ‘SKD’ 방식을 택했다. 이는 완성차 수입이 아닌 현지 조립이어서 쿼터제의 영향을 받지 않았다. 이처럼 현지에서 조립화 과정을 거치는 외국 브랜드 차는 현대차 트럭 ‘마이티’와 버스 ‘카운티’가 유일했다. 최근에는 알제리 정부가 발주한 스쿨버스 2,500대 중 60%에 해당하는 1,500대를 단독 수주했다. 이 같은 자동차 산업 보호 움직임이 알제리 같은 북부 아프리카에서만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사하라 이남 국가들도 최근 유가와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경제가 좋아지자 산업 다각화, 특히 제조업 육성에 정부가 앞장서고 있다. 현대차 관계자는 “현지 조립으로 쿼터제를 돌파한 알제리의 사례가 앞으로 사하라 이남 지역에서도 좋은 모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아프리카 각국이 한국 등 제조업 강국에 늘 얘기하는 것은 ‘배우고 싶다’다. 기술이전을 가장 절실히 원하고 있다. 그게 안 되면 조립공장이라도 짓고 현지 생산이라도 하라는 게 아프리카 각국의 요구다. 크리스토퍼 추루 무니이니 케냐 산업통상자원부 이코노미스트는 “제조업과 연구개발(R&D) 투자 발전 방법을 한국과 함께 찾고 싶다”고 말했다. 새뮤얼 키프로프 케냐 재무부 이코노미스트는 ‘어떤 경제적 협력이 가장 필요하냐’는 질문에 “제조와 기술 트레이닝”이라며 “케냐 정부는 현재 GDP의 9.2%인 제조업 부문을 20%로 올리는 목표를 세웠다”고 전했다. 아프리카를 두고 ‘도로도 없는 곳에 무슨 자동차냐’고 했던 말은 옛말이 됐음을 이들 케냐 정부 관계자들이 명확히 밝히고 있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한국 자동차 업계는 아프리카 각국에서 사회공헌활동을 강화하며 미래의 시장에 다가가고 있다. 기아차는 대표적 글로벌 사회공헌 사업인 그린 라이트 프로젝트를 통해 아프리카 저개발국 주민과 지역사회를 돕고 있다. 현대차는 5월 부산에서 열린 제53회 아프리카개발은행 연차총회에서 공식 의전차량을 지원하며 제품의 우수성을 알렸다. /나이로비=정영현기자 맹준호기자 yhchung@@sedaily.com -
[창간기획-아프리카를 다시 본다<중>] 阿 '블랙다이아몬드 1.3억명'...한국 IT·가전 '기회의 땅'으로
산업 기업 2018.08.14 17:32:28LG전자는 새해가 되면 전 세계 주요 대륙을 돌며 신제품 발표회 ‘LG이노페스트’를 개최한다. LG전자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유럽을 첫 개최지로 했지만 올해는 첫 테이프를 아프리카 부국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끊었다. LG전자는 “아프리카의 높은 성장 잠재력에 주목하고 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아프리카개발은행에 따르면 아프리카 지역의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은 지난해 3.4%에서 올해 4.3%로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빠른 도시화와 소득 수준의 향상으로 지난 2015년부터 10년간 연평균 3.8%의 높은 가계소비 성장이 예상되는 대륙이다. 지갑을 열 경제적 여건이 뒷받침되기 시작했다는 뜻이다. ‘전체 인구를 연령순으로 나열했을 때 한가운데 있는 사람의 연령’을 뜻하는 중위연령이 18.3세에 불과한 젊은 땅이기도 하다. 우리나라는 올해 기준 42.6세다. 젊음과 10억명이 넘는 인구, 높은 가계소비 성장률의 ‘3박자’는 정보기술(IT)·가전 트렌드를 주도하는 우리 기업들에 성공의 보증수표나 다름없다. 3박자를 모두 갖춘 젊은 중산층인 이른바 ‘블랙 다이아몬드’가 공략 대상이다. 서상현 포스코경영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중국이 세계의 공장과 소비 중심지로 급부상한 것처럼 아프리카도 급성장을 거듭하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LG, ‘검은 대륙’ 속으로=아프리카 IT·가전 시장 규모는 북미·아시아 등 여타 대륙과 비교하면 아직 큰 편은 아니다. 업계에 따르면 이집트 등 북아프리카 일부 국가를 제외한 아프리카 TV 시장 수요는 300만대 규모다. 대수 기준으로는 우리나라의 연간 내수 TV 시장보다 조금 더 많은 수준이다. 하지만 우리 기업들은 현 상황보다는 미래 성장 잠재력에 주목하고 있다. 맥킨지에 따르면 아프리카 중산층은 2008년 8,500만명에서 오는 2020년 1억2,800만명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블랙 다이아몬드’로 불리는 젊은 중산층은 최신 유행에 민감하고 가전제품 등을 자기만족을 위해 소비하는 게 특징이다. 삼성전자는 일찌감치 2009년 중동과 아프리카 지역을 통합 관리하던 중아(中阿) 총괄을 중동과 아프리카로 각각 분리했다. 삼성전자의 한 관계자는 “기존 주요 국가와 대도시 중심에서 주변국 및 중소도시로 영업을 확대해나가기 위한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LG전자 역시 포화 상태에 다다른 아시아 시장을 대체할 신규 시장으로, 인도와 중국의 대안 시장으로 아프리카 시장의 가치를 높게 평가하고 있다. ◇전력난·사막기후…“현지 특화가 살길”=국내 업체들이 아프리카 시장을 공략하는 수단은 철저한 현지화다. 열악한 전력 사정에 집중한다는 게 업체들의 공통된 현지화 방향이다. 삼성전자는 현지 특화 제품인 ‘아프리카 전용제품(Built For Africa)’을 지속적으로 출시하고 있다. 대부분이 낙후한 전력 사정, 사막기후 등을 고려한 제품들이다. 2015년부터 TV에 적용하고 있는 ‘아날로그 클리어 뷰’ 기능이 대표적이다. TV 신호 수신 상태가 좋지 않으면 화면 노이즈를 감소시켜 깨끗한 화질을 제공하는 기능이다. 들쭉날쭉한 전압 변화를 견디고 낙뢰에도 파손을 최소화하는 기능도 있다. 전원이 끊겨도 반나절가량 온도를 영하로 유지하는 기능을 탑재한 냉장고도 인기다. LG전자 역시 아프리카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강력한 저음을 강조한 컴포넌트 오디오를 내놓았다. 초저음파를 이용해 말라리아의 매개체인 암컷 학질모기를 쫓아내는 ‘말라리아모기 퇴치용 에어컨’도 있다. 무역협회는 “가격보다 품질을 중시하는 아프리카 젊은 중산층의 증가와 온라인 쇼핑몰 등 새로운 유통채널이 확대되고 있다”고 전했다 ◇스마트폰·이동통신 큰 장 열리는 아프리카=휴대폰 시장도 거대한 물결의 상승 흐름에 있다. 무역협회에 따르면 2005년 전체 인구의 11.6%에 불과하던 휴대폰 사용률은 2017년 75.4%로 불어났다. 시장조사기관 IHS마킷에 따르면 아프리카 6개국(알제리·이집트·케냐·모로코·남아공·튀니지) 스마트폰 출하량은 2014년 3,760만대에서 올해는 6,020만대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출하량도 전년 동기 대비 42% 증가했다.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이 정체기에 진입한 가운데 아프리카 시장의 성장세가 두드러지고 있는 것이다. 남아공과 나이지리아·케냐·가나 등 4개국의 스마트폰 판매량은 2010년 396만대에 불과했지만 2016년에는 3,310만대로 늘었다. 국내 정보통신기술(ICT) 업체들에도 기회의 땅이다. 국내 ICT 업체 중 아프리카에서 가장 눈에 띄는 활약을 보이는 곳은 올 5월 르완다에 롱텀에볼루션(LTE) 전국망을 구축한 KT다. 르완다는 1,200만명의 국민 중 860만명이 이동통신 서비스에 가입 중이며 이 가운데 스마트폰 가입자는 115만명 이상으로 통신시장의 발전 가능성이 높다. 이런 이유로 특히 한국을 넘어 개발도상국에서 새 시장을 찾으려는 스타트업들이 아프리카에 도전장을 내고 있다. 동아프리카 최대 통신사 사파리콤의 자회사인 알파사파리콤에서 전략적 파트너십 업무를 담당하는 은조키 기친가 스페셜리스트는 최근 한국 IT 스타트업의 음파결제 기술 등을 접한 후 “흥미롭다”며 “모바일머니 서비스에 접목해 볼 수 있는 지 기술팀과 이야기해볼 것”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나이로비=정영현기자, 한재영·양철민기자 jyhan@@sedaily.com -
[창간기획-아프리카를 다시본다] 구멍가게도 결제는 모바일...검은대륙의 금융혁신
경제 · 금융 경제동향 2018.08.08 17:44:43지난달에 찾은 케냐 수도 나이로비. 동아프리카 대표도시답게 고층빌딩 신축공사가 여기저기서 한창이었다. 하지만 차를 타고 외곽으로 20분 정도만 나가면 도시 풍경은 확 달라진다. 낡은 슬레이트 지붕을 얹은 좁고 낮은 건물들이 흙길을 따라 즐비하고 흙먼지 속에 중고물건을 길거리에 늘어놓고 손님을 기다리는 사람들로 북적인다. 도시 인프라 개발의 격차를 실감하는 찰나, 눈길을 사로잡은 간판이 있다. 나이로비 시내 고급음식점에서 봤던 초록색 간판이 녹슨 철조망에 둘러싸인 허름한 구멍가게 앞에도 붙어 있다. 심지어 외딴곳의 작은 가판대 앞에도 걸려 있다. 바로 케냐인의 삶을 바꿨다는 호평을 듣는 모바일뱅킹 브랜드 ‘엠페사(M-PESA)’다. 우만권 나이로비 경기통상사무소(GBC) 소장은 “오늘 아침에도 출근길에 엠페사로 임대료를 처리했다”며 “개인 송금은 물론 웬만한 가게에서도 모두 엠페사로 결제할 수 있어 참 편리하다. 나이로비 같은 도시는 말할 것도 없이 전기가 들어가는 곳이라면 엠페사 사용이 거의 가능하다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나이로비에서 비행기로 1시간 거리인 탄자니아 최대도시 다르에스살람의 풍경도 비슷하다. 높은 건물이 말끔하게 늘어선 번화가에서는 다국적기업의 간판도 심심찮게 보이지만 도심을 조금만 벗어나면 개발의 손길을 간절히 기다리는 낙후된 삶의 현장이 펼쳐진다. 하지만 탄자니아 역시 이런 불균형에도 새 시대로 가기 위한 모바일 실험을 준비하고 있다. 공공 부문에 모바일 결제 시스템을 적용해 현금 없는 사회로 향한다는 공공 프로젝트다. 아프리카는 현재 수십년 차이가 나는 선진국과의 생활격차를 줄이기 위해 각국마다 여러 분야의 신기술 도입에 나섰다. 다만 자체 기술력이 없어 협업 파트너를 물색하고 있다. 카심 마잘리와 탄자니아 총리는 “탄자니아는 많은 기회가 있는 나라다. 내전도 없고 안전하며 새로운 발전을 추구하는 정치와 많은 천연자원을 확보하고 있다”며 “하지만 한국과는 다르게 아직 기술이 없다”고 말했다. 케냐 산업통상자원부의 카에케 루카로 이코노미스트는 “모바일통신, 소프트웨어, 빅데이터, 전자정부 서비스 등의 경험을 가진 한국 인력을 공유해줬으면 한다”며 “그 외 에너지·조선업·자동차제조업도 협력이 가능한 분야”라고 말했다. /나이로비·다르에스살람=정영현기자 yhchung@@sedaily.com -
[창간기획-아프리카를 다시본다<상>] 韓, 24개국에만 상주공관...외교 지원은 척박
정치 통일·외교·안보 2018.08.08 17:39:02한반도에 폭염이 덮치면 어김없이 유행하는 말이 있다. ‘서프리카’ ‘대프리카’ ‘부프리카’ 등이다. 서울·대구·부산 등지의 더위가 아프리카 수준이라는 의미를 담은 합성어다. 하지만 서울 낮 최고기온이 38~39도를 오르내릴 때 아프리카 대륙의 고원지대에 위치한 에티오피아의 아디스아바바나 케냐 나이로비는 20도를 밑돈다. 르완다 키갈리, 나이지리아 아부자, 우간다 캄팔라 등지에서도 한낮에 30도를 넘지 않는다. 이집트 사막지대 근처에나 간다면 40도에 육박하는 더위를 접할 수 있다. 동서남북 위도와 경도 차가 크고 해발고도도 제각각이기 때문이다. 아프리카는 미국과 중국·인도·서유럽·일본·멕시코의 면적을 합친 것보다도 더 넓은 대륙이다. 또 한국과 꽤 멀리 떨어진 곳 같지만 인천~아디스아바바 노선의 비행시간은 12시간이다. 뉴욕 노선보다 2시간이 짧다. 일반인들의 관심뿐 아니라 대아프리카 외교 현실도 척박하다. 우리나라는 현재 아프리카연합 55개국 중 서사하라를 제외한 54개국과 수교하고 있다. 하지만 이중 우리나라의 상주공관이 있는 국가는 24개국에 불과하다. 상주공관이 없는 곳은 인접국 공관이 겸임한다. 주세네갈 한국대사관이 세네갈·감비아·기니·기니비사우·말리·카보베르데 등 6개국을 맡는 식이다. 한 공관이 여러 나라를 관할하는데도 인력은 부족하다. 외교인력이 미국·중국·유럽·일본 등 주요국에 집중돼 있기 때문이다. 외교관들 사이에서 아프리카가 ‘험지’로 불리는 또 다른 이유다. 아프리카 지역의 한 교민은 “중국인이나 일본인은 이곳에서 돈을 떼이거나 문제가 생기면 자국 대사관부터 찾지만 우리는 억울해도 직접 해결한다”고 하소연했다. 우리나라에 상주공관을 둔 아프리카 수교국 역시 20개국밖에 되지 않는다. 기니 등 18개국은 주일본대사관이, 남수단 등 8개국은 주중국대사관이 한국을 담당한다. 아프리카를 ‘기회의 땅’으로 부르기는 하나 중국이나 일본과의 현지 경쟁에서 밀릴 수밖에 없다. 그나마 문재인 정부 들어서는 다자외교를 추구하며 아프리카와의 교류협력 강화에 관심을 꽤 쏟는 편이다. 지난 5월 기획재정부와 부산시는 ‘2018 아프리카개발은행(AfDB) 연차총회’와 ‘한·아프리카 경제협력회의(KOAFEC)’를 부산에서 개최했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지난달 케냐·탄자니아를 연이어 방문했다. 또 지난해 9월 한·아프리카재단법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외교부 산하에 최근 한·아프리카재단이 설립됐다. /정영현기자 yhchung@@sedaily.com -
[창간기획-아프리카를 다시본다<상>] "韓 스타트업 기술 관심...투자대상 물색 중"
경제 · 금융 경제동향 2018.08.08 17:37:57“제조 분야에서는 한국 기업과 협업하거나 앞선 기술을 배우기를 원합니다. 동시에 한국 정보기술(IT) 기업들이 아프리카에 온다면 도와줄 수 있습니다.” 찬다리아그룹의 다르샨 찬다리아(사진)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현재 직원이 3,000명 정도인데 오는 2023년에는 5,000명 수준까지 늘릴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며 “제조 부문에서 생산 아이템을 다양화하면서 벤처캐피털(VC) 부문을 확대하려 한다”고 말했다. 찬다리아그룹은 설립된 지 50년이 넘는 케냐 기업이다. 모태는 지난 1965년 문을 연 케냐의 제지·위생용품 제조업체 찬다리아인더스트리다. 시장점유율은 동·중앙아프리카 지역을 통틀어 1위다. 환경보호 차원에서 종이류 재활용 사업도 병행한다. 기업 슬로건은 ‘케냐산 물건을 사라, 케냐를 건설하라(Buy Kenyan, Build Kenya)’다. 제조업을 앞세워 경제개발에 박차를 가하는 개발도상국 기업들이 흔히 활용하는 ‘애국심 마케팅’이다. 애국심에 호소하면서도 탄자니아·우간다·인도·아랍에미리트·영국 등 이미 5개국에 진출했다. 찬다리아 CEO는 “정부가 최근 제조업 육성에 큰 관심을 두고 있다”며 “자유경제구역을 조성하고 제조업체에 인센티브를 준다든가 우호적인 환경을 만들려고 노력한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외국 투자도 환영한다”면서 “제조업을 경제개발의 한 축으로 삼은 정부의 ‘2030비전’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한다”고 덧붙였다. 찬다리아그룹의 특이점은 계열사로 찬다리아캐피털을 뒀다는 점이다. ‘아프리카의 지속가능하고 장기적인 성장을 이끌어낼 수 있는 혁신적 기업에 투자’하는 데 집중한다. 찬다리아 CEO는 지난달 나이로비에서 열린 한·케냐 비즈니스포럼에 참석해 한국 IT 스타트업의 기술을 직접 살펴보기도 했다. 그는 “아프리카 시장에 진입하려는 기업들이 있다면 여러 면에서 지원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현지에서 고질적인 문제로 지목되는 부패가 기업 활동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점은 인정했다. 국가 전체가 고속성장 중인 만큼 사업기회도 많지만 만연된 부패와 시스템 부재로 케냐 현지시장에 진출했다가 철수한 외국 기업의 사례도 많은 게 사실이기 때문이다. 찬다리아 CEO는 “어떻게 보면 부패는 케냐만이 아니라 아프리카 전체, 개발도상국 전반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그는 “정부 대 정부가 나서 협약을 맺는다든가 하면 기업활동에 도움이 될 것”이라면서 “또 앞으로 부패 문제도 점점 개선되지 않겠냐”고 말했다. /나이로비=정영현기자 yhchung@@sedaily.com -
[창간기획-아프리카를 다시 본다<상>] 모바일머니 계좌 1억2,000만개...핀테크 등 IT기업에 기회의 땅
산업 기업 2018.08.08 17:36:22세계에서 가장 크게 성공한 모바일머니 중 하나로 꼽히는 ‘엠페사’는 지난 2007년 케냐에서 탄생했다. 엠(M)은 모바일(Mobile)의 첫 글자, 페사(PESA)는 돈을 뜻하는 스와힐리어다. 입출금은 물론 송금·결제·소액대출·보험가입까지 휴대폰으로 처리할 수 있는 금융 서비스다. 한국에서는 기본적인 금융 서비스에 불과하나 케냐를 비롯해 은행 접근성이 낮고 현금소지의 위험성이 큰 아프리카에서는 ‘혁신’ 그 자체라는 평가를 받는다. 고향 가는 버스 운전기사에게 송금수수료 명목의 수고비를 주고 가족에게 현금전달을 부탁하던 사람들이 휴대폰 문자 메시지로 간편하고 안전하게 돈을 보낼 수 있기 때문이다. 가판대에서 물건을 사고 무선 데이터를 소량 구매할 때도 엠페사를 이용한다. 현재 엠페사는 케냐를 넘어 탄자니아·모잠비크·에티오피아 등 아프리카 대륙 내 주변국은 물론 인도·루마니아 등지에서도 사용된다. 또 아프리카에서는 엠페사의 대대적인 성공 이후 에어텔·티고페사 등 또 다른 모바일머니가 잇달아 출현해 더 새롭고 나은 서비스를 도입하기 위한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아울러 모바일머니는 의료 서비스, 금융투자 등 다른 영역과의 새로운 접점도 만들어나가고 있다. 선순환이 이뤄지고 있는 셈이다. 세계이동통신사업자협회(GSMA)에 따르면 지난해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의 모바일머니 관련 서비스는 135개였다. 활성계좌는 1억2,200만개에 달했다. 특히 엠페사의 출생지인 동아프리카 지역의 활성계좌 수가 7,320만개로 가장 많았다. 케냐 산업통상자원부의 카예케 루카로 이코노미스트는 “지난해 국내총생산(GDP)에서 정보통신 섹터의 기여율은 11.0%였다”며 “모바일 상거래액도 전년 대비 85.5% 늘었다”고 설명했다. 현지에서는 모바일이라는 기술 하나로 불편했던 삶이 마법처럼 바뀐 것을 두고 ‘기적 같은 변화’라고 평가한다. 다만 또 한편에서는 19세기 말 영국의 ‘붉은깃발법’을 거론해야 할 만큼 억지로 보호해야 할 영향력 있는 기존 산업이 현지에서 발전하지 못했기에 마치 무에서 유가 창조되듯 신기술 도입과 발전이 고속 주행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케냐에서 시작된 모바일을 통한 혁신은 주변 국가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케냐와 국경을 맞댄 탄자니아는 공공 영역에도 모바일 결제 시스템을 다방면에 적용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일명 ‘T페사 캐시리스 프로젝트(cashless project)’로 각종 지방세, 전기·수도요금, 국립병원 의료비, 공공주택 임대료 등 공과금 납부 및 관리를 모바일 시스템 중심으로 혁신한다는 게 정부의 목표다. 또 버스·열차·여객선·국영항공사에 교통카드 시스템을 구축한 후 여기에도 모바일 결제 시스템을 적용할 계획이다. 이에 더해 공공기관 지출용 카드를 도입, 공공행정의 투명성까지 확보하려 한다. 모바일 기술로 일반국민의 생활편의 제고는 물론 공공 부문 선진화까지 이루겠다는 야심 찬 계획인 셈이다. 이 프로젝트를 위해 손잡은 기업은 탄자니아 국영통신사인 TTLC와 한국 모바일 결제 솔루션 업체인 페이링크코리아, 하나금융이다. 한국 정보기술(IT)·통신기업의 도움으로 한국형 주민등록 데이터 시스템을 구축한 데 이어 공공납부·결제 부문에서도 한국 기업의 기술을 주목한 것이다. 탄자니아투자센터(TIC)의 제프리 음왐베 최고책임자는 “우리는 법과 규제 요건을 준수하면서 한국의 잠재력 있는 투자자들을 보조할 준비가 돼 있다”며 장단기 국가경제개발계획을 주목해달라고 요청했다. 나이로비에서 만난 한국 음파결제 스타트업 모비두의 임희정 이사는 “엠파사와의 협업 가능성을 모색하기 위해 방문했다”며 “한국 기술에 관심이 많았고 일상의 부족한 부분을 모바일뿐 아니라 여러 분야의 신기술로 해결하려는 의지가 엿보였다”고 말했다. 또 임 이사는 “우리나라와 아프리카가가 기술에 대한 시각차를 보이는 것 같다”며 “이곳에서는 ‘더 편한 삶’을 위해 기술이 필요하지만 아프리카에서는 ‘불편한 삶’을 해결하기 위해 기술이 존재한다”고 말했다. /나이로비·다르에스살람=정영현기자 yhchung@@sedaily.com -
[창간기획-아프리카를 다시 본다<상>] "2.5조弗 단일 시장 열린다"...韓中日서 싱가포르까지 경협 러시
정치 통일·외교·안보 2018.08.08 17:32:40지난달 19일(현지시간) 오후 대한민국 대통령 전용기가 동아프리카의 관문으로 불리는 케냐 나이로비 조모케냐타국제공항에 착륙했다. 케냐 정부의 의전 속에 비행기에서 내린 사람은 이낙연 국무총리. 문재인 정부의 대아프리카 정상급 외교가 첫 테이프를 끊는 순간이었다. 문재인 대통령은 총리 외교에 힘을 실어주기 위해 대통령 전용기를 처음으로 내줬다. 이에 이 총리는 국내 대기업은 물론 정보기술(IT) 스타트업 관계자들까지 대동하고 세일즈 외교에 나섰다. 하지만 이 총리보다 한 달여 앞서 아시아에서 케냐로 날아온 손님이 있었다. 타르만 샨무가라트남 싱가포르 부총리였다. 그는 케냐의 항구도시 몸바사에서 우후루 케냐타 케냐 대통령을 만나 항만관리·항공·블록체인·주택 부문에서의 개발 협력을 논의했다. 내각의 재무, 교통·인프라, 외교·무역 장관들과도 회동했다. 이 총리가 케냐에 이어 탄자니아를 방문한 21일에는 아시아의 거물이 아프리카에 찾아왔다. 아프리카 모든 언론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세네갈 방문 소식을 전했다. 마키 살 세네갈 대통령은 공항으로 직접 나가 시 주석을 의전했다. 르완다는 시 주석의 두 번째 방문국이었지만 세네갈보다 더 정신없이 바쁜 시간을 보냈다. 폴 카가메 르완다 대통령은 시 주석과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를 한꺼번에 맞아야 했기 때문이다. 아프리카를 안방으로 여기는 중국과 인도의 신경전이 르완다에서 벌어졌다. 모디 총리가 떠난 다음날에는 또 일본에서 28개 기업 사절단이 찾아왔다. 카가메 대통령은 이들에게 “일본의 기술을 환영한다”고 인사했다. 빈곤과 분쟁·테러·부패 같은 한숨 섞인 수식어부터 떠오르는 대륙이지만 그럼에도 아시아에서 돈 가방과 계약을 위한 서류뭉치를 들고 찾아오는 손님이 줄을 잇는 곳이 바로 아프리카다. 땅속에 잠들어 있는 자원, 넘치는 인프라 개발 기회, 풍부한 인력과 점점 늘어나는 중산층의 소비력이라는 이점은 높은 정치·사회적 리스크에도 불구하고 눈을 떼기 힘들게 한다. 특히 성장동력이 점점 떨어지고 있는 아시아 산업국가들이 아프리카를 ‘기회의 땅’으로 여기고 달려가고 있다. 아프리카개발은행(AfDB)에 따르면 아프리카의 경제성장률은 지난 2016년 2.2%였지만 지난해 3.6%를 기록했고 올해와 내년에는 4%대 성장을 이룰 것으로 전망된다. 탄자니아나 에티오피아·르완다 등은 이보다 높은 6~7% 수준의 성장률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아프리카연합(AU) 55개국 중 49개국이 참여를 결정한 아프리카 자유무역협정(FTA)이 내년에 출범한다는 점은 더 큰 매력으로 부각되고 있다. 지난달 2일 모리타니 누악쇼트에서 열린 AU 정상회담 폐막식에서 49개국이 ‘아프리카 자유무역지대(AfCFTA)’ 참가에 합의했다. 예정대로 AfCFTA가 출범하면 인구 12억, 국내총생산(GDP) 2조5,000억달러 규모의 대형 시장이 탄생하게 된다. 아프리카 국가 간 교역과 투자를 늘려 안정적인 성장을 이루고 미국이나 중국·유럽 등 선진국에 대응할 힘을 키우는 한편 대륙의 화합도 고취하겠다는 게 목표다. 현재 AU 의장으로 AfCFTA의 출범을 이끌어낸 인물이 바로 지난달 중국·인도·일본이 줄을 지어 찾아간 르완다의 카가메 대통령이다. 구글 출신의 조지프 무체루 케냐 정보통신장관은 “아프리카 국가들이 현재 자유무역지대를 추진하고 있다”며 “이제는 아프리카 각국에 개별적으로 접근하지 말고 아프리카를 하나의 큰 시장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아프리카가 하나의 시장을 향해 나가고 있지만 각국의 사정은 제각각이다. 대륙 전반의 거버넌스지수와 민주화지수 등은 점점 개선되고 있지만 부패 등 장기 독재의 잔재가 남아 있고 종족 갈등 등의 불안도 여전하다. 만성적인 외화 부족과 높은 자원 의존도 탓에 국제 원자재 가격에 따라 경제성장률이 큰 폭으로 오르내리는 것도 문제다. 경제 규모와 발전 수준의 차이가 큰 점도 단일 시장으로 나가는 데 걸림돌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또 아프리카의 경우 개발협력에 있어 국가 간의 관계가 절대적인 영향을 미친다. 정부 주도로 경제개발계획이 진행되고 있고 굵직한 프로젝트의 결정권도 정부에 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세계 어느 지역보다도 경제 영역에 있어 정상 외교가 미치는 영향이 크다. 케냐 찬다리아그룹의 다르샨 찬다리아 최고경영자(CEO)는 “한국 정부가 양국 관계 개선에 더 적극적으로 나서준다면 기업들 간의 협업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달리 말하면 민간 기업이 단독으로 움직이기에는 활동의 폭이 좁다는 뜻이 된다. 전우형 KOTRA 무역정보팀장은 “민간 기업의 경우 숫자에 현혹되지 말고 정치·사회 변화를 잘 알아야 한다”며 “역내 경제통합체 등의 움직임을 활용하고 고비용에 대응하는 장기적 관점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나이로비·다르에스살람=정영현기자 yhchung@@sedaily.com -
[창간기획-아프리카를 다시 본다<상>] 케냐에 농업기술 전수...'한국처럼 가난 극복' 희망 전한다
정치 통일·외교·안보 2018.08.08 17:30:29지난달 22일 탄자니아 다르에스살람에 위치한 음나지음모자병원에는 술레이만 사이드 자포 탄자니아 대통령 직속 지방행정장관을 비롯해 병원 관계자와 공무원, 주민들이 정문 앞을 가득 메웠다. 이들은 구급차 두 대를 기증하기 위해 찾아온 이낙연 국무총리 일행을 박수로 맞이했다. 자포 장관은 “탄자니아는 한국으로부터 교육, 보건, 사회 인프라, 농업과 식량 안보 면에서 많은 지원을 받았다”며 “한국 정부와 국민에게 정말 고맙다”고 말했다. 한때 조그마한 보건지소에 불과했던 음나지음모자병원은 한국국제협력단(KOICA)의 지원에 힘입어 탄자니아 내에서 손꼽히는 모자보건센터를 갖춘 의료시설로 거듭났다. 병원 건물과 장비는 물론 인력교육 지원도 받았다. 자포 장관은 “한국의 모성과 아동보건 사업 지원 덕분에 산모 사망률과 신생아 사망률을 낮출 수 있었다”고 말했다. 탄자니아는 아프리카 국가 중 우리나라 공적개발원조(ODA) 수혜 1위 국가다. 한국수출입은행 ODA 통계 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2016년 양자 기준 지원액 규모는 746억원, 아프리카 전체 ODA의 15.1%를 차지했다. 물관리에서부터 보건위생·교통·교육·에너지 등의 분야에서 유무상 협력이 중점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이 덕분에 탄자니아는 한때 아프리카의 대표적인 친북 국가였지만 올 초 서울에 주한대사관을 설치하는 등 한국과의 관계 재정립에 적극 나서고 있다. 물론 중국이나 일본 등 다른 국가들의 대아프리카 유무상 원조 규모는 국가 경제 규모에 비례해 우리보다 훨씬 크다. 하지만 한국의 지원은 아프리카에서 남다른 의미를 가진다는 게 현지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한때 아프리카 국가들보다 더 못살았지만 지금은 세계 10위권 경제 강국으로 도약한, 소설 같지만 실재하는 ‘성공 스토리’가 내재돼 있기 때문이다. 이 총리를 만난 우후루 케냐타 케냐 대통령은 “30~40년 전에는 한국과 케냐가 같은 레벨의 발전 단계였는데 한국은 이미 선진국에 진입한 반면 불행히도 케냐는 거버넌스 문제로 오히려 퇴보했다”며 “케냐가 뒤처진 이유를 한국으로부터 배우고 싶다”고 말하기도 했다. 통 큰 지원은 아니지만 가장 절실한 문제를 오랫동안 함께 해결해나가는 모습도 현지에서는 좋은 평가를 받는다. 예를 들어 농촌진흥청 해외농업기술개발사업(KOPIA) 케냐센터가 현지 농민들을 위해 공을 들인 시범마을 사업은 빈곤 해결이 절대 과제인 주민들을 소득 증대의 길로 이끌어주면서 현지 공무원들 사이에서 견학 대상이 됐음은 물론 케냐 각지에서 유치하기를 원하는 사업이 됐다. KOPIA 케냐센터로부터 우량 씨감자와 저장고, 관수용 양수기 등을 지급 받은 농가의 소득은 2년 만에 2.5배 늘었고 폐사율이 낮고 산란 능력이 뛰어난 개량 토종 병아리와 부화기·발전기 등을 얻은 농가는 소득이 무려 9.2배 늘었기 때문이다. 송다희 주케냐한국대사관 1등서기관은 “케냐의 국회의원들을 만날 때마다 듣는 소리가 KOPIA 시범마을을 자신의 지역구에 설치해달라는 부탁”이라며 “중국처럼 대대적으로 도로나 철도 공사를 무상으로 해주지는 못하지만 현지인에게 가장 중요한 문제인 가난을 함께 해결해나가다 보면 결국 이곳 사람들의 마음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르에스살람·나이로비=정영현기자 yhchu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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